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독후감 공모전 심사 후기
예년에 없던 무더위를 뒤로하고 시민독후감 공모전에 응모해 주신 많은 학생과 시민들께 감사를 드리며 입상하신 분들께 축하를 드린다. 특히 중학생들의 응모 열기와 독후감 쓰기의 고른 실력은 매우 고무적이었음을 밝히며 급별 심사 후기를 간단히 소개한다.
초등부
저학년- 작품에서 맑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그림과 글로 잘 나타냈다. 표현력은 우수했으나 주제를 끌어내어 형상화하는 점이 대체로 미숙했고 참여 아동수가 적은 것이 아쉬웠다. 독서를 통해 많은 아동이 책 읽기를 취미로 하고 생활 속에서 독서가 습관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중학년- 독후감은 책을 읽고 느낀 점과 자기 생각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것이다. 책을 읽고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말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책이 주는 교훈과 내 생각에서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표현했는가에 중점을 두고 심사를 했고, 너무 어른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 마음에 걸려 순수한 아이들의 생각이라는 원고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고학년- 「공정하다는 것」이 가장 많이 읽혔고 다음 순으로 「탄소 중립이 뭐예요?」 「열두 살 인생」 순으로 읽혔다. 그중 사춘기 대 아빠 갱년기는 잘 쓴 글이긴 하나 자기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가 요약이 좀 더 간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대체로 잘 쓴 작품이 많았으나 도입 부분에는 명확하게 표현하던 줄거리가 끝부분으로 가면서 메시지가 약해지는 양상을 보여 아쉬운 글들이 있었다. 철쭉상을 받은 「탄소 중립이 뭐예요?」의 가흥초등 6학년 안현준 학생은 짧은 글 속에서도 읽게 된 동기와 책의 내용, 자기 생각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하고 있다.
중등부
중학생들은 많은 출품작에 비해 참여학교 수가 적은 점이 아쉬웠다. 철쭉상에 선정된 아름다운 결말(소나기, 영광여중 2)은 중학생 수준의 정서에 맞게 잔잔한 감동을 짜임새 있게 표현한 작품으로 심사위원 전원의 동의로 선정되었다.
고등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감상문을 제출한 같은 학교, 같은 학년 학생들은 대동소이한 감상문을 썼다. 책은 대자연이라고 볼 수 있다. 자연 속의 한 부분일 수도 있겠다. 주인공의 서사에 집중할 수도 있고, 환경의 변화과정에 주목할 수도 있다. 어느 장면, 어떤 대화에서 독자는 공감하거나 고개를 저을 수도 있을 것인데 방정식을 풀 듯 독자의 독창성이 안 보인다면 결코 좋은 독서감상문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고선경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를 읽고 쓴 감상문을 거듭 읽었는데 가장 개별 감상이어야 할 부분이 찾기 힘들었다. 한 권의 시집을 읽고 몇 구절, 몇 낱말만 곱씹었다면 시인이 고뇌한 보람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다음 해의 멋진 감상문을 기대하며, 권장도서 소설 분야에서 수준 높은 작품을 골랐음을 밝힌다.
대학. 일반부
독후감 쓰기에 고뇌하며 정성을 들인 작품이 다수 있었다. 우열을 가리고 등위를 메긴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수준이 고른 작품이 있다는 것이 매우 반길 일이다. 그 가운데서 「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고 쓴 유보라의 작품을 철쭉 상으로 선정했다.
글쓴이는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여성들의 심리를 그린 본 도서를 읽으며, 자기의 유년 시절을 반추하고 비교하면서 솔직하고 수려한 글솜씨로 자기 심리를 그려냈다. 친구와의 갈등을 고백한 예는 읽는 이와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나아가 ‘반짝이는 웃음’을 웃던 친구를 가슴에 안고 따뜻한 우정을 유지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수필 같은 작품이다. 독서는 독자에게 이렇게 좋은 변화와 다짐을 주는 것이다.
독서하는 시간은 나를 되돌아보고 지금 가고 있는 진로를 점검하고 수정하며 더 나은 나를 만들어 가는 소중한 시간이다. 응모해 주신 많은 분께 감사를 드리며 입상에 관계없이 모든 작품이 소중했음을 말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