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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활 및 화살과 관련된 각종 글자들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활과 화살은 옛날에 전쟁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무기였습니다. 요즘 무기에 관한 정보가 외국에 유출되지 않도록 집중 단속을 하는 것처럼 옛날에는 활의 탄력을 높이기 위한 재료인 무소뿔은 무역금지 품목으로 지정되었을 정도였습니다. 비록 약재로 쓰려고 해도 말이죠. 활은 다음과 같이 생겼습니다. 앞의 활은 사용을 하지 않을 때 시위를 풀어놓은 활입니다. 이를 부린 활이라고 하는데 사용을 하지도 않으면서 계속 시위를 걸어놓으면 탄력이 떨어지고 이는 살상력을 저하시키는, 곧 무기의 성능이 떨어지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용할 때에야 비로소 뒤의 모양처럼 시위를 걸어서 썼습니다. 이렇게 시위를 걸어놓은 활의 모양을 본뜬 글자가 「활 궁」(弓)자이고 부린 활을 본뜬 글자는 「약할 약」(弱)자입니다. 「활 궁」(弓)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약할 약」(弱)자의 금문대전-소전 「활 궁」(弓)자는 갑골문에는 시위가 활에 걸려 있는데 뒤로 가면서 시위가 없는 글자로 표현을 하였습니다. 「약할 약」(弱)자는 궁(弓)자의 아래쪽에 줄을 세 개 표현하였는데 벗겨놓은 시위가 늘어진 모양을 나타낸 것입니다. 또 다른 부린 활의 모습인데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리스 신화를 보면 오뒷세우스의 활도 쓰지 않을 때는 시위를 풀어놓았죠. 구혼자들이 힘이 달려서 아무도 시위를 걸지조차 못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럴 때 이 활은 사실상 무기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약하다」라는 뜻이 나온 것입니다. 활을 팽팽히 당기면 무슨 모양이 될까요? 바로 위와 같은 모습이 되겠죠? 이렇게 화살을 매겨서 시위를 최대한 당긴 뜻을 나타내는 글자가 바로 「베풀 장」(張)자입니다. 「베풀 장」(張)자의 소전 그러나 「베풀 장」(張)자는 상형문자가 아니고 활을 나타내는 궁(弓)을 부수인 형체소로 삼는 형성문자이기 때문에 사실상 여기서 거론해야 할 글자는 아니겠지요. 다만 그래도 활(弓)에 화살을 매겨 시위를 한껏 길게(長) 당겼으므로 활과 관련이 없는 글자는 아닙니다. 그러면 사람이 화살을 시위에 매겨서 당기면 어떤 모양이 될까요. 다음의 그림처럼 되겠죠. 그림에서는 화살은 보이지 않네요. 아마 연전에 김한민 감독이 연출하여 흥행에 성공한 <최종병기 활>이라는 영화의 다음 장면과 같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활에다 화살을 먹여서 금방이라도 쏠 듯한 모습을 나타낸 한자가 바로 「쏠 사」(射)자입니다. 「쏠 사」(射)자의 갑골문-금문-소전 갑골문의 「사」(射)자는 어릴 적 제법 그렸을 법한 큐피드의 화살을 연상케하는 앙증맞은 모습으로 살상력을 지닌 무기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습니다. 금문에 와서 비로소 화살을 당기는 손을 나타내는 「마디 촌」(寸)자가 추가되었는데, 소전에 와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활 궁」(弓)자가 「몸 신」(身)자로 바뀌어 있습니다. 활을 쓰려면 무엇보다도 활을 우선 집어들어야겠지요? 활을 집어드는 것을 표현한 한자는 「끌 인」(引)자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인」(引)자에 방향을 나타내는 보어를 붙여서 인상(引上: 끌어올리다)이니 인하(引下: 끌어내리다)니 하는데, 「끌 인」(引)자 자체가 바로 「끌어올리다」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끌 인」(引)자자의 갑골문-금문-소전 활만 있고 화살이 없다면 총만 있고 총알은 없는 경우나 마찬가지겠지요. 활의 효용성은 화살에서 생겨나니까요. 아래의 사진은 각종 화살의 모양입니다. 백제의 고분에서 출토된 화살을 복원한 것이라고 합니다. 활의 민족 동이(東夷)족 답습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최종병기 활>을 보면 정말 다양한 화살과 활쏘는 법이 등장하여 활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었죠. 어느 화살이나 모양은 사진처럼 화살촉과 화살대, 그리고 깃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화살의 촉이 위쪽으로 오도록 하면 바로 다음 사진과 같은 모습이 되겠죠. 그리고 이런 화살의 모습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문자화되었습니다. 「화살 시」(矢)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도화에 가까운 문자로부터 점점 간략화되어 시(矢)자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화살은 살상용 무기이고 발사체는 활입니다. 활에 화살을 매겨 발사하면 다음과 같이 목표물을 향해서 날아가겠죠? 다음 사진은 과녁에 명중한 활의 모양입니다. 옛날 영국의 전설적인 궁수 윌리엄 텔이나 소설 속 주인공인 로빈 후드는 자식의 머리에 사과를 얹어서 쏘기도 하고 같은 자리에 다시 맞아 화살을 쪼개고 들어가기도 했다죠. 그런가 하면 사자성어 "백발백중"의 주인공인 양유기는 백보나 떨어진 곳에서도 버들잎을 한번의 실수도 없이 쏘아 떨어뜨렸다고 합니다. 무려 백 번이나... 이런 예는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 양궁선수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동이(東夷)족의 후예답게 올림픽에서 과녁 한복판 중계용 카메라를 명중시킨 적이 있는데,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 명중시켜 중계진은 물론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습니다. 화살이 날아가서 목표물에 명중한다면 다음과 같은 모양으로 촉이 박힐 것입니다. 이렇게 화살이 과녁에 명중한 그림이나 사진을 보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옛날 어떤 부대가 활쏘기 연습을 하였는데 과녁에 하나도 명중을 시키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전쟁이 일어나자 이 부대에 이름 모를 신장(神將)이 와서 도와줘 적을 크게 물리친 것입니다. 그날밤 꿈에 그 신장이 모습을 드러냈대죠. "신께서는 어느 분이시길래 우리를 이기게 해주었습니까?" "나는 과녁의 신이다?" "한데?" "너희 만이 내 몸을 하나도 다치지 않게 한 것이 기특해서 도와줬느니라." 다음의 한자들은 화살이 목표물에 닿은 것을 나타낸 것들입니다. 화살이 가로로 긴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간독에 적합하게 그리기 위해 세로로 그린 것입니다. 그리고 화살 아래의 한 일(一)자 모양의 작대기는 구체적인 목표물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 지사(指事) 부호입니다. 그러니까 화살촉이 위쪽을 향하게끔 표형한 시(矢)자는 상형자가 되고, 반면에 화살이 날아가 촉이 아래쪽을 향하게끔 박힌 것을 표현한 문자인 지(至)는 지사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를 지」(至)자의 갑골문-금문-소전 화살은 늘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상대를 쏠 수 있도록 해야겠죠? 그리고 만약에 당장 화살을 쓸 일이 없다면 화살을 자루 같은 데 넣어서 보관을 할 것입니다. 바로 아래의 사진은 화살집, 즉 전통과 화살을 그린 것입니다. 이 화살집은 개방형 전통이죠. 이런 모양의 전통을 화살의 깃털이 위쪽으로 향하여 오도록 표현한 문자가 있습니다. 바로 아래의 갖출 비(備)자입니다. 「갖출 비」(備)자의 금문-금문대전-소전 원래 왼쪽의 편방인 사람 인(人)자는 나중에 첨가된 것이라고 합니다. 활과 화살을 사용하는 주체인 인(人)자를 추가한 형태인 것이죠. 금문에서의 모양은 인(人)자만 없으면 정말 전통에 화살을 꽂아놓은 모양과 똑같습니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름 당장 활과 화살을 쓰지 않을 경우에는 자루 속에 넣어 위쪽을 봉하여서 보관을 한다고 하였죠? 위의 사진은 옛날에 화살을 운반할 때 쓰던 통입니다. 비가 와도 젖지 않도록 뚜껑이 있는 것이 특징이고 어깨에 맬 수 있도록 끈도 달려 있습니다. 비록 자루 모양은 아니지만 당장 쓰지 않는 화살을 넣어 둔다는 측면에서 보면 화살을 넣어두는 자루와 일맥상통할 것입니다. 바로 다음의 「함 함」(函)자가 그런 모양에서 나온 글자입니다. 「함 함」(函)자의 금문-금문대전-소전 나중에는 화살을 넣어두는 것 뿐만 아니라, 재질이 자루가 아닌 나무 등으로 만든 것도 모두 함(函)이라고 하였죠. 그리고 옛날부터 화살은 규격품에 가까웠습니다. 요즘 각 나라마다 쓰는 총과 총알 등 각종 무기가 똑 같듯이 말입니다. 아무리 규격을 맞추려고 노력을 해도 부득이하게 약간씩은 길이의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긴 해도 하나만 가지고 쓴다면 화살이 자의 대용 역할도 했겠죠? 아래의 소전은 바로 그런 것을 나타낸 글자입니다. 자의 대용인 화살을 가지고 다른 물건을 재는 것입니다. 측정 대상물은 제기인 두(豆)네요. 두가 화살보다 짧죠? 그래서 짧을 단(短)자를 이렇게 쓰는 것입니다. 「짧을 단」(短)자의 금문대전-소전 『예기』의 「투호(投壺)」편 같은 것을 보면 화살을 던지는 지점과 항아리 사이의 거리를 규정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던지는 화살의 2개 반 거리라고 합니다. 도산서원의 유물관인 옥진각에 있는 투호 항아리와 투호 화살입니다. 당당히 옛날 천원 짜리 지폐의 전면을 장식하던 그 모습입니다. 얼핏 보면 단(短)자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화살은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가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향교 같은 큰 공립학교가 아닌 협소한 사립학교인 서당 같은 곳에서 정신 집중을 위해 활쏘기(射) 대신 투호를 하였습니다만 요즘은 설과 추석 같은 명절 때 관광지에 가서 하는 놀이가 투호입니다. 틈을 내어 투호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화살을 잘 던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위에서 화살은 규격품에 가까웠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겨레붙이는 모두 같은 복장에 같은 무기를 썼습니다. 우리나라의 의궤(儀軌) 같이 청나라의 군대를 그린 다음 그림에는 깃발 아래 같은 복장을 하고 같은 무기를 소지한 일사분란한 군대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에서 제일 뒤쪽에 있는 군인들은 궁수(弓手)들입니다. 지금의 포병부대가 가장 뒤쪽에 포진하는 것과 같습니다. 궁수의 모습을 확대하면 다음과 같은 모습이 될 것입니다. 활(弓)을 들고 개방형 전통(箭筒, 곧 備)에 화살(矢)을 잔뜩 꽂은 청나라의 전사입니다. 이렇게 하나의 깃발 아래 같은 무기를 쓰는 겨레끼리 모인 것을 나타내는 글자가 바로 「겨레 족」(族)자입니다. 「겨레 족」(族)자의 금문-금문대전-소전 펄럭이는 깃발 아래 있는 화살은 다만 화살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무기」를 대표하는 요소입니다. 지금의 국기 아래서 열병식을 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될 것입니다. 활이나 화살과는 상관없는 글자입니다만 깃발 아래 여기 저기서 모인 사람들을 나타내는 글자는 무엇일까요? 바로 「나그네 려」(旅)자입니다. 「나그네 려」(旅)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옛날에는 대규모로 사람을 동원하는 것이 거의 군사적 목적을 띠었으므로 이 글자는 원래 「군사」라는 뜻이 먼저 있었습니다. 지금 군대의 편제인 「여단」(旅團)이라고 할 때 이 글자를 쓰지요. 이렇게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인 군대이므로 너는 저쪽에서, 너는 저쪽에서 하는 식으로 출신지를 묻다보니 자연스레 「나그네」라는 뜻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자는 갑골문부터 보이고 족(族)자는 금문부터 보이는 것으로 보아 하나의 겨레를 모아 군대를 편성한 것은 보다 뒤의 일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