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포시즌(김흥수)의 산행정보창고
카페 가입하기
 
 
 
카페 게시글
백두대간 , 정맥종주 /배슈맑 님의 종주산행기 스크랩 12/15-16백운산(형제봉-토끼재)구간종주-호남정맥20차
배슈맑 추천 0 조회 15 07.12.19 14:4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산행  시간표)

12/15       22:00       신도림   출발

12/16       04:05       성불사

               05:05      등주리봉                          2.0km

               06:05      도솔봉                             2.0km

               06:47      참새미재                          1.2km

               07:25      따리봉                             0.7km

               08:00      한재                                1.0km

                            아침식사(-08:30)

               10:00      백운산                             2.4km

                            산신제(-10:30)

               12:00      매봉                                3.5km

               13:30      천왕재    

               14:00      갈미봉                             5.0km

               15:20      ?비산                             2.3km

               16:10      토끼재                             2.7km

                             12시간 05분               22.8km    

 

 (도솔봉 오름길 상고대)

(12/15 22:00) 년말을 맞아 각종 모임이 많은 계절이다. 몇몇 친구들의 모임을 일찍 서두른 탓에 자주 보지 못하는 동창들과는

올해 송년모임을 끝낸 상태다. 주말 스케쥴을 비우지 못하는 탓에 주중으로 잘 처리하였으니 다행이다. 오늘은 고교동창들의

송년모임이 있지만, 백운산 호남정맥의 종점 산행이 있고, 도담산우(자유인 대간팀)들의 축하 산행도 계획되어 다음주 송년

산행으로 만남을 미룬다. 수술 후 몸이 잘 회복된 듯한 장대장의 아내 사랑이 담긴 전화가 다정스럽다. 잘 모시고 다니시길..

신도림에서 만나는 자유인 호남 탐사팀과 축하산행팀의 반가운 악수에 산꾼들의 잔잔한 정이 묻어난다. 어린 시절의 동문수학  

하며 사귄 우정만큼이나 중년이 넘은 나이에 같은 취미를 갖고 같은 산길을 2-3년 매주 함께 하다보니 벗으로 다시 태어난다.

 

다음 주 결혼기념일을 기억하여 미리 선물을 준비한 배중위가 바쁜 공사 일정을 마치고 모처럼 외박을 나왔다. 산행에 도움이

될 마젤란 GPS를 선물로 받으니 너무 기분이 좋다. 발열 조끼를 선물 받은 물푸레는 추운 날에도 운동을 즐길 수 있다고 더욱

좋아한다. 어느 새 훌쩍 자라 부모를 챙기려는 자식들의 착한 모습에 큰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 부디 좋은 며느리들을 만나서

좋은 사랑을 나누는 가정을 꾸미고, 더 훌륭한 부모로 살아 갈 수 있기를..그리하여 내 한몸의 안위를 염려하는 작은 삶이 아니

라 주변을 의식하고 함께 도울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서, 배운 만큼 역사를 이해하고 지식인의 도리를 실천할 수 있기를..  

 

눈비가 예상되는 일기예보 속에서 내심 지리산의 조망을 놓칠까 조바심하며 내닫는, 정맥길 끝자락을 향한 작은 애마가 호남땅

을 들어서서 신나게 달리며 남원을 지나 구례 송치고개를 터널로 통과한다. 광양시내를 돌아 한밤중의 봉강천을 타고 오른 후

성불계곡 끝자락 성불사 주차장에 힘차고 즐거운 14인의 자유인 탐사대를 부린다.(03;50) 4인의 도담 축하대원들이 더 설렌다.

날씨는 생각보다 많이 춥지를 않아 다행스럽다. 오늘 긴 구간 거리에 오랫만에 무박산행을 하는 도담산우들이 컨디션 조절이 잘

되기를.. 상현의 달마저 잠든 성불계곡의 한밤중을 조심스럽게 준비하지만 절집을 지키던 개짖는 소리에 고요한 산사의 밤을

깨울까 미안스러워 서둘러 산행준비를 마친다.

  

 (잠들지 않는 광양시 야경)

 (12/16 04:05) 성불사 입구 왼쪽마당을 지나 요사채 옆으로 난 등산로 들머리를 소리를 죽이며 조용히 접어 오른다. 첫 워밍업

이 시작되는 정맥 마루금까지의 등로가 만만치 않음을 지난 구간 새재 날머리에서 경험한 터라 한시간 남짓의 된오름에 호흡을

조심스레 조절하며 대비한다. 10여분 가파른 등로를 올라 새재 갈림길에서 등로가 조금 편해 보이는 오른쪽 등주리봉(890)길로 

방향을 잡아 본다. 새재 오름길을 택해 오를 걸 하고 후회한 건, 조금 더 편한 길을 걷고나서 수북한 낙엽이 쌓인 급경사 된오름

을 맛보면서 시작되었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이 등로를 가려 오름길을 자꾸만 놓치고 미끄럼을 타면서 힘겹게 지능선 안부에

올라선다.(04:45) 시간상으로 봐서 마루금이 가까울만 한데..왼쪽 오름길로 다시 마루금을 찾아 오르는 발길이 무겁다. 마치 큰

산 도솔봉 길로 오르는 듯한 기분으로 20분여의 빡센 오름을 겪고 결국 1시간 만에 등주리봉 삼거리 이정표에 올라선다.(05:05)

 

이제 본격적인 정맥 마루금 걷기가 시작되고 어둠 속에서 마주하는 오른쪽 도솔봉이 무겁게 다가 온다. 등로에 얕게 쌓인 적설

이 미끄럽긴 하지만 아이젠을 착용하기엔 불편할 것 같아 밤 길 행보가 느려진다.지난 구간 월출봉에서 바라본 호남정맥 백운산

구간의 태극종주 굽이치는 마루금을 이 한 밤에 걷고 있는 마음이 왠지 크게 짓눌려 오는 까닭은 무엇일까..지난 초봄 눈이 쌓인

영취산에서 출발하여 10개월 1200리를 밤낮으로 걸어오면서 함께 눈물 짓고 가슴 앓이를 해가며 이 길을 되돌아 더듬어 오던

숱한 영혼들과의 동행도 이젠 백운산 신령께 작별을 고하고, 올해가 저무는 날 광양만 외망포구에서 멀리 도솔천으로 띄워 보내

며 이별을 고하게 되리라..부디 이 땅의 근세 100년의 아픈 역사를 담은 채 밤새워 타오르는 저 광양의 새로운 삶을 위한 몸부림

을 기억하면서 앞날의 영광을 후세에 맡기고 이제 안식의 세계로 건너가 평온의 잠을 청하시기를..

 (도솔봉)

완만하고 큰 고도차이가 없이 약간의 너덜길이 반복되는 마루금을 지나 암릉길을 오르니 봉우리 왼쪽 사면을 지나며 랜턴 불빛에

빛나는 상고대가 새하얗게 산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영하 10도를 가리키는 날씨에 다행히 왼쪽 구례 간전면에서 올라오는 바람

이 거세지는 않아 견딜만하다. 방풍옷의 깃을 여미고 체온을 보존한다.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서 암릉을 타고 오르니 헬기장이 있는

1023봉을 지난다. 지도상의 속초봉 갈림길로 짐작이 되지만 북쪽 간전면 계곡은 아직도 깜깜하다. 봉우리 왼쪽 사면길로 다시 내려

와 20여분 눈이 쌓인채로 미끄러운 산죽길의 오름을 지쳐서 도솔봉(1123) 정상에 힘겹게 올라 서지만 사위는 어둡고, 짙은 어둠속

에서 오직 광양만의 잠들지 않는 용광로가 붉게 남쪽 하늘을 물들인다. (06:05)   

 

도솔봉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따리봉을 향해 급경사 내림길을 짧은 철계단으로 시작한다. 키높은 철쭉 내림길에서 결국 아이젠을

꺼내어 착용하니 한결 미끄럼을 견디나, 급한 암릉 내림에선 오히려 불편하기도 하다. 발목을 조심하며 다시 철계단과 산죽길의

급한 내리막을 거친 후 안부를 지나 작은 오르내림으로 헬기장에 올라선다.오른쪽 따리봉이 여명 속에서 검게 반긴다. 오른쪽 사면

길로 다시 내려와 참새미재에 내려선다.(06:47) 어디인가 가까운 곳에 참샘이라도 있을 법 한데..따리봉 오름길이 군데 군데 이어지

는 암릉길로 연속하니 만만치 않다. 산죽 급경사길과 철계단을 번갈으며 암릉지대를 꾸불거리며 한없이 오른다. 빤히 올려다 보이

던 선두조의 불빛을 좇아 마지막 철계단을 힘겹게 올라서고 암릉을 기디시피 긁어 오르니 바위 전망대에서 뒤돌아 보는 도솔봉이

여명에 빛나며 고운 얼굴로 분바르고 잘가라 손을 흔든다. 어둠 속에서 그냥 지나온 발걸음이 야속했던 모양이다.(07:20)

 

  (백운산 일출)+(광양만 새벽) 

(07:25)육산의 백운산 일대에 유난히 그 봉우리들은 큰 암반 덩어리로 급경사를 이룬다. 큰 바위가 또아리를 틀고 앉은 똬리봉에 올

라서기 위하여 짧은 다리로 안간힘도 쓰고 바위틈을 긁으며 미끄러운 눈길오름에 신경이 곤두선다. 정상표지석에 올라 앉아 백운산

일출을 기다려 본다.  광양만 넘어 멀리 남해까지 붉게 물들이는 새벽의 화려한 여명을 맛보며 밤을 새워 달려 온 무박산행의 보람을

또 한번 느끼고 긴 휴식을 취한다.어디선가 가늘은 기적소리가 들려온다.섬진 철교를 건너는 새벽기차일까..아니면 한많은 영혼을

떠나 보내는 어느 설움이 있어 삼경도 지난 밤에 밤장(月葬)을 지낸 자식들이 상여꾼도 없는 새벽을 외롭게 달궁질하는 것일까..

 

어느새 겨울이 바위와 함께 또아리를 틀고 앉아 충분한 휴식을 취하려는 산객을 몰아 내린다. 땀이 식으며 아침 추위를 느끼니 한재

내림길로 접어든다. 암릉 내리막을 거쳐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를 넘어서니 왼쪽 내리막길에 낡은 헬기장을 지나면서 산죽길을 급경

사로 내려선다. 한재로 내려서는 급한 내림길에는 멋진 바위들이 군데 군데 보이고 이제 솟아오른 아침 해로 사위가 밝아진다.아이젠

을 착용하지 않은 운해선배의 미끄러짐이 반복되어 불안한 마음으로 뒤를 따르며 산죽길을 지쳐 넓은 고갯길의 한재에 내려선다. 큰

고개(大峙)가 아니라 寒峙라는 운해선배의 설명에 또 다른 추위를 느낀다.(08:00) 선두조와 만나 아침상을 펼치니 이 또한 행복이다.

(구례 간전/광양 옥룡) 진틀 외딴집에서 고개를 넘어 섬진강 건너 화개장터에 모였던 백성들은 영혼을 찾아 지리산으로 올랐을까...

 

 (지나온 길;도솔봉-따리봉-신선봉..)

(08:30) 아침 식사와 긴 휴식을 끝내고 백운산 오름길로 나서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좋은 날씨를 보여주는 아침이 오늘 상봉에서

호남정맥의 완주를 기념하는 감사제와 자축의 마당을 즐겁게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낭 속을 차지한 제수 과일과 막걸리에도

무게를 느끼지 않는다. 산죽길의 된오름과 철계단을 올라 큰 봉우리 오른쪽 사면을 돌아 오르니 헬기장에 다다른다.(09:00) 산죽길이

이어지고 암릉을 지나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고 산죽길을 오르내린다. 점점 날씨는 맑아지고 있지만 겨울이 자리한 1100m고지는 여전

히 차가운 날씨다.봉우리를 오른쪽으로 감아 돌고 철계단 암릉과 목책을 거치며 힘겨운 사투를 벌이며 바위 봉우리에 올라서니 소나

무가 예쁘게 자릴 잡고 지리산이 한 눈에 들어 온다.지나온 능선들이 굽이치며 뒤따른다. 장엄한 태극능선이로고..(09:37)

 

이어지는 철계단 암릉을 올라 신선봉이 마주보이는 봉우리를 넘고, 신선봉 오른쪽을 감아도니 작은골 정상을 넘어선다. 다시 바위

지대를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철계단을 밟고 내려서니 병암계곡을 거쳐 진틀 삼거리에서 올라오는 등로 이정표를 만난다. 훗날 백운산

-억불봉 계곡 산행시에 걸어 올라야 하리라..신선봉에서 백운산 상봉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암릉길을 오른쪽으로 함께 걸으며 큰 너덜

길을 지그재그로 걸어 넘는다. 철계단과 로프잡이를 거치며 백운산 상봉(1217.8m) 좁은 정상에 올라서서 감회에 젖은 채로 지리산을

향한다.(10:00) 맑은 날씨로 반겨주는 천왕봉-반야봉 지리주능이 하얀 눈길을 장식하며 한눈에 들어 온다. 아..여기 이곳이 내 땅 밟아

먼 길 걸어온 우리들의 영혼들이 정녕 그리도 그리워하던 자유의 땅이란 말인가..오른쪽 동곡계곡, 왼쪽 어치계곡,북쪽 금천계곡의

영혼들이 잠에서 깨어 춤추며 함께 오른다. 밝은 세상을 꿈꾸고 더 이상 권력의 힘에 짓눌리지 않는 자유를 노래하며...

 

 (백운산 상봉에서 지리를 마주하다)

 (백운산정상) 

상봉 아래 이정표 뒷쪽의 억불봉 능선길과 매봉 능선길이 갈라지는 공터에서 백운산 정상을 향해 조촐하나마 정성들여 짊어 지고 온

제수를 차리고 올 한해 1200리 가시밭길을 헤쳐온 자유인 탐사대 동지들과 함께 무탈 산행에 대한 감사의 산신제를 올린다. 이제 여

기까지 뒤뚱거리며 달려온 내 발길도 저 매봉 능선을 돌아 남으로 흘러 내리면 눈물의 섬진강 어귀에서 남해를 만나 걸음을 멈추겠지..

먼 길 밤을 새우며 새벽을 도와 함께 따라 내리던 슬픈 영혼들도 50여년전 떠났던 고향 언덕을 굽이쳐 저 바닷가에서 훌훌 떠나가며

작별을 고해야 하리라..북어포 이슬이 한 잔에 겨우겨우 참아 내던 울음이 터질 것 같아 나그네 눈물 고인 시선을 멀리 남해쪽으로

향한다. 호남기맥 마지막 능선 넘어 섬진강 하동 포구에 금오산(849)이 오똑하고..남해로 이어지는 산그리메가 눈물겹게 다가온다.

 

 

 (하동쪽 산그리메..금오산이 우뚝하고..남해로 이어진다.)

(10:30) 남쪽 억불봉으로 향하는 편한 능선길을 버리고 동쪽 숲속 급한 내리막을 미끄러지듯 아이젠을 착용하고 매봉을 향한다.

100여m 고도를 순식간에 낮추고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를 넘어 서면서 남쪽 햇살에 눈마저 녹은 수북한 낙엽길을 큰 무리 없이

오르내린다. 다시 그리 가파르지 않은 능선 봉우리를 오르니 멀리 매봉 넘어 하동 악양면 평사리 마을들이 구재산 아래 펼쳐진다.

저기 어느 곳에 최참판 댁도 자리하고 있으련만..내리막길에서 어치계곡의 산간 끝마을 내회마을 삼거리를 지난다. 지리산 부근

에만 자생한다는 노각나무(비단나무) 매끈한 줄기도 눈에 띈다. 사그락거리는 낙엽길이 포근함을 느끼게 하며 천천히 백운산을

뒤돌아 보면서 호남정맥의 끝자락 호남기맥을 따라 내리며 남해 포구를 향한다.

 

천천히 고도를 낮추며 헬기장 작은 봉우리에 매봉 이정표가 있다.잘 알려진데로 가짜 매봉이다. 잘못 설치된 이정표 하나가 여러

산객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지만 몇년째 고쳐지질 않는구나..대구 산사랑 산악회의 친절한 표지판을 떼어서 진짜 매봉으로 옮겨

다 달아주기로 한다. 오른쪽 내림길을 거쳐 편안하고 길게 이어지는 능선을 지루하게 이어가다가 작은 봉우리를 넘어선 후 헬기장

이 있는 진짜 매봉에 짧은 된오름으로 올라선다.(12:00)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선두조를 만나 복분자 한 잔을 보충하니 힘이 솟는다.

마주하는 하동 땅 너머로 낙남정맥 길들이 파도처럼 다가오며 내년 가을쯤 고향 땅을 향해 걸어 갈 내모습이 터벅거린다. 

 

 (매봉가는 길..구재봉 넘어 낙남정맥이 다가오고..)

매봉에서 정맥길은 직진하는 골안마을 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급격히 휘어지며 ,섬진강을 왼쪽에 함께하고 오른쪽 억불봉 능선을

바라보며 어치계곡을 따라 남으로 방향을 잡는다.작은 봉우리를 넘어서서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90도 방향을 틀어 긴 내리막을

밟는다. 봉우리 오른쪽 사면을 돌고 점점 고도를 낮추어 가며 급경사를 밟아 내린다. 오른쪽 내회마을로 이어지는 안부를 지나

올라서니 헬기장이 있는 512.3봉을 지난다.(12:52) 여전히 나부끼는 '준.희'님의 표지판이 새하얗게 빛난다. 이제 이 길의 끝에서

그마저도 그리울게다..다시 내리막 길에서 천황재(진동재;상관/내회)를 지난 후 작은 봉우리들을 끊임없이 오르내린다. 왼쪽에

보이는 갈미봉 삼각 봉우리만 오똑하다.지게교 삼거리를 지나고 천왕재(배딩이재) 안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도담산우들은

오른쪽 외회마을로 하산하여 어치계곡을 맛보기로 하고 후미대원과 함께 서둘러 갈미봉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13:38)

 (섬진강 하동포구, 청매실농원)

작은 봉우리를 가볍게 넘어서니 왼쪽으로 방향을 잠시 바꾸며 짧은 급경사를 지쳐 올라 왼쪽 갈미봉에 다다른다.(14:00) 후미조들을

만나고 오른쪽 으로 급히 꺾어 내리는 등로를 따라 왼쪽 개박골재를 지난다. 작은 봉우리를 넘어선 후 암릉지대 오르막에서 전망 좋

은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마지막 간식을 즐긴다. 늘 후미를 따르며 호남길을 함께 했던 운해 선배와의 다정한 걸음도 이제 한

구간 남았구나.. 마이산 아래 진안읍에서 하룻밤을 머문 후 금남호남 마지막구간을 위해 단둘이서 부귀산을 넘던 지난 봄, 황사로

뒤덮힌 마이산을 뒤돌아 보고, 모래재 조약봉에서 외로운 절도 함께 올렸었지요..훠이적 훠이적 부드러운 걸음이 생각나겠지요..

 

10여분의 휴식후 암릉지대를 기어 올라 이 후 ?비산까지 대여섯개의 작은 봉우리들을 넘기가 만만치 않다. 계속되는 암릉길에서

지친 발품이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오르내리다 보니 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바람재 갈림길을 지나 마지막 ?비산 정상의 무인

감시탑이 반갑다.(15:20) 초라한 정상석이 동네 어귀의 말뚝처럼 꽤 넓은 터를 지키고 있다. 발 아래 청매실 농원의 관광객들이 봄

이면 꽤 많이 붐빈다는데..오늘처럼 쪽빛이 감도는 정상이라 이름 붙었을까..매화나무 화려한 길에 쪼삣한 봉우리가 예뻐서 붙인

이름일까..여기까지의 매화능선에도 좋은 산길을 꾸미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해도 될터인데..이미 계획된 시간이 꽤 지체된 탓에 쉬질

않고 토끼재를 향해 발길을 서두른다.

 

 (지나온 백운산..어치계곡을 따라서..)

 편안한 능선길을 뛰다시피 오르내리며 두어개의 봉우리를 넘어선 후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리본을 따른다. 또 다시 작은 봉우리

들을 그리 힘들지 않게 오르내린 후 능선 삼거리에서 90도 왼쪽으로 급히 내려선다.왼쪽 발 아래 저수지가 있는 마을이 보이면서

쓸모 없는 철망길이 이어진다.오른쪽 마을로 내려서는 길들을 무시하고 어렴풋이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지루하게 작은 봉우리를

마지막으로 두어번 넘어 서고나서야 왼쪽 급한 내리막을 거쳐 느랭이골 임도에 내려서니 토끼재를 넘는 불암산 앞자락에 큰 농원

을 꾸미는 공사가 계속 진행중이다..참 많이도 깎아먹고 있구나..아무리 제땅이라도 이렇게 외진 고갯길에서 무슨 영화를 누리겠

다고..발보다도 아픈 가슴을 안고 다음을 약속하며 하동읍으로 재첩국집을 찾아 나선다.

 

1910년 56세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梅泉 황현 선생의 외침이 지난 구간 성불계곡을 지나 선거벽보가 덕지 덕지 길게도

붙어 있는 매화마을에까지 이어진다.

 

"한강물이 흐느끼고 북악산이 신음하는데..

 세도가 양반들은 티끌속에 묻혀 있네.

 청하노니 역대 간신전을 훑어 보소

 나라 팔아 먹지 나라 위해 죽어간 자 있었던고.." 

(내일은 선거날..전부 미쳤구나...)

  

 (산에 사는 물개)

12/18 道然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