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을의 길목
한 복순
햇살에 부서지며/
코끝에 스치는/
공기의 달콤함/
내가 서있는/
자리가 편안하고/
햇볕에 반짝이는 들꽃들/
아픈 상처가/
약을 바른듯/
낫는것 같다/
그냥좋다 참좋다/
가을의 길목에서/
서성이고 있는 여인/
2. 9월의 기도
한 복순
청포도가/
알알이 익어가는/
새롭게 맞이한 9월/
기분 좋은 일들만/
머물게 하소서/
아팠던 상처는/
잊게 해 주시고/
모든 상처 아물게 하소서/
못다 이룬 꿈들은/
달콤하게 촘촘히/
영글어 가도록 하소서/
3. 사랑꽃 향기
한 복순
나도 꽃/
너도 꽃/
꽃밭을 꾸미고/
가꾸는 마음/
꽃향기 내음/
한 잎의 꽃잎 되어/
허전한 마음/
향기롭게 채워가는/
서로의 꽃이 되어/
사랑꽃 사르르 피워가요/
4. 가을이 좋다
한 복순
눈감고 그려보는/
가을에 생각나는 그림/
어느 색채로 표현해도/
그려낼 수 없는 색감 단풍/
가녀린 날개 펴고/
하늘 거리는 코스모스/
작은 바람에도 나폴나풀/
춤추는 갈대/
스치는 바람에도 비벼대는/
억새의 바스락 노래소리/
덩실덩실 내 마음도/
춤추는 가을이 좋다/
6. 봄 동산
한 복순
넓은 들녁에/
초록 초록 걸어오는 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쁘게 꽃단장 했어라/
곱고도 고와라/
나폴나폴 날갯짓/
아지랑이 동산마다/
무지개 햇살 타고/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찬란한 몸짓으로/
오색실 꼬아 만든 옷/
날개에 휘감고/
가고 싶은 어디든/
훨훨 날아다니렴/
9. 보름달빛의 노래
한 복순
지나가는 사람도/
아이들의 소리도/
모두가 잠이 든 고요한 늦은 밤/
혼자라서 더욱 편안한 밤길/
아무런 생각없이 홀가분한/
가벼운 발걸음/
내친김에 밤공기 마시며/
즐겨보리라/
자박자박 층층 돌계단/
언제 피었는지/
가로등도 없는/
캄캄한 도로 옆/
하얀 목련이/
초롱 불빛처럼/
곱게 피어 반긴다/
가로등 불빛 사이로 비친/
목련화 곱기도 하지만/
밤에 바라보니 /
커다란 군무의 꽃잎/
더욱 화사하고/
우아한 귀부인 같다/
낮에 보았던 벚꽃 길/
둥근 보름달 빛에/
화사한 벚꽃들/
늦은 봄 /
찬란한 4월의 보름달은/
벚꽃과 친구하고/
서로 교감하며/
깊은 밤을 지새며/
달콤하게 봄은 익어간다/
10. 봄나물
한 복순
응달진 땅속에/
얼음이 남아있는/
내설악 산간 마을/
고향 인제에는/
냉이 달래를 캔다는 소식/
냉이는 꽃 피면 안 돼/
오호라/
남풍 도착하는 시기가/
늦었나 보네/
깔깔 까르르~/
친구여 가파른 산속에/
파릇한 봄나물 산나물/
봄처녀 생긋/
된장에 들기름 넣어/
나누어 먹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