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OF 학술 특집③] 컨퍼런스 : 해외 만화콘텐츠 시장동향 및 진출전략 모색

[정광철]

[BICOF 학술 특집③ ]

컨퍼런스 : 해외 만화콘텐츠 시장동향 및 진출전략 모색

1. 시작
8월 16일 오후 3시에는 복사골문화센터 1층 판타지아극장에서 해외 만화콘텐츠 시장동향을 알아보고 진출전략을 모색해보는 컨퍼런스가 열렸다. 김병수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컨퍼런스는 미국, 일본, 중국의 시장 현황과 우리나라 만화가 각 국가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알아보고 외국에서 우리 시장을 넓힐 수 있는 방법 등을 모색해보는 시간이었다.


2. 첫 번째 발제
첫 발제를 맡은 사람은 에디 스튜디오의 대표를 맡고 있는 에디 유 씨로 미국 출판만화시장의 현황과 연계전략을 이야기하였다. 미국에 진출한 일본 만화와 국내 만화의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발제문 다이제스트.

미국에서 만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바로 Comics와 Graphic Novel인데 Comics의 경우는 DC, Mavel 등에서 출판되는 올컬러 만화인 Issue Book, Issue Book을 단행본으로 묶어서 만든 T.P.B (Trade Paper Book)로 나뉘고 Graphic Novel은 보통 단권으로 발행되는 흑백만화인 Black & White, 일본과 우리나라 만화를 뜻하는 Manga와 Manhwa로 나누어진다.
미국 시장은 2003년을 기점으로 Graphic Novel이 Comics를 앞서나가기 시작하는데 이 Graphic Novel의 출판사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일본 출판사들의 현지 법인인 VIZ가 가장 큰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일본 만화가 조류를 타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로 매년 약 2배에 달하는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이렇게 일본 만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퍼히어로물이 대부분인 Comics와 달리 현실에 바탕을 둔 스토리와 다양한 장르를 들 수 있는데 이 밖에도 일반 프렌차이즈 서점들을 이용한 유통망의 확보, 여성 독자층과 어린이 독자층의 확보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외국 라이센스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출판사들의 경우는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기도 하고 공동 작품을 만들기도 하는데 TOKYOPOP에서는 한국 만화가 어느 정도의 판매량을 보이자 블리자드사의 워크래프트 만화판을 한국 작가와 미국 소설가의 공동 작업으로 발매하여 5만권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 작품들의 진출이 본격화된 시기는 2003년으로 일본 라이센스에 치중했던 출판사들이 일본 출판사들의 현지 법인 설립으로 인해 생기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 작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이후 2005년에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서 국내에서도 시공사를 주축으로 한 현지 법인 아이스 쿠니온을 설립하여 움직이게 되는데 이 당시 일본 작품들이 폭력성 등의 문제로 미국 내 소비자들의 항의를 받은 상황을 참고하여 국내 순정 만화들을 우선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인터넷은 아직 열려있는 시장으로 인터넷을 신인작가 소개 창구 혹은 작품의 프리뷰용으로만 생각하는 시장의 인식과 인터넷을 공짜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의 인식이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만화의 주 소비층인 10대들의 인터넷과 휴대폰 이용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가 대형 포털 사이트 등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내 작품을 팔 수 없는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국내 시장이 어려운 만큼 세계로 눈을 돌려 저작권 판매 혹은 현지 작품과의 로컬라이징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으면 한다.

3. 두 번째 발제
두 번째 발제는 스퀘어에닉스 출판부 소속 편집자 이현석 씨의 일본만화 시장동향 이야기였다. 최근 우리나라 만화가들이 일본에 진출하는 일이 많아진 만큼 일본의 시장동향 이야기는 많은 참고가 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다음은 발제문 다이제스트.

일본 만화 시장은 현재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전성기에는 1조엔 가까이 되던 만화시장이 현재는 거의 반토막이 난 것이다. 특히 잡지 시장이 크게 줄었는데 메이져 출판사의 잡지를 포함한 잡지시장의 전체적인 침체가 발생해 잡지들을 정리하는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발생한 것인가? 우선 꼽을 수 있는 문제는 인구의 감소이다. 일본은 오랜 기간동안 출산율이 상당히 낮았다. 주 소비 대상인 10·20대의 젊은 층이 줄었기 때문에 판매량 또한 줄어든 것이다. 두 번째는 놀이문화의 다양화이다. 최근에 널리 보급된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인해 값싼 놀이문화의 대표주자였던 만화잡지가 메리트를 잃어버리면서 판매부수가 감소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단적인 예이고 문화의 다양화와 세분화를 통해 발생하고 있는 새로운 만화시장의 모습이라는 생각으로 조명해보겠다. 이러한 생각의 이유는 잡지 시장과 달리 단행본 시장은 다시금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잘 팔리는 작품 중 하나인 원피스가 이전에 가장 잘 팔리는 만화였던 드래곤볼 등의 판매부수를 뛰어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그 대표적 예이다.

즉, 지금까지의 만화시장이 거대 메이져 잡지들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자잘하게 나뉘어져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만화독자들 또한 꿈과 희망 같은 거창한 슬로건만이 아닌 자기 주위의 일상 같은 소소한 소재들도 찾기 시작하면서 잡지 하나가 수백만부 팔리는 것이 아닌 여러 잡지가 수십만 부 팔리는 시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모바일 만화 시장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하는 것이 널리 보급되었는데 이 휴대폰으로 만화를 다운로드하여 보는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본래 책 이외의 매체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던 출판사들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중이다.

이제 이야기를 바꿔 일본에서의 한국 작가들 이야기를 해보자. 약 5년 전부터 한국 만화가들의 진출이 굉장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유를 살펴보면 거대 잡지시장이 무너지고 다수의 잡지들이 생겨나면서 더 많은 작가진이 요구되는 이유도 있으며 일본 작가들보다 디지털 작업에 강해 인력문제가 크지 않는 등 여러 이유가 존재한다. 물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사 쪽에서의 번역 문제라던가 비주얼 중심의 사고방식 문제 등으로 일본 편집자들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 외에는 잡지를 운영하는 인력과 자본의 문제로 이런 부분은 교육기관의 노력을 통해 좀 더 기획력 있고 경쟁력이 있는 만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4. 세 번째 발제
마지막은 중국 안후이 출판그룹의 총 경리를 맡고 있는 쩡 짜오용 씨의 중한학습형 만화출판산업의 분석과 전망에 대한 발제가 이어졌다. 중국 내에서 한국 학습만화가 끼친 영향과 앞으로의 시장 전망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발제문 다이제스트.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질적인 면이나 양적인 면에서 큰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전달 매체가 다양해짐은 물론 운영 모델도 성숙해졌습니다. 이런 발전 속에서 만화출판 산업이 애니메이션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위치 등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선진국의 만화산업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횡적으로는 타 산업과의 융합, 종적으로는 관련 비즈니스들의 확장을 들 수 있겠습니다. 중국에서의 만화시장은 아직 활주로에 서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독창적인 만화잡지들이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전의 권위 있던 잡지들이 휴간하거나 아동 연령층으로 내몰리는 것과는 달리 독자적인 특색을 지닌 잡지들이 독자적인 애호가 층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만화도서 또한 기대 이상으로 번창하고 있습니다. 인기 있는 만화잡지의 작품은 물론이고 출판사-애니메이션 제작사-방송국의 새로운 연계로 인기작들을 많이 배출했습니다. 앞으로도 중국의 만화출판 산업은 독창적인 내용의 작품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여러 매체형태를 통해 시장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한국은 20세기인 90년대 외국 만화들로부터 탈피하여 독자적인 길로 전성기에 진입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에 좋은 귀감이 되고 있는데 특히 저희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단연 학습만화입니다. 만화와 지식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형태로써 한국 내 학생들은 물론 교사와 학부모들의 인식까지 바꾸었으며 무엇보다도 이로 인해 파생된 여러 상품들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입니다.

중국은 최근에 와서야 학습만화 붐이 일고 있습니다. 아직 규모나 브랜드가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베스트셀러 학습만화의 판매를 통해 시범반응을 보았는데 이 곳에서도 학부모와 교사들의 편견을 크게 전환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생상품의 시장 또한 중국 가정의 교육열과 청소년 독자 시장을 봤을 때 매우 무한한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만화산업은 중국과 비교해 시작이 빨라 모든 방면에서 성숙한 단계에 있습니다. 더 많은 교류와 협력으로 양국의 만화산업이 진일보하고 나아가 모든 영역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5. 질의응답
이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에디 유 씨에게는 앨범 북의 포맷에 관한 질문과 코믹과 코믹스의 혼용 사용에 대한 질문이 먼저 이루어졌는데 앨범 북은 약 64페이지의 양장본을 주로 뜻하며 판형도 A4 크기로 다른 책들과 차이가 있음을 답했다. 코믹스와 코믹의 차이에 대해선 같은 뜻으로 일반적으론 코믹스를 사용하며 간간히 코믹도 사용된다고 밝혔다. 다음 질문은 아이스 쿠니온이 엔프레스로 인수 된 것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에디 유 씨는 자신도 당시 시공사에 있었음을 밝히며 거시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밝히기도 했다.

이현석 씨는 일본의 OSMU 전략의 변화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이현석 씨는 대형 잡지 시장이 무너진 것을 이야기한 것이지 대작들이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현재 일본의 OSMU 시장은 과포화 상태에서 정리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밝혔다. 다음 질문은 일본 출판시장의 붕괴로 만화가 다른 콘텐츠를 위한 소스로 변화하는 모습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이현석 씨는 일본 만화 단행본 시장은 아직 굳건하다고 하다고 밝히면서 "알려진 것과 달리 애니메이션 화가 큰돈이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애니메이션을 통한 홍보 및 단행본의 판매량 증가가 더 수익성이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쩡 짜오용 씨에게는 중국 당국의 규제정책에 대한 질문과 중국 내 저작권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쩡 짜오용 씨는 이에 대해 현재 한국 수출 상품들의 양이 준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규제정책은 오해라는 생각한다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에 관한 폭력성·선정성 심의는 존재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의 문제에 대해선 중국 당국이 처음엔 경험 부족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감시 기구를 설립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컨퍼런스를 마무리 지었다.

글 : 만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