왜군의 아이 낳아 기르게 했던 '異胎院'
산수가 수려해 길손이 끊이지 않지만, 뜨내기가 많아 번잡한 마을.
용산구 이태원동(梨泰院洞)은 예로부터 그러했다.
'이태원'은 본래 조선시대 이곳에 설치했던 원(院·출장 떠난 관원을 위해 나라가 마련한
숙박시설)의 이름이었다. 조선시대 학자 성현(成俔)이 쓴 문집 '용재총화'엔 이런 대목이 있다.
'이태원이 목멱산(남산) 남쪽에 있는데 맑은 샘물이 산에서 쏟아져 내려오고 큰 소나무가
가득하니 성 안 부녀자들이 피륙을 세탁하기 위해 많이 모였다.'
평화롭던 이태원의 물정을 바꿔놓은 건 임진왜란이었다. 한양까지 함락시킨 왜군은
조선 여자를 겁탈하기 일쑤였는데, 이태원 근방에 있던 운종사(雲鐘寺)가 비구니(여승)
절이라 피해가 컸다.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군대가 진을 치고 수시로 여승을 범했
다는 말까지 있었다. 전쟁이 끝나자 이때 임신한 여자들의 처우 문제가 생겼다.
조정은 논의 끝에 여승들이 움막을 짓고 아이를 기르도록 허락하니, 이후 일대를
이국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뜻에서 '이태원'(異胎院)이라 표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선에 투항한 왜군들이 여기 모여 살아 '이타인'(異他人)이라 불렀다는 기록도 있다.
이타인과 이태원의 인연은 이어져, 해방 후 미군부대가 인근에 들어오면서 그들을
상대로 한 상점과 유흥가가 생겨났다. 요즘도 세계 각국 풍미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니, 결코 짧지 않은 인연이라 하겠다.
삼각산의 산성따라, 단풍따라
숨은벽전망대-안부-백운대- 용암문-동장대-대동문-보국문-
대성문-문수봉-사모바위-응봉능선-삼천사
숨은벽의 단풍이 곱다하니 이가을 더 늦기전에 오르고 싶었다.
숨은벽 전망대에 올라서는 순간 숨이 머질것 같다.
조금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형형색색 단풍에 숨이 막혀오고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숨어있는 숨은벽의 오묘한 자태에 눈이 휘둥글해진다.
(상장능선과 오봉,도봉산)
산행의 즐거움도 좋고 단풍의 고운 빛깔도 좋지만
함께한 님이 있어 행복은 두배세배~~
그야말로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봐왔던 숨은벽 단풍
탄성이 저절로 나오게 마련이고
하얀 화강암 암봉을 물들이는 고운빛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대슬랩을 몇번이고 올려다 보고,, 우회길로 백운대를 향한다.
윤기있는 단풍나무 아래에 아침상이 펼쳐지고
시원한 맥주도 두어잔 곁들이는 숨은벽의 아침,,
발길 돌리기 싫은 선배님 내려 보내고 홀로 백운대에 오른다.
고운 단풍무늬 양산 바쳐들고 백운대에 오른다.
해는 중천에 떠 있어야 하거늘
흐린날씨와 짙은 연무에 서울 시가는 온통 회색도시,,
도봉산도 흐릿한 그림으로 다가오고
이른 아침임에도 백운대 정상엔 태극기가 힘차게 휘날리고
젊은 친구들과 여러 산님들고 북새통,,
금새 내려선다.
만경대 중하단부와 노적봉의 단풍이 장관이다.
거대한 백운대를 수놓은 소나무와 오색단풍 또한 절경이고
노적봉을 지나 용암문을 향하는길,,
눈이 휘궁글해지고 동공은 있는대로 확장,,
얼굴은 홍조를 띠고 눈은 활달기운처럼 노릿노릿 해지는 느낌이다,,
천길단애 절벽이 무서운 암봉이 많은 삼각산 이지만
이토록 유순하여 마냥 걷고 싶은 길도 참으로 많다.
얼마나 행복한 아침일까!!
얼마나 꿀맛 같은 밥맛일까!!
나의 아침보다도 더 여유로와 보인다.
종아리까지 빠지는 낙엽도 밟아보고
잘 정비된 등로를 따라 걷다보면
멋지게 복원한 북한산성을 만난다,,
어디까지,몇시까지,,아무런 계획이 없다.
그냥 산성따라 단풍따라 걷는다.
오르막길 뒤돌아 서서 바라봐도 아름답고
산성따라 도열한 단풍나무는 질서정연하고
정렬의 색으로 치장한 산성도 아름답고
이 환상의 가을날
이토록 아름다운 길을 걷는 것은 행복이요
이 환상의 산성을
이토록 여유롭게 걷는 것은 황홀하다.
보현봉도 곁에 있고 문수봉도 눈앞에 다가온다.
용맹한 기상의 의상능선에도 가을이 익어가고
보드라운 비봉능선에도 단풍은 곱게 물들었다.
꿈길을 걸오온듯~~ 뒤돌아 보니 삼각산 주봉이 아득하다.
그 기상은 멀어질 수록 더 위풍당당~~
(비봉능선)
이찔한 문수봉 쇠줄에 의지하여 내려서니
단풍은 더없이 곱기에 암봉이 빛이 난다.
(문수봉)
(의상능선)
구불구불 돌아가는 산성은 없지만
사방으로 트인 조망이 참으로 좋은 비봉능선길을 걷는 맛도 좋다.
(앞 사모바위, 뒤 비봉).
사모바위엔 깊어가는 가을을 즐기려는 산님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곱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는 포토라인 그려진다.
발길은 한적한 응봉능선 쪽으로 향한다.
의상능선과 비봉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노적봉 만경대 백운대 염초봉이 아련하게 들어온다.
삼천사 계곡의 단풍이 절정이다.
용암문부터 시작된 산성길이 붉은빛이라면
삼천사계곡은 부드러운 노오란색의 향연이다.
산성따라,,,
단풍따라,,,
원없이 행복하고
맘껏 황홀한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