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그리움**
정이많아 뭐든지 있으면 다른사람 다 퍼주고 나면, 막상 나 먹을 것은 없어라
얼마전에 아버지가 옥수수 두접을 붙이셨는데,
글쎄, 귀한거라 그동안 신세지고 은혜입은 사람들에게 돌리고나니
막상 나 먹을거는 하나도 없어 몇일째 눈앞에서 옥수수가 아른아른거려
오늘 큰맘 먹고 이마트에가서 옥수수 여섯개를 사와서 삶았더니
맛이라곤 없느터여라. 몇개 먹고 도저히 못먹어 랩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놨어라
왜냐면, 버리면 나중에 또 후회하고 맛없는 옥수수인줄 뻔히 알면서도
부모님이 정성스레 농사지으신 그옥수수가 그리워지면
또 맛없는지 알면서도 번번히 또 이마트에 가서 옥수수를 사올까봐...
난 지금 옥수수가 먹고 싶은게 아니라,
부모님이 손수 지으신 농산물이 먹고 싶은거여라
아버지의 손길이가고 엄마의 손길이 간 농산물,
왜냐면, 부모님 손길이 깃든 농산물은 정성이 가득담긴 사랑이기에
맛의 당도는 하늘을 날으고 맛의 깊이는 그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일품이로다
시골집 마당 뜰 바로밑에 한골의 방울토마토밭 잊을 수 없는 그리운맛이라
가지 따러 들어갔다가 가지가시에 찔려 아야야~신음하는 사이에 눈에 번쩍 들어온 것이
빨갛에 대롱대롱 윤기나는 방울토마토 였어라
순간, 하나따서 스싹비며서 한입에 쏘옥 넣었더니 세상에 그톡쏘는 달콤한 당도
그맛은 정말 그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신기루 맛이였어라
그바람에 방울토마토 빨갛게 익은 것은 몽땅 다따서 시골 고향집에 내려온
지인들과 나누어먹었더니, 나중에 온 지인들은 방울토마토 익은 거는 없냐고 때를 쓰는터여라
어쩌나 어쩌나 이미 내입에... 다... 그리고, 다른 지인들 입에 다 들어간 것을...
아버지께서 거름주고 비료주고 물주고 정성으로 키운 방울토마토 열매였어라
그러기에, 그맛은 일품이라 아버지의 손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정성스런 그리움의 농산물이여라
마당입구 돌담길엔 호박넝쿨이 땡글땡글 호박을 달고 넓적한 잎새들 수북히 펼쳐있고,
옥수수섭사이론 오이줄기는 숨박꼭질하듯 이리 뻘치고 저리 뻘치고
경쟁하듯 옥수수섭을 감아 올라가며 주렁주렁 오이열매 옹글옹글 매달아라
하늘높히 치솟은 옥수수섭 수수대궁은 옥수수알갱이 숙성을 알리는지 다소곳이 절하고
그옆에 고추섭은 파란고추 붉은고추 주렁주렁 매달아 너울너울 춤추고
내손이 가서 고추딴다고... 얼마나 질긴지... 한참을 잡아당겨 고추 한소쿰 땄어라
맵콤하긴 눈시울이 얼럴러... 혀를 차고... 발을 동동동...
내동생 그게 뭐맵냐고 청량고추 한입에 우둑둑 콱악 깨물어 한입에 툭욱!...
"이렇게는 먹어야 먹는것 같다면서..." 난 한방에 매운고추 얼럴러한 맛에 쓰러졌어라
아버진 내가 구어준 고기에 깻잎넣고 상추넣고 대파넣고 고추넣고 싸먹으니
입맛 돋구다면서 맛있다고...정말로 맛있게 드시니 나도 덩달아 한입 쏘옥!
그날 저녁식사는 잊을 수 없는 해프닝추억의 저녁이였어라
늘 대가족이 모이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엄마의 메밀부침개 감자부침개 김치만두
그러나, 다들 먹고 싶다고 입맛다시지만, 아무도 그것을 선뜩할 엄두를 못내여라
왜냐면, 전에는 엄마가 그큰 음식 잔손가는 음식을 걷든히 푸짐하게 해주셨는데,
현대 주부의 편안함만을 고집하는 우리는 도저히 엄두가 안나 먹고 싶다고만 되내일 뿐
누구 하나 먼저 나서서 "내가 해주겠노라!" 하는 사람 없어라
그래서, 엄마의 그리운 음식은 추억의 그리움으로만 남게되고
하늘나라 계신 엄마 보고 싶은 그리움만 물안개 피어오르듯 솔솔 뿜어냈어라
하기야, 누가 엄마의 그크신 사랑의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대가족을 먹일 음식은 희생과 사랑이 없인 만들기가 쉽지않다는 사실을 난 알고 있어라
왜냐면, 요즘 현대 주부들은 결코, 많은 시간과 노력과 자신의 피곤함을 동반하는 주부노동은
진실로 하기 꺼려하기에...손이 많이가고 정성이 많이가는 음식 부침개 김치만두 진빵은
쉽사리 하게 안된다는 것을 주부들 스스로도 알고 있어라
아침에 반죽해서 저녁에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서 빚는 진빵
우리엄마의 자식들 간식 단골메뉴여라
비오는 날이면 감자를 쓰싹쓰싹 강판에 갈아서 파넣고 부추넣고 화롯불 소댕이에
구슬구슬 꼬소하게 굽어내는 것은 우리엄마의 가족을 위한 만찬 별미였어라
한겨울 눈오는 날엔 묵은김치 꺼내 뚝딱뚝딱 칼도마질 다독다독하더니
어느 새 속깨미 버무려 밀가루 반죽 쫄깃쫄깃하게 해서
동글동글 반죽 뜯어 넙적하게 손으로 파면 그속엔 먹음직스런 속깨미 들어가 만두탄생
우리집 겨울맞이 손님접대용 음식이였어라
오가며 지나가는 인기척소리 들리면 불러다 만두한속쿡 덥석 끓어
얼렁뚱땅 어느 결에 김이 모락모락나는 만두국상
마을 친구분들 손님에겐 나눔의 후식이였어라
물론, 나야 옆에서 좀 거들고 칭찬은 다받고 그랬어라
그래도, 만두하면 안빠지고 잘 빚어었는데, 지금은 솜씨가 많이 줄었어라
이모든게 엄마가 안계시니 누가 먼저 시작하는 사람도 없고
누가 먼저 대가족을 위해 앞장서서 만드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이제는 먹고 싶어도 잔손 많이가는 음식 선뜻 하지 못해 먹을 수 없는
엄마의 손맛음식은 맛볼 수 없는 엄마의 그리운 추억이 되고야 말았어라
물론, 음식 많이 하면 남는 뒤처리는 아버지의 보물 제2호 암소가 다하는터여라
물론, 아버지의 보물1호는 당연히 자식인지라 그자식들 아버지위해 최선을 다해
애쓰며 효도하고 있기에 집에 한 번씩 가면 정말 그정성이 눈물나여라
냉장고 그득그득 오만가지 반찬 옹기종기 챙겨해놓은 올케언니의 정성에
그만 눈물나 고맙고 또 고마워라!
난 외지에 있으니 효도도 못하는 못난 딸이라 아버지 그리움만 눈물로 날리고
실지론 아무것도 못해주는 불효녀의 딸이라 마음만 아플뿐이여라
그러나, 아버지옆에서 아버지를 받드시고 지켜주시는 올케언니 오빠의 정성
하늘에 계신 엄마도 분명 아실터여라... 아버지의 건강 지켜주시고...
아버지위해 정성다하는 효부효자 자식들에게 복 내려주시여 그후세에게도
위아래 섬길 줄 아는 부모공경 예우를 전수해주시여
고부간의 갈등의 고리를 줄여주시고, 진정 부모를 공경하는 이들에겐
그효도하는 심언행성(心言行誠) 감탄하시여 그의 후세들에게 복을 주시길 진정 소망하여라
내게 부모님은 그리움의 눈물이고 보고픔이지만, 올케언니와 오빠에겐
아낌없이 희생하는 정성 그자체이니 어이 아니 고맙다고 아니할손가?
진심으로 감사한마음 이청실의 일기장 하이얀 백지에 담아
저멀리 언니 오빠 아버지 엄마 계신 곳으로
장미의 마음을 담아 감사의 장미꽃 그리움으로 날려보내여라.
추신: 모든 분들 늘 평안하시길 진실로 기원드립니다.
첫댓글 우리도 흑찰 두접 주문해 받아서 쌀짜기 쪄서 겨울 간식 먹으려 냉동실에 차곡차곡 넣어지요,이웃분들 몇집 나누어 주고....우리집 식구들 옥수수 무척 좋아해서 겨울까지 가려나 모르겠어요 ㅎㅎ....
다행이네요. 우리집은 저만 좋아해서 그래서 남 다 퍼준거예요.
그런데, 원래 남 다주고 나면 그제서야 또 아버지가 지은신 옥수수가 먹고 싶으니 이어찌 하면 좋으리까? ㅠㅠ 다음엔 좀 남겨야 되겠어요. 그리고, 무지개님처럼 바로 쪄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고 다시 대어서 먹으면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저도 나중에 그렇게 해볼께요.
나도 고향에서 엄마가보내준 찰옥수수 잔뜩쪄서 냉동실에 얼려놨자요.두고두고 엄마생각하면서 먹으려고...한박스나 보내준감자는 쪄먹고 볶아먹고 전지져먹고, 어린시절 지겹도록 먹던 감자랑 옥수수는 지금도 좋아하지요.잊지못할 우리들의추억이지요
민들레님 부모님 떠나오니깐 그게 다 그리움이 되고, 부모님이 주신 농삿물은 귀하고 귀하죠. 그만큼 부모님이 농사 지으신 농산물에 자식의 애뜻한 마음이 들어있어서 그럴거라고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