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질을 위한 설계
DP-29F는 철저하게 턴테이블 입문자를 위해 최소한의 세팅만으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제작되었다. 하지만, 음질에 관해선 좀 의외라고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다듬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DP-29F는 견고한 다이 캐스트 알루미늄으로 정밀하게 제작되어 관성 질량이 일정하므로 턴테이블이 완벽하게 안정적으로 회전한다.
둘째, 어차피 입문형 턴테이블에서 회전 토크가 강하지 못한 모터를 사용할 바에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을 포기하고 유럽에서 선호하는 벨트 드라이브(DC 서보 모터)를 채택하여 유연한 음색을 의도했다.
셋째, 카트리지 일체형 톤암의 단순한 외형과 달리 다이나믹 밸런스 타입을 채택하였다. 일반적으로 침압을 중력으로 주는 방식과 스프링의 힘으로 주는 두 가지 타입이 있을 때 스프링으로 침압을 주는 다이나믹 밸런스 방식이 음질상 유리하다고 평가된다. 대표적인 턴테이블의 레전드로 회자되는 LP12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더 비싼 레가 플레너 시리즈가 스태틱 밸런스 타입임을 고려하면 이는 분명 차별화된다. 외형상 비슷한 마란츠 TT5005도 비슷한 방식으로 보이는데 마켓에서의 가격은 더 높다.
넷째, 3.5g이라는 높은 침압을 사용하여 중후하고 안정감있는 음색을 의도했다.
다섯째, WOW와 flutter은 0.15%로 경량 턴테이블임에도 왜곡율이 낮다.
2. 사용상의 특징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첫째, 풀오토매틱과 수동 두 가지 모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사용상의 편이성이 높다.
둘째, 33 1/2, 45rpm 두가지 속도를 지원하고, 별도로 45rpm 어댑터도 제공해 싱글 앨범도 재생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현재 들을 수 있는 거의 모든 LP에 대응한다.
셋째, 포노 이퀼라이저를 내장하여서 기존의 앰프에 곧바로 연결해서 쓸 수 있도록 했고, 별도의 포노앰프나 포노단자를 지원하는 앰프를 구비하고 있는 유저를 위해 내장 이퀼라이저를 On/Off 시킬 수 있다.
넷째, 고정형 카트리지가 기본 달려있어서 구입 즉시 LP를 즐길 수 있고 400시간 사용후에는 전용 스타일러스인 DSN-82로 교체하여 사용할 수 있다.
다섯째, 파워케이블과 포노 케이블이 기본 장착되어 있어서 관리에 편리합니다.
3. 박스를 개봉하게 되면 구성품은 어떻게 되는가?
우리의 호기심 많은 스태프들은 직접 박스를 개봉하면서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1. 전원선, 포노케이블, 톤암, 스타일러스가 일체화된 턴테이블 본체
2. 플라스틱 더스트 커버
3. 알루미늄 플래터
4. 고무벨트
5. 고무 매트
6. 45rpm 싱글앨범용 어댑터
7. 사용 설명서 및 8. 보증서
구입후 조립은 사실 눈감고도 가능한 수준이니까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4. 청음 테스트
재생음반: 무한궤도 1집, 슈베르트 연가곡집(SEL-200 145), 모차르트 작품집(SMITHSOMIAN COLLECTION OF RECORDINGS), 하이든
재생 시스템: 오디오랩 8300A 인티앰프, 헤코 다이렉트 스피커, 데논 DP-29F, 레가 RP1 퍼포먼스팩(카트리지 바이어스2)
동일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포노단자는 오디오랩 8300A의 MM포노단으로 통일하였다.
신나는 곡부터 시작해 보았다. 록음악에서 레가 RP1 퍼포먼스 팩은 확실히 활달하고 다이나믹스와 리듬감이 뛰어나서 마치 시디를 듣는 듯 하다. 반면 데논 DP-29F는 유연하고 두툼하고 저음이 풍성하여 오히려 록음악보다는 클래식 쪽에 더 친화성을 보여서 놀랐다.
예를 들면 슈베르트의 가곡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의 첫 번째 곡 방랑(Das Wadern)은 디스카우의 인생작이라 할 첫번째 슈베르트 가곡집에서 뛰어난 리듬 감각과 때묻지 않은 섬세한 톤을 과장없이 담백하게 표현한다. 독일 가곡의 팬이라면 부담없이 구비해서 LP로 들어보면 좋겠다.
더구나 DMM(다이렉트 메탈 마스터링)으로 제작된 스미소니언 협회의 원전연주반인 모짜르트의 Eine klieine Nachtmusik에서는 거트현 특유의 실랄함과 잘게 부서지는 현음의 반짝거림을 편안하게 무두질하여 들려준다. 클래식 음악을 좀 안다고 할까? 이경우 오히려 시디보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어서 안심했다.
내친 김에 들었던 하이든 현악사중주에선 풍성한 저음과 유연한 바이올린, 그리고 비올라의 어른스러움이 아기자기한 음장 속에서 펼쳐진다. 오랫동안 음악을 들어도 결코 귀가 피곤해지지 않는다.
5. 맺는말
3.5g이라는 침압은 데논의 입문기 MM카트리지에서 컴플라이언스를 낮게 가져가서 두툼한 텍스처와 듬직한 저역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만은 아닐 것이다. 풀오토 방식의 작동시에 아무래도 사람의 손보다는 좀더 투박한 움직임을 보일 수 밖에 없는 LP재생 시작시 톤암이 자동으로 내려가면서 생기는 충격에도 캔틸레버가 충분한 내구성을 유지하기 위함임을 알게 된다. 오랜 경험에서 건져낸 교묘한 설계이며, 이런 노하우들의 집합체가 DP-29F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데논다운 심지있는 음색은 그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