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월 보름이다 대보름 명절인데 나는 멀리 고향을 나서 남의 나라 슬쓸한 객고에 있는 신세로다 옛날 두보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먼 타관에 나서 이 날을 맞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오늘 고향의 내 집에 있는다면 새 옷을 입고 새 신도 신고 떡과 고기도 억병 먹고 일가친척들과 서로 모여 즐거이 웃음으로 지날 것이련만 나는 오늘 때묻은 입든 옷에 마른 물고기 한 토막으로 혼자 외로이 앉어 이것저것 쓸쓸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옛날 그 두보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이날 이렇게 마른 물고기 한 토막으로 외로이 쓸쓸한 생각을 한 적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어느 먼 외진 거리에 한고향 사람의 조그마한 가업집이 있는 것을 생각하고 이 집에 가서 그 맛스러운 떡국이라도 한 그릇 사먹으리라 한다 우리네 조상들이 먼먼 옛날로부터 대대로 이 날엔 으레히 그러하며 오듯이 먼 타관에 난 그 두보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이 날은 그 어느 한고향 사람의 주막이나 반관을 찾어 가서 그 조상들이 대대로 하든 본대로 원소라는 떡을 입에 대며 스스로 마음을 느꾸어 위안하지 않았을 것인가 그러면서 이 마음이 맑은 옛 시인들은 먼 훗날 그들의 먼 훗자손들도 그들의 본을 따서 이날에는 원소를 먹을 것을 외로이 타관에 나서도 이 원소를 먹을 것을 생각하며 그들이 아득하니 슬펐을 듯이 나도 떡국을 놓고 아득하니 슬플 것이로다 아, 이 정월 대보름 명절인데 거리에는 오독독이 탕탕 터지고 호궁소리 삘삘 높아서 내 쓸쓸한 마음은 아마 두보나 이백 같은 사람들의 마음인지도 모를 것이다 아무려나 이것은 옛투의 쓸쓸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