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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719 (월)
- 망초, 개망초 그리고 물망초 이야기 - 식물이야기 (34)
오늘은 마침 “초복(初伏)”입니다.
열심히 일하신 여러분들, 오늘은 멋진 “복달임(복날 먹는 음식)”으로 몸을 위하고
또 즐거운 기분으로 보내시길 바랍니다.
지난해 이맘때쯤 “복날과 복달임”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던 기억이 있는데 “初伏”은
통상 “소서(小暑)”와 “대서(大暑)” 사이에 오는데, 즉 “하지(夏至)”가 지난 후 세 번째 맞는
“경일(庚日)”이 “初伏”, 다음 庚日이 ”중복(中伏)“, 그리고 그다음 또는 그 다다음의 庚日이
“말복(末伏)”이 되는데, 그러니까 올해는 7/29일(木)이 “中伏”이 되고 8/8일(日)이 “末伏”이
되어서 “입추(立秋)”인 8/7일을 지나서 오니까 올해는 “월복(越伏)”이 되지 않아서 그다지
덥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복달임”으로는 北村의 양반동네에서는 국민생선인 “민어탕”을 제일로 치고 다음이
”도미탕“, 그 다음이 ”보신탕“이며 민간에서는 ”보신탕“을 제일로 치고 다음이
”鷄蔘湯(지금은 蔘鷄湯)“을, 그리고 또 ”육개장“을 먹는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월드컵 응원으로 치킨이 대호황을 맞았었는데 三伏 때 또 닭을 많이 드실
터이니 양계(養鷄)하시는 분들은 대박입니다.
요즘 고기를 먹는 목적인 육계(肉鷄)는 빨리 자라서-매일 자라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고
합니다.-치킨용 닭이나 삼계탕용 닭 그리고 백숙용 닭은 대개 알에서 부화 후 30일~60일
정도 자란 닭을 쓰니까 회전율도 매우 좋은데 토종닭은 보통 어린 닭을 많이 쓰기는 하지만
2년까지 자란 닭도 쓴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닭 소비량이 7억 3천만마리였다고 하여 어마어마한 규모인데,
올해는 당연히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최근에 오리를 드시는 분들이 빠르게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은 오리보다 닭을 훨씬 더 많이 먹습니다.
그런데 닭의 자연 수명은 약 30년이라고 하는데 자기 수명을 다하는 닭은
아마 지극히 희귀한 경우가 되리라고 보입니다.
무엇을 먹는가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기분이 좋아지면 그것이 바로
“복달임”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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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길가나 들판에서 빈자리마다 매우 왕성한 생명력을 가진 세 가지 식물들이
다른 식물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그리고 넓게 자리 잡고 있는데 그들은 작년에
소개해 드렸던 “환삼덩굴”과 “돼지풀”, 그리고 오늘 말씀드리려는
“망초”와 “개망초”입니다.
특히 “개망초”는 하얀 색깔의 꽃이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을 멀리서 보면
마치, “누가 여기에 일부러 하얀 꽃의 꽃밭을 만들어 놓았나?“ 라고 생각될 정도로
밀집하여 피어서 마치 안개꽃이 만발한 것처럼 보이는 번식력을 자랑합니다.
요즘 봄철에는 “서양민들레”가 온 들판을 차지하고, 여름이 되면 “개망초”가
빈자리마다 차지하고 있어서 이 꽃이 여름 꽃의 대명사가 되지나 않으려는지
걱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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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개망초”를 비롯하여 오늘 말씀드리려는 위 제목의 세 식물은 모두 이름에
“망초”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데 실제로는 “망초(亡草)”와 “개망초(개亡草)”는
서로 비슷하지만 “물망초(勿忘草)”는 아주 다른 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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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망초(亡草)와 개망초
가. 이름의 내력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고 국화과의 두해살이 풀인 이들은 부산과 제물포 등이
개항을 하고 경인선, 경의선과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어 사람과 농산물의 활발한
이동이 이루어 질 때부터 부둣가와 철도주변에 피기 시작한 “귀화식물”입니다.
이들은 철도공사 때 침목에 묻어 들어오기도 하고, 항구와 철도로 쌀은 실어가고
북아메리카 원산인 옥수수나 밀을 들여올 때 같이 들어 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후 철길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철도풀” 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 풀들이 들어올 때쯤에는 이미 우리나라의 운세는 기울대로 기울어 있을
때이어서 요상한 풀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나라가 망할 징조라 하여
“망국초(亡國草)”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을사보호조약이 맺어져 주권을 잃었습니다.
사실 “망초”보다는 “개망초”의 꽃이 훨씬 더 예쁜데 우리 선조들은
나라가 망할 때 들어와서 핀 꽃이 예쁘면 얼마나 예쁘겠냐는 분노의
자조(自嘲)에서 앞에 “개~“라는 말을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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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식물들의 이름을 보면 “기준을 삼을 수 있는 참 것이나 좋은 것이 아니고 보다
못하다.”, 또는 “원래의 것보다 못하다.” 또는 “모양이 나쁘게 생겼다.”,
또는 ”그 꽃이나 열매를 먹지 못하는 풀이나 나무“라는 뜻을 나타내는 이름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앞에 “개”, “돌”, “새”, “뱀” 이라는 말을 붙여서 부르고 있습니다.
그 예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개” : 개다래, 개머루, 개별꽃, 개비름, 개여뀌, 개살구, 개복숭아,
개꽃(먹을 수 있는 “참꽃”인 진달래꽃에 비하여 먹을 수 없는 철쭉꽃을 말함.),
개오동(그런데 이 나무의 꽃은 “참오동”, “벽오동”의 꽃보다 실제로는 더 예쁨.)
등등 --- 그런데 “참오동”, “벽오동”, “개오동”을 구분할 줄 아시는지요?
# “개나리(Golden Bell)”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지요 ~~~ ㅎㅎ
- “돌” : 돌외(돌참외), 돌창포, 돌콩, 돌배 등등
# 봄에 나물로 맛있게 먹고 또 예쁘고 앙증맞은 노란 꽃을 피우는 “돌나물“도
역시 여기에 해당되지 않지요. ㅎㅎ
- “새” : 새머루, 새콩, 새팥, 새삼 등등
- “뱀” : 뱀고사리, 뱀딸기, 뱀무 등등
# 참죽나무와 가죽나무
봄에 새로 나온 싹을 먹을 수 있는 “참죽나무”에 대비하여 먹지 못하는
“가죽나무(가중나무=假僧나무)”는 “가짜”라는 의미를 가진 나무로 표기하는 방법이
다르군요. 그런데 이 나무는 우리말로는 “가죽나무”인데 그 발음이 “가중나무”로
읽혀지니까 “가짜 중” 이라는 뜻인 줄 알고 한자로 쓰기를 “가승(假僧)”이라고 했다니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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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철도 개통시점
- 경인선(京仁線) : 우리나라 최초 - 1899년 9월 18일
- 1897년 미국인에 의해 시작했으나 일본인이 완성
- 경부선(京釜線) : 1905년
- 경의선(京義線) : 1906년 - 1896년 프랑스인에 이해 시작했으나 일본인이 완성
- 경원선(京元線) : 1911년
- 호남선(湖南線) : 1914년
- 장항선(長項線) : 1922년 등등
# 그런데 여러분은 “장항선(남자)”, “경인선(여자)”라는 이름을 가진 배우가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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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서식지
이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라는데 전국각지의 산야지(山野地), 주택가,
집 근처의 텃밭이나 빈터, 공원, 과수원, 고속도로 주변 등등 어디에서나
잘 자랍니다.
또한 일손이 모자란 농촌에서 휴경지로 남겨놓은 밭(이를 “묵정밭”이라고 합니다.)
에는 어김없이 이들이 무리를 이루며 장악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뿐만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퍼져서 자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이렇게 세계적인 잡초로 성공하여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득세하게 된 이유는 미세종자(微細種子)를 아주 많이 생산하고, 종자에
관모(冠毛=갓털=깃털)이 있어서 어디든지 날아 갈 수 있고, 성질이 강건해서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며, 만일 제초제를 쓰면 분해 효소를 만들어 대항하면서
적응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 다르게 부르는 이름들
(1) 망초
“소연초(小蓮草)”, “모모호(毛毛蒿)”, “연화초(蓮花草)”, “가나대비연”, “말풀”,
“큰망초”, “망풀”, “잔꽃풀”, “지붕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2) 개망초
“일년연(一年蓮)”, “비연(飛蓮)”, “야호(野蒿)”, “치학초”, “왜풀”, “개망풀”
등의 다른 이름이 있습니다.
라. 모습
(1) 잎과 줄기
둘 다 처음에 땅에서 나올 때는 “냉이”와 같이 "방사상(放射狀)“의 “Rosette”를
이루는데 이런 모습의 식물들을 다른 말로는 “방석식물“이라고도 합니다.
처음에 나왔던 잎은 곧 없어지고 창모양의 가늘고 긴 잎을 서로 어긋나게 뻗는데
“망초”가 “개망초”보다 키가 더 커서 약 150~200cm 까지 자라며 “개망초”는
약 30~100cm 정도의 키를 가집니다.
또 “망초“는 줄기가 굵고 마치 나무처럼 곧게 자라는데 줄기의 속이 비어있고
”개망초“는 줄기가 약해서 정말로 풀같이 자라는데 오히려 줄기의 속은
꽉 차 있습니다.
(2) 꽃 - 꽃말은 “화해(和解)”
“망초”는 “개망초” 보다 한 달 정도 늦은 7월부터 하얀 꽃을 피워서 8월부터
열매를 맺는데 꽃이 작아서 지름이 2~3mm 밖에 되지 않아 좀 볼품이 없습니다.
그에 비해서 “개망초”는 “망초”보다 빠른 6월부터 꽃을 피워서 가을가지 피고
7월부터 열매를 맺는데 꽃의 지름이 약 20mm 정도로 상대적으로 크고 예쁜데
꽃모양이 마치 “작은 국화꽃” 또는 “계란후라이” 같이 보여서 “계란 꽃”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꽃이 처음 필 때에는 연한 자줏빛 또는 연분홍의 색깔을 띠어서 참 예쁩니다.
이 꽃을 가까이에서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정말로 재미있게도 제가 좋아하는
“Sunny-side up”의 “Fried Egg”와 너무도 닮았습니다.
그런데 “망초”나 “개망초”는 모두 한그루에서 매우 많은 꽃을 피우는데
둘 다 자가수정(自家受精)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나 많은 꽃을 피워도 벌이나
나비를 부를 일이 없어서 곤충들이 그리 많이 모이지는 않습니다.
마. 쓰임새
뿌리에서 바로 나온 어린잎은 나물로 하여 식용하는데 살짝 데쳐서 된장에 버무려
먹으면 투박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일품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잘 먹지를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대부분 가축의 사료로 쓰입니다.
또한 전초(全草)를 약으로 쓰는데 피를 맑게 하고 독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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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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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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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물망초(勿忘草) = Forget-me-not
이름과 꽃말이 멋있어서 특히 여성들이 좋아하는 “물망초”는 유럽이 원산지로
많은 원예품종들이 만들어져 관상용으로 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꽃집 이외에서는
그리 흔하게 보이지는 않는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지치과”에 속하는 식물로서 키는 15㎝ 쯤이며,
꽃은 초여름에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 총상(總狀)꽃차례로 핍니다.
꽃의 색깔은 흰색, 분홍색, 푸른색 등이 있는데 특히 푸른색의 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망초”라는 이름은 영어이름인 “Forget-me-not”을 그대로 한자로 옮긴 것으로,
여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이 꽃을 꺾어주려고 강가 또는 절벽으로
내려갔다가 올라오지 못하고 발을 헛디뎌 물에 빠져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외치는 소리가 “나를 잊지 말아주오”였다는 전설이 독일, 영국 등에 있습니다.
이 꽃은 또한 영화나 연극으로도 자주 만들어져서 유명한 14세기 영국(England)의
헨리 4세가 자신의 문장(紋章)으로 채택한 꽃으로 유명해졌으며,
“이 꽃을 가진 사람은 연인에게서 버림받지 않는다.”라는 설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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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상(總狀)꽃차례
꽃자루가 있는 꽃이 긴 꽃줄기에 여러 송이가 어긋나게 달리는 꽃차례를 말하는데
꽃줄기의 아래에서 위로 가면서 피며 꽃줄기의 길이가 거의 같습니다.
이런 꽃을 피우는 식물로는 냉이, 꽃다지, 유채, 싸리나무, 아까시나무 등이 있습니다.
* 지치과 식물
우리나라에서는 북쪽, 특히 백두산 지역에 “왜지치”라는 한 가지 종류 밖에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물망초” 영화
(1) 이태리 영화
이 꽃의 이름이나 꽃말이 멋있어서인지 “물망초”라는 제목의 영화가 여러 편 있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1958년 이태리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여기에 삽입된 노래인
“Non Ti Scordar Di Me"가 지금도 자주 들리고 있습니다.
-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도 들어와서 꽤나 인기가 있었는데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단체로 관람한 기억이 있습니다.
(2) 우리나라 영화
1969년 최훈 감독-최은희, 윤정희, 남정임, 남진 등이 주연한 영화가 있었고
또 1987년 이미례 감독-이미영, 최재성, 이순재, 정혜선 주연의 영화도 있었습니다.
둘 다 당시 막강한 배역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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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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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백두산 지역의 “왜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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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첫댓글 저도 물망초 영화를 단체로 갔었고, 재 개봉관에서도 그후 TV 주말의 명화에도 자주 나오던 기억이 납니다. 개xx 가 붙어 좋은 의미일리는 없겠죠. 오늘 복달임으로 냉면을 먹었는데.. 맛은 그저그랬거든요. 내일은 민어나 먹으로 가야겠네요. 선배님은 뭐 좋은 복달임 드셨겠지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생각해보면 옛날 영화가 더욱 멋있었고 또 내용도 좋았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만드는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을 때이었는데 어떻게 그런 멋지고 규모가 큰 영화를 만들었는지 항상 감탄합니다...... 어제는 저도 즐겁게 복달임을 하였는데, 중복과 말복에는 먹지 못해도 초복날은 거르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즐거운 여름날을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