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는 화가이자 그림모델이었던 수잔 발라둥과 사랑에 빠졌지만 결혼은 거절당한다. 수잔 발라둥과 이별 후 에릭 사티는 더 이상 어느 누구와 사랑을 하지 않고 27년의 긴 세월을 혼자 살았다. 오소후 작가(75)도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했다. 병으로 남편이 먼저 떠난 후 22년의 세월을 홀로 이겨내 왔다. 오 작가는 에릭 사티 삶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그리움과 고독이 쌓이는 순간 그 감정들은 펜으로 꾹꾹 눌러 담았다.
오소후 작가의 시집‘에릭 사티와 흰돌을 명상하다’(청어)가 출간됐다. 인생 회고록이며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과 고독함이 담긴 시집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혼자 걷고 명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그간의 인생에 대한 성찰도 하게 됐고 삶을 돌아보기도 했죠. 이번에 출간한 시집에는 간간이 써왔던 글과 새롭게 쓴 글을 담았어요.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에요. 에릭 사티와 같은 음악가는 죽었지만 이후 명곡이 남은 것처럼 시인인 저의 글을 세상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책은 총 6부 63편이 담겼다. 책 표지의 ‘첼로 켜는 남자’는 양림동 화가로 유명한 한희원 작가가 그렸다.
1부 ‘호머 비아트로’ 는 자신이 어디에 속하고 어디로 흘러가는가에 대한 성찰이다. 그 모습이 마치 호머 비아트로(여행하는 사람)라는 생각에 부제로 정했다. 2부 ‘세개의 짐노페디’에서는 작가가 평소 즐겨 듣던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의 곡을 듣고 자연 풍경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던 당시의 감정을 풀어냈다. 3부 ‘아포리아, 막다른 골목’에서는 하나의 의문에 대한 모순되는 결론, 즉 정반합에 대한 감정을, 4부 ‘애양단, 파리로 가다’는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담았다. 애양단은 볕을 사랑하는 단으로 부모에게 효를 한다는 뜻이다. 5부 ‘아가니페 정신 뻥나게 ’와 6부 ‘아타락시아’에서도 작가의 고독과 그리움의 마음이 이어진다.
중·고등학교 영어교사였던 오 작가는 결혼 이후 전업주부로 전향했다. 전남여고와 전남대 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호남대에서 국문학석사를 받았다. 무등일보 신춘문예 ‘문득 도리포에 이르러’가 당선돼 등단했다. 시집 ‘좀꽃마리’, ‘스미다’, ‘한점블루’, ‘나의 슈바빙, 나와 걷기’ 등이 있다.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광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광주시인협회 초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근원을 그리움으로 해결했어요. 길 걷다 문득문득 드는 감정, 과거에는 화려한 곡을 많이 듣고 영감을 얻었다면 최근에는 단조로운 에릭 사티 짐노페디를 들으며 사색에 잠겨요. 에릭 사티의 모습에서 나와 많이 닮음을 느꼈어요. 그가 남긴 말 중 ‘이 늙은 세상에 너무 젊게 태어났다’는 문장이 있는데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해요. 전 너무 젊게 태어난 거 같아요. 고독조차 젊거든요. 돌이켜보면 젊은 시절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커요. 영어, 중국어 버전으로 시를 써 책을 출간해보려고 합니다.” |
에릭 사티와 흰 돌을 명상하다(청어시인선 339)오소후 제5시집저자오소후출판청어 | 2022.7.20.페이지수128 | 사이즈 130*206mm판매가서적 11,700원
저자
오소후
저자 : 오소후
본명: 오영순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태생.
전남여자고등학교 졸업. 전남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경상대학원 EDPS 연구 과정 수료. 호남대학교 대학원 국문학석사.
무등일보 신춘문예(2001) 「문득 도리포에 이르러」 당선. 시집 『좀꽃마리』 『스미다』 『한 점 블루』 『나의 슈바빙, 나와 걷기』(제10회 국제펜광주문학상 수상, 2013). 동인지 《기픈시》(1~23권), 《전남여고문학》(1~8호) 출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광주문인협회 회원.
광주시인협회 초대 부회장 역임.
전남과학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책머리에 붙여
1. 호머 비아트로
봄·밤·봄비
산수동
시라의 품바타령
카발라(Cabbala)
수달래꽃으로
책이 된 여자
말은 고산식물이 아니다
금강계(錦江稽)
봄비 그리고 에세닌
선흘곶자왈 동백나무숲길에서 멀꼬깍습지까지
기어이
2. 세 개의 짐노페디
은화과(隱花果)
초여름 연가
계뇨등을 보며
우묵개해안
거기, 가란도 향기로워라
가시에 대하여
의문
소댕이나루
긴몰개를 보고 싶다
기쁜 우리 젊은 날, 날
수성리
밤바다로 간다
쓸쓸한 변주곡
3. 아포리아, 막다른 골목
흰 돌을 명상하다
굴포항, 졸복탕
가파도, 가파도
4.9㎞
55일
가정역(柯亭驛)으로 가리
숟가락과 숟가락 사이
배재에서 산음까지
얼하이 연가
소금창고
4. 애양단, 파리로 가다
그리운 아버지께
해인초(海人草)
정기록(正氣錄)을 읽으며
요새 풍류
작은 응원 한다
운업(芸業)
아버지의 집
물보라길을 간다
눈바다, 죽해
가수리 동구
그 계곡, 으흐랄라
풋늙은 호박 한 덩이
5. 아가니페, 정신 뻥나게
석등(石燈)
나의 향두가(香頭歌)
아고산대(亞高山帶)
배우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회유해면(廻遊海面)
소쇄원, 환상의 헤테로토피아
오, 그건 안 돼
워터월드
6. 아타락시아
우금암도(禹金巖圖)
어떤 여행자
율동
산자고 곁에서 약수를 마시다
생이돌에 앉으면
아직도 캄캄한 그 자리, 본래면목
너와 함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홍어연가
설원리 모과
절정체험보류기
『에릭 사티와 흰 돌을 명상하다』를 읽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봄·밤·봄비
꽃이 꽉 다문 입술을 열지 않는다
봄
사람이 그리움을 꿀떡 삼킨다
밤
증오하는 삶을 살고 싶게 한다
봄비
**기어이
상사화 일렁이는 붉은 꽃바다
마루 끝까지 차올라
달밤 소복 여인의 편두치 질끈 묶는
꽃댕기로 화사 한 마리 기어오르니
어이 할까나
지난봄 상사초밭에서 당속곳 내리고
소매 주던 일
그때 뜨건 소매밭에서 놀라
푸른 물결치며 달아나든 뭣……
어이 잊었으랴
상사화 일렁이는 붉은 꽃바다 건너와
요요한 달빛 타고 와
소복 여인 입술 질끈 물어뜯을 양으로
기어오르는 뜻이니
**계뇨등을 보며
햇살이 돌담에 걸쳐진 오후
긴 골목길
끝집
담 넘어 내다보다 눈 마주치는
저 작은 꽃
닭똥 내음 난다고
이름이야 계뇨등
아낀다, 마구 꽃피우는 일조차
뿌리발 튼실해야 이렇게
담 넘어 골목길
다른 세상도 구경한다고
환상의 꽃웃음 짓는
저 작은 꽃의 지혜
냄새 좀 나면 어떠냐
꽃피울 수 있다면
** 쓸쓸한 변주곡
세상에
조금 쓸쓸하게 살아야만 하는 운명도
있는 걸까
뭔가 좀 신명 난 후 죄 지은 듯 돌장승이 된다
뭔가 좀 설레고 나면 금새 장대비 맞은 꼴이 된다
세상에
조금 쓸쓸하고 조금 슬프고 그래야만
비로소 제자리라면 내 영혼은 어디서 온 것일까
슬프고도 쓸쓸한 신앙의 나라라도 있었단
말인가
설레는 날은 칼날 밟는 듯
신이 난 날은 빙판길 운전하듯
사랑 아니면 혁명일까
미친듯 타오르는 가을 단풍이 되어 볼까
**55일
그동안 나는 무얼 했을까
순막의 눈으로
눈보라 치는 남극 바다
퀸 펭귄알이 어미 애비 발등에서
부화하는 기간
그동안 나는 무얼 했는가
뭍에서는 눈밖에 없어
눈만 먹고 사는 펭귄
누군가 읽지도 않을 시를 쓴다
따뜻하고 바람 좋은 날
그냥 감사하다
**풋늙은 호박 한 덩이
거기는 산중 가마골 사거리
풋늙은 호박 한 덩이
길가 풀섶에 앉아 있다
탯줄은 누가 끊어 준 것일까
혼자 덩그러니 앉아 삼매에 든다
누구의 것이 될 것인지
애호박찌개는 서민의 단골 메뉴
늙은 호박은 건강즙이 된다만
풋늙은 호박은 누구를 만날 것인가
고추 내음 알싸한 찌개라도 될 것인가
탯줄이 끊기고 서리에 진저리칠 때
그때야 세상맛이 드는데
여기는 도심 말바우 시장 사거리
누구 것이 될 것인지
**소쇄원, 환상의 헤테로토피아
- 거기는 영원한 노래가 들리네
흐르는 바람과 물이 그대를 불렀네
함께 영원한 노래를 부르자고
산골물 가까이에 서 있는 저 붉은 자미
어찌 한 열흘만 향기롭고 말겠냐고
그대랑 저 계곡물이 흐르듯이
그대랑 저 바람이 불어 가듯이
함께 영원한 노래를 부르자고
아, 거기는 영원한 노래가 들리네
아. 거기는 봉황의 노래가 들리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첫댓글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