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울린 손자
대가족 집안에 맏며느리로 시집 와
한번 모이면 스물두 명이 되는 가족들을
명절마다, 시부모 생신마다, 남편 생일마다 챙겨온 아내는
형제들과 조카들에게도 범 가족적으로 생일을 챙기는 문화를 고착시켜
지금도 가족 카톡방은 일 년 내내 축하메시지로 가득합니다.
물론 늘 함께 하실 줄 알았던 부모님은 곁에 안 계시고
둘째누이네 가족은 캐나다에 가 살고 있지만
그 빈자리는 사위나 며느리, 손자 손녀가 채우고 있지요.
엊그제 66세(내년에도 그 나이이지만^^) 생일을 맞이한 아내를 축하하며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자가 저녁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이들이 준비한 선물을 받던 아내는
제법 두툼한 현금봉투보다 손자의 편지를 먼저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모두에게 들리도록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이 할미가
갑자기 울컥 하더니 눈물을 찔끔 거리고 더듬거리며 울먹였습니다.
허참...
나이 먹어 그런지 남이 그러면 덩달아 울컥해지는 걸 참았지요.
우리 지오가 장가가려면 앞으로 20년은 지나야 할 것 같은데
허허허~
아내는 남자보다 평균 수명이 긴 여자이고,
게다가 나 보다 한 살 덜 먹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음력 생일이 동짓달 스무닷새인 아내는 생일이 없는 해도 있는데
내년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바로 그런 해입니다.
※ 할아비 생일 때 준 편지와는 격이 다릅니다.
그때는 막 1학년 입학했을 때이고
지금은 동생들이 생기는 2학년 진급을 앞두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