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권 76
1438독, 2024년에 읽은 정서(淨書)
2025년이 밝았습니다. 밝은 지도 한 참 되었습니다. 곧 설날도 돌아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뜻하시는 일 다 이루시길 축원 드립니다. 더하여, 아미타불의 가피력을 늘 잊지 않고 기대면서 하루하루 걸어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늘 편지에서 전할 ‘정토뉴스’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정토안거’가 인증을 받았는 호소식(好消息)이고, 둘째는 서기 104년에 조성된 ‘현존 최고의 아미타불’에 대한 말씀입니다.
첫째 ‘정토안거’는 여름에 조계종 스님들만을 모시고서 정토문헌을 강독(講讀)하는 모임입니다. 일종의 연수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재작년과 작년에 두 번 세종 영평사(회주 : 환성스님)에서 행한 일이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조계종 교육원에서는 ‘승려 연수교육의 인증기관’으로 인가해 주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공부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제는 참여하시는 스님들께 ‘종단이 요구하는 연수교육에 일정한 분량으로 참여하여 이수하였다’는 증명을 해드릴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참여하는 스님들을 모시기가 수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금년에도 8월에 제3회 정토안거를 행할 것입니다만, 그때는 작년의 14명보다 더 많은 스님들이 오시지 않을까 합니다. 인증을 받는데, 정토문헌학회 회장 미탄스님의 노고가 컸습니다. 기실, 이를 목적으로 하였기 때문에, 타종단 스님들의 참여를 제한하였습니다. 타종단 스님들을 모시는 연수교육은 언젠가는 해야 할 일입니다. 현재 500개가 넘는 종단이 있는데, 큰 종단들 외에는 별로 교육기관이 정비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원력을 세워봅니다.
둘째, 104년 조성 현존 최고의 아미타불 입상(立像)은 중인도 기행(1월 3일 – 11일) 중 ‘마투라불상’으로 유명한 마투라박물관에서 직접 친견했습니다. 국내에서부터 이 부처님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갔습니다만, 저는 잊어먹고 말았습니다. 그저 마투라박물관의 많고 많은 소장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데 여념이 없었을 뿐입니다.
역시 회장스님이 달랐습니다.
이 부처님 앞에서 저에게 손짓을 해주셨습니다.
다만, 유감스런 것은, 누구의 소행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발목 부분만을 남겨두고서 잘라버렸다는 것입니다.
상체의 행방은 알 수 없습니다.
다른 부처님의 경우에는, 상체를 찾은 경우는 이어 붙여서 모시고 있기도 했습니다.
감회가 없을 수 없어서, 시를 지어 올립니다.
「아미타불의 발목 – 마투라 박물관에서 – 」이라 이름 하였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두 발의 발목
싹둑
자르기만 한다면
다 죽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원래로
아미타불의 생명은
심장에 있지도
머리에 있지도
그 어디에 있지도 아니하고
오직
두 발에 있는 것을
발만 살아있다면
삼천대천세계
어디로든 다닐 수 있고
어디로든 찾아갈 수 있어서
중생들을 다 보듬어 안아줄 수
있는 것을
손으로 만지지는 못해도
두 발로는 안아줄 수 있는 것을
애당초
그 분의 두 발, 두 발목을
잘랐던
그 돌덩이 같은 마음속에서는
생각지도 못했으리라
알지도 못했으리라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2025년 1월 10일, 델리 인디라간디 국제공항)
오늘은 「정신게」 공부를 하루 쉬겠습니다.
해마다 연말이면, 한 해 동안 어떤 정서,즉 정토불교의 서적을 읽고 공부했는지를 정리해서 (독자 여러분들께) 보고드리는 일을 해왔습니다(선불교의 책들을 ‘선서/禪書’라고 하는 용어법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정토불교의 서적을 ‘정서/淨書’라고 하는 용어는 아직 정착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정서’라는 말을 만들어서, 보급하려고 이 ‘연말행사’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신게」의 ‘사람 인’ 공부를 중간에 끊기가 어려워서 연초에 하는 것으로 미루었습니다.
일단, 한 해 동안 읽은 정서의 목록을 먼저 정리해 봅니다.
이는 그날그날의 제 일기(차라리, ‘일지/日誌’라고 하는 것이 더 맞겠습니다만)에 기록해 둔 것을 초(抄)한 것입니다.
① ⟪관경소현의분(觀經疏玄義分)⟫(당, 선도/善導)
② ⟪겨울 부채(臘扇記)⟫(기요자와 만시 / 淸澤滿之)
③ ⟪여시아문 – 이와 같이 나는 들었노라 -⟫(마이다 슈이치 / 每田周一)
④ ⟪정법안장(正法眼藏)⟫ 중 ‘현성공안(現成公案)’(도겐 / 道元)
⑤ ⟪아미타경⟫
⑥ 「색지화찬(色紙和讚)」(야나기 무네요시 / 柳宗悅)
⑦ ⟪소미타참(小彌陀懺)⟫(편저자 미상, 조선시대 16세기 말)
⑧ ⟪탄이초의 근대⟫(코야스 노부쿠니/子安宣邦) 중 ‘미키 기요시(三木 淸)’편
⑨ ⟪여인왕생문서(女人往生聞書)⟫(존가쿠 / 存覺)
⑩ ⟪아미타경⟫
⑪ ⟪불설아미타경 외⟫(박태원 역주)
⑫ ⟪정토론⟫(천친)
⑬ ⟪관세음보살이여, 관세음보살이여⟫(김호성)
⑭ ⟪왕생요집⟫ 중 ‘임종행의(臨終行儀)’(겐신 / 源信)
⑮ 「원왕생가」(광덕 / 廣德)
많이 읽지는 못했습니다. 간략하게 하나하나 소개해 봅니다.
이 ‘간략소개’만으로도 마치 책을 읽은 것처럼 느낀다면 좋을 것입니다.
혹 그리하여 이 책들을 읽어보아야 겠다는 마음을 일으킨다면 더욱 좋겠지요.
비록 다는 아니라도, 이 중에 마음이 가는 책이 있다면, 한두 권이라도 읽어보시기를 권진합니다.
① ⟪관경소현의분(觀經疏玄義分)⟫은 당나라 선도대사 저술입니다.
⟪관경⟫ 은 ⟪관무량수경⟫ 의 줄임말입니다. ⟪관경소⟫ 는 ⟪관무량수경⟫ 에 대한 주석서입니다. 모두 4권인데, 제1권이 ‘현의분’입니다. ‘현의’라는 것은 총론을 말합니다. 그 의미가 깊어서, 심오하다고 해서, ‘검을 현’을 씁니다. 실제로 어렵습니다. 저도 아직 ‘현의분’의 해독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이 ‘현의분’을 읽게 된 것은, 오타니(大谷)대학 콘웨이(Conway)선생님의 ⟪교행신증⟫ 강의에서 촉발되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제3 신권(信卷)을 강의해 주십니다만, 거기에 ‘현의분’의 글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한 번 읽어야 해서 읽었습니다. 콘웨이 선생 강의는 제가 유일하게 보고 듣는 유튜브 강의입니다.
② ⟪겨울 부채(臘扇記)⟫는 성공회 신학대학원 노철래 원장님의 선물로 알게 된 책입니다.
저는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진종 대곡파에서 세운 종립대학인 오타니대학의 초대 학장이 기요자와 만시(清沢満之, 1863-1903) 스님입니다. 이 분은 ‘일본 최초의 종교철학자’라는 평가를 받는 분이고, 진종 대곡파의 개혁운동에 앞장섰습니다. 개혁의 와중에서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호호동(浩浩洞)’이라는 이름의 결사를 행하기도 합니다. 이들이 ⟪정신계(精神界)⟫ 라는 잡지를 만들었기에, 기요자와의 정토신앙을 ‘정신주의’라고 부릅니다. 진종 대곡파 스님 중에 하네다 노부오(羽田信生, 1946년생)라는 스님이 미국에서 포교를 하나 봅니다. 그래서 기요자와 스님 글 중에 몇 편을 영어로 번역해서 책을 냈습니다. 그 영어본을 우리 이아무(=이현주) 목사님께서 번역한 것이 이 책입니다. 재미있는(? 아이러니?) 것은 불교의 스님 책을 기독교 목사가 번역했는데, 가톨릭 출판사인 ‘생활성서’사에서 펴냈다는 점입니다. 저 같은 불자도 이 책을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좋은 내용인데요. 문제는 ‘일본어 → 영어 → 우리말’로 옮겨지는(중역/重譯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역이 더러더러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이현주 목사님께서는 일본어에 깊은 이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겨울 부채’라는 제목부터가 오역입니다(오역 목록을 정리해서 출판사에 보내려고 생각하다가, 이미 품절된 책이라서 포기했습니다.) 원어는 ‘로센(臘扇)’이라는 말입니다. ‘로’는 우리 말로 ‘랍’으로 읽는데, ‘12월’이라는 뜻입니다. 부처님 성도재일은 음력 12월 8일인데, 흔히 ‘납월 팔일’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겨울 부채’가 아니라 ‘12월의 부채’라고 하는 것이 옳았습니다. 영어 번역의 제목 역시 ‘The December Fan’이라 되어 있는데, 왜 그렇게 했을까 의아하였습니다. 기요자와 만시 스님 글은 장차 좀 더 읽고 소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숙제겠지요.
③ ⟪여시아문 – 이와 같이 나는 들었노라 -⟫의 정보는 위의 ⟪겨울 부채⟫ 의 역자 후기에서 얻었습니다.
역시 이현주 목사님 번역이었습니다. 출판사는 ‘삼인’입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구입하였으니, 아마 현재도 구입 가능할 것입니다. 널리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김동원 학우에게 부탁해서 그 독후감을 ⟪일본불교사 공부방⟫ 제25집에 실었습니다. 책 있는 분들은 한 번 찾아서 읽어주십시오. 저자 마이다 슈이치는 진종 대곡파 스님인데, 이 책은 그 분의 은사 아케가라스 하야(曉烏 敏)스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문학은 사제관계론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아케가라스 하야 스님은 기요자와 만시 스님의 제자입니다. ‘호호동’ 멤버인데요. 저는 ⟪탄이초 강화(講話)⟫ 의 저자로 알고 있습니다. 아케가라스 스님을 저는 ‘탄이초주의자’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글에서 놀라운 점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신란스님을 따르는 타력신앙의 종단인 진종 소속인 아케가라스 스님이 역시 진종 승려인 마이다 스님에게 선종의 일판 조동종의 개조 도겐스님의 ⟪정법안장⟫ 강의를 하도록 시키는 장면입니다. 진종 사원에서 진종의 문도(門徒)들을 향해서 말입니다. 이것이 진종의 힘이 아닌가 합니다.
④ ⟪정법안장(正法眼藏)⟫은 도겐스님의 저술입니다.
도겐스님은 제가 대단히 존중하는 스님입니다만, 종래 몇 편의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보광스님이 옮겨주신 ⟪정법안장⟫ 의 우리말 번역을 처음부터 읽기 시작한 것도 아케가라스 스님 덕분입니다. 전체를 다 읽지 못하고 중단되고 말았습니다만(이러한 중단 현상은 대개는 다른 일이나 책이 개입되어서 손에서 놓치게 되어서 생깁니다), 읽은 범위 안에서 말한다면 ‘현성공안’이라는 권(卷)이 가장 타력신앙과 통하는 바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현성공안이라는 말은 공안을 주체 안에서 찾지 않고, 객체 안에서 찾는 것입니다. 온 우주 만물이 다 공안으로 이미 이루어져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아라든가 주체라든가 신체라든가 신심(身心)이라든가 하는 개념들은 있을 자리가 없게 됩니다. 저의 말로는 ‘중생주의’는 사라지고 ‘불타주의’가 됩니다. 그래서 자력의 선사인 도겐스님이야말로 가장 타력과 만날 수 있는 분이라 말하게 됩니다. 그런 점은 야나기 선생의 ⟪나무아미타불⟫ 에서도 잘 설파(說破)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언젠가는 시간이 된다면, 좀 더 자세히 고찰하여 글로 써보면 어떨까 생각하였습니다만 ---.
⑤ ⟪아미타경⟫은 우리 대학의 국어국문학과에서 정년을 하시고서, 그만 일찍 세연(世緣)을 놓으시고 왕생하신 고 정우영 교수님의 추선공양을 위하여 읽었습니다. 법련사에 가서 독경하였습니다. 교수님과 저는 1997년 9월 1일자의 ‘입사 동기’입니다. 국어학 전공자로서 불교와 국어의 관계에 대한 많은 논저를 남겼습니다. 다시 한 번 더 교수님의 후세보리(後世菩提)를 빕니다.
⑥ 「색지화찬(色紙和讚)」은 ⟪나무아미타불⟫ 을 지으신 야나기 무네요시 선생의 글입니다.
우선, ‘화찬’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시의 절구(絶句)와 마찬가지로 4행으로 이루어집니다. 한시의 절구는 모두 한자로 쓰지만, ‘화’라는 말이 ‘일본’을 나타내기에 일본어로 쓰여집니다. 다만, 일본어 안에서는 한자가 포함됩니다. 이때 ‘일본어’는 가타가나(片假名)입니다. 그러니까 가타가나로 쓰되 4행으로 이루어지는 시입니다. ‘화찬’의 ‘찬’은 찬탄하는 시라는 뜻입니다. 신란스님은 이 ‘화찬’이라는 형식으로 많은 정토시를 지었습니다. 그것들을 세 권의 책으로 묶었는데, ⟪정토화찬⟫ , ⟪고승화찬⟫, ⟪정상말화찬⟫ 이 그것입니다. ‘색지화찬’이라는 것은, 그러한 화찬을 판화로 찍어낼 때 ‘색지’라는 종이에 찍어낸 것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이 ‘색지’라는 종이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를 좋아합니다. 야나기 선생은 정토진종의 예술작품으로 이 색지화찬을 찬탄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색지화찬을 발견하게 된 경위를 쓴 글입니다. 이번까지 포함해서 저는 세 번 읽었습니다만, 이번에 읽게 된 것은 한 학우가 선물해준 ⟪수집이야기⟫ 라는 야나기 선생의 책에 이 글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⑦ ⟪소미타참(小彌陀懺)⟫은 아마도 그 이름을 들어본 분들이 드물 것으로 봅니다.
저도 처음 들었습니다. 이 문헌은 조선시대 16세기 후반에 편집된 책인데, 서울 우면산 대성사소장본입니다. 서울시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책이기도 합니다. 한문책인데, 우리 학교 인도학불교학연구소(소장 : 정승석 교수)에서 어떤 분에게 번역을 의뢰했고, 그 번역을 저에게 증의(證義, 번역문과 원문의 대조)를 부탁해 왔습니다. 그 덕분에 이 문헌을 자세히 읽게 되었습니다. 이름처럼 ‘아미타불’과 관련된 내용도 많이 있습니다만, 다소는 중구난방입니다. 정토신앙과 무관한 내용도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 책이 전면적으로 공개되겠으나, 저로서는 몇 편의 뛰어난 정토시를 만나게 되었다는 점, 뜻밖에 원효스님의 책에서는 전해지지 않는 원효스님 글(이를 ‘일문/逸文’이라 합니다)을 한 문장 만났습니다. 그 글은 정토신앙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내용입니다. 우선은 논문으로 학계에 보고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 뒤에 여러분께 소개할 순서를 취하고자 합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⑧ ⟪탄이초의 근대⟫는 일본의 사상사가 코야스 노부쿠니의 저술입니다.
⟪탄이초⟫ 를 근대에 해석하거나 수용한 분들이 어떤 입장에서 그렇게 했는지를 말한 책입니다.
이 분은 불교학자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권의 저서가 번역되어 있습니다만, 원래 에도시대(근세)의 일본사상을 연구하는 분인데, 근대로까지 연구영역을 확장해 왔습니다.
⟪사상사가가 읽는 논어⟫ 같은 책도 있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제가 작년에 코야스 선생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그때 미키 기요시가 다시 이야기되길래 ⟪탄이초의 근대⟫ 속에 ‘미키 기요시’편을 다시 읽었습니다.
미키 기요시는 니시다 기타로(西田畿多郞)로부터 형성된 ‘교토학파’의 멤버입니다.
즉 니시다 기타로의 제자인데, 독일 유학을 다녀옵니다.
⟪인생론⟫ 이라는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되었습니다만, 일본제국주의의 말기에 감옥에서 옥사(獄死)하였습니다. ⟪三木淸전집⟫ 에 보면, ⟪신란⟫ 이 있습니다.
⑨ ⟪여인왕생문서(女人往生聞書)⟫는 여성문제와 관련한 정토불교의 입장을 다룬 글입니다.
존가쿠(存覚)스님은 ⟪나무아미타불⟫ 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분입니다.
신란 스님에 버금가는 많은 저술을 낸 분입니다.
정토진종 제3세 주지 가쿠뇨(覺如)의 아들인데, 천태종에 출가합니다. 이것도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정토진종에 출가하지 않고, 천태종에 출가한 것입니다.
그 이후 정토진종에 돌아와서 활약합니다만, 다른 종파 소속의 스님들과도 학문적 교류를 깊이하다가 보니 그랬을까요?
본원사(신란스님의 血脈과 법맥을 함께함) 중심주의를 추구한 아버지 가쿠뇨와 의절을 했다가 복원했다가 합니다.
그래서 제4세 주지는 되지 못합니다. 제 지도학생 중에 여인왕생의 문제를 다룬 제35원을 다루는 논문을 썼기에, 제가 이 글을 한 번 더 읽어보았습니다.
⑩ ⟪아미타경⟫ 역시 여성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는가 싶어서 다시 읽어본 것입니다.
⑪ ⟪불설아미타경 외⟫는 울산대 철학과 명예교수로서 원효저서를 모두 새롭게 번역한 박태원 교수의 역저(譯著)입니다.
원효스님의 ⟪무량수경종요⟫ 와 ⟪불설아미타경소⟫ 에 대한 새로운 역주를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여성문제에 대한 언급을 하는 ⟪종요⟫ 와 ⟪경소⟫ 의 구절에 대한 박교수님의 번역이 잘못이라는 점을 밝히는 논문을 썼습니다.
「원효는 시대의 한계를 넘어섰는가 - ‘女人不生’에 대한 박태원의 번역을 비판함 -」( ⟪보조사상⟫ 제70집)에 발표되었으므로,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⑫ ⟪정토론⟫ 역시 여인의 왕생 및 극락에서의 여인의 존재 여부에 관한 논문을 쓰기 위해서 다시 읽었습니다. 박태원 교수님의 오류는, 원효가 ⟪종요⟫에서 ⟪정토론⟫ 을 인용하여 ‘女人不生(여인불생)’을 논하고 있는데, 정작으로 천친의 ⟪정토론⟫ 은 읽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 점을 세밀하게 논하기 위하여, 다시 읽고 공부한 것입니다.
⑬ ⟪관세음보살이여, 관세음보살이여⟫는 저의 책입니다.
불광출판사에서 나온 책입니다. 2010년에 나온 졸저 ⟪관세음보살⟫ (민족사)을 전면 개정하고, 새롭게 얻은 지견(知見)을 덧보태어서 쓴 책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습니다. 제2쇄를 찍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살펴본 ‘관세음보살’과 ‘아미타불’의 관계에 대해서는 언제 한 번 기회를 얻어서 이 편지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때를 기대해 주십시오.
⑭ ⟪왕생요집⟫은 「정신게」의 ‘원신광개일대교(源信廣開一代敎)’라고 할 때의 ‘원신’, 즉 겐신스님의 책입니다. 이 책은 3권으로 이루어집니다만, 그 중에 임종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마음가짐이나 실제적인 행법(行法)을 기록하여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부분을 읽게 된 것은, 편지에서 ‘사람 인’을 말할 때 ‘극중악인유칭불(極重惡人唯稱佛)’이 있었습니다. 그 구절은 왕생요집에서 어떻게 말해지는가, 그 맥락을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⑮ 「원왕생가」는 신라 문무왕대 광덕스님이 지으신 향가입니다.
이 향가에 대해서 작년에 이어서 금년에도 논문을 썼습니다.
아직 심사 중입니다만, 미랭융합교육원의 ‘정토학’ 수업시간에도 강의한 바 있기에 읽고 생각하고 또 읽고 생각한 정토시입니다.
이렇게 간략히 소개하면서 정리하고 보니,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제가 어떤 정토문헌을 읽는가 하는 것은 저 자신에게 달려있지 않고, 저와 동행(同行)들과의 인연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그러한 인연의 역사가 한 해를 살아온 저의 역사이자, 동시에 제가 읽은 정서의 역사를 이루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제 곧 1월도 다 갑니다만, 저는 또 기대됩니다.
금년 2025년 한 해 동안, 저는 또 어떤 정서를 읽게 될까요?
그리고 그러한 저의 독서에 또 어던 동행들이 어떤 인연으로 참여하게 될까요? 설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퀴즈 공부’시간입니다.
‘퀴즈 – 10’은 무량수불께서 성문(聲聞)과 보살 대중들에게 설법을 하시는 공간이 어디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칠보/七寶)강당’이정답입니다. 10번의 퀴즈 중에서 가장 많은 분들이 정답을 보내주셨습니다. 한 30분은 넘었을 것입니다. 감사의 뜻을 담아서, 소박하나마 ‘사은품’을 보내드렸습니다.
이제 ‘퀴즈 – 11’ 문제를 드립니다. 이번에도 ⟪무량수경⟫ 하권에서 문제가 나갑니다. 지난 번 퀴즈의 정답(칠보강당)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서 좀 더 뒤에 보면,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만,
‘불퇴(不退, 후퇴하지 않는 = 불퇴전/不退轉) 보살’의 숫자가 언급됩니다. 과연, 이 세계에는 얼마나 많은 불퇴보살이 존재한다고 말씀하셨을까요?
오늘도 긴 글을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김호성 합장
(2025년 1월 23일)
첫댓글 35살의 기요자와 만시(清沢満之), 당시 불치병으로 치부되던 결핵에 걸려 '아, 나는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구나'라는 비탄에 빠져 자신의 일기 타이틀로 '로센키(臘扇記/납선기)'로 쓴 것이라고 하니, 제목이 잘못되었다고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적당한 번역으로 보이는데요?
납월(臘月)은 12월, 즉 겨울이죠.
추운 겨울날에 부채가 쓸모없는 물건이듯, 결핵이라는 난치병에 걸려 뜻하는 바가 여의치 않고, 제대로 꿈을 펼치지 못 하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했을 터이고, 그래서 일기장 제목을 다소 자학적 상징으로 '12월의 부채(臘月)'라는 은유를 썼다, 납득이 되지 않나요?. .
그러니까 臘扇記(ろうせんき)=冬の扇(おうぎ) = 겨울 부채.... 니까요.
https://www.otani.ac.jp/yomu_page/kotoba/nab3mq000005cg3f.html 여기 참고했습니다.
하로동선(夏爐冬扇)이라고
우리에게 익은 말로 '여름 화로, 겨울 부채'라는 사자성어도 있지요.
후한 시대 왕충의 <<논형(論衡)>>에 나오는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