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이 계승되어 오는데 중요한 인물들을 조명해 보는 시간을 갖고 있는데요,
오늘은 홍원기 선생님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홍원기 선생님은 서울 종로구 궁정동에서 홍성우의 5남 1녀 중 3남으로 태어났습니다.
궁내부(宮內府)에 근무했던 그의 아버지는 어린 홍원기를 음성이 좋고
사주팔자의 3기둥에 '예(藝)'자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이왕직아악부에 입학시켜 음악의 길로 인도했다고 합니다.
※궁내부 : 조선 후기, 왕실에 관한 모든 일을 맡아보던 관아.
노래 한곡 듣고 선생에 대한 얘기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홍원기 선생님의 우조 초수대엽 (동창이) 듣겠습니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희놈은 상긔아니 일었느냐
재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선생님은 서울 청운초등학교를 마친 후에 바로 이왕직 아악부원 양성소에 들어갔는데
이왕직 아악부는 한국 전통음악의 맥을 잇는 유일한 관립음악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지요.
선생님께서는 5년 과정인 이왕직 아악부 5기생으로서 전공은 가야금 이였습니다.
이주환 선생님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주환 선생님이 3기생이고 홍원기선생님이 5기생이므로
공부로는 10년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그 때 당시로는 상당한 선배님이셨죠.
여기서 노래 한 곡 듣고 진행하겠습니다.
남창가곡 우조 삼수대엽 (도화이화) 듣겠습니다.
도화 이화 행화 방초들아
일년 춘광을 한치마라
너희는 그리하여도 여천지 무궁이라
우리는 백세 뿐이니 그를 설워 하노라
선생님은 그날의 수업을 마치고는 가무별감을 지낸 최상욱 선생님을 찾아가서 따로 지침을 받았다고 합니다.
가무별감이라는 직책은 궁중에서 액정서에 부속된 가무를 맡아보는 별감을 말하는데 원래 궁중에는 장악원이 있었으나
이와는 달리 중궁에서, 특히 임금의 좌우에서 악을 아뢰며 임금을 위로하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최상욱선생은 이왕직 아악부와는 인연을 맺지 않고 민간에서만 활동하였다고 합니다.
홍원기와 스승 최상욱과의 관계는 아주 각별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홍원기를 자신의 수제자로 여겼고 자신의 시조제를 전수하여서 ‘우조시조’와 ‘우조지름시조’를 대표적으로 남겼습니다. 또 홍원기선생은 자신의 음악을 살찌우는데 최상욱선생이 큰 역할을 해주었다고 늘 되뇌이곤 했다고 합니다.
다음은 우조시조와 우조 지름시조 듣겠습니다.
우조시조 월정명, 홍원기 선생님의 노래로 입니다.
월정명 월정명커늘 배를저어 추강에 나니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가운데 명월이라
선동아 잠긴 달 건저라 완월하게 (하노라)
이어서 우조지름시조 석인이 이승, 홍원기 선생님의 노래로 듣겠습니다.
석인이 이승황학거허니 차지에 공여황학루로다
황학이 일거불부반허니 백운천재 공유유라
청천 역력 한양수여늘 방초처처 앵무주로다
일모향관이 하처시오 연파강산에 사인수를 (하여라)
1941년 3월, 홍원기 선생님은 아악부원 양성소 5년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한 뒤
동기들 17명과 더불어 아악수에 임명되었습니다.
1947년에는 국악인으로서 처음으로 일소당에서 혼례를 치르게 되는데요.
일소당이란 경원각 연주실의 당호를 이른 것으로
'일'은 팔일무. 즉, 존엄한 천자를 받드는 춤이고 '소'는 순임금의 덕을 찬미한 고귀한 음악을 딴것으로
'일소당'이라 이름 지은 것이라 합니다.
자 이번에는 남창가곡 반우반계 반엽 (삼월삼일), 홍원기 선생님의 노래로 듣겠습니다.
삼월삼일 이백도홍
구월구일 황국단풍
청포에 술이 익고 동정에 추월인저
백옥배 죽엽주 가지고 완월장취 허리라
1951년 부산에서 국립국악원이 개원되자 홍원기 선생님은 예술사로 취임하셨는데
일년이 못되어 국립국악원과 결별을 하게 됩니다.
그 이후 진주여중에서 국어강사를 하시고 수복 후에는 서울로 올라와 서울사범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기도 하셨습니다.
1960년에는 서울국악예술학교 교사로 취임하셔서 국악개론과 시조창 등을 가르쳤고 그곳에서 74년까지 15년 동안
후진을 가르치셨습니다. 1961년 이후에는 서울음대 국악과에서 본래 전공악기인 정악가야금을 가르치기도 하셨고
1965년에는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에 입단하셔서 제1악장을 맡으면서 작곡에도 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가곡 중에서 계면조 초수대엽 청석령 소개해 드립니다.
남창가곡 계면조 초수대엽 (청석령), 홍원기 선생님의 노래로 듣겠습니다.
청석령 지내거다 초하구 어디메오
호풍도 차도찰사 구진비는 무엄일고
뉘라서 내 행색 그려내여 님 계신데 드리리
홍원기 선생님은 1966년부터 13년간 경희대학교 음악대학에서 국악과 관련된 이론과 실기를 가르치셨고
가곡과 가사 시조를 잘 부르려면 국문학을 알아야한다 생각하여 뒤늦게 건국대학교 국문학과에 진학하셨습니다.
그리고 1968년 2월에는 만학으로 동대학원의 박사과정을 마치기도 했습니다.
오늘 마지막 곡으로 지름시조 바람아 부지마라, 홍원기 선생님의 노래로 듣겠습니다.
바람아 부지마라 휘어진 정자 나뭇잎이 다 떨어진다
세월아 가지마라 옥빈홍안(綠斌紅顔)이 공로(空老)로다
인생이 부득 항소년(不得恒少年)이니 그를 설워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