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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알프스 소개
일본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알프스 산맥 중 '일본의 지붕'이라 일컬어지는 북알프스 일대가 그 곳. 북알프스는 3000m급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는 일본 알프스의 일부로 혼슈 중앙부에 위치해 있다. 동쪽으로 하쿠바 연봉에서 하리노키 고개까지의 우시로다테야마 연봉, 서쪽으로 츠루기 다테야마 연봉에서 고시키가하라주변, 쿠로베가와의 시모노 로우카 근처를 말하며, 나가노현과 도야마 현을 가로 지르는 산으로 선교, 산악활동을 하던월터웨스턴이라는 선교사에 의해 이름 붙여졌다. 북알프스의 주요 관광코스는 나가노현에 위치해 있다. 특히 나가노현의 하쿠바는 해발 800여m 농촌 도시로, 도야마 공항에서 2시간 거리에 있다. 나가노 현 하쿠바의 자랑은 1년 중 8개월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스키 장. 이곳에는 모두 13개의 스키장이 있어 겨울을 거쳐 6월 초순까지 스키를 탈 수 있어 스키매니아들의 입소문이 나있는 곳이다. 더구나 눈 상태는 파우더성으로 넘어져도 다치지 않아 초보자들이 스키를 배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연중 눈이 많이 내리며 슬로프도 길고 다양해 98년나가노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기도 했다. 100km에 이르는 북알프스등반은 주변의 경치를 구경하며 여유있는 산행을 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고도가 100m 높아질 때마다 기온이 0.6도씩 내려가 3000m 에서는 15~16도로 녹음 속에서 상쾌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이밖에도 래프팅과 마운틴 바이크, 패러글라이딩 등의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7월 중반에서 8월말까지 눈이 녹으면서 고산지대의 각종 꽃들을 볼 수 있다. 9월 중 순부터는 여름 산의 모습과 색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3000m의 능 선이 단풍으로 물들어 10월 초순까지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11월 하 순이 되면 북알프스의 산장은 문을 닫고 4월말까지 겨울 동면에 들어 간다. 이 지역은 지층이 불안정해 온천이 밀집해 있다. 특히 가미코지 주변에는 백골온천,시라오네 온천, 히라유 온천,신호다카 온천 등의 유명 온천과 하쿠바지역에만도 약 130여 개의 온천이 있다. 특히 눈이 뒤덮인 산을 바라보며 노천탕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여기에 설견주 한 잔을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다. 그리 크진 않지만 주변에 아즈미노, 고다카 등의 골프장과 아즈미노 와인 등 지방 특산 술 제조공장과 와사비농원 등 볼거리가 많다. 또 마을 군데군데 있는 신사에서는 여행 시기를 잘 맞추면 지역축제인 마쯔리를 구경할 수 있으며 알펜루트가 위치한 오오마치시에서는 산악 박물관, 소금길 박물관, 에너지 박물관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송어와 비슷한 이와나(암어) 사시미에 이와나 뼈를 정종에 삭힌 술도 별미이다. 현재 국내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개인적으로 여행시, 비행기 요금과 일본 내에서의 교통비 등의 부담이 커지므로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로 여행하면 보다 저렴한 (3박 4일에 89만원 선) 가격에 여행할 수 있다. 북알프스 대표 관광지 가미코지(上高地)는 '빙벽'이라는 소설의 무대가 된 곳으로 북알프스의 시작 점이다. 일본 사람들은 연말 연시 가장 즐기고 싶은 일을 꼽으라면 크로스컨트리로 눈 내린 가미코지를 산책하는 것을 꼽는다. 이곳은 5월 상순부터 낙엽이 지는10월 하순까지 자연의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11월말 첫눈이온 날부터 4월말까지는 동면에 접어들어 출입이 금지된다. 가장 최적기를 꼽으라면 6월 상순이다. 이 시기의 가미코지는 호다카바위에 반사되는 잔설과 울창한 수림이 장관을 이룬다. 가미코지로 가는 길엔 가마터널이라는 자연동굴을 지나며 땅 속에서 군데군데 온천수의 증류가 피어오르고 협곡의 눈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다이쇼호는 1934년 소악이 폭발하면서 흘러내린 용암이 계곡을 막아 생겼다. 연못 가장자리로 나 있는 나무길을 거닐어보는 것도 운치 있다. 다이쇼호를 지나면 하동교가 나온다. 하동교는 강 사이로 통나무 다 리가 놓여진 곳으로 가미코지를 상징하는 명소라 할 수 있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알펜루트는시나노오마치에서 도야마까지 이어지는 산악 관광 루트이다. 연간 17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며 4월말 문을 열고 11월말 첫눈이 내리면 폐쇄한다. 알펜루트는 관광객이나 등산객이 입산해서 쉽게 3000m의 능선을 돌 수 있도록 무공해 전기버스인 트롤리버등 다양한 교통시설이 장관을 이룬다. 이곳은 두 가지 코스로 돌 수 있다. 먼저 시나노오마치 역에서 오우기 사와 역으로 와트롤리 버스를 타고 구로베 댐으로 간다. 구로베댐은 해발 1,300m의 다테야마 연봉과 후시로다테야마 연봉 사이에 있는 구로베 협곡을흐르는 구로베 강을 막아 건설한 아치형 댐. 1956년 간사이 전력이 7년 여의 시간을 들여 다우, 폭설의 험준한 지형 조건을 극복하고 만든 대규모 댐이다. 댐 주변의 전망대와 구로욘 기념실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도보로 구로베 댐을 지나(6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는 유람선을 운행한다) 지하케이블, 로프웨이,트롤리 버스를 타면 눈보라가 사정없이 몰아치는 20m설벽의 무로도우를 만날 수 있다. 보통 16m 높이의 설 벽이 만들어지나 지난 해 눈이 많이 온 탓에 올해는 20m 높이로 쌓여 그 웅장함에 압도당한다. 고원버스를 이용해 이 지역을 통과한 후 도야마로 넘어간다. 반대로 도야마에서 출발해 시나노오마치로 넘어올 수도 있고,시나노 오마치에서 무로도우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을 택해도 좋다. 북알프스 산악 관광 추천 코스(3박 4일 코스) ① 라운드 트립: 도야마 공항에서 우나즈끼 구로베 협곡까지 간 후, 도로꼬 전차(오픈 전차)를 타고 20분을 가면 쿠로나기 온천이 나온다. 다시 1시간20분을 달리면 하쿠바에 위치한 다테야마 산장(개인 취향에 따라 41개의호텔이나 3,000여 개의 산장에 머문다)에 도달하는데 여기서 1박을한다. 다음 날, 라운드 트립을 위해 이곳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구로베댐으로 간다. 만약 시내를 구경하고 싶다면 1시간 거리에 있는마쯔모토 성(백화점이 있다)으로 간다. 노리쿠라 고원을 구경하고 시라오네 온천이나 가미코지에서 1박을 한다(이 지역은 숙박 시설 가격이 비싸므로 가미코지에서 10분만 더 가면 평탕이라는 온천 밀집 지역이 나온다). 다음 날, 다카야마시(오사카보다 멋있는 일본의 전통 가옥 보존 마을로 유네스코 보존 도시이다/ 예:시라가와향)를 둘러본 후 도야마시에서 1박(예:도야마 관광호텔)을 하고 도야마 공항에서 국내로 들어온다. ② 관통 코스: 도야마 공항에서 오후에 알펜루트 무로도우(설벽), 이곳 산장에서 1박(온천이 있으나 2인 1실은 없고 우리 나라의 산장처럼 다 수의 사람이 1실을 쓴다/1인당 9,500엔)을 한다. 등산을 원하면 등반을 하고 오오마치 시에 있는 호텔에서 1박(예: 구로베 관광 호텔 1인당 8,000~9,000엔, 서비스 요금 10% 별도 부과)을 한다. 와사비 농원과 마쯔모토 성을 구경하고 가미코지에서 10분 더 들어간 평탕에서 1박(다카야마시에서 1박을 해도 된다)을 한 후 도야마 공항에서 국내로 들어온다. 일본의 음식 일본은 장수의 나라로 이름 나 있다. 그 이유가 날 생선 중심의 생식성 음식에 있다 하여 각광을 받고 있다. 이제 일본요리는 세계적인 명성을 넓혀가고 있으며 많은 세계인들이 일본적 미각을 찾아 나서고 있다. 쌀, 보리, 밀, 메밀 등 곡식과 간장,된장의 문화를 기반으로 일본은 다양한 산과 바다의 산물로 독특한 음식세계를 펼쳐 왔으며, 아울러 특유한 주류문화를 통해 일본의 술을 세계의 명주로 발전시켜 왔다. 즐겨먹는 날 생선은 사시미와 밥에 얹는 스시로 발전하였으며 면류는 우동,소바가 보편화 되었고, 그 밖에 각종 구이, 국, 탕, 튀김, 꼬치, 무침, 볶음 등으로 다양화 되었다. 그리고 지방에 따라서는 향토색이 깃든 다양한 미각이 일본요리를 찾는 이들을 감탄케 하고 있다. 또한 거의 예술의 경지에 이른 테이블 세팅과 정갈하고 깔끔한 요리들은 한결같이 미식가들에게 즐거움을 안겨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간단한 일품요리와 정식(데이쇼큐)으로 구분된다. 일본음식은 한국인에게도 많은 친근감을 주고 있다. 정식에는 생선구이정식, 사시미(생선회)정식, 유도후(두부)정식, 덴푸라(튀김)정식을 비롯하여 재료에 따라 메뉴가 다양하다. 간이 일품식으로는 20세기에 일본에서 세계로 퍼져나가 대중화된 라멘(라면)을 비롯하여, 우동, 소바(메밀국수), 돈부리(덮밥류), 스시(초밥)등이 인기가 있다. 일본은 혼슈를 비롯한 4개의 큰 섬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열도로 높은 산지와 맑은 하천, 넓은 바다 등 지리적인 조건으로 인하여 각 지방마다 다양한 특산물과 특색 있는 요리가 발달해 왔다. 무엇보다도 요리의 중심은 해산물로써 생선,해삼,게,새우,소라,전복,굴,성게, 조개류 등 다양하다.또한 고기요리로서는 얇게 썬 쇠고기를 야채 ,두부 등과 함께 끓인 샤부샤부를 비롯하여,스키야키,야키니쿠 등의 식욕을 돋구는 요리가 있다. 일본에는 특산지를 중심으로 한 요리가 많다. 도미,복어 등의 생선냄비요리,장어, 오징어, 닭고기 등의 구이요리, 그밖에 이색적인 미미가(오키나와식 돼지 귀 무침), 가마보코(고급어묵), 죽순요리, 바사시(말육회) 등으로 다양하며 일품 혹은 모듬 요리의 일부로서 식탁에 오른다. 그 외에 지방마다 특징있는 벤토(도시락)도 발달되어 있다.도야마 (TOYAMA) 도야마(富山)는 도야마 현의 현청 소재지로서 현정, 경제의 중심지이다. 도야마 성터를 중심으로 근대적인 빌딩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다테야마(立山)를 원류로 하는 진즈가와(神通川) 하구는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한 공업지대이다. 도야마 현은 일본의 현웅에서 40번째 현으로 인구는 120만(도야마 시의 인구는 32만 명)으로 인구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도야마 현은 구름과 안개가 많아 흡사 영국의 런던거리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봄에는 튜울립으로 유명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폭포와 계곡을 즐길 수 있으며 , 겨울에는 2~3일 간격으로 눈이 내려 은빛세계의 낭반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일본의 도야마 현에는 16개의 스키장이 있다. 가늘고 길게 뻗은 일본 열도의 한가운데 위치한 도야마 현은, 3천 미터의 연봉을 자랑하는 일본 북알프스의 다테야마 산맥에서부터 동해(일본해)까지 이르는 웅대한 자연의 스케일을,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자연 경관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도야마 현을 비롯한 인근 이시가와현, 나가노현, 기후현, 니가다현에도 수많은 온천과 스키장, 골프장 등 풍광이 수려한 관광자원이 셀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게 산재하여 있는 일본 최대 규모의 자연관광 지역이다. 사철 구분이 뚜렷하고 여름에는 고온다습하고 기온이 높은 편이며, 특히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는 경우에는 1m 이상의 적설량을 나타낸 기록도 있으며, 우리나라의 강릉지방과 기후가 매우 흡사하다. 봄에는 대표적인 꽃인 튜울립이 100만 송이 피어나는 축제기간(5월초)이 있는 등 다양한 종류의 꽃이 피고 가을에는 또한 다테야마 산록과 구로베 협곡의 단풍 풍경은 일본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봄은 건조하고 푄 현상에 의한 온난한 남풍이 자주 분다. 연평균 기온 ; 13.5 ℃ , 1월 평균 기온 ; 2 ℃ , 8월 평균 기온 : 26 ℃ 주요 관광명소 - 다테야먀 구로베 알펜루트: 버스, 케이블카, 로프웨이, 지하케이블 등을 갈아타면서 일본의 지붕인 북알프스 다테야마 연봉의 산허리를 관통하는 산악관광 루트이다. 웅대한 자연의 비경 등 매력적인 경관을 즐길 수 있다. 봄에는 높이 20m나 되는 눈 벽 속을 고원버스가 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름은 무로도(室堂)에서 고산식물을 즐기면서 산책을, 가을은 너도밤나무 숲이 아름다운 단풍을 감상할 수 있으며, 코스 왕복에는 하루가 걸린다. 개통기간은 4.25 - 11.30. 요금은 왕복 약 11,000엔으로 비싼 편이나 일부 구간 또는 편도만 이용도 가능하다. - 구로베 협곡 : 대자연이 창조한 웅대한 대지의 예술, 일본에서 제일 깊은 최대의 협곡으로 단애절벽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구로베 협곡 철도는 구간 중에 크고 작은 46개의 터널과 27개의 다리를 토록코 전차로 순회하며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왕복 약 3시간이 소요. 요금 : 2820엔 - 우나즈끼 온천 : 웅대한 구로베 협곡의 자연을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온천 고장으로 온천이 풍부한 도야마현에서도 유명한 온천지 이다. 사계절의 변화에 따른 풍경과 사철의 미각을 즐길 수 있는 구로베 협곡의 탐승 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온천이다. - 히미해안 노토,다테야먀 SEASIDE LINE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기암괴석이 이어지는 해안선은 각별한 드라이브 코스이다.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다테야마 연봉의 대 파노라마는 세계적으로 보기드문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하고 있다. - 아이노쿠라, 스가누마 합장촌락 : 일본 전래의 전통적 건축방식의 하나인 두손을 합장하는 듯한 모양의 띠지붕 초가집 촌락으로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마을이다. 현재 남아있는 24채의 "합장하는 모양의 지붕건축" 촌락은 일본의 옛날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드문 관광 명소의 하나이다. - 도야마 만 (Toyama Bay) : 도야마 만은 일본의 거대한 3개의 깊은 만 중 하나이다. 가장 깊은 곳의 깊이는 1,200m가 넘으며 만의 바닥은 고대 강과 산맥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바다의 계곡에는 새우, 게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바다고기들과 갑각류 동물과 연체동물이 살고 있다. 도야마 만은 난류의 흐름으로 일본 해류의 쓰시마 해류의 한류와 대치하고 있어 한류와 난류의 바다 생물이 모두 공존하며 바다의 생성물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든다. - 자연원형극장(A Natural Amphitheater) : 자연 원형극장은 도야마 시청의 동쪽 경계를 따라 북쪽 알프스에 3,000m의 다테야마 산악 지대를 포함하여 걸쳐 있는 곳을 말한다. 이 지역의 형태를 보고 감동한 19세기 산악인 월터 웨스톤은 '세 개의 높은 꼭대기로 둘러싸인 거대한 원형극장같다'고 말하였다. 남쪽으로는 히다 산악지대와 겹쳐 있고 서쪽으로는 이오젠산부터 펼쳐진 언덕을 따라 이시카와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노토 반도의 산맥들과는 북서쪽 구석으로 경계를 이루고 있다. - 도야마박물관(The Toyama Prefectural Museum) : 1981년 개관한 현대 미술의 도야마 박물관은 관광객들에게 20세기의 다양한 팝 아트부터 피카소와 같은 미술가들의 작품까지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다. 또한 조오지 라울과 같은 프랑스 작가의 훌륭한 전시품을 자랑하고 있다. 1991년 다테야마 박물관은 다테야마 산의 외곽지인 다테야마 타운의 시오미오지에서 개장하였다. 다테야마산과 타테야마 만다라라는 산악지역 사람들의 아름다운 자연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해 놓았다. 도야마 공항 철근 콘크리트 3층 건물로서 공항 규모가 작아 비행기가 서울에서 도착하여 입국수속이 시작되면 출국수속은 일시 중단되는 불편함이 있다. 국제공항 출입국 ① 김포공항에서 1시간 50분 정도면 도착한다. 도야마공항 국제선 터미날을 이용하여 공항 도착후 입국심사(2층) --> 수하물 PICK UP 및 세관검사(1층) 의 순서는 타 국제공항과 동일하나, 일본지방공항(3종)인 관계로 입국수속시에는 일시적으로 출국수속이 중단되고 입국수속이 종료되어야만 출국수속( 2층 / X-RAY대 통과 및 출국심사)이 재개된다. 사전에 1층 CHK-IN CNTR에서 탑승수속을 마칠 수 있다. ② 입국시 주의사항 : 도야마공항은 지방공항 중에서도 입국심사가 까다로운 관계로 일본출입국카드의 기재 내용을 사전에 완벽하게 작성하여야 한다. ③ 일본 내에서 일시 체제할 호텔 또는 숙박할 곳의 정확한 주소와 전화번호와 함께 연락가능한 일본거주인의 성명(순수 관광목적의 경우는 불요)도 반드시 함께 기재를 하여야 한다. 공항으로의 교통수단 ① 택시를 이용하여야 한다. (공항에서 시내 또는 도야마 역까지 약 2,500엔 ) ② 버스 이용시 도야마 공항에 11:40분 아시아나항공 비행기가 도착을 해도 버스는 13:15분 도야마 공항을 출발하는 관계로 버스를 타려면 약 1시간 정도를 공항에서 기다려야 한다. 요금은 410엔) 휴대폰대여 / 로밍이용 (Landing and Loaming ) 1 )SK텔레콤 신세기통신(011,017) 032) 743-4011 , 743-4044 1층 6~7번GATE 사이 2 )한국통신(016 글로벌 로밍센터) 032) 743-4016 , 743-4007 743-4006 743-4007 1층 10~11번GATE 사이 해외에서 사용할 휴대폰 대여 3 ) LG텔레콤(019) 032) 743-4019 743-4004 1층 10~11번GATE 사이 019 소지자에 대해 해외여행시 로밍서비스를 실시중 4 ) KTT(한국트레블텔레콤) 743-4300 743-4303 1층 6~7번GATE 사이 ※ 해외여행객을 위한 로밍서비스를 받으실 분은 출국 2~3일전 인적사항(여권번호 등) 방문국, 항공편, 여행일정을 기재한 신청서를 FAX로 접수후 출발당일 인천공항 1층에 있는 해당회사의안내카운타에서 수령함
산행준비
북알프스 4차 모임 결과
• 일시 : 2002년 4월8일 (수)
• 참석자 :
• 일반사항 - 5차 모임에서 산행코스 재확인 - 산행비 관리 : 적립금 이체(길기현->총무) - 산행참가 회원 : 26명 (가팀과 나팀으로 구분) - 여권 : 김태욱 - 낚시터 즉석 데우는 밥 비행기 휴대 가능 여부 : 박기배, 하창수 - 나팀의 현지 가이드 섭외 : 김태욱 - 무전기 : 박기배 - 휴대폰 로밍 써비스 : 박기숙
북알프스 5차 모임 결과
• 일시 : 2002년 4월21일 (수)
• 참석자 :
• 일반 사항 - 적립금 이체 (길기현->총무) : 빨리 - 산행비 : 산행비는 선 집행한 후 정산 (1,200,000원/인) - 산행비 입금 : 6월말까지 산악회 계좌 - 여행자금 집행시기 : 언제든지 (항공/숙박/교통/식량/장비/필름/의료 등) - 환전 : 비자 발금 후 개별적으로 - 참가대원 : 남 14명 여 10명 (3명 의문) - 여권 : 개별적으로 (중간체크 : 김태욱) - 비자 : 김태욱 (5/31까지)
• 산행 계획 - 출발시 한국가이드 동행 - 식량 : 김해수 - 전투식량을 시식해본다 - 햇반도 고려(전투식량과 비교 후 선택) - 산장이용시 식수는 무료 - 통신 : 하창수 - 여행 전반사항 : 하창수, 김태욱
• 분과별 책임자 - 교통 (국내) : 박기숙 - 현지 (숙박, 식당, 교통수단 선정 및 예약, 관광) : 김태욱 - 장비 : 고창조 - 식량 : 김해수 - 통신 : 하창수 - 기록 : 이성옥 - 의료 : 여재홍
북알프스 7차 모임 결과
• 일시 : 2002년 7월10일 (수)
• 참석자 : 고창조, 여재홍, 하창수, 김태욱, 박기배, 전영희, 이성옥, 진항교, 김해수, 박기숙 (10명)
• 산행 계획 - 가팀과 나팀을 확정 : 가팀 15명, 나팀 2명 - 출발시 가이드 동행 한국 가이드 : 산행시 나팀의 가이드가 됨 - 산행참가 대원 : 현재 17명 (남 11, 여 6)
• 현지 및 교통 - 비자와 여권 완료 - 여행자 보험 : 김태욱 (여행사) - 대전 <--> 영종도 : 전세버스 이용 - 대전에서 탑승 : 8/16 7:00 에너지기술연구원 (짐은 전날인 15일날 이 장소에 옮겨 놓기로 함) - 도착하는 날인 20일날은 대전에 와서 원하는 곳 몇군데서 내릴수 있게 함 (오후 5시쯤 차를 타면 8시경쯤 대전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
• 여행일정 - 1,4,5일차 (김태욱, 박기숙) : 세부 time table - 4일차 : 나고야성, 나고야 시내등
• 장비 - 보조자일은 9mm를 지참 - 점심 2끼 : 햇반 - 대형 코펠 (4l) 3개와 가스버너 3개 (길기현, 김태욱, 회장님) 준비 - 휘발유 버너는 휘발유의 구입이 어려워 지참하지 않기로 함 - 가스는 미리 예약을 하여 산장에서 구입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창수)
• 식량 - 1,2,3일차 점심 : 햇반 300g 2개 (개인 2개 지참) - 개인적으로 2끼분 밑반찬 준비 - 라면, 김치, 젓갈, 고추장 : 공동 구매 - 간식 : 개인 준비 - 뜨거운 물 : 조별 1 리터 - 소주 : 0.65 리터 2병/인 (입국시 반입 가능)
• 기록 - 광학 (고창조) - 디지탈 (회장, 박기배) - 보이스 리코더 : 여재홍, 하창수 (이성옥)
• 의료 - 리스트 작성 : 여재홍(24종)
• 통신 - 임대 휴대폰 : 김태욱, 박기배 (2대) - 생활무전기 가격 (하창수) : 2대 1조 12만원 - 생활무전기 구매 : 박기배
북알프스 8차 모임 회의 결과
• 일 자 : 2002년 7월31일 (수) 18:40 - 19:45
• 참석자 : 고창조, 김정복, 김태욱, 김해수, 박기배, 신현관, 여재홍, 오마리, 이상호, 전영희, 진항교, 하창수 (12명)
• 일반사항 - 최종 모임 : 8/15 오후 4시 에너지연구소 - 적립금 이체 : 완료 - 산행비 입급 : 완료 - 환전 : 공동으로 함 (김정복; 1인당 20만원) (환전시 덤으로 생기는 여행자보험은 김정복 회원의 것으로 함) - 산행 인원 : 현재 가이드 1명 포함 16명 3개조 단일팀 (가미고지-가라사와산장-마에호다까다께-가미고지) - 가이드 : 비용 70-80만원 정도 (부득이하게 팀을 나눌 경우와 하창수회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그대로 추진 - 리더 : 여재홍, 이상호, 김태욱 - 2일차 산행 (가미고지-가라사와) 후 부득이한 경우 나팀을 구성 (가이드 : 나팀 합류)
• 팀 구성 - 가조 : 김해수, 박기배, 박기숙, 신현관, 여재홍 - 나조 : 길기현, 이은희, 이상호, 전영희, 하창수 - 다조 : 김정복, 김태욱, 오마리, 이성옥, 진항교
• 출발장소 - 15일 오후 4시에 에너지 연구소에 집결 (공동장비 및 식량 분배, 배낭은 연구소에 보관 - 출발 : 16일 오전 7시 에너지연구소에서 출발 (불가능하면 연구단지 운동장으로 변경; 박기배)
• 산행장비 배분 - 가미고지(니시이또야산장)에 장비 및 식량 데포 (하창수) - 가미고지 니시이또야산장 ☎0263-95-2206 - 도야마 현지 연락처 : Shinojaki 0261-72-7765
• 통신장비 - 생활무전기 2조 1세트 구입 완료 (박기배; 98,000원)- 휴대전화는 김태욱회원 개인것을 사용하며 또 한대는 박기배회원이 임대하기로 함.
• 연료 - EPI 가스( 동계용) 6개를 일본 현지에서 구입 - 3개는 가미고지에 데포하고 3개는 산행시 사용함 (하창수 확인)
• 식량 - 공동식량구입 비용 : 약 12만원 (김해수)
• 산행 계획 - 8월16일 07:00(?) : 연구단지 출발 10:00(?) : 인천공항 도착 12:05 : 인천공항 출발 14:00 : 일본 도야마 공항 착륙 18:00 : 가미고지 도착(숙박) - 8월17일 06:00 : 가미고지 출발(산행시작) 14:00 : 요꼬오산장, 혼따니바시를 거쳐 가라사와 산장 도착(여기까지는 one-team 운행, 숙박) - 8월18일 가팀 06:00 : 가라사와 산장 출발 10:00 : 오꾸호다까다께 13:00 : 마에호다까다께 16:00 : 다께사와산장 17:30 : 가미고지 도착(산행종료)후 나팀과 합류하여 숙박 나팀 08:00 : 가라사와 산장 출발 17일과 역으로 운행. 16:00 : 가미고지 도착(산행종료), 휴식후 가팀과 합류하여 숙박 - 8월19일 : 나고야로 이동후 현지 관광 또는 쇼핑 - 8월20일 10:00(?) : 나고야 숙소 출발 13:40 : 나고야 출발 15:40 : 인천공항 도착 17:00(?) : 인천고항 출발 20:00(?) : 연구단지 도착
산행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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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 (보고자 : 이성옥)
산행이 끝나고 산행 전 받았던 산행개념도를 보니 운행시간은 없고 우리가 들렀던 산장마다 맥주가격이 얼마였는지가 쭉 써있다. 산행 초반부터 맥주에 얼마나 집착했는지… 이번 산행을 술로 얼룩진(?) 산행이라고 해야 맞나…
2002년 8월 16일 금요일 흐리고 비옴
지난 6개월간 준비해 온 원정산행이 시작되는 날이다. 아침 5시, 자명종 소리에 눈을 떴는데 몸이 찌뿌둥하고 가기가 싫다.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여행이고 원정산행인데 설렘이나 그런 것들은 간데없다. 간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챙겨놓은 배낭 위에 생각나는 대로 더 올려놓은 것들을 대충 구겨넣고 세수하고 나니 시간이 남는다. 왜 이렇게 피곤한지… 하지만 너무 여유를 부렸나 보다. 6시 20분까지 집결인데 5분 전에 허둥지둥 나섰다. 비가 오고 있다. 태풍이 온다는 것 같았는데 이것이 그 시작인가 보다.
연구단지 운동장 끄뜨머리에 관광버스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앞에 부회장님과 언제 봐도 멋있는 갈색뿔테안경을 쓰신 고선생님이 보인다 (주의 : '멋있는'은 '갈색뿔테'를 수식함).
얼른 와아~ 아직 한 사람 안 왔으니 혼나지는 않겠네.
커다란 우산을 든 고선생님이 뛰어오는 나를 보며 웃으신다. 집안에 좋지않은 일이 있어 못 가시는 고선생님의 배웅을 받으니 미안하다. 지난 반년간 이루어졌던 기획회의의 기억들이 잠시 머릿속을 지나간다. 벌써 모두들 모여있다. 마지막으로 현관이 아저씨가 타고 버스가 떠났다. 머리가 무거워 가는 동안 내내 버스에서 잠을 잤더니 기숙언니가 옆에서 징하다고 중얼거린다. 깨보니 인천에 다 온 거 같은데 졸음이 가시질 않는다.
9시 20분 인천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산행을 함께 한 적이 없는 몇몇 멤버들은 아직 어색하다. 공항안의 벤치에서 출국증, 입국증을 그동안 갈고 닦은 컨닝실력을 발휘해 작성했다. 서류작성이 끝나고 나니 모두들 어디론가 가버렸다. 짐을 부치고 항공권을 찾아온 후 또 사람들이 없어졌다. 그 사이 복사하는 곳을 찾는 하박사님과 신현관선생님뒤를 졸졸 따라 지하에서 3층까지 오르락 내리락하고 복사한 신선생님의 북알프스지도를 한 장 챙겼다. 원래의 자리에 와 보니 아직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 하박사님께 잠시 기다리시라 하고 사람들을 찾다 보니 하박사님도 없어져 걱정하는데 하박사님이 작은 가방을 사들고 오신다. 일행과 합류해 보니 그 사이 마리언니의 귀국비행기표가 취소된 바람에 다시 예약하느라 속을 썪인 모양이다. 다행히 돌아오는 비행기에 표가 남아있어 해결이 되었으나 다시 여행자보험을 들어야 해서 분주했던 모양이다. 김태욱선생님이 출발도 전에 벌써 지친 표정이시다.
엉켜버린 사건이 마무리되고 시계를 보니 11시 15분이다. 출국수속을 하고 10번 게이트로 나갔다. 배가 고픈데 다들 기내식을 먹을 생각에 참고 있는 거 같다. 면세점 앞에 14명이 쪼로록 앉아있다가 탑승을 했다. 12시 반, 기내식이 나왔는데 음식 맛이 한국적인 일본식이다. 유부초밥에 죽순과 계란말이. 기내에 꼬마들이 많아서 물어보니 축구팀이란다. 일본에서 소년축구단 친선경기가 있단다.
2시 10분, 도야마공항에 도착해 입국수속을 했다. 내국인들은 금방 되는데 외국인은 무엇을 그리 들여다 보는지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일본은 원래 외국인의 입국처리를 늦게 하는 나라라고 하박사님이 그러신다.
도야마공항은 작은 시골 공항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입국수속을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짐을 찾았다. 일행이 모두 온 후 함께 밖으로 나갔다. 공항입구에 서 있던 기자와 소년들이 처음으로 나오는 나를 보고 박수를 치려고 하다가 멈칫한다. 아마 같은 비행기에 타고 온 소년 축구부를 마중나온 모양이다.
공항입구에 기다리고 있던 현지관광버스를 타고 14명이 모두 있는지 확인을 한 후 공항을 출발했다. 기사팁은 3000엔이란다. 30000원이면 비싼 건가? 잘 모르겠네..
일본은 동양권인데도 특이한 동네다. 버스를 오르는 문부터 우리와 반대쪽에 붙어 있고 운전석도 반대쪽인데다 운행하는 차선도 반대였다. 기숙언니가 스틱이 어디 있을까 기웃거리며 보더니 스틱이 왼쪽에 있다고 놀랍다는 듯 이야기한다.
* 첨부사진
출발~ 다덜 쌩쌩하고 흥분된 즐거움이 넘치지요? ^^ 창밖으로 일본의 여름이 보이네요.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동네는 촌티가 나는 시골동네다. 공항이 있으니 외곽이겠지만 여긴 꼭 진주근처의 사천공항에 내린 기분이 든다. 길가에 서있는 온도계설치 표지판에 현재온도 28도라고 불이 들어와 있다. 길가에 슬롯머신이 설치된 도박장이 여러 곳 눈에 띈다. 일본인들에게 놀음은 양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놀음으로 연구소 설립기금을 내기도 한다고 한다.
마을을 벗어나 강을 끼고 버스가 달린다. 강건너편 기슭에 가지런히 있는 납골묘가 이색적인 풍경였다.
*첨부사진
깔끔한 납골묘의 모습
도로가 정말 좁아 기사가 대단해 보이기까지 한다. 강건너편에 조림된 숲이 멋지다. 향나무 종류가 주종을 이루는 숲을 보며 하박사님이 멋진 말을 하신다.
숲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동물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는 숲은 분명 죽은 숲이다. 사람들은 왜 단면만 보고 살까.
가미고지로 가는 길, 꽤나 많이 올라온 모양이다. 갈림길에 서 있는 온도계가 22도를 표시하고 있고 차가 멈추었다. 가미고지 좌회전이라고 쓴 표지판에 전용버스만 진입가능하고 자가용은 진입금지라고 써있다. 앞쪽에 몇대 서 있던 자가용들이 되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차가 서 있는 앞쪽으로 노천탕의 표지가 있었던 모양이다. 다들 신기해하며 노천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혹시 안이 보이나 싶어 버스밖을 기웃거린다. 한참동안 기다렸는데 신호가 떨어진 모양이다. 다시 출발했는데 그렇게 오래 기다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차선이 하나뿐인 좁은 굴안을 차들이 기다리며 번갈아 통과하고 있었다. 굴을 모두 통과하고 나서도 길이 좁아 번번히 기다렸다 가기를 반복했다. 기다렸다 가기도 힘들 경우는 좁은 길을 후진해야 했다. 바로 앞에 가미고지가 보이는데 내려오는 차들로 도무지 거리가 좁혀지지 않아 조바심까지 난다. 내려오는 차들을 모두 보내고 10분후 가미고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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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서 있을때 찍은 산의 모습. 옆으로 차가 지나가고 있어 기다리고 있는 중. 멀리 보이는 산이 내일 등반할 바로 그 빙하가 있는 고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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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고지주차장에 있는 산행안내도
넓은 주차장과 잘 정비된 1500고지의 산책로는 우리나라의 산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지리산 1500고지의 노고단에 달랑 산장하나 있는 것에 비해 이들은 훨씬 더 많은 것들을 1500고지까지 끌어올려 즐기고 있었다. 그만큼 산의 규모가 크다는 것이겠지.
여기부터 본격적인 일본의 시작였다. 말이 안 통하니 모두들 하박사님만 바라보고 있다. 산장은 주차장을 지나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가 다리를 하나 건너 아래쪽으로 좀 내려온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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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을 지나 가미고지의 숙박지구로 올라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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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면서 앞쪽으로 보이는 다리, 핫바시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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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된 표정으로 핫바시바시를 건너는 모델 ^^
앞쪽으로 건물도 많은데 우리가 묵을 곳은 뒷 건물였다. 니시이또야 산장의 숙박을 확인하고 주인에게 열쇠를 받아 짐을 풀었다. 각 방에 7명씩 묵기로 하고 우리가 첫번째 방에 들어갔다. 안쪽은 다다미방이라 돗자리가 깔려있고 입구엔 이층 나무침대가 양쪽으로 설치되어있고 이불이 개어진 위에 베개와 시트가 하나씩 있는데 솜이불에 면으로 된 커버를 씌운 것이 꼭 어릴적 외할머니댁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6시부터 저녁식사란다. 짐을 정리하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이미 식사가 테이블에 준비되어 있는데 첫인상이 일본식 돈까스집에 온 느낌이다. 치킨3조각, 생선구이 1마리, 양배추샐러드에 계란말이가 눈에 띈다. 그래도 먹을 만 했던 것은 메밀소바였다. 치킨은 아무런 것도 넣지 않고 그냥 튀겨버렸고 생선도 마찬가지라 테이블에 있는 간장을 덜어 찍어먹었다. 붉은 과일 같은 것이 생선옆에 있었는데 맞은편에서 식사하시던 진박사님이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매실조림이라고 하신다. 맛을 보니 약한 향이 나고 달착지근한데 이걸로 일본인들은 밥 한공기를 먹는다고 한다. 몇몇분은 식사가 입에 안 맞는지 미리 준비해 온 멸치조림과 뱅어포로 식사를 하고 있다.
식사 후 숙소로 돌아와 하루 숙박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산장비가 5000엔, 식사 한끼가 2000엔씩인데 단체 할인을 1000엔씩 해줘서 8000엔에 잔단다. 한국에서도 보통 산장비가 3000원에서 5000원이니까 얘네들 돈이 우리의 10배환율이라면 적당한 선 인거 같다. 식사가 2000엔인 것은 좀 비싸지만 산이고 관광지라 비싸려니 했다.
식사를 마치고 기숙언니, 전영희선생님이랑 주변을 산책했다. 산책로가 넓어 눈덮인 가미고지를 산책하는 것이 연말연초 일본인의 소원이라는 것이 이해가 간다. 아까 건너온 다리 초입에 기념품점이 있어 들어가 구경했다. 허여멀건한 포장김치가 눈에 띄고 무슨 오방떡 같은 과자가 있다. 반대쪽으로 가니 가미고지라고 써있는 기념품이 잔뜩 걸려있어 가격을 보니 350엔정도이다. 국내가격이면 3500원. 산장비는 50000원. 비싼 건가? 갸우뚱.
숙소입구에서 햇반을 뎁힌다고 야영장으로 나가는 일행을 만났다. 얼른 헤드랜턴이랑 오버트라우져를 챙겨 따라나섰다. 날씨가 꾸물꾸물하고 비가 한 두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야영장 입구의 나무 테이블옆에 햇반을 넣어온 군용백을 놓고 주위를 둘러보니 작은 텐트가 여기저기 많이 있다. 누군가 다음에 올땐 텐트를 가지고 와야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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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장에서. (햇반을 익는데는 관심이 없슴)
야영장의 모습은 한국과 그리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물을 뜨러 개수대에 갔다오더니 물나오는 곳에 씽크대가 설치되어 있다고 놀라워한다. 쓰레기 버리는 곳은 있냐는 신선생님 말에 그 건 못 봤다고 한다.
햇반이 익는 동안 한잔이 빠질 수 없다. 넣어온 소주 두병을 꺼내고 누군가의 배낭을 타고 바다를 건너온 꽁치 통조림을 뜯어 상을 차리고 잔을 돌리는 동안 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진다. 내심 내일 산행을 걱정하면서도 모두들 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분위기다. 익힌 햇반의 겉에 표시한다고 낙서를 하는 동안 마리언니가 술많이 마시면 안 된다고 들어가며 소주 한병을 들고 가져가버렸기 때문에 모두들 그걸 나중에 알고 아쉬워한다.
야영장에서 돌아온 후 샤워장이 공짜라는 말에 기숙언니랑 샤워장에 가서 욕탕과 사우나를 들락날락거리며 한시간을 있다가 왔는데 다들 짐점검한다고 우릴 기다리고 있어 좀 미안했다. 데포할 짐을 한곳에 모으는데 언니들 배낭에서 나오는 짐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 마리언니, 영희언니가 각각 꺼내놓는 보따리가 한 보따리다. 그걸 보고 회장님이 짐을 검사하고 올걸 후회하시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다. 진박사님의 군용배낭에 짐을 구겨넣고 내려와 맥주를 한잔씩 하기로 했다.
식당에 입구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맥주를 뽑아마시다 보니 10시다. 식당 벽에 지도를 입체감있게 그린 산 그림이 걸려 있고 지도도 걸려 있다. 내려오면 저것을 한장 사가지고 가야지 했다. 값이 1000엔였다. 1000엔? 1000원? 아니 10000원. 생각할수록 비싼값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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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벽에 걸려 있던 북알프스 지도.
지나가는 일본인들의 눈총이 느껴지고 자판기 맥주도 고갈이 되어 그만 올라가 자기로 했다. 회장님의 짐점검이 끝나고 바로 취침했다. 침상의 커튼을 닫고 낯선 분냄새가 약하게 나는 두툼한 솜이불을 덮었다가 밀어냈다. 잠이 올까...
후두둑~
창밖에 갑자기 장대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2002년 8월 17일 토요일 맑음
안쪽 다다미방에서 두런두런 들리는 목소리에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5시반이다. 6시에 출발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산장에 알아보니 6시반부터 아침식사란다. 시간여유가 있다. 일층 식당맞은편 남자화장실 옆에 있는 것이 세면장인 모양이다. 천장에 세면장이란 한문 팻말이 붙어있다. 거기서 세수를 하고 올라와 짐을 정리했다. 데포해 둘 짐과 갖고 갈 짐으로 나누는데 데포해 둘 짐이 너무 많아 짐을 맡기는데 드는 비용을 다들 걱정했지만 짊어지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 모두 꺼내놓았다. 부회장님이 들어와 짐이 많으니 기숙언니 배낭에 넣고 배낭을 데포하자고 하시며 누군가의 작은 배낭을 대신 가져가라고 하신다. 배낭이 작은 것도 문제이지만 작은 배낭의 등판이 몸에 익숙치 않아 힘들텐데 하는 걱정이 든다. 그런데도 기숙언니는 싫은 기색없이 배낭을 순순히 내놓는다. 나라면 당장 싫은 표를 내며 얼굴을 찌푸렸을 일인데 말이다.
짐정리가 끝나고 이불을 개어 원래대로 해 놓은 후 식사를 하러 갔다. 식탁위에 소시지구이, 양상치샐러드등이 있는 낯설은 아침상이 있다. 우리네와 비슷한 된장국이 있고 기무치가 있는 나라라길래 한국과 비슷한 식사를 기대했었는데 이건 일본식 돈까스 전문점에 온 듯한 기분이다. 그런데 일본엔 왜 "닥꽝"이 없을까. 그거라도 있으면 위안이라도 삼았을 것을… 오늘은 산행을 하는 날이라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같은 것이 있어 배낭속에 넣어온 고추무침을 꺼내와 그것으로 밥을 세공기나 먹었다.
식사가 끝나고 짐을 들고 아래로 내려왔다. 이제 출발이다. 짐을 맡기는데 이십만원의 돈이 들겠다는 걱정에 하박사님이 산장주인과 이야기를 해보니 그냥 맡아주겠다고 했단다. 니시이또야 산장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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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이또야 산장앞에서 출발 전 기념촬영
밤새 모기때문에 혼났네.
여기 모기는 한번 물은 다음에 비트는 거 같애. 보통 아픈게 아니야.
진선생님과 김정복선생님에게 일본의 첫날밤은 모기와의 전쟁였나보다. 전날밤, 비가 왔는데 아침은 맑게 개어있다. 하지만 산이란 것은 그 속을 알 수 없는 곳이니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를 일이다. 일단 출발은 순조롭다. 눈앞에 멀리 우뚝우뚝 솟은 봉우리들이 보인다. 여기가 해발 1500m라는 것을 생각하면 한국에선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모습들이다.
3000 m급의 봉우리들. 뭐, 솔직이 우습다. 설마 고산증이나 있겠냐 난 그렇게 생각했다.
어제 건너온 다리를 건넜다. 하박사님이 입산신고를 하러 가셨다. 산이 위험해서 일까. 입산신고가 필수란다. 하박사님을 기다리며 다들 서성서성 경치를 구경했다. 다리 옆에서 한 화가가 계곡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를 그리고 있다. 유화다. 기숙언니가 그림을 배운다고 했는데 무척 관심있게 바라본다. 내가 보기엔 이발소에 걸어놓으면 딱 좋을 풍의 풍경화인데 나름대로 신경써서 그리고 있다. 그러더니 자기 화보 옆에서 폼을 잡고 사진도 찍는다. 흠, 머리도 허옇게 기르고 나름대로 화가 같은 폼은 잡았지만 뭔가 뽐내고 싶어하는 초짜로 보인다. 15분 후, 하박사님이 오시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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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박사님을 기다리며 핫바시바시앞에서 서성이는 일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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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산신고를 마치고 오시는 하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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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초입. 오른쪽으로 보이는 곳이 어젯밤 햇반을 뎁히던 야영장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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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출바알~
등산로는 넓게 잘 정비되어 있다. 조금 걸어가다보니 앞쪽에 가는 사람들이 떠드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한국사람과 억양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일본인도 한국인과 똑같구나 생각했는데 앞에 가시던 김정복 선생님이 놀랍게도 그들과 대화를 한다. 경상도 억양이 강한 여자하나가 계속 김정복 선생님에게 말을 건넨다.
지도에 길은 계속 왼쪽에 계곡을 끼고 완만한 능선을 타고 간다. 넓은 길이 끝나고 길이 약간 좁아져 한 줄로 서서 갔다. 질서란 좋은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촌티나기도 한다. 뭐 학교에서 수학여행 온 것도 아닌데 질서정연하게 줄을 맞춰 걸어갔다. 일본인들이 수도 없이 오하이오 고자이마스라고 아침인사를 던진다. 처음엔 따라하다가 기숙언니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무표정하게 지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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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한 줄로.
한 일본인이 길가의 꽃을 찍는데 회장님이 다가가 무어라 이야기하니 일본인도 무어라 대답을 한다.
우와~ 일본말 할 줄 아세요? 뭐라고 물어보신 거예요?
일본말이야 단어만 알면 하는 거니까… 무슨 꽃이냐고 물어봤더니 모르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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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옆으로 보이는 계곡의 모습. 삭막해보이는 모난 돌이 깔려있다.
고선생님이 사진을 많이 찍어오라고 하셨다면서 김태욱 선생님이 사진을 열심히 찍으신다. 8시경 묘진산장에서 쉬었다. 가미고지에서 3 km 떨어졌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까지 오면서 놀라운 것은 여자나 남자나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배낭이 우리의 두배는 된다는 사실였다. 그리고 또 하나 아이들도 그들 어깨에 어울리는 크기의 배낭을 짊어지고 간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들의 교육방식이 우리네와 다른 것 같아 부럽다.
도꾸가와 (덕척)에서 10분간 휴식을 취했다. 이정표에 가미고지 6.5 km 지점으로 되어있다. 회장님이 지도를 보시며 1시간 반동안 겨우 고도 100 m 올라왔다고 말씀하신다. 돌아가는 길이 완만하지만 얼마나 먼 길인지 생각하니 걸음이 다들 빨라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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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꾸가와의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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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꾸가와앞에서 잠시 휴식.
길옆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계곡 맞은편 반짝반짝 빛나는 바위 같은 것을 보며 뒤에서 저것이 무엇일까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결국 백바위라는 이상호 선생님의 주장이 이겼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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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묵을 곳인 가라사와 아래쪽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백바위일까요?
암튼 목소리 큰 사람이 이깁니다. ^^;
1시간 후 요꼬산장에 도착했다. 화장실앞 식수대에서 물병을 채우고 일행이 있는 다리 앞으로 왔다. 난 몰라서 그냥 물을 떴는데 그것이 유료였었나 보다. 화장실도 100엔이고 물도 100엔이란다. 이럴땐 모르는게 약이지…
산장앞에서 간식을 먹는데 하박사님이랑 기숙언니가 이정표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길래 모두들 우루루 모여 사진을 찍었다. 이정표에 가미고지 11 km 지점이라고 써있다. 화장실에 가고 모인 인원이 모두 14명이 맞는지 세어 보고 출발하면서 다리에 쪼로록 서서 사진을 찍었다. 보통 산에 가도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진 않는데 이국에 와서 일까. 초반부터 모두들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다. 뭐, 아직까진 한국과 다를 것이 없다. 모든 이정표가 일본말이라는 걸 빼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한국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요꼬산장 앞의 다리를 건너면서부턴 길이 좁아지고 산길 같은 기분이 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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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엔짜리 화장실. 이 화장실 옆이 요꼬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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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꼬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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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꼬산장앞의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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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꼬산장앞에 걸린 다리, 요꼬바시
요꼬산장을 출발해 약 1시간만에 상고지 본곡교에 도착했다. 출발전 읽고 온 현대사보 산행기에 나오는 다리다. 본곡교는 폭이 좁은 출렁다리여서 일방통행식으로 건넜다. 건너가면서 발아래 바닥틈사이로 보이는 계곡물이 짜릿하게 느껴진다. 본곡교 아래 계곡에 많은 일본인들이 모여 있고 걔중에 도시락을 먹는 사람도 있고 물에 손을 씻는 사람도 있지만 탁족을 하는 사람은 없다. 산행기의 말처럼 물이 차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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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보이는 출렁다리가 상고지 본곡교
벌써 11시15분였기 때문에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적당한 곳을 찾아 자리잡았다. 사람들이 적은 좀 윗쪽에 자리를 잡았다.
어휴, 똥냄새야. 여기서 밥 먹겠어? 일본이나 한국이나 아무데나 싸는 건 마찬가지라니까.
김정복 선생님이 코를 움켜잡으신다. 잘 몰랐는데 바람의 방향이 바뀌니 화장실 냄새가 난다. 야영장에서 익혀온 햇반과 싸온 반찬들을 꺼내고 라면을 끓이자고 하니 신선생님이 제동을 건다. 한국에서나 그러는 것이지 일본에서는 계곡에서 라면을 끓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장님의 끓이라는 말 한마디에 부회장님이 버너에 불을 붙이고 라면을 끓였다. 저쪽 바위 너머에 있는 일본인이 버너에 불을 붙이는 모습을 보고 회장님이 미안한지 역정이 난 건지 일본사람도 불피우네 하신다. 음, 뭔가 분위기가 미묘하지만 라면을 끓여서 국물 한방울 남기지 않고 다들 맛있게 먹었다.
예상한 일정대로 산행이 진행되고 있어 4시에 오늘의 숙소인 가라사와 산장에 도착할 것 같다. 일찍 가도 할 마땅한 것이 없어 점심을 먹고 계곡에서 쉬다가 가기로 했다.
읽어보고 온 산행기마다 물이 차서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에 장난이 동한 것인지 회장님과 총무님이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 오래 있기 시합을 하고 있다. 하박사님이 옆에서 카운트다운을 하신다. 기숙이 언니가 금새 나오는 것을 보니 내숭인 모양이다. 나도 저런 것을 좀 본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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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서 점심먹고 휴식. 너무 일찍 도착하면 할 일이 없어서...
일본의 계곡이라고 한국의 계곡과 다를 것이 없지만 계곡 속 바위가 훤히 들여다 보이고 물도 맑아 시퍼렇게 보인다. 한국의 계곡에 살고 있는 돌맹이들은 흰색이거나 갈색인데 이 계곡물 속의 바윗덩이들은 집채만한 데다 하늘색을 띠고 있다. 물맛은 약간 쓰다. 멋쟁이 나비처럼 생긴 나비 한마리가 날아 다니는데, 자세히 보니 날개가 먹나비처럼 생기고 검은 반점주변에 주황색 달무리가 있다. 한국과 비슷한 식생과 곤충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가 있다. 계곡물이 차니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썰렁하다. 비가 많이 왔는지 계곡 중간중간 뿌리채 뽑힌 나무들의 토막이 여러 개 걸려 있다.
이곳을 산행하는 사람들의 짐은 남자나 여자나 혹은 늙거나 어리거나를 불구하고 대부분 배낭이 족히 70리터는 되보인다. 특히 젊은 산악인과 여성들이 많이 눈에 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산장이 50분 거리에 하나씩 있다.
12시 30분, 계곡을 출발하는데 머리위로 헬기소리가 들린다. 벌써 3번째인데 위험한 산이라고 해서 헬기소리가 많이 신경쓰인다.
40분간 올라와 쉬는데 아래쪽 모퉁이에서 안녕하세요 하는 기숙언니 인사에 지나가던 산객이 한국사람이라고 하며 혀 짧은 한국말로 "대~한민국!"을 외친다. 월드컵이 끝나고 이것이 한일 공동언어가 된 모양이다. 쉬면서 듣고는 모두들 웃었다.
30분정도 올라가니 이정표가 있다.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은 나무 한그루 없는 너덜지대의 돌길이고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은 그나마 관목이 있어 그늘에 배낭을 내려놨다. 김정복 선생님, 마리언니와 쉬고 있는데 회장님이 올라와 사진을 찍으신다. 이정표에 가라사와 휘테와 가라사와 산장이 표시되어 있다. 나야 까막눈이고 옆에서 회장님이 읽으시는 걸 귀동냥했다. 일찍 가봐야 할 것도 없다고 천천히 가려고 노력했는데도 벌써 다 온 모양이다. 그래서 맘껏 여유를 부리며 사진을 찍고 있는 것 같다. 먼저 김태욱선생님이 차렷자세로 사진을 찍으시고 올라오는 분들을 다들 한 장씩 찍었는데 첫날 등산 중의 독사진은 이 곳에서 다 찍었다. 가미고지에서 함께 출발한 백두대간사랑회팀도 여기서 사진을 찍는데 힘들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네들의 무뚝뚝한 표정과 말투에 기분이 좀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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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사와로 올라가는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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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지대길에서
15분정도 올라가니 관목지대가 끝나고 눈앞에 황량한 돌로 이루어진 야영장과 날카롭게 솟아있는 봉우리들이 보인다. 야영장 좌측으로 대피소인 가라사와 휘테가 있고 오른쪽으로 이층이로 이루어진 산장이 보였다. 좌측의 대피소 앞쪽엔 축대처럼 돌이 싸여있고 거기에 무어라 일본말이 써있는데 깃발이 하나 꽂혀 있다. 그 삼색깃발을 보고 우리네 성황당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하박사님은 아까의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올라가셨는데 지금 숙박을 확인하러 휘테에 가셨다고 기다리란다. 돌위에 배낭을 놓고 보니 주변이 멋져서 다시 모두들 사진찍기에 열중하고 있다. 난 그냥 돌위에 주저 앉았는데 사진찍자고 난리다. 왜 이렇게 다리에 힘이 빠지는지 모르겠다. 오늘 산행거리나 시간도 무난했고 전체적인 속도도 널널산행였는데 기운이 없다. 다들 힘이 넘치는 것 같은데 말이다. 회장님과 김태욱 선생님은 산장뒤의 산길을 유심히 바라보며 내일 코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 돌산에서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 내려오는 것이 저 멀리 점처럼 보인다. 휘테쪽에서 하박사님과 기현씨가 오는 모습이 보여 쉬고 있던 일행이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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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사와 휘테, 해발 232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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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사와 휘테 앞의 야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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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보이는 곳이 오늘 밤 묵을 가라사와 산장.
우리가 잔 곳은 산장아래 축대로 쌓인 곳 속에 있는 방.
아~ 걸어가기 싫어. 힘들다…
아니 천하에 이성옥씨가 그러면 되나아~
내뱉는 혼잣말에 뒤에 오시던 회장님이 핀잔을 한방 먹이신다.
올라가는 도중 잠시 서서 왼쪽 기슭을 보길래 왜 그럴까 했는데 기현씨가 무언가를 손에 들고 온다. 와~ 눈덩이였다. 백바위다, 만년설이다, 티격태격하시더니 결국 김정복선생님이 맥주를 사게 되었단다.
돌계단을 따라 올라 산장에 도착했다. 산장 앞쪽에는 뱀사골 산장앞처럼 통나무로 된 테이블이 있고 한무리의 사람들이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다. 하박사님이 숙박확인하러 산장안으로 들어가시는데 무거운 배낭을 멘 채 가시길래 얼른 따라가 배낭을 받아 내려놨다. 날씨는 좋은데 벌써 약간 어두침침하다. 한국보다 남쪽이라 해가 빨리 뜨고 빨리 지나… 그래도 너무 일찍 해가 떨어지는 걸… 2시반, 하박사님은 숙박확인으로 바쁘시고 우린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잠시 산장에서 숙박기념으로 명함 같은 종이를 주더라며 하박사님이 나눠주시고 우리의 숙소는 아래쪽이니 짐갖다 놓고 맥주나 한잔 하자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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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사와 산장앞 통나무 테이블
아래층에 짐을 두고 선선한 것 같아 오버트라우저를 걸치고 안주 삼을 과자 한 봉지를 들고 위로 올라갔다. 맥주 자판기앞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마시고 계셨다. 맥주를 한모금 들이키는 순간, 아~ 산장밖에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다. 밖에서 맥주를 마시던 사람들도 안으로 들어왔다. 비가 오려고 어두웠나 보다. 정말 다행이다. 이 비를 맞았으면 도착해서 이렇게 즐거운 기분으로 맥주를 마시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 술기운으로 떠들다 보니 시계바늘이 벌써 4시가 되었다. 이 곳 산장의 숙박비는 하루 5000엔이란다. 저녁식사는 5시부터인데 아직도 한시간이나 남았다.
자판기가 있는 휴게실을 나와 오른쪽 모퉁이를 돌아 계단을 내려가니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이 위생적으로 설치되어 있어 냄새가 나지 않고 깨끗하다. 발판을 누르면 바닥이 열리는 식으로 되어있었는데 최근에 새로 지은 것이란다. 화장실의 조그만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니 처마에서 빗물이 떨어지고 있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고 청각이 둔해졌다. 별로 많이 마신 것 같지도 않은데 빨리 취하는 거 같아 화장실 앞에서 한참 서성거리다 들어왔다.
식당쪽에서 무어라 부르는 소리에 모두들 저녁 먹자고 간다. 누가 저런 건 일본말 몰라도 다 알아듣는다는 말에 다들 웃는다. 신발을 벗어놓고 식당 입구에 늘어선 줄에 합류했다. 가미고지처럼 식탁엔 이미 음식이 차려져있어 들어간 순서대로 자리를 잡았다. 자리가 모자라 회장님과 기현씨 등 몇 분은 바로 앞의 다른 테이블에 앉았는데 아까 우리가 도착할 때부터 술을 마시고 있던 일본인들과 합석을 하게 되었다. 식사를 하는데 앞쪽에서 밥은 안 먹고 무언가 열심히 일본인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회장님이 이야기를 받고 계신다. 내 앞에서 식사를 하시던 하박사님이 뒤돌아 이야기에 끼어들고 일본말이 반갑다는 듯 그 머리 허연 일본인의 수다는 더 심해지는 듯 했다. 회장님은 식사를 제대로 하셨을라나… 표정이 반쯤 굳어서 이야기하고 계시던걸~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아, 일본은 동생의 나라고 한국은 형의 나라다, 뭐 그런 말이예요.
일본말을 몰라도 손짓과 표정을 보니까 대충 알겠네요.
옆에서 식사를 하던 기숙언니도 한마디 거든다. 식사를 마친 앞테이블의 일행은 황급히(?) 빠져나가고 그 일본인 아저씨는 아직 식사를 마치지 못한 우리쪽 테이블에 와서 무어라 말하며 일일이 악수를 청한다.
일본인: (기숙언니에게) Beautiful!
기숙언니: 아, 네 ^^;
진선생님: (악수를 하며 짖궂은 표정으로) Me, too?
일본인: ^^;; 푸하하
아, 그때 진선생님의 그 장난스런 표정과 일본인의 표정을 다들 보셨어야 하는건데…
식사가 입에 안 맞지만 저녁엔 산에 오르지 않으니 일본식으로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5시 반밖에 안 되었고 비도 그쳤다. 아래쪽으로 내려가시는 회장님 뒤를 따라 돌계단을 내려와 만년설쪽으로 갔다. 뒤따라 김태욱선생님과 기현씨도 오고 다른 분들도 모두 내려와 눈밭을 누비고 다녔다.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어 산장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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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산장안엔 이층 침대가 있고 층마다 커튼이 있는 것이 우리네 산장과 좀 달랐다. 기숙이 언니가 창밖을 보며 스케치를 하고 있어 나두 종이를 한장 달라구 해서 스케치하는 언니를 스케치해 줬다.
아래층에선 햇반을 뎁히며 소주를 꺼내놓고 계신다. 위에서 내려와 창문아래 쌓여있는 이불위에 걸터앉아 참견을 시작했다. 아래층의 창가엔 신현관 선생님이 자리를 잡고 누워 창밖을 내다보고 계신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으니 아주 좋네. 이런 데다 노인 요양소나 지어놓으면 딱 좋겠네. 죽을 날 기다리며 밖에 보고 있으면 세월가는 줄 모르겠어.
이게 무슨 소리? 꼭 할아버지 같은 말만 하고 계신다. 번데기 통조림에 슬라이스 햄에 소주를 마시고 있는데 양치를 하신 진선생님이 들어오신다.
내일 태풍 온다는 거 같은데. 양치하고 오다보니 일본놈들이 다 TV앞에 몰려앉아 한숨을 쉬고 있어요. 난 봐두 뭔 말인지 모르겠던데, 이거 하박사님이 좀 올라가 봐야하는 거 아니예요?
창수형 주무시는데.
창수형 일어나서 위에 좀 가서 알아보세요. 낼 비 많이 온다는데.
잠에 취한 하박사님이 무표정한 듯한 특유의 표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밀려 밖으로 나가신다.
크~ 아무리 일본이라지만 술이 빠질 수야 없지요~ ^^
잠시 후 돌아온 하박사님을 모두들 심각한 얼굴로 바라봤다.
산장관계자 말에 의하면 태풍이 오면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 하게 통제가 될 꺼라며 아마 가다가 비를 만나게 될 꺼라고 하면서 그런 상황이 되면 통제가 될 텐데 자세한 것은 내일 아침이 되어봐야 안다고 했단다.
그럼 술이나 먹지~ 하면서도 내일 산행을 생각해 술을 자제하는 분위기였고 오늘 밤을 위해 배정된 술을 다 마시고 나자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몇몇 분이 양치질한다고 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난 금새 잠이 들었다.
2002년 8월 18일 일요일 맑음
기상, 기상.
아래층에서 나는 소리에 눈을 떴다. 발 밑에 던져 두었던 손목시계를 찾아 시간을 보니 4시 17분이다.
벌써 일본사람들은 도시락 싸가지고 산에 올라갔어.
이불을 개고 배낭을 챙겨들고 아침식사하러 위로 올라갔다. 어제밤의 걱정을 비웃는 것처럼 달리 날씨가 너무 좋다. 화장실에서 나오며 보니 저 앞에 봉우리 사이로 해가 뜨려고 한다. 화장실 앞엔 협조금 100엔을 넣는 통이 설치되어 있었다. 아래쪽에서 사진작가가 일찍부터 장비를 설치해 놓고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1900 미터의 지리산 중봉에서 일출을 잡기 위해 사진작가들이 몇날 며칠 고생하는 것을 생각하면 우린 기상변화가 더 심한 2320 미터의 가라사와에서 보기드문 광경을 보고 있는 중이다. 아침식사는 5시부터다. 기다리면서 물병을 채우고 세수를 했다. 이곳 산장을 지나갈 경우 물을 사야하지만 숙박을 할 경우는 무료란다.
아침식사를 하라는 소리에 식당으로 들어서는데 특유의 향내가 코 끝을 스치는데 그만 비위가 확 상한다.
이상한 냄새 나죠. 얘네들이 음식에 향료 넣는 걸 좋아하는데 그게 배서 그래요.
내 기분을 읽기라도 한 듯 앞에 서 계시던 김태욱 선생님이 뒤돌아보며 말씀하신다. 어제 저녁엔 맥주를 많이 마셔서 몰랐는데 아침에 보니 식당에 일본인보다 한국인이 더 많다. 어제의 그 일본 아저씨는 오늘 아침 안면몰수다. 굳은 표정을 보면서 우리끼리 저 사람, 어제는 술이 취해 헛소리를 했다고 생각하나 보라고 키득키득 웃었다.
식탁위에 차려진 낯선 아침상. 소금기가 전혀 없는 민물생선 구이와 식물줄기를 향을 넣어 절인 것, 미역을 넣어 끓인 달착지근한 된장국, 피클 같은 오이지와 샐러드, 우리네 무우짱아찌와 똑같이 생긴 거 3개, 그리고 아마도 닭고기 튀김이 나왔던 거 같은데 손도 대지 않고 밥만 먹었다. 포장된 김이 끼니때마다 나오는데 역시 소금기가 없어 간장에 찍어먹어야 한다. 그래도 꾸역꾸역 밥을 세공기나 먹었다. 이것이 일본사람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먹는 식사일텐데 음식들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 때문에 영 비위가 상한다. 식사를 하고 나오니 날이 훤하게 밝아버렸다.
날씨가 좋네요.
좋네. 아마 내가 우리 아버지 제사를 일찍 지내고 와서 그런 모양이야.
하박사님의 너스레에 모두들 웃는다. 일본은 남쪽이라 우리나라보다 일찍 해가 뜬단다. 식사 후 10분간 양치질하는 시간에 양치질을 마치고 썬크림을 꺼내서 얼굴에 발랐다. 옆에서 진선생님이 무슨 좋은 걸 혼자만 바르냐고 하시길래 같이 바르자고 드렸더니 얼굴에 쓱쓱 문지르신다. 다들 양치를 하고 5시 25분에 산장을 출발했다. 산장을 왼쪽으로 돌아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늘 하산을 하지않을까 싶었던 박기배선생님과 신현관선생님이 의외로 잘 가시고 마리언니가 약간의 고산증을 느끼는 것 같다. 나? 난 아직 멀쩡했다. 고도 3000에 무슨 고산증이냐 비웃고 있었는데…
마리언니가 힘들어해서 25분 정도 올라와 쉬었다. 회장님이 옆에서 GPS를 보시며 해발 2500 m라고 하신다.
어제 잠 잘잤어?
네, 전 한번 자면 안 깨요.
어제 자는데 누가 양치질하고 온 사람들 빨리 자 그러더라. 양치질 한다구 나가서 맥주 드신모양이야.
누가 맥주로 양치질을 한거야~
기숙언니와의 이야기를 듣던 다른 분들이 모르는 척하시면 웃으신다. 알고 보니 가라사와 산장의 자판기 맥주도 line out을 시킨 모양이다. 맥주가 없어서 더 못 마셨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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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간의 휴식. 초반에 지친 모습이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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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면서 아래를 내려다 본 모습. 멀리 보이는 것이 우리가 잠을 잔 산장 맞은편의 휘테입니다.
10분간 쉬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백두대간사랑회팀도 우리와 비슷하게 출발했나 보다. 드넓은 너덜지대를 지나 가파른 경사의 돌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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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지대를 올라오는 일행들.
스틱으로 쓰면 좋겠다고 현관이 아저씨가 나무막대기를 하나 주워들고 오시며 뒤에 오시는 하박사님에게 길에서 주웠어요를 뭐라고 하냐고 물어보신다. 앞에 가시던 김태욱 선생님이 아마 길에서 꺽었어요로 가르쳐 줄걸 하며 웃으신다. 올라가는 내내 신선생님은 밑지대 도리마시다 라고 중얼거리며 가신다. 한무리의 일본등산객이 내려오는데 산 아래와는 대조적으로 할머니들뿐이다. 그들을 보고 웃자 나에게 무어라 말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 없어 그냥 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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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도중.
50분 정도 올라가서 다시 쉬었다. 해발 2800 m이고 안부까지 300 m 남았단다. 다시 출발해 조금 더 올라가 앞쪽을 보니 산장이 보이고 돌로 쌓은 축대위에 사람들이 쪼로록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와~ 참새가 앉아있는 거 같아요.
어느 놈을 맞춰줄까.
기숙언니 말에 신선생님이 짚고 오던 나무 막대기를 들어 포수의 폼을 잡으신다. 아침밥도 많이 먹었는데 벌써 힘들어진다. 머리가 무겁고 다리도 무겁다. 바로 앞에 가시던 김태욱 선생님은 벌써 저 앞에 가고 계시고 나는 자꾸 뒤로 쳐지고 있었다. 가쁘게 숨을 쉬는데도 숨이 진정이 되지 않아 헉헉거리고 있었더니 기숙언니가 고산증세라면서 숨을 길게 쉬라고 하고는 먼저 가버렸다. 한참 뒤에 오는 것 같았던 마리언니와 김정복선생님도 앞세워보내고 천천히 느릿느릿 올라갔다. 바로 코앞에 산장이 있는데 혼자만 걸음이 느려서 답답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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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다까다께 산장, 축대에 사람들이 앉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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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다까다께 산장 앞 축대에서 보는 전망. 지금 호다까다께에 서있는 기분이죠? ^^
7시 20분, 2996 m 에 위치한 호다까다께 산장에 도착했다.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나 빨리 도착했으니 산행속도가 빨랐던 모양이다. 산장앞엔 화장실이 유료라고 써 있다. 한번 이용하는데 100엔이라 몇몇 사람들이 동전을 뒤지고 있다. 다까다께는 높은 바위란 말이란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바람이 제법 쌀쌀해 오버트라우저를 꺼내 입었다. 축대 아래로 얼어붙은 만년설이 보인다. 나만 힘든가? 모두 쌩쌩해 보인다. 회장님이 뒤에 보이는 봉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시겠다고 축대에 올라가 보라고 하신다. 다들 아무나 찍어주는 거 아니라고 얼른 올라가란다. 호다까다께에서 15분간 쉬고 출발했다. 다들 일어섰는데 이상호선생님과 전영희선생님이 다정히(?) 앉아 열심히 간식을 먹고 있다가 느리게 배낭을 싼다.
두 분이 학교동문이신가요?
글쎄에, 아마 아닐걸.
굉장히 친해 보이시네요.
그러네.
가파른 돌산을 기어올라가기에는 아무래도 스틱이 부적합해 배낭에 꽂고 조심조심 기어올라갔다. 내려오는 등산객에게 일삼아 길을 비켜주며 천천히 올라가는데 옆쪽의 능선너머에서 작은 돌들이 구르는 소리가 쐐애액~하고 들린다. 그 소리에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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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래에 보이는 것이 호다까다께 산장의 지붕. 이 봉우리를 돌아가야 오꾸호다까다께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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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중. 정말 가파르죠?
드디어 3190m의 오꾸호다까다께에 도착했다. 올라가자마자 가방 내려놓고 주저앉아버렸다. 이상하게 힘들다. 벌써 도착한 일행들은 정상 바위 위에 설치된 장난감 기와집 같은 신사에 올라가 손을 흔들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정상주를 마셔야 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소주를 꺼낸다. 회장님이 고소증에는 소주가 직빵이니까 마시지 말라고 하신다. 내 얼굴이 그렇게 안 되 보였나. 부회장님이 배낭을 좀 가볍게 하라며 배낭속 짐을 덜어 달라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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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꾸호다까다께 정상. 정상에 신사같은 것들이 있어 일본인들은 제법 경건한 모습인데 우린 즐겁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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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의 단체 사진. 모두들 행복한 모습이지요?
오꾸호다까다께에서 야리까다께가 보인다. 야리까다께는 북알프스에서 유명한 봉우리란다. 지리산의 반야봉이나 노고단같이 어떤 상징을 가지고 있는 봉우리같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나중에 산내려와 보니 화가들이 이 봉우리를 그림에 많이 담고 있었다. 모두들 그것을 배경으로 독사진을 찍었다. 내가 보기엔 그쪽보다 맞은 편이 더 멋진 걸… 아무튼 전날 밤의 비로 하늘이 깨끗해 아주 멀리까지 잘 보인다. 이건 우리에게 큰 행운이다. 정상주를 마시며 25분 정도 쉰 후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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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보이는 뾰족한 봉우리가 야리까다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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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리까다께는 올라가서 왼쪽으로 보이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광경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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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난 기억이 안 나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니 11시 45분이다. 출발이 30분 당겨지고 중간에 한시간을 세이브한 상황이라 시간적 여유가 많아 천천히 쉬고 가기로 했다. 12시, 출발하면서 보니 마리언니가 보이질 않는다. 다들 궁금해하면서 물어보니 먼저 내려갔단다. 이제 사람들은 왜 먼저 내려갔는지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신현관선생님이 나무래서 토라진 모양이다.
이제부터 내리막이긴 하지만 속도를 낼 수 없는 것이 아주 가파른 너덜지대의 내리막이라 다들 조심스러워하고 있었다. 조금 내려가니 아주 헐렁한 쇠사다리가 돌 위에 걸쳐져 있다. 우리나라 산의 안전하기 그지 없는 계단과 비교하면 무척이나 허술하다. 그걸 조심스레 올라와 능선을 지나 다시 올라치고 내려가고 45분 운행 후 쉬면서 회장님이 녹음하시는 소리가 들린다.
산장까지 고도 370m, 직선거리 700m 남음.
직선거리 700미터인데 고도가 370이라니 얼마나 가파른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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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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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더미들이 끝나니까 중턱쯤엔 이런 꽃밭도 있더라구요.
천천히 내려왔더라면 저두 한장 찍히는 건데...하는 아쉬움이 남는 곳입니다. ^^
돌더미로 이루어진 길을 한참 걸어내려와 숲길이 보이는 앞쪽 안부에 산장이 하나 있다. 다께사와 휘테다. 다께사와 휘테를 거쳐가지 않는다는 말에 배낭을 내려놓고 화장실에 간다고 휘테쪽으로 걸어갔다.
휘테를 딱 들어선 첫 인상은 작은 시장이 선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이 와글와글하고 무언가를 파는 건지 목청높여 이야기하는 속에 마리언니가 먼저 내려와 있는 모습이 보인다. 화가 난 건지 무어라 말을 걸어도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화장실에 가 보니 여기도 100엔의 협조금을 내도록 되어 있는 거 같다. 100엔이란 글자가 문앞에 써있다. 다시 올라와 보니 김정복 선생님이 와 계시고 다시 돌아갈 필요가 없다고 기다리라고 하신다.
배낭, 저기 있는데.
괜찮아. 기현이가 가지고 올꺼야. 걔는 힘 좀 써두 되.
그래두…
휘테로 들어오는 입구쪽에 가서 보니 기현씨가 내 배낭을 들고 오고 있는 중이라 얼른 가서 받았다.
이 곳의 맥주값은 엄청나게 비싸다. 진선생님이 생맥주 500을 한잔 사고는 나눠마시자고 하신다. 음, 이 맛은, 꿀꺽~
한 모금씩 먼저 내려온 사람들끼리 달게 나눠마시고 입술을 쓰윽 닦고 시치미 뚝. ^^
휘테에서 20분을 머물고 출발했다. 이번에도 마리언니는 먼저 내려가 버렸다. 다툼이 있었던 모양이다.
휘테에서 이어지는 하산길은 울창한 숲속이라 훨씬 시원하다. 다들 더 이상 마리언니의 이야기를 입에 담지는 않는데 분위기가 참 썰렁하다. 40분 정도 내려와 쉬는데 조금 늦게 도착한 기현씨가 말을 건다.
성옥씨가 맥주 사야겠는데.
어? 무슨 일이죠? 사지요 뭐. ^^
이거 성옥씨 모자 아니야?
아닌데. 제 껀 여기 있어요.
아까 중간에 쉰 산장에서 일본인이 날 불러 모자를 들고 뭐라고 하길래 난 성옥씨 껀지 알고 가지고 왔지. 이런 모자 썼던 거 같아서.
그거 나 줘봐.
전선생님이 이야기에 끼어들어 모자를 써보더니 아주 맘에 들어하시며 기현씨에게 맥주 사신단다. 아마 아까 휘테에서 쉬고 있던 한국인 여자의 모자였을 텐데 서로 말이 잘 안 통하니 일행인 줄 알고 기현씨에게 집어준 모양이다.
하산길에 일행의 걸음이 빨라 급하게 먼저 내려가는 일행을 따라 뒤쳐져 내려가면서도 자꾸 걸음이 빨라진다. 급경사 30분을 내려와 잠깐 쉬고 5분정도 가니 얼음골이 있다. 속에 얼음이 들어있는 바위틈에서 냉한 바람이 싸아하게 나오고 있어 신기해하며 앉아서 찬바람을 쐬었다. 어물쩍거리는 동안 함께 내려오던 선두를 놓쳐버렸다. 후미를 그냥 두고 선두를 잡을 생각에 혼자 빠르게 내려왔다. 아름드리 고목들이 울창하고 쭉쭉 뻗어있는 모습이 우리네 숲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고 커다란 배낭을 지고 가는 젊은 청년들의 무리도 우리네와 다르다. 빠르게 내려가고 있으니 일본인들이 양보를 해준다. 스미마셍을 짧게 이야기하고 그네들을 뒤로 하고 서둘러갔으나 놓쳐버린 선두의 뒤꼭지도 보이지 않아 내심 불안하다. 내려오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고 안심시키면서도 아까 옆으로 나있던 것이 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면서도 걸음을 늦출 수가 없다. 혼자 내려오는 30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30분만에 하산을 완료하였다. 앞쪽에 하동교가 있고 수목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길옆으로 흘러내려오는 얼음장 같은 물에 몇몇이 얼굴을 씻더니 시에라로 떠서 꿀꺽꿀꺽 마신다.
어! 그 물 마셔도 되요?
괜찮아. 산에서 이런 물 마셔도 괜찮아.
김정복 선생님 말씀에 나도 한 모금 받아 마셨는데 영 찜찜해 한 모금만 마시고 버렸다. 곧 뒤쳐져 있던 부회장님, 하박사님, 전영희선생님, 기숙언니가 내려오고 다들 일어나 무사산행을 축하하며 악수를 나눴다. 처음 백두대간을 따라가 산행을 마친 그 날이 생각나는 순간였다. 급경사의 절개지를 내려와 벌재의 임도에서 촌스럽게 악수를 했지만 그 처음이라는 느낌이 벅참과 함께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하동교앞에서 사진을 부탁하는 일본 청년 두사람의 사진을 찍어주고 일행은 곧 수목원쪽으로 이동했다. 해발 1500 미터에 있는 늪지를 보호하면서 사람들이 즐기기 위해 늪지엔 긴 다리가 설치되 있었다. 늪지의 규모와 설치되어 있는 구조물의 관리상태를 보면서 공원관리는 그네들이 우리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무조건적인 입산금지가 자연보호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무다리 아래로 물이 흐르기도 하고 진흙탕이 있기도 하고 온갖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늪지를 다 지나 일반공원 안으로 들어와 사진을 찍고 길을 따라 걸어오는데 일본인들이 옆쪽 둑으로 올라가는 것이 보여 따라갔다. 둑 옆으로는 빙하가 녹은 물이 넓게 흘러가고 있고 왼쪽으로는 우리가 올라갔던 마에호다까다께가 우뚝 서있다. 함께 올라온 진선생님이 마에호다까다께를 배경으로 꽃밭에서 아주 행복하게 사진을 찍으셨다. ^^
늪지가 멋있었던 수목원을 가로질러 산장에 도착했다. 아직 4시밖에 되지 않았다. 하박사님이 먼저 들어가 주인과 이야기를 해 가방을 찾고 엊그제 묵었던 2층 방으로 다시 올라갔다. 땀이 마른 얼굴에 소금기가 만져진다. 마리언니가 굳은 표정으로 세면도구를 챙겨들고 욕실로 가고 뒤이어 전선생님이 나가신다. 그리고 남자분들은 모여서 이야기들을 하신다. 무사히 산행이 마쳐졌다는 생각에 모두들 홀가분한 듯 한 짐 덜은 여유있는 표정들이다. 나는 기숙언니와 뒤늦게 욕실로 갔다. 엊그제 처음 들어왔을 때는 몰랐는데 산에 갔다오고나니 욕실창문에 그려진 산그림이 익숙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산봉우리들을 보이는 위치 그대로 창문에 그려져 있어 탕을 즐기면서 봉우리를 감상할 수 있게 해 놓았다. 2층에 있는 욕실의 위치도 그 봉우리들을 바라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어서 탕에 몸을 담그고 봉우리 이름을 읽었다. 따뜻한 탕안에서 빙하덮인 산을 보는 기분.
사우나와 온탕, 냉수를 오가며 느긋하게 한참을 있다가 나왔는데 나와보니 모두들 식당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가 늦게 왔다고 핀잔을 준다. 다들 사우나를 하고 나와서 얼굴이 벌겋다. 특히 회장님은 오늘 산행내내 수건을 이마에 묶고 다녔던 터라 수건으로 가려졌던 부분만 하얗고 온 얼굴이 벌겋고 까무잡잡해져 본인도 무척 쑥쓰러워하신다. 모두들 얼굴이 벌건데 유독 진선생님만 정상이다. 진선생님이 아침에 얻어바른 썬크림 덕을 봤다고 하시자 여기저기서 나두 바를걸 하신다.
무사산행을 축하하며 가볍게 맥주한잔을 한 후 정리하고 올라갔다 내려와 5시 40분부터 식사를 했다. 식당에 들어가 보니 식탁위에 차려진 접시에 구운 삼겹살 같은 것이 한조각 놓여있다.
삼겹살이야 삼겹살. 맛있겠다.
얘네두 삼겹살 먹나?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안쪽 자리에 앉았다. 소금이 뿌려진 생선구이, 토란이랑 버섯을 넣은 달착지근한 닭고기조림, 스파게티가 그래도 먹을만 했다. 스파게티는 입맛에 안 맞아하시는 분들이 많아 여기저기서 거둬들여 먹었더니 다른 분들이 날 보고 잘 먹는다고 하신다. 하지만 국물이 멀건 닭국은 손도 대지 않았고 계란찜은 비린내가 나 식욕을 떨어뜨렸다. 계란찜이 비린내가 난다고 투덜거렸더니 하박사님이 일본요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신다. 일본요리는 한가지 음식이 한가지 맛을 내도록 요리하는데 되도록 그 고유한 맛을 살린다고 한다. 그 고유한 맛이 비린내라면 비린내를 살리는 요리가 일본의 요리라는 것이다. 윽~
식사를 마치고 개인시간을 가졌다. 개인시간에 밖에 나와 다리 앞에 있는 기념품점에서 물건들을 구경했다. 물건가격들은 한국과 비교해서 그리 비싼 편은 아니었는데 대개 관광지의 기념품들이 실제 갖고 가면 짐만 되는 경우가 허다해 그냥 구경만 하고 물건을 구입하지는 않았다. 기숙언니는 열쇠고리 몇 개를 만지작거리며 조카들에게 줄 상상으로 혼자 즐거워하고 있다. 내일 나고야에 가면 쇼핑할 시간이 있으니 거기 가서 선물을 사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와 수첩을 보고 있는데 맥주를 마시자고 한다. 일본인들은 하나도 없고 우리들끼리 넓은 식당에 테이블을 붙이고 앉았다. 내 옆쪽 테이블에선 마리언니가 기분이 풀린 모양인지 연신 맥주를 마시며 톤을 높여 이야기하고 있고 진선생님과 부회장님, 이상호선생님이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고 내 맞은편엔 하박사님이 앉아계시고 옆엔 기숙언니, 앞엔 전선생님이 앉아 고선생님께 무슨 선물을 사다드리면 좋을까 이야기를 하고 그 옆 테이블엔 현관이 아저씨, 김태욱선생님, 회장님이랑 나머지 분들이 또 그들만의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내려와 뒤풀이를 하는 자리치고는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다들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물과 기름처럼 분위기가 어우러지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리언니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었고 달래느라 몇몇이 애쓰고 있었다. 맥주자판기가 line out될 것을 대비해 미리 산장주인에게 맥주를 더 준비시켜 놓았으나 점점 시끄러워지는 것도 문제이고 아래층에서 숙박하는 일본인들이 숙소가 방음이 안 되는 탓에 우리 일행을 흘끔흘끔 못마땅한 듯이 흘겨보고 지나가고 있어 9시경 자리를 정리하고 2층숙소로 올라왔다.
2층 숙소.
마리언니는 연구단지 산악회의 박사들 이야기를 하고 김정복 선생님 이야기를 하며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데 마신 맥주의 양이 1000cc정도인데 술에 취한 것 같지는 않다. 여자숙소의 안쪽에 하박사님과 진선생님이 계시고 다른 분들은 옆 방에 모여 소주병을 기울이시는 모양이다. 마리언니의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기숙언니가 방을 나간다. 남자방에서는 또 무언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 언니가 오지 않는다. 마리언니의 이야기를 들어주기에는 나도 지치고 같은 이야기의 반복에 지쳐 슬그머니 나와 옆방문을 열었는데 문닫아놓고 너구리를 잡는 건지 담배연기가 가득하고 분위기가 무겁다. 하지만.
저두 끼워주세요오~~
어서 들어와.
사람들틈에 끼어앉아 소주를 받아놓고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뒤쪽에 문이 열린다.
정복이형, 나 할 얘기 있어.
마리언니가 격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기숙언니가 화가 난 듯 일어선다.
언니가 지금 여기 들어올 자리가 아니야.
기숙언니가 마리언니를 데리고 나가고 김정복 선생님이 해결하고 온다고 따라나가신다. 방안의 공기는 아까보다 더 무겁게 바닥으로 깔리고 아무도 말이 없다.
그렇게 방안에서 2시간여를 있어나… 공기도 안 좋고 옆방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미안해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회장님이 뭐 할까 하고 물어보셔서 손을 들고 이야기했다.
라면 먹고 싶어요~
정말 라면 먹고 싶네.
그래? 그럼 라면 끓여먹자.
여기까지 나는 아직 라면이 불러올 사태를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라면을 끓일 장비를 챙기고 라면도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엊그제 걸어가 보니 야영장은 꽤나 멀었고 야영장까지 가지 말고 물가에서 놀자는 의견이 나왔다.
일행이 모두 나가고 꼴찌로 현관을 나서는데 현과 앞에 위치한 화장실 앞에 중년의 말라깽이 일본여자가 서서 나를 째려보며 일본말로 무어라 하길래 나도 확 한번 째려봐 주고 나왔다. 그 여자가 했던 말이 무슨 말이냐고 진선생님에게 물어보니 술취한 사람은 다 똑같애라고 한 말이란다. 표정으로 봐선 욕을 한 거 같은데…
아마 하루종일 산행이 힘들었고 산행이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에 적은 양의 술에 모두 많이 취했나 보다. 물가에 돌을 주워 깔고 둥그렇게 앉았다. 그리고 라면을 끓이기 위해 라이터를 찾는 순간… 여기서 하지 말자는 현관이 아저씨의 말에 갑자기 모두의 동작이 멈추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원래 못하도록 되어있는데 남에 나라에까지 와서 그러면 되겠느냐는 것이 현관이 아저씨의 의견이었고 놀고서 치우면 된다는 것이 회장님의 의견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별것도 아닌 일에 팽팽한 신경전이 시작되었는지… 여기서 라면을 끓이라는 회장님 말을 못 들은 채 기현씨는 야영장에서 라면을 끓여오겠다고 버너와 코펠을 들고 사라졌다. 라면 끓이기에 대한 의견차이로 현관이 아저씨는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기숙 언니가 굳은 얼굴로 설득하기 위해 가고 회장님은 담배를 태우고 계신다. 김태욱선생님은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아 이런 문제가 항상 내재되어 있는 것이냐고 따라가며 물어봤다. 눈치는 이상한데 갈등의 본질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하필이면 내가 라면 끓여달라고 해서 빌미를 제공했지하는 생각도 든다. 숙소에 들어가 보니 현관이 아저씨랑 기숙언니랑 무언가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는 뒷모습이 문틈으로 보인다. 기현씨는 어디 갔을까. 기현씨를 찾으러 야영장까지 혼자 갔다. 어둠만 징하게 까맣고 기현씨는 보이지 않는다. 야영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마리언니와 김정복 선생님을 만났는데 마리언니가 내 옷깃을 잡고 흔들며 소리쳐서 한대 맞는 줄 알고 놀랐다.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김정복 선생님이 마리언니를 떼어냈다. 아마 낮에 물이 없이 혼자 내려갔던 것이 섭섭했나보다. 속상해서 다시 숙소쪽으로 가는데 나이드신 분이 헤드랜턴을 켜고 내 옆을 지나간다. 지나치고 보니 하박사님이시다.
박사님, 뭐하세요.
응. 현관이가 내 말은 들었었는데 안 들으니 속상하네…
혼자 말처럼 중얼거리고 지나가신다. 숙소에도 기현씨는 없다. 다시 나오는데 기현씨를 만났다.
어디 있었어요? 야영장에 갔는데 없었어요.
내가 바보냐. 다리 밑에서 끓여왔지. 내려가다 넘어져서 굴렀는데 긁혔나 보네. 라면 끓였으니까 가서 먹어요.
자리는 물가에서 길가 벤치로 옮겨졌다.
라면 먹고 싶다며 얼른 먹어.
나를 보고 회장님이 웃으며 말씀하신다. 라면은 벌써 퉁퉁 불어있고 다들 식욕이 없어졌는지 고사만 지내고 있다. 끓여온 성의를 봐서라도 먹어야지 하고 혼자 후루룩 잘 먹었더니 진선생님이 나보고 식성 좋다고 하신다. 칭찬인가??? 테이블이 둘러앉은 일행 중 마리언니와 김정복 선생님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 아까의 갈등은 풀리지 않아 분위기가 무거운데 하박사님이 어딘가를 갔다오셔서 대책회의가 필요하다고 하신다. 모두들 젓가락을 놓고 의아한 표정으로 하박사님을 돌아다 보았다.
에, 오마리씨가 문제를 일으킨 모양이야. 지금 쩌어쪽 끝 개울가에 있는데 정복이형도 같이 있어요. 오마리가 소리를 지르고 막 그러니까 순찰하는 경찰이 본 모양인데 경찰이 뭐라고 하니까 경찰에게 오마리씨가 대든 모양이야.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것 같고 경찰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니까 오마리씨를 격리하라고 했어. 이 길 끝에 가면 깨끗하고 값도 싼 방이 있대. 어떡했으면 좋겠는지 이야기를 해봐.
경찰에 신고가 들어간 거예요?
정확히 경찰은 아니고 에, 뭐 우리나라로 따지면 마을에 있는 방범대원 같은 건데 그 사람에게 오마리씨가 막 한 모양이야. 허허.
법적인 경찰은 아니고 여기 상인연합에서 구성한 그런 민간대원인가 보네요.
에, 아마 그럴 꺼예요.
내일 아침 비행기로 보내버려.
아니 아니 그런 식으로 결론을 내리면 안 되고 우리가 여기에 같이 왔으니 같이 해결을 해야지. 그건 아침에도 이런 식이면 생각해 볼 극단의 조치고. 또 다른 사람은.
하박사님이 주위를 둘러보신다. 회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총무하고 이성옥씨는 그만 들어가. 추운데.
입고 있던 오버트라우져를 벗어 주고 언니랑 숙소로 들어왔다. 현관이 아저씨와 그 문제를 이야기했고 현관이 아저씨가 밖으로 나갔다. 언니도 아래층 침상에 그냥 앉아있다.
언니, 김정복 선생님이랑 마리언니랑 떼어놔야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어요?
그래야 될 꺼 같지? 그냥 저렇게 두면 안 될 것 같은데.
우리가 가서 떼어놓는 게 좋지 않을까. 이런 문제는 남자들이 어떻게 할 수 없을 텐데…
가서 그렇게 하자고 말하자.
우리의 의견은 받아들여졌고 그렇게 마리언니를 재우는데 성공했다.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발생했던 갈등이 미적지근하나마 해소되는 그 과정도 미묘했다. 회장을 뽑았으면 모든 회원은 회장의 뜻에 따라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비판은 그 이후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식이라며 회장이 필요한 건가… 회장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건 대통령도 마찬가지니까. 아마 난 강력한 왕권 신봉자, 군국주의자인가 보다. 다다미방에 불이 꺼지고 우리가 자는 입구의 침대칸에도 불이 꺼졌다. 아마 옆방은 불이 안 꺼졌나보다. 부회장님과 기현씨가 번갈아 들어와 남은 소주를 찾으신다. 침대에 붙어있는 커튼을 치고 산행수첩을 꺼내 들여다 봤다. 산행 잘 하구 와서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술이 웬수다. 그런데 또 술을 마시고 있다니… 잠이나 자자.
일본에서의 세번째 밤은 그런 사건들로 자정을 훨씬 넘기고 있었다.
2002년 8월 19일 월요일
2002년 8월 20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