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법과 원칙으로 대처해야
철도노조 파업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어지럽고 괴롭다. 철도노조는 “중단 없는 총파업 투쟁”을 선포하고 있지만 국민은 파업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불편만 겪는다. 이미 물류대란과 인명피해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해 법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고 하지만 결과는 두고 봐야한다. 엄정대처라는 말은 그동안 자주 들었지만 결과는 말과 달랐기 때문이다. 코레일 최연혜 사장도 "법과 원칙에 따라 파업에 대처하겠으니 국민들도 참고 기다려달라"고 했다. 법과 원칙대로 대처하겠다면 기다려주지 못할 까닭이 없다.
정부가 수서발 KTX 법인설립을 하려는 것은 내부경쟁을 통해 경영개선과 부채감축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철도법인 지분(코레일 41%, 공공자금 59%)은 공공기관만 가질 수 있다. 더욱이 정부가 "민영화는 절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노조는 법인설립이 민영화 수순 밟기라며 실체가 없는 민영화를 반대하겠다고 한다. 이런 거짓과 선동과 억지가 어디 있는가. 법인을 설립해서 어떤 형태로 운영하든 그건 노조가 따질 일은 아니다. 노조의 민영화 반대 속셈은 경쟁반대와 또 다른 목적을 달성하려는데 있다. 경쟁하는 당사자에게는 힘들지라도 경쟁 없이 발전 없고 경영개선도 가능하지 않다는 건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일 아닌가.
공공기관의 부채는 493조4000억 원(2012년 말)에 이른다. 코레일의 부채는 이자만 하루 12억 원, 일 년에 4300억 원 이상이 나가는 17조6000억 원이다. 빚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빚 갚기는 결국 세금 내는 국민의 몫이다. 칼바람 나는 구조조정을 해도 부족할 텐데 파업이라니! 철도노조는 부채문제나 경영개선에 눈감고 경쟁 없이 편하게 지내면서 각종 혜택만 누리겠다는 것 아니고 무엇인가.
정부가 민영화 계획을 접은 것은 결코 잘 한 일이 아니다. 세금 내는 국민은 허리가 휘는데 빚 많은 공기업은 왜 노조의 놀이터가 돼야하는가. 공기업의 주인은 노조인가. 코레일은 값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뾰족한 방법과 빚 갚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노동자의 권익은 보호돼야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노동자와 경영진의 관점과 주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것이다. 타협은 불법을 적당히 덮는 게 아니다. 어떤 경우든 원칙은 지켜야한다. 원칙은 타협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사례에서 보듯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며 정부와 코레일이 한발 물러섰고 편법을 쓰면서 파업을 봉합하는 걸 타협이라 했다. 그러다보니 불법은 관행처럼 굳어졌고 파업은 계속됐다. 코레일 파업은 2002년 이후 이번이 7번째라고 하지 않는가.
철도노조 파업에 동조하겠다던 서울 지하철 노조는 임금인상과 각종 복지 혜택을 챙기면서 파업을 철회했다. 파업철회로 교통대란을 막았다고 안도할 일만은 아니다. 파업만 하면 무언가를 챙길 수 있으니 파업은 복지증진 수단이 되는 것 아닌가.
미국 레이건 행정부는 1981년 8월 항공관제사 노조가 불법파업을 벌이자 4시간 만에 복귀명령을 내렸다. 복귀하지 않은 1만3000여 명을 해고하고 다른 공공부문 취업도 막았다. 새로운 항공관제사들이 숙련될 때까지 1년 이상 여객기 운항에 차질을 빚었지만 노조의 불법파업에 단호히 대처했다.
영국의 대처 정부는 막강한 힘을 가진 석탄노조의 파업을 예상, 미리 석탄을 대량 수입하는 등 파업에 대비했다. 석탄노조가 1984년 파업하자 1년 간 장기전을 펼치며 석탄노조를 굴복시켰다. 영국병을 치유하고 영국경제가 번영을 누리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질서만 바로 잡아도 경제는 1% 더 성장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불법에 책임을 묻지 않거나 적당히 덮고 넘어가면 그게 관행이 되고 비슷한 일은 언제든 되풀이된다. 우선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다. 진짜 좋은 건 옳은 건 옳게 하고 그른 건 바로 잡는 것이다. 타협과 소통은 중요하지만 법과 원칙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알아야할 것은 법과 원칙에 따른 단호한 대처와 철저한 대비다. |
필자소개
류동길 (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