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을 헤아리는 에너지 - 엄마
2010년 5월 소장 최보영
일전에 친구네 상가에서 문상갔다가 보고 들은 일이다.
상주가 여동생에게 장례 후에 남은 부조금을 어찌할 것인가 의논하는 과정 중에 있었던 일이다. 상주는 여동생에게 네 뜻은 어떤지를 묻는데, 그녀는 엉뚱하게 그전에 오빠가 잘못한 일들을 주어섬기기도 하고 남의 비난을 옮기는 전달자노릇도 하는 등 대화의 주제에 어긋나는 엉뚱한 가지치기로 얘기 나누는 것을 목격하였다.
오빠는 동생의 얘기가 다 끝나도록 들어준 후, 그는 ‘그렇나’라는 단 한 마디로 받아주고는 원래 자신이 하고자 한 이야기를 이어가며 종국에는 상대의 대답을 끌어내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말 많은 부조금문제를 쿨하게 해결하는 그의 모습이 내겐 지금도 뇌리에 남아있다. 그 때 받은 잔잔한 감동이 내가 가끔 허둥거릴 때 제자리를 찾는데 도움을 주곤한다.
그 오빠는 이야기의 근본을 놓치지 않고 쥐고 있었기에 합당한 도출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여동생의 말을 따라 대꾸를 하거나, 따지거나, 변명을 했더라면. 즉 여동생의 말대로 보이는 길을 따라갔더라면 고성이 오고가고 삼자대면을 하자커니, 안했느니 등등의 소용돌이에 온 식구가 다 말려들었으리라고 본다.
그렇게 길을 잃고 헤맸을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의 근본을 잘 잃어버리고, 말꼬리 따라가다가 대화의 목적을 잊고 헤매고는 곧 잘 후회하는데 선수들인 셈이다.
최근의 천안함 사태에서도 보면, 보이는 길은 여러 사람이 다양하게 추측하고 짐작할수 있으나, 근본은 아주 단순하다고 본다.
즉, 천안함이 서해를 지키려고 그 자리에 있었다면 우리가 서해를 지키면 되는 것이다. 나아가 서해를 지킬 힘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못 지켰다면, 그래서 지켜야 한다면 오직 그 지킴이 문제 되어야 한다.
그렇게 지키는 것에 근본적인 에너지를 모아야 하는 것이 먼저이다.
그러기 위해 힘이 필요하다면 그 힘을 가져야 할 것이고
그 힘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보이는 길 따라 각 계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답이 준비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서해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은 우리 모두가 근본으로 바닥에 깔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 근본위에서 보이는 길을 다양하게 제시하거나, 따라가면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생각들을 풀어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다양성에서 모두가 한 사람이듯이 엮이고, 나아가 나름대로의 톱니노릇으로 서로가 역동성을 발휘하면서 거대한 톱니로서 이 사회가, 나라가 굴러간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뿌리 즉, 근본에 대한 공유가 모든 일에 먼저임을 우리들 스스로에게 일깨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릇 부모들은 우리의 자녀들에게 있어 근본이다.
특히,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녀들의 근본으로서, 사랑으로 애끓도록 꾸짖고 통제하고 야단을 치면서 빗나가지 않도록 노심초사 한다. 그러나 우리의 자녀들은 보이는 길 따라 즉, 부모의 말이나 태도에 따라 호오로써 답을 내고는 저 맘대로 길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마치 부모도 없이 저 혼자 하늘에서 툭 떨어진 존재들인양.
그렇게 우리 가정에는 부모를 등지는 자식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요즈음 세상에는 사회를 등지거나 뒤집는 길 잃은 성인들의 좌충우돌로 너무나 어수선하다.
그 근저에는 기본과 근본을 헤아리는 상식이 부족한 듯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혼동의 시대에는 우리 엄마들의 지혜가 요구된다.
가정의 중심을 잡고 가꾸는 마음이 오늘의 우리 사회에 너무나 절실히 요구된다.
그래서 열성주부들의 노블리스오블리쥬를 바란다.
법정스님의 타계 이후 ‘무소유’에 대한 인식들을 새삼 다지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래서 그런지 매스컴에서도 다양한 재능나눔까지 제시하고 그를 실천하는 기부자들을 많이 발표하고 있다. 특히 천안함 사태이후 국가 안보에 대한 의식도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기부도 늘어남을 볼 수 있다. 이참에 열성주부들도 동참하자!
엄마라는 근본 헤아리는 에너지를 나누자!
그렇게 6월의 아픈 기억을 나누고 치유하자.
그렇게 Social Mother`s Power를 발휘하자! <행가래로 9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