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위 간부들이 젤 좋아한다는
'말하는 한국 보온밥솥'
우연히 TV를 틀다 보니
어느 종편 프로그램에서
보온밥솥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금 북한에서는
한국산 보온밥솥이 가장 인기 있다는 좌담이었다.
그 중에도
밥솥은 고위 간부들이 젤 선호하는 모양이다.
"북한 고위 간부들, 말하는 한국 밥솥에 안달"이란
제하에
특히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고위 간부들에게 조금씩 흘러드는 밥솥은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전제품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문제는
밥솥에서 취사 안내를 서울 말씨로 하기 때문에
남한제(南韓製)가 단번에 표시가 나
그들은
말하는 보온밥솥에 북한 말씨를 넣어 주면
얼마나 그들이 좋아하겠냐는 것이다.
어느 게스트가 말을 잇는다.
"취사가 완료되었습네다.
이런 북한 말씨를
밥솥에 바꿔 넣어 팔면 대박난다, 대박나!"
북한전략센터 대표이며
조선일보 객원기자라는 K씨는
"말을 바꿔넣어도 그들이 기술이 이씨야 믿지요."
맞장구를 친다.
'글쎄다.'
그들이 좌담을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여러가지 감회가 주르륵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우리가 유년 시절,
청보리가 익기 직전 이맘때는 지독한 춘궁기였다.
그 때는
말하는 보온 밥솥은커녕
그 밥솥에 해먹을 쌀도 없었다.
지금
북한 주민이 혹여 그렇진 않을까?
그때 우리보다는 잘 살까?
그 주민들에게 공연한 연민도 스며들고...
'고위 간부들이나 밥솥에 혹해
그들에게나 기막힌 물건일까?'
워낙
폐쇄된 사회니 알 길이 없다.
어쨌거나
난 이즈음 흐드러지게 핀
하얀 이팝나무 가로수를 보아도
유년시절의 춘궁기가 생각나고,
혹시
북한 주민이 저 나무를 보면
전부 쌀로 보이진 않을까 싶다.
6.25 전쟁을 겪었거나
못 살던 시대를 지낸 세대만 느끼는
비애의 연상일 것이다.
우리도 한 때는
북한의 고위들처럼
일제 조지루시 코끼리 밥솥에
홀딱 넋을 뺏길 때가 있었다.
그때
코끼리 밥솥이라면
가히 신화적인 물건이었다.
어쩌다
수입 상가에서는
제일 비싼 고가(高價)의 제품이었고,
막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됐을 무렵,
1980년 대 후반쯤엔가,
어쩌다 어렵게 몫 돈 들여
일본 해외여행이라도 가면,
다른 걸 다 제쳐두고
그 유명한 코끼리 밥솥이 젤 먼저
눈에 띄었다.
면세로 사면
우리가 수입가게에서 사는 것보다
월등히 싸게 구입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이왕이면
또 그 중에도 10인용, 큰 것이 눈에 띄어
뽁뽁이 비닐로 둘둘 말아 싸면
박스에 넣어도 덩치가 태산같은 그 밥솥은
익숙하지 않은 그 통관 절차에
우르르 떼를 지어 가슴 졸이며 통관을 마친 후,
개미처럼 끙끙 들고 혹은 질질 끌고 왔었다.
아~ 지금 생각해도 낯뜨거움이다.
지금은
다 흘러간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지금
우리 한국산의 보온밥솥을 쓰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일본산 코끼리 밥솥 같은 건
생각도 안 할 것이다.
우선 제품이 월등하다.
가격도 결코 싸지도 않다.
우리나라 제품이
그만큼 비싸고 좋아졌다는 말은,
우리가 그만큼 잘 살게 되었다는 말일 것이다.
쌀은
동남아시아 지역 주민들의 주식이기 때문에
밥솥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필요한 물건이다 보니
제품이
그 중에도 일본이나 우리나라 제품이
가장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페인의 딸에게도 제일 먼저 사 보낸 것이
우리나라 K제품 보온 밥솥이었다.
밥이 시작이 되고 중간 중간
또 취사가 종료됐을 때마다
밥솥이 하는 안내하는 말을 듣고
안사돈이나 딸의 시누들은
실내가 떠나가라 깔깔웃는다,
지금도...
그곳의 빠에야 용 쌀이 푸석해도
물에 씻어 밥을 해 놓으면
기름이 자르르 흐른다.
전부 밥솥의 기능 덕분이다.
그곳의 사돈이나 딸의 시누들은
한국 가전제품이 최고라면서
늘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부엌이며 거실이며 방에 놓여 있는
얄팍한 대형 TV도 전부 한국산이다.
그 중에도
'말하는 한국 보온밥솥'도
TV나 스마트폰 못지 않게
북한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좋아하는 최고 가전제품이다.
첫댓글 80년대를 회상하며 잘 보았습니다. ~~
엄지 손 가락을 높이 처들고 "넘버원.!"이라고 외치는 밥솥 정말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