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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사기동대] 04
S# 1 단독 주택 인근 (D)
초조한 얼굴로 단독 주택을 바라보는 백성일. 긴장이 풀리지 않는 듯 손을 풀고, 입을 푼다.
백성일 강남서 강력반 백성일...아니 강남서 강력반 김두만...
강남서 강력반 김두만...
잠시 입을 풀다가, 될 대로 되라는 듯 차에서 내리는 백성일. 단독 주택으로 들어가면,
잠시 동안 백성일이 지나간 빈자리를 비추는 카메라. 이내 누군가의 두 발이
화면 안으로 들어오며 멈춰 선다. 신발을 보면 여자인 듯 보이고, 신발을 타고 다리를
지나 상승하는 카메라가 그녀의 얼굴을 비추면! 그녀는! 천성희다! 단독 주택을 올려다
보는 천성희. 건조한 얼굴로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니! 상대방이 받으면!
천성희 경찰서죠? 신고 좀 하려구요. (듣고) 사기요.
차갑게 경직된 천성희의 얼굴을 비추는 카메라. 빠르게 암전되고! 타이틀 이어진다!
S# 2 단독 주택 (D)
소파에 앉는 양정도. 무언가 때문에 초조한 듯 양 손을 모으고 짧은 한숨을 내쉬는데,
돈 가방을 들고 허겁지겁 들어오는 노덕기! 땀을 비 오듯 흘려 옷이 흠뻑 젖은 상태로!
노덕기 빼, 빼, 빼왔으요, 전부! 몽땅!
(돈가방을 내밀며) 여, 여기...
양정도 그걸 왜 절 주세요.
노덕기 아! (황급히 당기며) 하하하...
양정도 요즘 스마트 폰 때문에 개인 정보가
S# 3 단독 주택 인근 (D)
백성일 (마당을 걸으며 혼잣말) 노덕기씨 맞으시죠...
신고 받고 왔습니다...간단한 조서 때문에 같이...
S# 4 단독 주택 (D)
양정도 많이 노출돼서 이런 사건들 많이 생기고 그래요.
S# 5 단독 주택 인근 (D)
백성일 (계단을 오르며 혼잣말) 간단한 조서 때문에 서에 같이
가주셔야...같이 서에 가주셔야...(문고리를 잡고 당기면)
S# 6 단독 주택 (D)
양정도 저희 말만 잘 따르면 아무 문제없는데 세상이
워낙 흉흉해? 저희도 못 믿는다고 또 사람들이!
백성일 (OFF) (어눌하고 떨리며 갈라진) 노덕기씨 댁 맞습니까...
반응하는 양정도와 노덕기! 현관을 보면, 백성일이 서 있다! 아직 긴장이 덜 풀린 듯
큰 숨을 몰아쉬는 백성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기만 하자,
양정도 어떻게 오셨어요?
백성일 (떨림) 신고 받고 왔습니다. 경찰이에요.
노덕기 경찰예?
백성일 (신발을 벗고 들어오며) 강남서 강력반
김두만입니다. 형사예요.
형사 같잖아요, 딱 보기에두.
(그들 앞에 서고 노덕기에게) 노덕기씨?
노덕기 예...
백성일 그 보이스 피싱 신고를 하셨던데, 맞죠?
간단한 조사 때문에요, 서에 좀 같이
가주셔야 될 거 같!
노덕기 (끊으며) 내는 신고한 적 읍는데?
백성일 (순간적으로 깜짝 놀란다) 예?
노덕기 신고한 적 읍따꼬요.
백성일 (순간적으로 의아하다) 신고 안 하셨다구요, 정말?
노덕기 그렇다니까.
백성일 왜? 왜 신고 안 하셨어? 이럴 땐 신고 하셔야지.
노덕기 (무슨 말이냐는 얼굴인데)
백성일 참 이상하네. 그럼 나한테 신고한 건 누구야?
노덕기 그길 와 내한테 묻습니까?
백성일 아니, 난 분명히 노덕기씨 신고 받고 왔는데 본인이
신고 한 적 없다 그르믄 나는 누구 신고를 받고
온 거냐고.
노덕기 그걸 와 내한테 묻냐꼬!
백성일, 순간 양정도를 보며 원망하듯 눈알을 부라리면, 답답함의 한숨을
내쉬는 양정도. 노덕기에게,
양정도 같이 일하시는 분이 신고한 거 아니에요?
(백성일에게) 부동산 사무실에서 오시는
길이시죠, 지금. 형사님?
제발 실수하지 말라는 듯 간절한 얼굴로 바라보는 양정도. 그의 눈빛을
읽은 백성일은 마음을 다잡듯 한숨을 내쉬고는,
백성일 허허. 그러네요. 제가 복덕방 신고를 받고 왔네요.
아, 요즘 기억력이 자꾸. 미세먼지 땜에 근가. 허.
(노덕기에게) 암튼 일은 잘 해결해 주셨어요?
여기 금감원 직원 분이?
양정도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노덕기 그긴 뭐 그렇긴 한! (순간 번뜩) 가만. 이분이
금감원 직원인 건 우예 아셨습니까, 형사님이?
백성일 (잠시 당황했다가 / 그냥 막무가내로 가야겠다)
형사는 다 알 수 있어요. 다 아니까 형사야.
암튼, (대뜸 팔 잡으며) 저랑 같이 가주셔야 돼.
노덕기 내가 와?
백성일 이유는 묻지 마시고, 저랑 가셔야 돼, 무조건.
나랑 같이 가야 된다고, 경찰서에. 지금 빨리.
노덕기 (뿌리치며) 그니까 내가 거길 와 가냐꼬!
백성일 이 사람이 진짜. 대한민국 경찰이 우스워 보여?
혼나고 싶냐고. 가자면 가. 경찰이 가자면 가는!
양정도 (끊으며 노덕기에게) 그게 아니라요, 사장님.
저 분 따라 경찰서 가셔서요, 간단한 조서
몇 장 쓰구 계세요. 뭐 어차피 형식적인 거니까
금방 끝나실 거고, 저도 여기 정리하고 바로 따라!
누군가 (OFF) (끊으며 / 낮게 떨리며) 지금 뭐하는 거예요, 여기서?
반응하는 백성일, 양정도, 노덕기! 현관을 보면! 천성희가 서 있다!
그녀를 본 백성일의 눈알은 튀어나올 듯 커지고! 양정도는
착잡함에 허공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쉬는데,
천성희 과장님. (어이없음에 구겨지며) 이, 이게!
이게 지금 뭐하는 거예요! 진짜!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떨구는 백성일. 한숨만 내쉰다. 말없이 바라보는 천성희.
짜증나 미치겠다는 듯 소리치며 자학하듯 머리를 만지다가!
천성희 (백성일에게) 나가요, 빨리.
백성일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천성희 제가 경찰에 신고했으니까!
감옥가기 싫으면 나가라구요, 빨리!
놀라는 백성일! 양정도를 바라보면! 차분한 얼굴의 양정도는 천성희만 바라볼 뿐이고!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노덕기. 양정도와 백성일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상황 파악한 듯!
노덕기 느, 느, 느그들 설마! 내, 내한테 사기 친 기가?!
(양정도의 멱살을 잡고) 둘이 한 패냐꼬!
뭐꼬, 니들! 뭐하는 놈들이야?! 뭐하는 놈들인데!
노덕기의 추궁에도 묵묵부답 대답 없는 양정도. 멱살을 잡고 흔드는 노덕기에 의해
짧게 짧게 흔들림에도 천성희만을 바라본다. 양정도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는 천성희.
오로지 백성일만을 바라보며!
천성희 안 들려요?! 나가라구요!
백성일 (자연히 고개가 떨궈지고)
천성희 과장니임!
백성일 (긴 한숨을 푹 내쉬는데)
천성희 뭐 하! (답답) 경찰 온다구, 지금!
백성일 (반응 없다가) 어떻게 그르냐...
양정도 (본능적으로 백성일을 바라보면)
백성일 (고개를 들고) 나 혼자 어떻게 그래...
나 땜에 시작한 일인데, 이게 다...
천성희 (원망, 의구심, 안타까움이 뒤섞여)
과장님,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거예요?
대답 없는 백성일. 허탈한 듯 자조적인 짧은 미소만 머금는 그때!
형사1 (OFF) 신고 접수 받고 왔습니다아!
일동, 천성희 뒤편을 바라보면! 건장한 체격의 형사 두 명이 들어온다!
형사1 사기 신고 접수하신 분이 누구예요?
반응 없는 천성희.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백성일만 바라볼 뿐이고!
응시하는 백성일. 자조적인 미소만 머금는다. 그런 백성일을 바라보는
양정도의 복잡 미묘한 얼굴에서!
S# 7 단독 주택 인근 (D)
수갑이 채워진 양정도와 백성일! 형사들에게 끌려 봉고차에 태워진다!
형사들의 뒤를 따라 나온 천성희와 노덕기. 광경을 바라보는데,
형사1 (노덕기에게) 피해자 진술하셔야 되니까 같이
가시고, (천성희에게) 상황은 어떻게 아셨어요?
천성희 네? 그냥 어쩌다가...
형사1 (보다가) 일단 같이 가시죠. 최초 신고자시니까.
형사1, 봉고차에 타라는 손짓을 하면, 봉고차에 올라타는 천성희. 뒤이어
노덕기도 탑승하려다가 멈칫하더니,
노덕기 집에 현찰이 좀 많은데...
형사1 얼마 안 걸려요. 타세요, 빨리.
노덕기 (안 타고 뻐팅기며) 그래두 그기요!
노덕기를 봉고차에 강제적으로 태우는 형사1. 자신도 조수석에 오르면,
빠르게 출발하는 봉고차. 시야에서 사라지는데,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조미주. 건조한 얼굴로 잠시 상황을 바라보다가 자리를 뜬다.
S# 8 달리는 봉고차 안 (D)
형사2가 운전을 하는 봉고차가 도로 위를 달린다. 봉고차 맨 뒷자리에
앉은 노덕기는 부인에게 전화를 하며 쉴 새 없이 지금 상황을 쏟아낸다.
노덕기 (전화에) 내가 사길 당했다 안하나! (듣고) 이 여편네야!
남편 괜찮은질 먼저 물어봐야지이! 얼마 날렸는질
먼저 묻나?! (듣다가) 지금 어데야?! 니 또 화투치쟤?!
이게 어디서 거짓말을! 패 섞는 소리 다 들린다, 여편네야!
노덕기, 부인과 싸우기 시작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만 응시하고 있는 양정도.
속을 알 수 없는 얼굴이다. 초조한 듯 숨을 몰아쉬는 백성일. 그래도 긴장이
풀리지 않는 듯 양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데, 그런 백성일을 바라보는 천성희.
답답함이 치미는 듯 크게 한숨 쉰다. 봉고차는 미끄러지듯 도로 위를 빠르게 달리고!
S# 9 경찰서 (D)
끼익 - 봉고차가 경찰서 앞에 멈춰서고! 내리는 형사들. 백성일과 양정도를 끌어내려
입구를 향해 걸어가면, 천성희와 노덕기가 뒤를 따른다. 계속 부인과 싸우고 있는
노덕기. 착잡한 얼굴의 천성희는 고개만 떨구고 있을 뿐인데, 입구로 들어가는 형사들.
강력반을 향해 몸을 틀며 천성희와 노덕기에게,
형사1 천성희씨 노덕기씨, 두 분은 여기서 잠깐 대기하셨다가
저희 애들 오면 간단하게 조서 몇 장 써주시고 귀가하세요.
양정도와 백성일을 끌고 강력반을 향해 걸어가는 형사들. 백성일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는
천성희는 무언가 말 하려다가 끝내 하지 못하며 짜증 섞인 탄성을 내뱉는다. 형사들에게
이끌려 복도를 걷는 양정도와 백성일. 복도 끝 강력반 입구의 창살을 본 백성일은
이제야 공포감이 엄습하는 듯 마른 침을 꿀꺽 삼키는데,
S# 10 단독 주택 인근 (D)
끼이익 - 철문을 여는 누군가. 터벅터벅 - 마당을 걸어 단독 주택으로 향하고,
S# 11 경찰서 복도 (D)
양정도 무서워요?
백성일 (대답 없고)
S# 12 단독 주택 (D)
현관문을 여는 누군가. 거실로 들어가면, 노덕기의 돈이 담긴 가방이 보인다.
가방 속 돈다발을 향해 손을 뻗는 누군가. 수북이 쌓인 돈다발을 만져본다.
소파에 앉는 누군가. 리모컨을 들고 TV를 켜면,
S# 13 경찰서 복도 (D)
양정도 그냥 아까 도망가지. 왜 안 도망가셨대?
백성일 쪽팔리잖어. 나만 쏙 빠지믄.
양정도 (미소) 사람 괜찮네. (형사 툭) 그치, 준배야?
재밌다는 듯 미소를 머금는 형사1. 바라보는 양정도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순간 당황하는 백성일! ‘뭐야 이거’ 라는 얼굴로 양정도를 바라보는데!
S# 14 경찰서 로비 (D)
로비에 나란히 앉아있는 천성희와 노덕기. 순간 천성희의 얼굴이 의아해지더니!
천성희 근데요, (노덕기 보며) 방금 그 형사...
제 이름을 어떻게 알죠? 아저씨 이름도.
노덕기 (무슨 말이냐는 얼굴인데)
천성희 (더욱 의아) 내 이름 얘기해준 적 없는데?
잠시 생각에 잠기는 천성희! 무언가 번뜩하는 순간! 그 위로!
경찰 (E) 경찰입니다!
S# 15 단독 주택 (D)
정복을 입은 경찰 두 명. 현관으로 들어오며!
경찰 사기사건 접수돼서 왔습니다.
경찰들이 바라보는 누군가를 비추는 카메라. 그는! 장학주다!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있는 장학주. 의아하단 얼굴로 일어나며,
장학주 사기유? 그런 일 없는데?
에이, (미소) 장난 전화 받으셨나부다.
벙찌는 경찰들. 이내 짜증 섞인 탄성을 내뱉는다. 장학주는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는데!
S# 16 경찰서 복도 (D)
강력반 바로 앞에서 방향을 바꾸는 형사들! 옆 복도와 이어진 뒷문을 향해 걸어간다!
양정도 (형사에게 짧게 손짓하며) 열쇠.
백성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형사1 (무시) 잠깐만요.
(뒤적뒤적) 아, 차에 두고 왔다.
양정도 에이씨. 잘 좀 챙기라니까 쫌.
백성일 이게 뭔 상황이냐고, 지그음?!
양정도 뭔 상황이긴. (피식) 사기 친 거지.
S# 17 단독 주택 (D)
돈가방을 들고 단독주택을 나오는 장학주! 스포츠카 조수석에 올라타면!
운전석엔 조미주가 앉아있다! 빠르게 출발하는 스포츠 카! 단독주택 단지를 빠져나가고!
S# 18 경찰서 (D)
뒷문을 통해 경찰서를 나오는 양정도, 백성일, 형사들! 근처에 주차된 검정 세단이 보이고!
세단을 향해 걸어가는 양정도와 형사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뒤따르는 백성일의
얼굴에도 어색한 미소가 번지는데! 황급히 복도를 달리는 천성희!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하며 강력반으로 들어가 보면! 백성일과 양정도는 물론이고 형사들 또한 보이지 않는다!
다급히 강력반을 나가는 천성희! 뒷문으로 향하는 복도를 발견하고! 그곳을 내달리면! 세단으로
걸어가는 양정도, 백성일, 형사들. 세단과 가까워지면, 조수석에서 내리는 한 여자. 최지연이다.
동시에 뒷좌석 창문이 징 - 열리며, 경직된 얼굴로 그들을 보는 노방실 얼굴이 화면에 드러나고!
최지연 (그들이 세단 앞에 멈춰서면) 타요. 시간 없으니까.
황급히 복도를 달리는 천성희! 뒷문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 양정도와 백성일이 세단 뒷자리에
올라탄다! 노방실을 향해 수갑 찬 손을 내미는 양정도. 열쇠를 달라는 듯 바라보면, 못마땅하단
얼굴로 바라보는 노방실. 열쇠를 주라는 듯 짧게 턱짓한다. 컷 튀면, 자신의 수갑을 풀고
백성일의 수갑을 풀어주는 양정도.
양정도 재밌죠? 이런 게 사기예요.
희열에 찬 미소가 번지는 백성일! 동시에 빠르게 출발하는 세단이 화면 밖으로 사라지는 순간!
화면 안으로 들어오는 천성희!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둘러보지만!
그 어떤 인기척도 보이지 않는다. 짜증 섞인 탄성을 내뱉는 천성희의 얼굴에서!
S# 19 부동산 (D)
구겨진 맥주캔이 주변에 널려있고, 캔 맥주를 잡는 누군가의 손. 착잡하게
한 모금 마시고 캔을 구기며 내려놓으면, 그의 얼굴이 화면에 드러난다. 노덕기다.
노덕기 돈 돌려받고 싶으모 조용히 입 닥치고 있으라 이기가, 지금...?
노덕기 반대편을 비추는 카메라. 그곳엔 백성일, 양정도, 조미주, 노방실, 장학주, 정자왕,
즉 38 사기동대 전원이 보인다.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양정도. 맥주를 한 캔 따고 내밀며,
양정도 저흰 증거를 안 남기니까 형사는 어렵고,
(자신의 맥주를 한 캔 집으며) 민사는
사모님 화투 끊게 하는 게 더 빠를걸요?
쉽게 가시죠. (치익 - 따고)
돈 나고 사람 났지 사람 나고 돈 났습니까?
미소를 머금고 맥주를 마시는 양정도. 씁쓸한 얼굴의 노덕기도 어쩔 수 없이
맥주를 마신다. 바라보는 38 사기동대. 백성일의 얼굴에 비장함이 가득하다.
S# 20 냉동 창고 (N)
쾅 -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천성희! 내부를 보면! 38 사기동대 전원이 앉아있다.
다짜고짜 백성일에게 다가가는 천성희. 시선을 피하는 백성일 앞에 서고,
천성희 저랑 얘기 좀 해요.
백성일 (대답 없고)
천성희 (버럭) 과장니이임!
놀라는 백성일. 잠시 38 사기동대 눈치를 살피며 쭈뼛대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백성일 잠깐 나갔다 올게.
냉동 창고를 나가는 백성일. 천성희가 뒤를 따라 나간다. 짧은 한숨을 내쉬는 노방실.
노방실 이 판 왜 이렇게 잡상인이 많이 끼니.
불안해서 일 하겠나.
노방실을 바라보는 양정도. 노방실은 심기가 상당히 불편한 얼굴이다.
S# 21 마장동 식당 (N)
마주 앉아있는 백성일과 천성희. 껍데기에 소주를 마시고 있다. 아무런 대화도 없는 두 사람.
천성희는 껍데기만 뒤집고, 백성일은 눈치만 보다가,
백성일 왜 말이 없어...내가 전후 상황 다 얘기했잖아. 그럼 성희 너두 뭔가
반응을 보여야!
천성희 (끊으며) 하지 마세요. 아무리 일이 안 풀려도 사기를 쳐서 체납 세금
받아온다는 건 말도 안 돼요.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런 일은. 이렇게
얘기할 거예요, 저는. 그럼 과장님은 어떻게 대답하실 건데요?
내 말 들어봐라. 다 이유가 있다. 이렇게 대답하실 거죠? 서로 자기
입장 말하다가 목 쉴 텐데 해서 뭐해요, 얘기를?
백성일 (대답 없이 답답한 듯 소주만 마시는데)
천성희 마진석 체납 세금, 57억 7천만 원. 제가 그 돈 다 받아오며는요?
그럼 과장님 어떡하실 건데요? 그만 스톱할 수 있어요, 여기서?
백성일 안국장이 대 놓고 카바 쳐주는데 성희 니가 어떻게 그걸 받어.
천성희 제가 한번 해 볼게요. 57억 7천만 원. 싹 다 받아 온다구요, 제가.
소주 한잔 마시고 일어나는 천성희. 걸음을 옮기면, 착잡한 얼굴의 백성일은 소주를 한잔 마시고,
식당을 나가는 천성희. 순간 입구에 서 있는 양정도와 마주친다.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두 사람.
양정도 술 하네?
천성희 배웠어.
양정도 어쩌다 공무원 된 거야? 원래 미술 했잖아.
천성희 너랑 그런 일 겪고 나니까 추상적인 게
싫어지더라. 확실하잖아, 공무원은.
양정도 (미안한 얼굴로 바라볼 뿐인데)
천성희 앞으로는 어디서 우연히 마주쳐도
말 섞지 말자. 비위 상해. 너랑 말 하면.
걸음을 옮기는 천성희. 빠르게 식당을 나가고, 뒷모습을 바라보는 양정도의 얼굴에 미안함이
가득한데, 술을 많이 마신 듯 살짝 삐끗하는 천성희. 계속 걸어가는데, 힐 굽이 부러졌다.
되는 일이 없다는 듯 이마를 만지며 짜증의 한숨을 내쉬는 천성희. 굽이 부러진 채로
시장을 걷는 그녀 모습 위로 긴장감 느껴지는 비트의 음악이 점점 더 고조되어 들려오며!
S# 22 38 기동대 (D)
강과장을 향해 걸어가는 천성희.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강과장 앞에 서더니,
천성희 과장님. 저 좀 도와주세요.
무슨 말이냐는 얼굴의 강과장. 컷 튀면, 20여명의 조사관들을 앞에 두고 말하는 강과장.
조사관들 최전방엔 천성희가 서 있다.
강과장 집중해. (마사장의 사진을 보이며) 마진석. 지방세 5억 2천,
국세 52억 5천. 총 57억 7천짜리 고액 체납잔데 (텀) 우리
지금부터 이놈 턴다. 이놈 제대로 못 털면 백과장, 징수 2과
그 재수탱이 백과장 말고, 징수 3과 곰팅이 백과장한테 상당히
곤란한 일이 생길 거 같거든? 그러니까 다들 맘 단단히 먹고!
권리는 누리면서 의무는 쌩까는 (사진 흔들며) 이런
버러지 같은 인간! (둘러보고) 제대로 한번 밟아 주자! 출발!
기동대 조끼를 입는 천성희와 강과장. 기동대를 나가면! 20명의 조사관들이 뒤를 따르고!
S# 23 냉동 창고 (D)
마사장 사진과 자료들이 빼곡히 붙어있는 벽면 앞에 서서 말하는 양정도.
양정도 기획 부동산! 말 그대로 부동산을 기획하여 이윤을 추구한다! 뭐 이런 건데에,
S# 24 마사장 건물 (D)
우르르 - 뛰어 들어와 지하 주차장 입구에 멈춰서는 천성희와 강과장 그리고 조사관들.
지하 주차장에 잔뜩 주차되어 있는 고급 자동차들을 바라보며,
강과장 전부 족쇄 채워.
족쇄를 들고 자동차를 향해 달려가는 천성희와 조사관들! 자동차 앞바퀴에 족쇄를 채우고!
발 빠르게 움직이며 자동차 앞유리에 딱지를 붙이는 안창호! 그들의 분주한 모습이 빠른 컷으로
스치면! 황급히 지하 주차장으로 달려 들어오는 정장 차림의 남자들! 천성희와 조사관들을 향해!
정장남 니들 뭐야!
S# 25 냉동 창고 (D)
양정도 (걸어가며) 우리 기획? 단순해. 원래 사기가 단순한 거거든.
천에 덮인 칠판 앞에 서는 양정도. 천을 들춰내기 전에 손뼉을 한번 짝 - 치면!
S# 26 고급 아파트 (D)
짝 -! 소리와 함께 뺨을 맞는 천성희! 뺨을 때린 사람은 마사장의 어머니다!
어머니가 함께 찍힌 마사장 일가의 최고급 가족사진이 벽면 가득 보이는 가운데,
거실 한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천성희와 마사장 어머니! 그 주변에는 20여명의
조사관들이 집을 수색하며 차압 딱지를 붙이는 분주한 광경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경멸의 눈으로 천성희를 꼬나보는 마사장 어머니. 그저 건조하게 응시하는 천성희.
S# 27 냉동 창고 (D)
양정도의 손이 빠르게 천을 들춰내면! 화성 어느 지역의 지도가 화면에 드러나고!
양정도 화성시 봉평읍 우정면 화도리. 23 -1 번지.
이 땅 팝시다. (씨익 - ) 마진석이 그놈한테.
S# 28 마사장 건물 (D)
정장남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천성희와 강과장, 20여명의 조사관들! 힘겹게 대적하며!
천성희 마진석 어딨어?!
정장남 그런 사람 없다니까!
S# 29 냉동 창고 (D)
양정도 (지도 앞을 배회하며) 공시지가 10200원짜리 땅 2만평. 내가
아들을 낳고, 아들이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이 또 아들을 낳고,
S# 30 상가 건물 (D)
굳게 잠겨 있는 건물 정문을 잡고 흔드는 안창호. 절대 열리지 않는 상황이고, 답답한 얼굴로 건물을
올려다보는 천성희. 순간 좁게 열린 창문으로 밖을 바라보다가 담배를 툭 던지며 창문을 닫고 들어가는
마진석 동생을 포착한다! 동생이 던진 담배꽁초가 천성희 앞에 떨어지면, 긴 한숨을 내쉬는 천성희.
천성희 (강과장에게) 119 부르시죠.
S# 31 냉동 창고 (D)
양정도 아들이 아들을, 그 아들이 아들을, 또 그 아들이 아들을
낳아도! 절대 개발 될 일 없는 화도리 땅 2만평!
우린 이 땅을 마진석님에게 매매할 겁니다. 기획 부동산.
S# 32 상가 건물 (D)
119 사다리를 타고 건물을 오르는 천성희. 독기어린 얼굴이고, 밑에서 바라보고 있는 강과장과
안창호 그리고 조사관들. 걱정 어린 얼굴인데, 4층 높이를 모두 올라가는 천성희. 창문을 두드리며!
천성희 마진철씨! 문 열어요! 안에 있는 거 다 아니까 문 열라구!
S# 33 냉동 창고 (D)
양정도 시공비, 판공비, 업무 추진비 다 합쳐서 견적은 크게
한두 장 보면 될 거고, 분양가는 말한 대로 60억.
첫 삽부터 제대로 뜰려면 (노방실을 보며)
노여사님 역할이 중요한데,
노방실 (불편하게 의아한 얼굴로 양정도를 바라보면)
S# 34 마사장 건물 (D)
천성희와 조사관들, 정장남들에게 밀려 밖으로 쫓겨나면! 드르륵 - 셔터를 닫는 정장남들!
손을 털며 내부로 들어가고, 다시금 일어나는 천성희! 닫힌 셔터를 잡고 흔들며 소리친다!
천성희 마진석이 사장인거 다 알! 이거 공무집행 방해야아!
S# 35 냉동 창고 (D)
양정도 그 바닥에서 우리 빌딩 도사님 한 마디면 중풍 걸린 할아버지도
벌떡 일어나서 땅 산다 그러든데. 맞아요?
노방실 (대답 없는데)
양정도 여사님이 화도리 땅 매입하시고 (미소) 마진석한테 미끼 던지세요.
S# 36 상가 건물 (D)
천성희 공구년에 동생 분 앞으로 명의 돌리고 재산
빼돌린 거! 다 알고 왔어요!
동생 누가 재산을 빼 돌려! 이것들이 진짜아아아!
박차고 일어나는 동생! 천성희를 향해 덤벼들고! 제지하는 조사관들과 몸싸움이 벌어진다! 웃통을
까는 마사장 동생! 몸싸움은 계속 되고!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사무실 직원들까지 몸싸움에 합세하면!
S# 37 냉동 창고 (D)
양정도 화도리 땅이 금싸라기 땅이다, 이번에 재개발되는 화도리 뉴타운
부지에 땅만 잘 사두면 3대가 먹고 산다, 이런 소문 흘리시라고.
그럼 마진석이 여사님 찾아올 거고, 그때부터 공사 시작. 어때요?
대답 없는 노방실. 잠시 생각에 잠기는데, 그녀의 핸드폰이 진동한다. 전화를 받으면,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누군가의 말에 얼굴이 구겨지는 노방실! 눈썹이 씰룩이면!
바라보는 38 사기동대의 얼굴에 의아함이 흐르고!
S# 38 상가 건물 (D)
격렬한 소음과 함께 몸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우두커니 앉아만 있는 천성희. 주변의 몸싸움에
몸이 밀리고 머리끄덩이를 잡힘에도 묵묵히 앉아만 있는다.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듯 질끈
눈 감으며 한숨 쉬는 천성희. 대뜸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하더니, 상대방이 전화를 받으면,
천성희 마진석씨?
21씬부터 이어지던 음악이 멈추며! 일시적으로 행동을 멈추는 조사관들과 직원들! 마사장 동생은
‘뭐지 저 행동은’ 이라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바라만 볼 뿐인데!
천성희 시청 38 세금 징수과 천성...아니, 됐고..
내 말 잘 들어요. (숨 고르고) 내가 너
검찰에 고발할 거야. 평생 감방에서
썩고 싶지 않으면 세금 내, 이 새끼야아!
전화를 끊는 천성희.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들을 밀치며 나가 쾅 -! 문을 열고 나가면!
S# 39 노방실 빌딩 (D)
쾅 -!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노방실!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고 멈칫한다.
누군가의 옆에 서 있는 거친 느낌의 남자 3명. 그들의 눈치를 살피는 최지연은 곤란한 얼굴로
노방실을 바라보는데, 착잡함의 한숨을 내쉬는 노방실. 잠시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노방실 어쩐 일이야.
누군가 (OFF) 얼마 전에 공사 쳤다메. (의자를
돌려 앉으며) 정도 그놈이랑 같이.
의자를 돌려 앉음과 동시에 화면에 드러나는 누군가의 얼굴! 그는! 2부의 형사 사재성이다!
사재성 니들 뭔 일을 꾸미고 다니는 거냐.
본능적으로 굳어지는 노방실의 얼굴. 퀭하게 바라보는 사재성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지며!
S# 40 국장실 (D)
빠르게 컷 튀면! 쾅 -! 테이블을 내려치는 천성희! 안국장에게 말을 쏟아낸다!
천성희 왜 안 된다는 건데요, 검찰 고발?
자꾸 안 된다는 말만 하지 마시고 이해를!
안국장 (사늘하게 끊으며) 야....이게 어디서....
천성희 (아차) 죄송합니다....(흥분 가라앉히려 한숨)
안국장 (다시 차분하게) 모든 일엔 절차라는 게 있어.
너처럼 그렇게 절차 무시하구 일 진행하면
될 일두 안 돼.
천성희 저 아시잖아요, 국장님. 절차 지킬게요.
절차 꼬박꼬박 다 지키고 고발하겠다구요.
안국장 벌써 절차 다 어겼으면서 또 무슨 절차?!
마진석 그 사람하곤 상관두 없는 사람들
찾아가서! 차에 족쇄 채우고! 난동피고! 영업
방해하고! 그러고 다녔으면서 무슨 절차를!
천성희 (바라보다가) 국장님 왜 자꾸 마진석
그 사람 편 드세요? 돈 먹으셨어요, 혹시?
안국장 (발끈하지만 참고) 가만 보면 우리 성희
참 겁이 없는 거 같애. (텀) 성골이다 이거냐?
천성희 (대답 없다가) 뭘 하면 겁이 없는 거고, 뭘 안하면
용기가 없는 거고. 어떻게 사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네요, 정말. 후....(짧은 목례) 나가보겠습니다.
안국장을 뒤로 하고 국장실을 나가는 천성희. 쾅 -! 문을 닫고 나가면!
S# 41 국장실 복도 (D)
문 앞에 기대어 서 있는 백성일. 국장실을 나온 천성희와 눈이 마주치자,
백성일 (잠시 바라보다가) 미안하다...
대답 없는 천성희. 백성일을 뒤로 하고 복도를 걸어 나간다. 백성일, 묵묵히 바라만 보는데,
곧이어 나오는 안국장. 백성일을 보더니 잠시 멈칫하다가,
안국장 조만간 제보자 만나서 진술 확보하면, 선배님 징계위
넘어갈 거예요. 감봉 아님 정직이겠지, 뭐.
백성일 마진석이가 꼰지른 거 뻔히 아는데 무슨 제보자 진술?
안국장 누가 마진석씨가 제보했대요? 난 그런 말 한적 없는데?
백성일 (꼬나보다가) 그렇게 살믄 자식보기 부끄럽지도 않냐?
안국장 (보다가 / 피식) 응. 안 부끄러. 내 아들 나 좋아해.
하구 싶은 거 다 시켜 주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잖아?
백성일 (잠시 꼬나보다가 / 터벅터벅 - 걸어 안국장 앞에 서더니)
미안한 마음 좀 갖자, 요즘 애들한테. 다 우리 아들 딸 아니냐.
잠시 안국장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툭툭 - 다독이며 복도를 걸어 나가는 백성일. 한숨을 내쉰다.
S# 42 화도리 (D)
전화 통화를 하며 걸어가는 최지연. 카메라는 최지연을 팔로우하며,
최지연 (전화에) 네, 수고 많으셨어요.
명의는 8개 정도로 쪼개 주시구요,
피는 바로 송금해 드릴게요. (듣고) 예.
전화를 끊는 최지연. 2만평 임야 앞에 서 있는 양정도와 노방실 뒤에 서더니,
최지연 2만평 전부 매입 했습니다.
양정도 일 야무지게 하시네, 최비서님.
고마워요. (뒤도는데)
노방실 난 이쯤에서 손 털라구.
양정도 (멈칫하고 / 보면)
노방실 형사 왔다갔어. 니가 노덕기
공사친 거 다 아는 눈치더라.
양정도 (한숨)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노여사님이
빠지면 마진석한테 미끼를 누가
던집니까? 예? 마진석 코는 누가
꿰 오냐고, 노여사님 아니면.
노방실 노덕기. 마진석 부동산 선생이잖아.
양정도 연기도 안 되는 사람 데려다가 뭘 해요.
그리고 쁘락찌한테 일 많이 주면
안 된다니까. 배 갈아 타요.
노방실 그럼 이쯤에서 판 접어. 냄새가 구리다.
양정도 (보다가) 안 돼요. 끝까지 갈 겁니다, 저는.
노방실 니 일도 아닌데 왜.
양정도 (대답 없고)
노방실 (보다가) 너 이 일하는 다른 이유 있지?
왕회장님 같은 분이 너 같은 양아치 뒷배
봐주는 것두 그렇고, 수상한 게 한두 개가
아니야. 뭐니, 이 판 설계한 진짜 이유가.
양정도 (여전히 대답 없다)
노방실 (보다가 / 피식) 내 전 남편이 그러더라. 한번
갔다 온 놈이랑은 만나두 노총각이랑은 만나지
말라구. 노총각은 속을 알 수가 없대. 니가 딱 그래.
속을 알 수가 없어. (피식 웃고 차로 걸어가며)
이 땅 니가 가져. 작별 선물이라 치자, 닭살 돋지만.
최지연과 함께 차를 타는 노방실. 빠르게 빠져 나가면, 묵묵히 바라보는 양정도.
S# 43 양정도 오피스텔 (N)
오피스텔로 들어오는 양정도. 겉옷을 벗으며 집으로 들어오는데, 딩동 - 벨소리가 울린다.
컷 튀면, 문을 여는 양정도. 입구엔 사재성이 서 있다. 대뜸 소주가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집으로 들어가는 사재성. 양정도의 허락 따윈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고, 그런 사재성을 보며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는 양정도. 이내 짜증을 가라앉히며 따라 걸어 화면 밖으로 사라지면,
S# 44 양정도 오피스텔 (시간 경과)
마주 앉아 소주를 마시는 양정도와 사재성. 조금 취한 모습이고,
사재성은 발가락 사이를 벅벅 - 긁은 손으로 오징어를 뜯으며,
사재성 그래서 직장은 구했냐?
양정도 거 오징어를 짜르든 발가락을
긁든 하나만 쫌! (됐다) 에이.
사재성 그럼 가려운 걸 으뜩해, 임마.
양정도 그럼 오징어를 좀 다음에!
사재성 먹고 싶은걸 으뜩해, 임마아.
양정도 아저씬 꼭 그렇게 하고 싶은걸
다 하셔야 돼요, 한번에?
사재성 그럼 좋지.
양정도 막 싸면서 먹구 놀면서 일하구?
사재성 으응. 범인 잡으면서 뇌물 받고. 니네 아부지처럼.
양정도 (순간 큰 한숨을 내쉬더니 소주 한잔 마시고)
저기요, 아저씨. 궁금해서 그런데요, 우리 아부지.
정말 뇌물 받구 사건 덮어주던 그런 형사였어요?
사재성 (건조) 난 아닌 거 같은데 위에선 그렇다네.
그건 그렇고 정도야. 손 좀 줘봐.
양정도 왜요? 발가락 긁을라 그러죠?
사재성 아니야. (빨리빨리 손짓) 손 좀 줘봐, 빨리.
의심의 끈을 놓지 않는 양정도. 조심스럽게 손을 내미는 순간!
찰칵 -! 손에 수갑을 채우는 사재성! 놀란 양정도가 사재성을 바라보면!
사재성 너 부동산 할배 하나 호구 물고 공사 쳤지?
양정도 (반응 없이 바라만 볼 뿐인데)
사재성 큰 거 몇 장 땡겼냐? (히죽) 내가 너 나한테
빌미주구 살지 말라 그랬지? 그새 까먹었어?
양정도 (대답 없이 고개만 떨구면)
사재성 (피식) 새끼, 쫄기는. 내가 이딴 잔돈 몇 푼으로
너 교도소 입장 시킬 거 같냐? 가봤자 얼마나
산다구. (손짓) 손 줘봐, 임마.
양정도, 손을 내밀면, 수갑을 풀어주는 사재성.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사재성 두 번은 안 봐준다. 이왕 할 거면 큰 걸루 해.
환갑까지 감방에서 썩게 만들어 줄게, 니 아빠처럼.
(스쳐 가리키며) 거 오징어 그건 출출할 때 줘 먹구.
간지러운 발가락을 바닥에 비비며 집을 나가는 사재성. 바라보는 양정도.
S# 45 양정도 오피스텔 (시간경과)
도심 야경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양정도. 묵묵히 맥주를 한 캔
마시며 생각에 빠져 있다. 한참동안 경직된 얼굴로 생각에 빠져있는 양정도.
플래시백 / 42씬
노방실
뭐니, 이 판 설계한 진짜 이유가.
생각을 멈추고 핸드폰을 드는 양정도.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더니,
양정도 (전화에) 노여사 손 털었어요. 설계 다시 합시다.
전화를 끊는 양정도. 무언가를 입에 갖다 대고 뜯으면, 그것은 오징어다. 오징어를 씹으며 생각에
잠긴 양정도. 세상 가장 진지한 얼굴로 오징어를 뜯고, 경쾌한 비트의 음악이 고조되어 들려오며!
S# 46 냉동 창고 (D)
38 사기동대, 마사장 관련 각종 자료들을 보고 읽으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양정도 일단 마진석 판에 엮을 방법부터 다시 짭시다.
(생각하다가) 내기 골프 좋아한댔지, 마진석?
마진석이 자주 가는 스크린 골프장 체크했어?
장학주 (지나치며) 청담동 메카 골프. 일주일에 3번 가.
양정도 오케이. (누군가를 보며) 너는 거기 취업 준비하고,
카메라, 빠르게 무빙하여 양정도가 바라 본 누군가를 비추면, 그녀는 조미주고!
S# 47 스크린 골프장 인근 (D)
조신한 복장으로 차려입은 조미주. 복장과 안 어울리게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걷다가
입구를 들어가는 순간 씹던 껌을 뱉어 골프장 알바 전단지에 붙이며 건물 안으로 사라지고,
S# 48 스크린 골프장 (D)
조미주 (조신) 알바 구하신다고 해서...요...
사장 (조미주를 아래위로 훑어보고 /
마음에 든다) 언제부터 일 할래?
S# 49 스크린 골프장 인근 (D)
건물을 나오는 조미주. 껌을 붙여놨던 알바 전단지를 떼고 찢어 버리며 거리를 걷는다.
S# 50 냉동 창고 (D)
양정도 정자왕! 손오공!
카메라, 빠르게 무빙하여 정자왕을 비추면! USB와 작은 리모컨을 하나 들고
뒤뚱뒤뚱 달려오는 정자왕! 그것을 양정도에게 내밀며,
정자왕 여, 여기!
그것을 받아드는 양정도. 누군가에게로 걸어가 그것을 전해주면! 그는 장학주고!
S# 51 스크린 골프장 (D)
장학주 (OFF) 기기 점검 나왔어요.
골프장으로 들어오는 장학주. 카운터에 앉아있는 조미주와 스크린 골프를 치는
사람들을 지나 장비실로 들어간다. 컴퓨터 뒤에 USB를 꽂는 장학주. 그곳을
나와 서빙을 하는 조미주와 스쳐 지나는 순간! 조미주의 손에 리모컨을
쓰윽 - 넘겨주는 장학주! 일상적으로 멀어져 스크린 골프장을 나간다! 그 위로!
장학주 (E) 이거만 확실히 기억햐.
S# 52 냉동 창고 (D)
장학주 (리모컨을 한번 누르며) 한번. 오버 파.
(리모컨을 두번 누르며) 두번. 언더 파.
(리모컨을 세번 누르며) 세번. 홀 인 원!
(리모컨 건네주며) 까먹구 그러믄 안댜.
조미주 (리모컨을 받고 / 허공을 향해 한번 튕기면)
S# 53 스크린 골프장 (D)
카운터에 앉아 리모컨을 한번 누르는 조미주! 카메라, 빠르게 무빙하면! 골프채를 휘두르는
아줌마 손님! 화면에 더블 보기가 뜨고! 리모컨을 두 번 누르는 조미주. 컷 튀면! 골프채를
휘두르는 아줌마 손님! 화면에 버디가 뜬다! 마지막으로 리모컨을 세 번 누르는 조미주!
빠르게 무빙하는 카메라가 아줌마 손님을 비추면! “홀인원!” 소리와 함께 빵빠레가 터져 나온다!
기쁨과 감격에 호들갑을 떠는 아줌마 손님! 바라보는 조미주의 입가에 만족감의 미소가 번지고!
S# 54 냉동 창고 (D)
양정도 (장학주 향해 손가락 튕기며) 작업장 부킹했고,
(조미주 향해 손가락 튕기며) 캐디 준비됐고,
(정자왕 향해 손가락 튕기며) 손오공 준비됐고,
(손을 만지작만지작) 이제 선수만 남았는데에...
고심하는 얼굴의 양정도. 무언가 번뜩이며 백성일을 보면, 열심히 필기하고 있는 백성일.
아직 양정도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상황에서, 조미주, 장학주, 정자왕의 시선도 자연스레
백성일에게 향하면, 시선을 느끼는 백성일.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자기를 쳐다보자
부담스러움을 느낀 듯 쭈뼛대고, 백성일을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는 양정도. 함께 바라보는
조미주, 장학주, 정자왕의 입가에도 짧은 미소가 번지고, 의아하다는 얼굴의 백성일.
혼자 안 웃는 것이 이상한 듯 어색한 미소를 머금으면, 45씬부터 이어지던 음악이 끝나며,
S# 55 냉동 창고 (시간 경과)
화면 가득 보이는 백성일의 얼굴. 어딘가 시름이 가득한 얼굴이다.
그런 백성일 앞에 앉아있는 양정도. 뒤엔 조미주, 장학주, 정자왕이 서 있다.
양정도 정말 안 되겠어요? 처음 시작할 때 그 패기 다 어디 갔어?
백성일 몸이 안 따라 준다니까. 그냥 그 복덕방 사장한테 하라 그러!
조미주 (끊으며) 쁘락찌한테 일 많이 주면 안 돼요. 배 갈아 타.
백성일 그럼 그냥 학주 쟤나 자왕이가!
정자왕 우연보단 악연. 우연은 의심 해두 악연은 의심 안 해요.
백성일 (한숨 푹) 골프 쳐 본 적두 없는데, 나는?
장학주 (버럭) 손오공 있잖여! 뭘 쫄구 그랴?!
백성일 그래두 그 치는 그 폼이라는 게...
양정도 골프 어려울 거 없어요. (일어나며) 그냥 공보고 때리면 된다니까?
(막대기 하나를 잡으며) 자 봐요. (자세 취하며) 엉덩이 살짝 빼주고,
눈은 공만 보면서, 이렇게, 이렇게 치면 되는 거예요. 각 나오죠?
여기서 (치기 바로 전의 자세를 잡으며) 역 K자.
팔과 다리가 역 K자! 예? 이 상태 유지해주면서 그냥 때려 버리면!
풀 스윙을 하는 양정도. 동시에 빠르게 장면 바뀌면!
S# 56 스크린 골프장 (N)
강력한 스윙을 하는 백성일! 너무 강하게 돌린 듯 살짝 휘청이고 주변을
살펴보면, 공은 그 자리에 있다. 그때, 백성일의 옆을 쓱 지나가는 조미주.
조미주 똑바로 안 해요? 공은 맞춰야!
됐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사라지는 조미주. 백성일은 멋쩍은 미소만 머금다가,
백성일 공이 좀 작네. 내가 쓰는 거부다.
잠시 쭈뼛대다가 다시 연습을 하는 백성일. 골프채를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공에
갖다 대고 치기를 반복하는 그때!
누군가 (OFF) 새로 왔냐?
소리에 반응하는 백성일. 입구를 바라보면, 골프 가방을 든 마사장이 들어온다!
퉁명스런 얼굴로 조미주를 스쳐보며 다가오는 마사장. 뒤편에서 백성일을
바라보는 조미주가 할 수 있다는 듯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찰나, 긴장감이
엄습하는 백성일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는데, 그 위로!
양정도 (E) 자, 호구 입장하면 바로 공사 들어갑니다.
S# 57 냉동 창고 (D / 과거)
양정도 일단 무시. 그놈이 말 걸때까지 기다려요.
S# 58 스크린 골프장 (N)
백성일의 옆으로 다가오는 마사장. 아직은 백성일을 못 본 눈치다. 긴장하며 골프를
치는 백성일.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마사장을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뭔가 말하려는 순간!
양정도 (E) 사기꾼은!
S# 59 냉동 창고 (D / 과거)
양정도 사자가 아니라 악어예요. 기다려요.
S# 60 스크린 골프장 (N)
말을 멈추는 백성일. 숨을 고르며 골프에 집중하는데, 골프채를 꺼내다가
백성일을 보는 마사장! ‘내가 뭘 잘못 본 건가’ 라는 얼굴로 백성일을 살펴보다가!
마사장 어이고. 여기 어쩐 일이래?
백성일 (보고 / 어색하게) 어? 어떻게 여기서
또 만나네? 너무 신기하네. 깜짝 놀랐네.
마사장 뭘 그렇게 어색하게 놀래. 볼두 치시나봐?
당구 치게 생기셔서.
백성일 예. 가끔 칩니다. 중년 남성의 작은 취미...
마사장 작은 취미는 얼어 죽을. 됐고, 볼이나 쳐요.
골프를 치기 시작하는 마사장. 어색한 미소를 머금는 백성일도 다시 골프를 치기 시작한다.
긴장된 얼굴로 조미주를 바라보는 백성일. 무표정한 얼굴의 조미주 또한 백성일을 응시하는데,
양정도 (E) 첫 삽 뜨기 전까진 자연빵으로 쳐요.
S# 61 냉동 창고 (D / 과거)
양정도 호구가 호구로 봐야 호구가 돼. (짧은 미소를 머금으면)
S# 62 스크린 골프장 (N)
스윙을 하는 백성일과 마사장의 모습이 컷컷컷컷 - 보여진다! 치는 족족 벙커에 빠지거나
더프, 심지어는 공을 못 치는 헛스윙을 남발하는 백성일! 그와는 대조적으로 스크린을
향해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마사장의 공은 필드 위에 안착하고! par, birdie, eagle, 같은
글자들이 화면에 뜬다! 백성일의 화면에 뜨는 double bogey, triple bogey, fail, fail, fail!
글자가 빠르게 스칠 때마다 백성일의 입에선 짜증의 탄성이 터져 나오고! 힐끔힐끔 바라보며
비웃음을 머금는 마사장. 호쾌한 스윙을 날리면!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스크린 속 공이 필드 위에
안착한다! 조금 짜증이 나는 백성일. 이번엔 공을 제대로 치려는 듯 신중히 폼을 잡아 스윙을 하는데!
마사장 (공만 보며) 애는 잘 커요?
백성일 (마사장을 보면)
마사장 (공만 보며) 세상 참 평등해졌어. 그렇잖아.
(보며) 이젠 개나 소나 다 골프 친다구 깝치고,
(골프채로 백성일 가리키며) 못 사는 애나
잘 사는 애나 다 똑같은 선생 밑에서 교육받고.
(공 보며) 평등 이게 좋은 게 아닌데, 이게 진짜.
멍청한 사람들이 진짜. 격 떨어지게들 진짜. 아우.
스윙을 하는 마사장. 다시 골프에 집중하고, 바라보는 백성일. 분노가 차오르는 모습 위로!
백성일 (E) 근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S# 63 냉동 창고 (D / 과거)
백성일 또 지난번처럼 실수하고 그럴까봐. 골프두 잘 모르고.
양정도 별명이 명시였다면서요? 명절날 시어머니. 내 아들
무시하는 며느리 보는 시어머니 심정이 어떻겠어요?
S# 64 스크린 골프장 (N)
스치는 시선으로 마사장을 바라보는 백성일. 고급 옷에 고급 시계, 고급 골프 장비에 가방,
고급 자동차 키 등 모든 것을 최고급으로 치장한 마사장의 모습을 쭉 - 훑어보는 모습 위로,
양정도 (E) 자긴 명품 옷 빼입고 내 아들한텐 거적때기 입히는 며느리...
자기는 비싼 밥 먹으면서 내 아들한텐 물에 밥 말아서
던져주는 며느리...그걸 보는 시어머니 심정이 어떻겠냐구요...
S# 65 냉동 창고 (D / 과거)
양정도 화나겠죠? 짜증나겠지, 막!
S# 66 스크린 골프장 (N)
마사장을 바라보는 백성일. 신나는 얼굴로 골프를 치는 모습에서 분노가 치밀어 온다.
양정도 (E) 마진석 보는 우리 심정이 그래요. 남편이 벌어다 준 돈,
지 몸 가꾸는 데만 쓰고, 자기만 잘 먹고, 자기만
잘 사는 그런 며느리 보는 시어머니 심정이라구요, 다.
S# 67 냉동 창고 (D / 과거)
양정도 그냥, (백성일 가슴을 툭툭 치며)
느낀 대로 갑시다. 그럼 돼!
자신감의 미소를 머금는 양정도. 조미주, 장학주, 정자왕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며!
S# 68 스크린 골프장 (N)
눈빛이 매서워지는 백성일. 됐다는 듯 골프채를 집어 던지고 마사장 앞에 걸어가더니!
백성일 어이.
마사장 (반응 없이 골프만)
백성일 야!
동시에 마사장의 골프채를 치는 백성일. 마사장이 짜증난 얼굴로 쳐다보면,
백성일 너 나랑 내기 한판하자.
잠시 바라보는 마사장.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고 골프채를 집으려고 상체를 숙이는데!
골프채를 발로 쳐내는 백성일! 짜증이 난 마사장이 주먹을 움켜쥐며 상체를 일으키는
찰나! 마사장의 뺨 싸다구를 때릴 듯 손을 치켜드는 백성일! 놀란 마사장이 움찔하면!
백성일 할 거야, 말 거야.
마사장 (보다가) 구력두 안되는 게 어디서!
백성일 (때릴 듯) 할 거냐고, 말 거냐고 씨!
마사장 (반응 없고)
백성일 돈 따서 니 밀린 세금 좀 내게 내기
한판 하자고, 이 샹노므새끼야아아아!
분이 삭혀지지 않아 씩씩대는 백성일의 얼굴이 화면 가득 보이며 경쾌한 비트의 음악이 들려오고!
S# 69 스크린 골프장 (시간 경과)
자세를 잡고 나란히 서 있는 백성일과 마사장. 그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가득하다.
마사장 백만 원 빵. 말 바꾸지 마?
백성일 다물고 치기나 해, 새끼야.
바라보는 조미주의 얼굴에도 적절한 긴장감이 흐르고! 짧은 한숨을 내쉬는
백성일과 마사장. 골프채를 꽈악 - 움켜쥐고 풀 스윙하며 딱 -! 공을 맞추는 순간!
조미주가 리모컨을 한번 누르면! 몇 차례 강렬한 스윙을 하는 마사장의 공은 힘없이
날아가고! 결국 triple bogey가 화면에 뜬다! 짜증 섞인 낮은 탄성을 내뱉는 마사장!
백성일을 보면! 그 옆을 지나가는 조미주! 리모컨을 두 번 누르며 화면 밖으로 사라지고!
스윙을 할 때마다 스크린을 향해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백성일의 공! 필드 위에
안착하고! 홀로 들어가며 화면에 뜨는 birdy! 미소를 머금는 백성일. 마사장을
향해 손을 내밀면, 지갑에서 수표를 꺼내는 마사장. 백만 원을 건네주며,
마사장 한판 더.
풀 스윙을 하는 백성일과 마사장 모습이 컷컷컷컷! 빠르게 보여진다! 연습할 때와 반대로!
치는 족족 벙커에 빠지거나 해저드, 헛스윙까지 하는 마사장! 그가 실수를 할 때마다
리모컨을 한번 누르는 조미주의 모습이 빠른 컷으로 스치고! 그와는 대조적으로 스크린을
향해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백성일의 공은 필드 위에 안착한다! par, birdie, eagle, 같은
글자들이 뜨는 백성일의 화면! 글자가 뜰 때마다 리모컨을 두 번 누르는 조미주의 모습이
빠르게 스쳐 지난다! double bogey, triple bogey, fail, fail, fail! 글자가 스칠 때마다
마사장의 입에선 짜증의 탄성이 터져 나오고! “한판 더”를 외치며 착착착 - 돈을 꺼내
건네주는 마사장! 채가듯 돈을 빼가는 백성일! 이제야 골프가 재밌는 듯 신나게 스윙한다!
백성일 으하하!
다시 한 번 호쾌한 스윙을 날리는 백성일!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스크린 공이 홀로 들어가면!
화면에 떠오르는 albatross! 긴장한 듯 숨을 몰아쉬는 마사장이 스윙을 하면! 화면에 떠오르는
bogey! 억눌렀던 짜증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마사장! 골프채를 집어던지며 육두문자를 내뱉는데!
백성일 (돈 세며) 하, 둘, 셋, 네, 다, 600이네!
허허. (마사장을 향해) 어떻게, 한판 더?
마사장 (진정시키듯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더어!
컷 튀면, 자세를 잡고 서 있는 백성일. 마사장은 뒤에서 바라보고 있다. 조미주를 슬쩍
바라보는 백성일. 테이블 밑에 손을 숨긴 조미주는 묘한 미소만 머금을 뿐인데, 나지막한
숨을 내쉬는 백성일. 일순간 숨을 멈추고! 풀 스윙하며 공을 딱 -! 때리면! 한없이
허공을 날아가는 공이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간다! 일순간 그곳에 이는 정적! 친 백성일도
보는 마사장도 말문이 막히는데! 빵빠레가 울리며! hole in one 글자가 화면에 뜨는 순간!
백성일 이야아아아아!
격하게 기쁨을 표현하는 백성일! 바라보는 마사장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멀뚱히
서 있을 뿐이다. 옆 손님들과 포옹을 하며 기뻐하는 백성일. 아줌마들과 부둥켜안고 기쁨을
만끽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하다는 얼굴의 마사장. 번뜩하고 조미주를 바라보더니,
마사장 야.
조미주 (보면)
마사장 너 일루 좀 와봐.
조미주 왜요?
마사장 (버럭) 와 보라구, 썅!
순간 행동을 멈추는 백성일. 마사장을 봤다가, 조미주를 보는데, 손에 리모컨을 쥐고 있다!
긴장하는 백성일. 마른침을 삼킬 뿐인데, 잠시 마사장을 보다가 걸음을 옮기는 조미주.
손에 리모컨을 쥔 채로 마사장을 향해 가며! 자연스럽게 머리를 올리고 리모컨을 비녀 삼아
머리를 고정시킨다! 동시에 조미주가 마사장 앞에 도착하면, 대뜸 조미주의 손을 펴보는
마사장.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곤 짜증 섞인 탄성을 내뱉는다. 한숨 돌리는 백성일.
자신을 보며 짧게 미소 짓고 뒤도는 조미주가 사라지고 나면,
어색한 미소를 머금으며 아줌마들과 다시금 기뻐한다. 백성일보다 더욱 기뻐하는 아줌마들.
S# 70 화장실 (N)
손을 닦는 마사장. 짜증난 얼굴이다. 잠시 후 들어오는 백성일. 소변을 보며,
백성일 쓰려요?
마사장 적선했다 치지, 뭐. 몇 푼 된다고.
백성일 허허. 그래요. 적선했다 쳐, 국가에.
(소변 모두 보고 걸어오며)
그건 그렇고 오늘 뭐 일 있으신가?
마사장 왜?
백성일 (손을 닦으며) 술이나 한잔 사드리게.
돈 딴 기념으루다가.
마사장 술 안 좋아해. (하며 나가려고 하는데)
백성일 그럼 밥으루 하시든가.
돈 다 돌려줄게, 나랑 밥 한 끼 하면.
마사장 (멈추고 뒤돌아보면)
백성일 그냥 웃자고 친 거 죽자고 받기도 글코,
그냥 가기 그렇잖아요. 미운 정두 정인데.
잠시 바라보다가,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차는 마사장. 씨익 - 미소를 머금는 백성일.
S# 71 노방실 빌딩 (N)
자리에 앉아 뉴스를 보는 노방실. ‘서울시 주민세 122% 인상’ 이라는 타이틀 아래 시정연설을
하는 천갑수의 모습이 자료화면으로 나오고 기사를 읽는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건조한 얼굴로 뉴스를 보는 노방실. 그때 최지연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최지연 한미유통 합병 껀 다 정리
했습니다, 여사님. (서류 내밀면)
노방실 (서류 보며) 둘이 있을 땐 말 편하게
하라니까. 어떻게 10년을 못 고치니.
최지연 (반응 없다가 / 미소로 넘기며)
프로젝트 규모가 꽤 커서 왕회장님께
직접 보고 해야 될 거 같아요.
면회 일정 잡을까요?
노방실 (반응 없다가 / 서류 덮고) 딸.
최지연 예?
노방실 세금 저건 왜 맨날 오를까?
최지연 (TV 한번 슬쩍 보고) 글쎄요.
노방실 곳간이 바닥나서 그런 건가? 그럼
법인세랑 종부세는 왜 깎아줬는데?
법 만드는 사람들이 부자들이라?
최지연 (대답 없이 옅은 미소만 머금으면)
노방실 나도 부자지만 이건 아니지. 공평하지가
않잖아, 공평하지가.
짧은 한숨을 내쉬는 노방실. 텔레비전 뉴스에선 시정 연설을 하는 천갑수의 모습이 계속 흘러나온다.
S# 72 삼겹살 집 (N)
불판 위에 삼겹살이 지글지글 구워진다. 마주 앉아있는 백성일과 마사장.
백성일은 맛있게 고기를 주워 먹고 있는데 마사장은 어딘가 불편한 얼굴이다.
백성일 왜 안 드셔? 맛있는데.
마사장 사람두 불편하구 냄새두 나구. 좀 그러네...
백성일 그냥 드셔. 고기가 냄새두 배구 그러는 거지.
사람 불편한건 어쩔 수 없지만. 아무튼 드셔.
맛 집이야, 여기. 방송두 나오구.
마사장, 됐다는 듯 시선을 피하면, 고기를 먹으며 핸드폰을 주시하는 백성일.
누군가에게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듯 계속 핸드폰을 바라보는 그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린다! 기다렸다는 듯 핸드폰을 잡는 백성일. 전화를 받으며!
백성일 (들으라는 듯) 어, 김계장!
S# 73 양정도 오피스텔 (N)
통 유리에 기대어 서서 통화를 하는 양정도.
양정도 내가 원래 이런 거 안 해주는데 또 실수할까봐
해주는 거예요. 그니까 잘 하라구. 알았어요?
S# 74 삼겹살 집 (N)
백성일 그러엄! 당연하지! 무슨 일인데?
S# 75 양정도 오피스텔 (N)
양정도 제가 그때 말씀드린 거 생각해 보셨어요?
S# 76 삼겹살 집 (N)
백성일 뭐? 아아! 그때 그 화성 뉴타운 그거?!
재개발이란 말에 번뜩하는 마사장! 티는 내지 않지만 눈빛이 달라진다!
스치는 시선으로 그것을 본 백성일. 됐다는 듯 입꼬리가 씨익 - 올라가고!
백성일 좋은 기횐 건 나두 알지. 근데 내가
실탄이 없어. 여윳돈 없다구 몇 번 말했잖어.
S# 77 양정도 오피스텔 (N)
양정도 뉴타운, 좋은 기회, 돈 없다. 한 번 더 강조.
S# 78 삼겹살 집 (N)
백성일 그래. 화성 뉴타운 거기가 어엄엄청나게 좋은
기횐 거 잘 안다니까? 거기 돈 담구면 벤츠
몇 십 대 값 버는 거 알어, 나두.
S# 79 양정도 오피스텔 (N)
양정도 (끊으며) 쓸데없는 말 하지 마시고.
벤츠 몇십 대가 왜 나와요, 여기서?
S# 80 삼겹살 집 (N)
백성일 (잠시 움찔하지만) 암튼 다음에 기회 있으믄
또 알려주구 그래. 혹시 아냐? 로또가
내 뒤통수를 빡!
S# 81 양정도 오피스텔 (N)
양정도 (끊으며) 할 말만 해요, 할 말만. 만담하지 말고.
S# 82 삼겹살 집 (N)
백성일 허...암튼 고맙고, 조만간 술이나 한잔 하자.
어, 그래. 들어가, 김계장. 수고하고.
전화를 끊는 백성일. 마사장의 눈치를 살피며 고기를 먹고,
S# 83 양정도 오피스텔 (N)
빈 전화기를 바라보는 양정도. 걱정 어린 짧은 한숨을 내쉬는데,
S# 84 삼겹살 집 (N)
백성일의 눈치를 살피는 마사장. 힐끔힐끔 바라보다가,
마사장 (슬쩍) 뭐 무슨 좋은 정보 있으신가봐?
백성일 (눈빛이 번뜩이고 / 태연) 뭐...
마사장 꿀단지 봤음 같이 노나 먹고 그럽시다.
혼자 빨지 마시고. 그냥 궁금해서 그래.
백성일 화성 시청에서 일하는 후배! 에이, 아니에요.
마사장 거 참 거 참 거거거거! 왜 말을 할려다 말어?
(다가가며) 화성 시청 후배 뭐?
백성일 (잠시 바라보다가) 비밀 잘 지켜줄 수 있어요?
이거 딴데루 새 나가믄 클나. 다 (해고 손짓)
이거라구, 나랑 걔랑.
마사장 아우, 당연한걸! 비밀 또 그거 내가 을마나
잘 지키는데! 학교 다닐 때두 애들이 비밀
나한테만 말해줬어, 비밀 잘 지킨다구!
(더 다가가며) 그래서 화성 시청 후배가 뭐?
백성일 (갈등하듯 바라보다가) 내 밑에 있다가 화성
시청으로 넘어간 놈이 하나 있는데 걔가 지금
도시개발과에 있거든요, 계장? 걔가 그러네.
그쪽에 재개발을 크게 할 거 같다구. 쌈지돈 뫄둔 거
있으면 재개발 발표나기 전에 빨리 땅이나 사두라구.
마사장 (잠시 짱구 굴리다가) 수익은 몇 프로까지 본다는데?
백성일 (손가락 5개를 펴면)
마사장 쩜 오배? 괜찮네, 그거! (하며 물을 마시는데)
백성일 쩜 오배는 무슨. 다섯 배. 1억 담구면 5억 번다구, 거기.
순간 마시던 물을 뿜어내는 마사장! 튀어나올 듯 커진 눈으로 바라보면!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는 백성일. 소주를 한잔 마시며 마사장의 눈을 응시한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의 마사장.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일어나며,
마사장 화, 화장실 좀.
마사장, 허겁지겁 자리를 떠나면, 어딘가로 문자를 쓰는 백성일. 전송 버튼을 누르자!
S# 85 양정도 오피스텔 (N)
문자를 보는 양정도! 짧게 숨을 고르고 뒤돌아 누군가를 바라보며,
양정도 준비됐죠?
양정도가 바라보는 누군가를 비추는 카메라! 그는! 노덕기다! 초조한 얼굴로 안경을
매만지는 노덕기! “음음음” 헛기침하는 찰나! 그의 핸드폰이 진동한다! 핸드폰을 보는
노덕기. 마사장에게 걸려 온 전화다! 노덕기, 다시금 양정도를 바라보면, 전화를
받으라는 듯 손짓하는 양정도. 손짓을 본 노덕기는 긴 한숨을 내쉬고 전화를 받으며!
노덕기 진슥아. 안 그래도 전화할라 캤는데, 내가.
S# 86 화장실 (N)
마사장 (다급한) 화성 뉴타운 찌라시 들은 거 있어요, 혹시?!
S# 87 양정도 오피스텔 (N)
노덕기 (양정도 눈치 한번 살피고) 니가 그길 우예 아나?!
내도 지금 큰 거 한 장에 넘기받은 정본데에! (숨 고르면)
S# 88 화장실 (N)
마사장, 핸드폰 너머 노덕기의 말에 집중하는데!
노덕기 (F) 그기 노다지란다!
S# 89 양정도 오피스텔 (N)
노덕기 황금알 낳는 거위! 아나?! 그기다
돈 쎄리 박으라! 그라기마 하모 임마야!
S# 90 화장실 (N)
노덕기 (F) 니캉 내캉 돈 베개 비고! 돈 이불 덮고!
S# 91 양정도 오피스텔 (N)
노덕기 돈 츤장 바라 보믄서 그리 잘기다. 땅 무라!
S# 92 화장실 (N)
노덕기 (F) 빙다리 아 들 눈탱이 맞춰가 그 땅 다 쳐 묵꼬!
S# 93 양정도 오피스텔 (N)
노덕기 팔짜 함 펴 보자, 진슥아!!
미련 없이 전화를 끊는 노덕기. 씁쓸한 얼굴로 양정도를 바라보면,
경직된 얼굴로 바라보다가 미소를 머금는 양정도. 짝짝짝 - 박수를 쳐주고!
S# 94 삼겹살 집 (N)
황급히 화장실을 나오는 마사장! 백성일을 향해 달려가더니!
마사장 거, 거기 투자! 내, 내가 할게요! 내가!
백성일 (시치미) 예?
마사장 내가 실탄 댈 테니까! 거기 투자 하자고!
수익금 5프로 뗘 드릴게, 내가!
백성일 (번뜩) 5, 5프로?
마사장 그래! 5프로! 그 돈이면 따님 비 안 맞아두
되고! 집 이사두! 에이 씨! 암튼 내가 거기
투자 좀 하자고오! 그 후배 분 좀 만나게
해줘요, 나? 응? 다른 꾼들 덤비기 전에
빨리 선수 쳐야 된다니까? 예? 과장니임임!
갈등하는 얼굴로 바라보는 백성일. 간절한 마사장을 바라보다가,
씨익 - 입꼬리가 올라가며 미소가 번지더니 소주병을 들고 내밀며!
백성일 그때 그 차 키, 아직두 갖구 계신가?
먹지도 않던 술을 받는 마사장. 술병을 받아들어 백성일의 잔에 공손히
술을 따른다. 짠하는 백성일과 마사장. 술을 마시는 그들의 얼굴이 교차하다가!
S# 95 도심 전경 (N to D)
달이 빌딩 사이로 모습을 감출수록, 자동차 라이트, 건물 조명 불빛도 점차 사라진다.
이어 조금씩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조금씩 세상을 밝히고, 출근 차량과 인파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가운데!
S# 96 시청 복도 (D)
복도를 걸으며 통화하는 백성일.
백성일 (전화에) 자냐? 내일 모레 만나서 화성
내려가기로 했으니까, 그때 맞춰서 잘 준비!
순간 앞에 서 있는 누군가를 보고 말을 멈추는 백성일. 그녀는 천성희다.
백성일 (전화에) 다시 할게.
전화를 끊는 백성일. 묵묵히 천성희를 바라보면, 어두운 낯빛의 천성희.
천성희 다 포기하고 싶은데 순응하긴 싫고,
한 대 때려주고 싶은데 과장님처럼
손 치켜들 용기두 힘두 없네요, 저는.
감정을 추스르는 천성희. 말없이 바라보는 백성일의 얼굴에서,
S# 97 시청 (D)
끼익 - 고급 벤츠가 멈춰서고! 차에서 내리는 한 남자! 그는! 마사장이다!
S# 98 시청 복도 (D)
천성희를 바라보는 얼굴에 안타까움이 서려오는 백성일. 천천히
천성희에게로 다가가 어깨를 다독여
주려는데! 천성희 어깨 너머로 보이는 누군가를 보고 멈칫한다! 그는
마사장이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 마사장! 동시에 백성일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다급해지는 백성일! 천성희를 바라보며!
백성일 잠깐 화장실 좀.
천성희를 지나쳐 빠르게 걷기 시작하는 백성일!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더니!
백성일 밖에서 봅시다.
S# 99 시청 인근 (D)
시청 인근 후미진 곳에 서 있는 백성일과 마사장.
백성일 아 사람 진짜,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오고
그래요? 사람 곤란해지게.
마사장 제가 너무 급해서요. 과장님. 우리 그 화성
시청 후배 분 만나러어, 지금 가믄 안될까?
백성일 무슨 말도 안 되는. 지금 업무 시간이에요.
무단으루 자리 비우고 그럼 안 된!
마사장 (끊으며) 아니, 내가 어젯밤에 곰곰이 생각을
좀 해봤거든? 일이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
될 수 있는 건가? 너무 짝짝 맞아
떨어지는데, 이건? 뭐 이런 거 있잖아요, 왜!
백성일 (뜨끔하지만) 그래서 의심하는 거예요, 지금?
마사장 의심이 아니라 제 주변에 돈 냄새 맡고 달려드는
족속이 워낙 많습니까? 사기 칠려는 놈들두 있구,
콩 고물 좀 줏어 먹으려는 놈들두 있구, 암튼 뭐
그런 놈들이 태반인데, 그런 놈들 걸러낼 때 제가
어떻게 하는지 알아요? 약속을 바꿔! 왜?!
될 일은 약속을 바꿔도 되고! 안 될 일은 약속을
바꾸믄 안 되거든! 또 왜?! 사기 치는 놈들은 약속
날 맞춰서 세팅 다 해 놓는다 이거예요. 덫 만들어
놓고, 날 기다리는 거지. 콱 -! 그냥 잡아먹을라고.
동안, 낯빛이 경직되는 백성일. 본능적으로 마른 침을 꿀꺽 - 삼키는데,
날카롭게 바라보는 마사장. 비릿한 미소를 머금으며,
마사장 그 화성 시청 후배라는 분. 오늘 가면 없고,
약속 날 가면 있는 그런 사람 아니죠? 진짜
화성 시청 도시 개발과 계장 맞죠, 그 분?
백성일 (소심) 왜 의심을 그렇게 하고..그래요오..
있다면 있는 거지...사람 말 못 믿구 거...
마사장 오늘 같이 내려가면 나 과장님 말 믿을게.
막 진짜 하나님처럼 믿고 따를게, 내가!
백성일 (소심하게 작아지며) 업무시간이라 곤란한..
마사장 에이, 어차피 38 팀은 외근이 많아서 그런 거
필요 없잖어! 그러지 말구 같이 갑시다.
오는 길에 바람도 쐬고 회도 한 접시 하고
그럼 좋잖아. 응? 가요, 지금. (미소와) 예?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백성일. 미소를 머금은 마사장. 두 얼굴이 교차하다가!
S# 100 양정도 오피스텔 (D)
스탠드 테이블 위 핸드폰이 진동한다. 이불 사이로 손을 빼는 양정도.
더듬어 핸드폰을 잡아들고, 이불에서 고개를 빼며 전화를 받으며,
양정도 (가라앉은) 여보세요..
백성일 (F) 어, 김계장! 나 백과장인데!
S# 101 달리는 차 안 (D)
마사장이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 앉아있는 백성일. 큰 소리로 통화한다.
백성일 지금 화성 시청 가고 있거든, 우리가? 잠깐 볼 수 있지?
S# 102 양정도 오피스텔 (D)
양정도 (누운 채) 뭔 소리야..낼 모레라메..
장난치지 마요. (전화를 끊으려는데)
백성일 (F) 어, 볼 수 있다고?! 그럼 지금 간다?
양정도 (멈칫하고 짜증) 어딜 와요? 내일 모레!
S# 103 달리는 차 안 (D)
백성일 그럼 지금 가아?! 마사장님 모시고 지금 간다?!
S# 104 양정도 오피스텔 (D)
백성일 (F) 김 계장 일하는 화성 시처엉! 지금 간다고!
나랑 마사장님이랑!
동안, 낯빛이 서서히 굳어가는 양정도. 심상치 않음을 느낀 듯 벌떡 일어나더니!
양정도 공사 틀었어요?!
S# 105 달리는 차 안 (D)
백성일 어, 맞어. (마사장 눈치 쓱) 마사장님이 그러고
싶으시다네? 그게 좋을 거 같으시대, 마사장님께서.
S# 106 양정도 오피스텔 (D)
경직되는 양정도. 눈빛이 격렬히 떨려오는데!
백성일 (F) 아무튼 지금 출발해서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할거 같으니까!
S# 107 달리는 차 안 (D)
백성일 오랜만에 얼굴 보고 그럽시다? 알았지, 김계장? (전화를 끊으면)
S# 108 양정도 오피스텔 (D)
양정도 여, 여보! 저기!
멍한 얼굴로 핸드폰을 내리는 양정도! 잠시 멍했다가! 이내 미간이 구겨지며!
양정도 에이씨!
황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양정도! 빠르게 움직여 화면 밖으로 사라지고!
S# 109 달리는 차 안 (D)
마사장 된대요?
백성일 뭐. 허허. 가면 있는 건데, 뭐.
어색한 미소를 머금는 백성일. 등골에 식은땀이 쫙 흐르는 느낌인 듯 창문을 연다.
S# 110 경찰서 (D)
수하 형사들과 복도를 걷는 사재성. 핸드폰이 진동하고, 전화를 받으면,
누군가 (F) 사재성 형사님 맞습니까?
S# 111 부동산 (D)
전화를 잡고 앉아있는 누군가. 그는! 노덕기다!
노덕기 사기사건 제보를 하나 할라카는데요,
양정도라꼬예, 혹시 아십니까, 형사님?
S# 112 경찰서 (D)
사재성 (눈빛의 떨림) 누구요?
핸드폰으로 들려오는 노덕기의 말을 듣는 사재성. 얼굴이 급격히 굳어지기 시작하고!
S# 113 양정도 오피스텔 주차장 (D)
주차장을 달리는 양정도! 자동차에 타고! 부릉 -! 시동을 걸어! 액셀을 밟으면!
끼이익 -! 스키드 마크를 그리며 움직이는 자동차! 빠르게 주차장을 빠져 나가고!
S# 114 도로 (D)
양정도의 차가 도로 위를 무섭게 질주한다! 전화 통화 중인 양정도! 다급한 목소리로!
양정도 마진석이 공사 틀었으니까! 1시간 내로 싸이트 터!
액셀을 질끈 밟는 양정도! 계기판의 속력 게이지가 100km를 넘어서고! 네비게이션의
상냥한 목소리는 “60키로 주행 구간입니다” 라는 말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상황에서!
양정도 그런 말 하지 말고 하라믄 해!
(듣고) 시간 없다는 말 그만 쫌씨!
액셀을 질끈 밟는 양정도! 계기판의 속력 게이지가 120km를 넘어서고!
띠링 띠링 쉴 새 없이 울려대는 네비게이션! 양정도의 차는
차량들 사이를 누비며 광폭의 질주를 하며! 4거리 교차로로 진입하는데!
양정도 (전화에 침착히) 내 말 잘 들어. 이거 못하면
우리 다 끝나. (폭발) 공사 엎어지게 생겼다고!
여기서 공사 엎어지면 너나 나나 그냥 싹 다 죽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쾅 --!! 용달차 한 대가 돌진하여! 양정도의 차
앞을 들이받는다! 크게 휘청이는 양정도! 그대로 돌아 가로수와 부딪치는 자동차와
함께 널브러지고! 차 본네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상황에서! 용달차에서 내리는
운전기사의 모습이 깨진 운전석 창문을 통해 보이고! 이마에서 피가 흐르는 양정도!
띠이이잉 –! 하는 공명 소리가 진동하고 의식의 끈이 흐려지듯 서서히 눈이 감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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