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열광시켰던 귀여운여인에서도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별로 이쁘다고 느껴지지 않는 그녀는
노팅힐에서 만큼은 반짝반짝 빛이 났었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의 줄리아 로버츠의 입술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두꺼웠지만... 노팅힐에서의 그녀의 입술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물론... 이런 여성 취향의 영화에 심취해 있다는 사실이 약간은 쪽팔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로마의 휴일의 재탕이라는 비난도 받았지만.. 오드리헵번은 떠났고.. 줄리아 로버츠는 런던에 남았다.
기자의 .. "영국에 얼마나 머무르실건가요?"라는 마지막 질문에 그녀는.."영원히" 라는 대답과 함께 흘러 나오던.."She"
이것 역시 쪽팔리는 일이지만 비행기 안에서 정말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일까... 런던에 머무르는 2주간 대영박물관도 가보고 런던파크도 가보고 뮤지컬도 보고 버킹검궁도 가보고 베트남 친구와 함께 런던의 밤거리를 거닐며 빅벤까지 걸어도 보았지만..
영국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소는 나에겐 역시 노팅힐이다.
노팅힐은 일주일에 두번 벼룩시장이 열리는 런던의 작은 거리이다. 진짜 별 특색이 없다면 별 특색도 없고... 그냥 거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참... 낭만적이고 가장 런던다운 거리이다.
벼룩시장에는 온갖 오물딱지들이 총출동을 한다. 집에서 쓰던 식기, 집에서 키운 과일, 아~주 오래된 장난감, 색이 바랜 책들, 입던 옷, 집에서 구운 빵, 기왓장, 각종 장신구, 향신료 심지어는 젊었을 때 받았던 연애편지까지 .. 아... 영국 사람들은... 이런 걸 쓰면서 사는구나..를 알려면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노팅힐을 가보면 된다.
여기서 난 친구에게 선물로 줄 불꽃이 세개나오는 라이터를 아주 헐값에 샀고... 달마시안 무늬를 한 작은 자기를 사서 목걸이를 만들어 걸고 다녔다..
사람들은 대영박물관이나 버킹검궁 같은데를.. 몇번씩 가지만... 난 2주동안 작은아버지와 두번.. 혼자서 한번... 세번이나 이곳을 갔었다.
파란색 간판을 단 노팅힐의 배경이 되었던 Travel Book Store는 실재로 보면 더 매력적인 파란색깔이고 그 건너편에는 요리전문 책자를 파는 서점도 있다... 이 거리에는... 장신구 전문 책자파는 서점, 정원꾸미는데 필요한 책자를 파는 서점 등.. 전문서점이 주욱 늘어서 있다. 이것만으로도 낭만적이지 않은가? 책방거리라..
영화에는 이런 것 까진 나오진 않았지만... 거리를 걸으며 내가 영화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도 들었다. 잠깐 휴그랜트가 되었었다..
거리밖에 내 놓은 의자에 앉아 근사한 카푸치노도 한잔했고.. 휴그랜트는 아니지만 일부러 영국 악센트를 섞은 영어를 주절거려도 보았다.
노팅힐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물론 마지막 장면도 근사했지만..
웃을지도 모르겠지만...나는 휴그랜트의 친구로 나왔던 대머리 아저씨가 참 인상적이었다..
다리를 쓰지 못하는 아내를 번쩍 안아서 침실로 옮겨주던 그의 모습은... 머랄까... 찡~~한게 느껴졌다. 휴그랜트가 줄리아 로버츠를 떠나지 못하게 하려고 달려가던 장면에서도.. 이 대머리 아저씨는 자신의 아내를 번쩍 안아 차에 태우고 냅다 달린다...
멋진 연예인과.. 평범한 책방주인의 사랑도 아름답지만... 이상하게도... 대머리 아저씨의 저런 행동에서... 더 순수한 사랑을 발견했다면... 개인적인 오바센스일까?
어찌되었건... 나중에 다시 한번 영국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노팅힐을 다시 가보고 싶다... 영화 노팅힐에서의 줄리아로버츠 같은.. 여인과 함께라면.. 더 근사하겠지.. ^^
첫댓글 오랫만에 영양가 있는 글 하나 올렸구나
선생님께서 다녀오신 곳이 영화의 배경이 되었으니 더 재미있으셨겠습니다. 영화이야기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