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삼숙의 야생화 이야기-
한라개승마 (학명: Aruncus dioicus var. aethusifolius)(장미과)
한라산 높은 지대 숲 가장자리나 습기가 있는 바위틈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제주도 한라산에서만 제한적으로 자생하는 한국특산식물 위기종이다.
잎이 마 잎사귀와 비슷하고 성질이 상승(上升)한다고 해서 승마, 잎이나 꽃이 승마와 약간 다르기 때문에 개승마, 한라산에서 자생하므로 한라개승마라고 한다. 비슷한 종류로는 승마, 개승마, 눈빛승마, 세잎승마 등이 있는데, 이들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식물이지만, 깃꼴잎과 꽃차례가 비슷한 눈개승마와 한라개승마는 장미과의 식물이다.
노란 빛이 도는 흰 색의 꽃은 8월에 원줄기 끝에 총상꽃차례로 달리고 꽃잎은 5장이며 위로 올라갈수록 작아진다.
제주도의 오름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어두운 숲을 가르며 탐사를 시작하는 앞길에 물기 머금은 바위들은 미끄럽고, 바위를 건너 막아 선 산길은 가파르게 치솟아 용기 있게 나선 일행의 발길을 잡는다. 다행히 한 발 한 발 걸음걸이마다 어서 오라 반겨 주는 갖가지 꽃들이 있어 길을 일러 주니 그들이 다칠세라 조심스레 나아간다. 중턱쯤에 올라 한숨 돌리려고 돌아서는 데 곧게 선 꽃대 위에 하얀 꽃을 단 키 낮은 녀석이 거기 있다.
“한라개승마 잖아.” 비에 젖어 싱싱한 꽃잎들이 별마냥 반짝인다. 키가 크게 자라면 그리 아름다운 자태가 아닌 식물인데 이제 막 꽃을 피우고 나온 한라개승마의 모습은 작지만 눈부시다. 물기가 있는 바위 지대에서 자라는 식물이라서 수분을 끌어당기는 힘이 강하지 않을까? 여리고 작은 꽃잎들이 힘을 모아 척박한 바위틈에 자리하고 피어난 그들의 모습은 고난을 이겨 낸 승리의 빛깔로 반짝인다.
올라갈 때보다 미끄러운 길을 내려가야 할 것이 더 걱정스럽지만 고운 자태로 맞아 준 한라개승마의 환한 빛이 앞서 가니 어두운 숲이 그리 험난하지만은 않아 고맙다.
촬영-2015년 6월 제주도
글/사진-윤삼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