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과학자들, 원숭이 복제에 성공
중국의 과학자들이 22년 전 복제양 둘리에게 사용했던 체세포핵치환(SCNT, somatic-cell nuclear transfer) 기법으로 원숭이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로이터’, ‘AP’, ‘뉴욕타임즈’ 등 세계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원숭이를 복제한 곳은 중국 상하이에 소재한 중국과학원 신경과학연구소(Chinese Academy of Sciences Institute of Neuroscience)다. 이곳 연구진은 “체세포핵치환 방식으로 원숭이 두 마리를 복제했다”고 25일 발표했다.
복제 원숭이들은 각각 ‘종종(Zhong Zhong)’. ‘화화(Hua Hua)’라는 이름을 붙였다. 중국의 공식 명칭인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에서 중화(中華)라는 부분을 강조한 이름이다. 관련 논문은 24일 과학저널 ‘셀(Cell)’ 지에 게재됐다.
둘리 이후 22년 만에 영장류 복제에 성공
이번 연구는 신경과학연구소(CAS)의 영장류 연구 책임자인 치앙 선 박사가 이끌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2주 전에 복제 원숭이 ‘종종’과 ‘화화’가 태어났으며, 현재 두 원숭이 모두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체세포핵치환(SCNT)이란 난자의 핵을 제거한 후, 체세포 핵을 이식해 복제하는 체세포 복제기술이다. 체세포와 난자를 이용해 생존 가능한 배아를 만드는 실험적인 방법이다. 이 기술은 핵이 제거된 난자를 얻는 방법과, 체세포로부터 핵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구성된다.
이 기술이 처음 개발된 때는 1962년이다. 당시 케임브리지대학 존 거든(John Gurdon) 교수는 올챙이의 장 세포에서 얻은 핵을 개구리의 핵이 제거된 난자에 이식해, 핵을 얻은 올챙이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구리를 탄생시켰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최초의 체세포 핵 치환이자, 세포의 역분화 가능성을 증명한 논문이다. 포유동물에서 처음 체세포핵치환이 성공한 것은 1997년이다.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아이언 월머트 박사팀은 2월과 7월 복제 양 ‘돌리’와 ‘폴리’를 각각 등장시켰다.
타임지 등 주요 언론을 통해 20세기 최대 사건으로 기록된 연구 결과다. 이후 같은 방식으로 개, 고양이, 양, 돼지, 쥐 등의 많은 포유동물들이 복제됐다. 1999년 당시 서울대 황우석 교수 팀이 개발한 ‘영롱이’도 그 중 하나다.
영장류 복제도 시도됐다. 황우석 박사와 공동연구를 한 바 있던 피츠버그대 제럴드 새튼(Gerald P. Schatten) 교수는 이후 독자 연구를 통해 수정란 분할(embryo splitting)이란 단순한 방식으로 1999년 벵골원숭이 ‘테트라(Tetra)’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새로 탄생한 쌍둥이가 서로 닮지 않았으며 4대까지만 번식하는 등의 설명하기 힘든 의문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새튼 교수는 영장류의 복제 과정에서 세포분열에 필수적인 단백질이 손실돼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논문을 발표함으로 논란을 종식시켰다.
“이번 연구 결과로 불치병 연구 가능해져”
그러나 이번 신경과학연구소의 복제 원숭이는 수정란 분할과 같은 오래된 방식이 아니라 기술이 입증된 체세포핵치환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다른 포유류 복제 사례에서 보듯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지않은 상황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치앙 선 박사는 25일 ‘사이언스 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생물학계에서 영장류와 관련 풀리지 않는 많은 의문이 제기돼왔다.”며 “이번 연구결과로 영장류 연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영장류 복제 연구를 통해 유전자로 인한 뇌질환, 암, 면역 및 대사 관련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치료방식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원숭이 복제 과정에서 가장 큰 난제는 복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기 전 단계인 ‘배반포기’까지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CAS 연구진은 복제 수정란의 발달을 활성화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가능한 실제 수정란과 유사한 복제 수정란을 제작했다. 그리고 핵을 제거한 원숭이 난자에 넣어 줄 체세포 핵을 원숭이 성체가 아니라 태아로부터 분리해 넣어주었다. 또 배반포기까지 복제 수정란이 잘 발달하도록 여러 화학물질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촉진했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이런 방식으로 연구진은 총 109개의 복제 수정란을 만들고, 이를 21마리의 원숭이 대리모에 나눠 착상시켜 6마리의 대리모가 임신하는데 성공했고 이 중 2마리가 새끼를 낳았다고 밝혔다.
새끼 원숭이 두 마리는 체세포를 제공한 태아와 유전적으로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앙 선 박사는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체세포핵치환을 시도했으나 실제로 성공한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며 “많은 실패를 통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선 박사는 또 “이번 연구가 논란을 불러일으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철저하게 차별화된 가운데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장류 연구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윤리 논란을 불러일으킬 여지는 계속 남아 있다.
그동안 인간핵치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영장류처럼 배반포 형성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기술적 문제와 함께 윤리 문제가 제기되면서 제약을 받아왔다. 그러나 사람과 가장 유사한 유전자 속성을 지닌 영장류 복제가 이루어지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안고 있다.
원숭이 복제가 사람의 인공 난자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으면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이번 연구는 중국학술원(Chinese Academy of Sciences,) 등 중국 정부의 거국적인 지원 하에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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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이강봉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