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브라질 교민과 함께한 가요무대
심 영 희
매주 월요일이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가요무대를 즐겨본다.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하는 시간이다. 사회자를 비롯해 가수들과 만나는 즐거운 시간인 동시에 노랫소리도 듣기 좋다. 나는 요즈음 나오는 신곡보다는 흘러간 옛 노래가 좋다. 구성진 가락도
좋지만 더욱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가사의 내용이다.
조국의 서러움과 아픔을 노래했는가 하면 개인의 기쁨과 비애 등 적절하게 만들어진 가사는 그 시대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 또 프로그램 구성도 어느 때는 고향을 주제로 하기도 하고 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계절별로 모아놓기도 하고 시원한 바다노래 모음에 타계한 가수들의 노래를 모아 추억을 되돌리기도 한다.
오늘 가요무대는 더욱 색다른 방송이다. 마침 오늘이 광복절이라 아침에
태극기를 내걸면서 기분이 상쾌하다. 그나마 좋은 시대에 태어나 일본인의 만행을 몸소 겪지 않았다는 게
행운이다. 어른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분노를 느껴온 지 수십 년.
71년이란 세월을 자유를 찾고 나라를 찾아 살고는 있는 민족이지만 일제치하 36년과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가족과 동포들을 생각하며 울분과 눈물로 지새워야 했던 우리의 선대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이만큼 자리를 잡았다.
온실에서 자란 화초 같은 요즈음 어린 청소년들은 올 여름 무더위도 이기지 못하고 지치고 힘들어하는데 일제치하에서
독립만세를 부른 학생들과 한국전쟁에서 학도병으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젊은 영웅들이 하늘나라에서 지금의 청소년들을 얼마나 안타까워하고 있을까 또
나라걱정에 편안하게 잠들지 못한 영혼은 없는지 마음 아프다.
오늘은 71주년 광복절 그대들의 나라사랑으로 이 나라가 번창하고 발전하며
세계인과 발맞추고 있으니 편히 잠드소서. 그들의 넋을 위로라도 하듯 오늘이 월요일이라 가요무대는 어김없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나라 찾은 기쁨의 날 광복절보다는 브라질 리우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에 더 열을 올리는
세대들이 많아 아파트 국기 계양대에는 태극기 그림자도 없는 세대가 많다.
광복절과 리우올림픽이 함께 가는 오늘 가요무대도 지구 반대편에 있다는 브라질에서 특집 가요무대 브라질 공연 ‘브라질에
핀 코리아의 꿈’이란 타이틀로 시작되었다. ‘브라질
교민합창단’의 꽃중의 꽃과 향수로 문을 연 가요무대는 시작부터 큰 기대가 되었다.
‘고향만리’를 설운도 씨가 열창을 하는가 하면 문희옥 씨가 부르는 ‘고향초’는 잔잔한 한국의 여인상을 연상케 해서 인상적이었다. 김용임, 김국환, 현철
씨가 차례로 나와 고향과 관계 있는 노래를 부르는데 고향설 노래를 부를 때는 배경까지 인공눈이기는 하지만 눈발이 휘날려 더욱 실감이 났다.
장은숙, 현숙, 박애리 인기가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중에 내 가슴에 안개처럼 피어 오르는 장사익 씨의 ‘찔레꽃’은 가슴이 시리다 못해 눈물이 난다. 이 노래를 들은 교민들 가슴에는
‘찔레꽃’이 어떤 형상으로 남아 있을지 궁금하다.
오래 전에 춘천에서 처음으로 장사익 씨의 공연이 있었는데 ‘이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로 시작하는 ‘희망가’를 얼마나 실감나게 부르던지 그 후 장사익이란 이름을 잊어버리지 못했는데 오늘 가요무대 브라질 공연에서 부르는
‘찔레꽃’은 오래 전 그의 모습과 똑같았다.
우수에 가득 찬 눈 무엇에 놀란듯한 토끼눈 같은 그의 눈과 힘주어 노래하는 그의 입 놀림과 목소리는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노래가사도 눈물이 나도록 서럽다고나 할까 교민들의 아픔과 희석되어 관람석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닦으며 흐느끼는 사람들이 보인다.
육십 년대 초 이민을 시작해 53년의 역사탑을 쌓았다는 브라질 교민들, 짧은 시간 소개되는 그들의 삶은 가난하고 힘든 고난의 길이었지만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지금은 브라질에서 코리아타운을
조성하고 브라질에서 인정받는 의류산업을 이루어냈다는 그들의 업적에 감탄하며 격려와 찬사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가난한 나라에 태어나 먹고 살기 위해 고향과 고국을 떠났던 그들이 그곳에서 2대, 3대, 4대까지 함께 모여 고향과 고국을 그리며 살아갈 것이다.
교민 자녀인 초등학교 4학년인 이유정 어린이가 등대지기를 부르는데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민을 가는 초등학교 친구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던 고향의 친구들이 그에게 마지막으로
불러주었던 노래가 바로 이 등대지기였는데 그 소녀는 자라서 어느새 아이엄마가 되었다는 얘기는 전설처럼 들렸다.
또 벌써 오 남매에서 4대까지 20명이
넘게 가족이 늘어났다는 대가족이 무대를 가득 채우고 부르던 노랫소리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한창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1부공연은 막을 내리고 다음주에 이어지는 2부공연을 기다리며 아쉽게 가요무대와 잠시 이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