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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관
성 요한 23세 교황은 1962년 10월 11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막을 올렸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쇄신하고 적응”(aggiornamento)하며 세상을 향해 문을 열기 위해 열렸다.
Lisa Zengarini / 번역 이시권
성 요한 23세 교황은 유명한 연설 “어머니인 교회가 기뻐합니다(Gaudet Mater Ecclesia)”를 통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막을 올렸다. 공의회를 통해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 그 연설에 담겨 있다.
교회 역사에 이정표를 세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 자체 내에서 그리고 현대 세계와 다른 그리스도교 교회 및 비그리스도교와의 관계에서도 심오한 변화의 과정을 시작했다. 이 과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교회 역사상 21번째 보편 공의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2000년 교회 역사상 21번째로 소집된 보편 공의회다. 교황의 수위권과 무류성에 관한 교의를 선언한 제1차 바티칸 공의회(1869-1870)가 비오 9세 교황의 주도로 소집된 이후 약 1세기 만이다.
지난 1958년 10월 교황으로 선출되고 불과 3개월째를 맞고 있던 성 요한 23세 교황은 1959년 1월 25일 로마 성 바오로의 베네딕도 수도원에 모인 추기경들 앞에서 공의회 소집을 선언했다.
현대 세계에 “자비의 영약”을 내어줍시다
성 요한 23세 교황은 그 뜻밖의 발표를 통해 공의회 소집 결정이 지난 수십 년 동안 현대 사회가 겪었던 사회정치적 변화에서 비롯된 영적 빈곤을 확인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회는 새롭게 응답해야 했다. 아울러 성 요한 23세 교황은 수세기 동안 이어진 그리스도교 분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성 요한 23세 교황은 첫 회칙 「베드로좌」(Ad Petri Cathedram)를 통해 공의회 소집 목적이 점점 세속화되는 세상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증진하고, 가톨릭 교회의 선교사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교회 규율을 현대에 맞게 적응시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성 요한 23세 교황은 20세기 사회에서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을 더 잘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사목적 특성이 짙은 공의회와 개혁을 원했다. 그는 공의회 개막 연설을 통해 교회가 교리의 온전성을 지키면서도 현대 세계에 가혹한 단죄가 아닌 “자비의 영약”을 내어줄 수 있길 바랐다.
4회기 동안 169번의 전체회의
3년여의 준비 끝에 1962년 10월 11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장엄하게 막을 올렸다. 1962년부터 1965년까지 4회기 동안 총 169번의 전체회의가 열렸다. 한 회기는 8주에서 12주 동안 진행됐다. 공의회는 1963년 6월 3일 성 요한 23세 교황의 선종 이후 잠시 중단됐다가 같은 해 6월 11일 바오로 6세의 교황 선출 이후 재개됐다. 공의회는 1965년 12월 8일 폐막했다.
초대받은 비가톨릭 참관인
각 회기마다 460명의 신학 전문가들(periti)이 참석했으며, 전 세계에서 추기경, 총대주교, 주교 등 2000-2500명이 참여했다. 첫 회기에는 개신교, 정교회, 비가톨릭 참관인이 공의회에 초대받았다. 남녀 평신도, 수도자들도 방청인으로 초대받아 참석했다.
16개 문헌
공의회는 4개 헌장(교회, 계시, 사목, 전례)과 9개 교령(사회 매체, 일치운동, 동방 가톨릭 교회, 주교, 사제양성, 수도생활, 평신도, 선교, 사제직무) 그리고 3개 선언(비그리스도교, 그리스도교 교육, 종교 자유) 등 16개 문헌을 발표했다.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장 비중 있는 문헌으로 꼽히는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은 교회의 구조와 본질을 다룬다. 세례 받은 신자들(“하느님 백성”)의 친교와 신비로서의 교회를 제시하는데, 특히 하느님 백성이 성덕으로 부름받았음을 지적하고 저마다 특정 역할과 책임을 맡고 있음을 명시한다. 또한 교회의 선교적 성격을 재확인하고 “성 베드로의 후계자” 그리고 그와 친교를 이루는 주교들의 협력 관계를 설명한다. 아울러 기혼 남성에게 종신 부제직을 되찾아주기 위해 관할 지역 주교회의들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평신도의 역할 그리고 교회의 선교사명과 삶에서 평신도의 참여 또한 강조했으며, 수도생활에 대한 사명을 보편 교회의 영적 삶과 관련해 논하고 있다.
하느님의 계시에 관한 교의 헌장 『하느님의 말씀』
하느님의 계시에 관한 교의 헌장 『하느님의 말씀』(Dei Verbum)은 계시의 본질, 곧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당신 자신을 어떻게 계시하시는지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다룬다. 하느님 계시의 전달과 관련해 성경과 사도들에게서 이어오는 성전(聖傳) 그리고 교도직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특히 교회 일치와 관련이 있다.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거룩한 공의회』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거룩한 공의회』(Sacrosanctum Concilium)는 전례 예식에서 모국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로마 예법과 다른 모든 예법의 가치와 풍요로움을 인정하는 공동체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은 교회가 증오, 전쟁, 불의로 극심한 변화를 겪고 있는 현대 세계에 교회의 가르침과 도덕적 가르침을 전하면서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당면 문제들에 적극 참여하도록 촉구한다. 이 문헌은 교회가 과학과 문화에서 배울 것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주변의 세계를 성화해야 할 사명이 있다고 명시한다.
공의회의 결과: 교회 일치와 종교 간 관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주목할 만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 1970년 『로마 미사 경본』(표준판)이 공포됐다. 보다 풍성한 성경을 접할 수 있도록 새로운 독서 주기가 고안됐다. 전례력도 간소화됐다. 성찬 전례는 공동체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개정됐다. 어른 입교 예식이 부활, 개혁됐다. 갖가지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많은 지역 교회 공동체에서 적극적인 전례 참여가 급격히 증가했다.
- 평신도 단체가 늘어났다. 평신도 독서자와 평신도 비정규 성체 분배자들이 성찬례에 봉사하게 됐다. 평신도는 본당 사목회와 교구 위원회에 참여하게 됐고, 신학 학위를 받은 많은 평신도 남녀가 성직자를 대신해 많은 교회 행정 분야에서 직책을 맡았다.
- 교회 전체에 걸쳐 성경과 전례와 개인 영성에 관한 새로운 관심이 일어났다.
- 동방 가톨릭 교회들은 라틴 예식을 중단하고 자신들의 전통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보편 교회 안에서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겼다.
- 교회 일치 운동이 가톨릭 단체와 다른 그리스도교 교회 간의 공식적인 대화와 기도 그리고 지역 차원에서의 친교 모임이 활성화됐다.
- 공의회가 비그리스도인에 대한 구원의 가능성을 인정함에 따라 타종교와 대화를 시작했다.
- 수도회들이 교황청 규범을 채택하고 수도회법을 개정했다. 장상들의 권위, 공동체 및 정체성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면서 수도생활이 급격히 변화했다.
- 공의회는 기혼 남성들에게 종신 부제직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오늘날 전 세계에 2만9000여 명의 종신 부제들이 있다.
- 교황과 주교들이 함께 단일한 주교 단체성을 구성한다는 공의회의 가르침이 주교단과 주교회의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이어졌다. 주교 시노드는 교황에게 자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 신학, 특히 윤리 신학이 활성화되면서 교회법이나 권위보다는 성경과 개인의 양심에 점점 더 초점을 맞추게 됐다.
- 공의회는 세속화된 세계에서 동떨어지는 대신 인류와 함께하는 교회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로 인해 사회사업과 자선활동이 급증했다. 교회 지도자들은 교회를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동일시했으며 교황은 강력한 인권 옹호자가 됐다.
출처: CNS, 「로세르바토레 로마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