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의 마음 텃밭이 싱그럽기를
[골프타임즈=김영미 시인] 봄날의 마늘밭에 골프공이 들어앉아 있습니다.겨울을 견딘 마늘의 뾰족한 잎들이 새의 부리처럼 단단하게 골프공을 물고서...
제 촉수를 숨기고 마늘밭을 차지했던 삭풍과, 겨울의 햇살 속으로 메마른 이름들이 지나치고, 들짐승과 참새들 발자취도 스며들었지요.
그곳에 속을 드러내지 않는 골프공이 제 삶의 뭔가를 잃어 홀컵이라도 찾은 듯, 마늘밭 한 편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속을 다 드러낼 수 없는 것이 인생의 무게가 아닐까 생각해 보는 풍경입니다. 삶의 짊은 누구나 다르지만 그 중량감은 각자의 마음에서 작용하지요.
온 몸 가득히 봄을 충전하며, 우리 모두의 마음 텃밭이 싱그럽기를 바랍니다.
나는 날마다 홀컵을 지나친다/ 김영미
골프장 입구엔 위장인 듯 칡꽃도 핀다박세리그 불멸의 아가씨도 핀다
가끔 골프장으로 가는 길을 볼 때마다박세리의 이븐에 대해 생각해 본다언젠가 벙커 속에서양말을 벗고 홀컵 속으로 갔던한 소녀를 기억한다
홀컵이란 욕망이 찾아왔던 주소가 아니라마음을 비워야 분지가 되는원근법의 성역이라 했던가나는 평일의 느끼한 근육이 날려 보낸흰 거위알 같은 골프장 근처를 지나친다
골프장 반대편엔 시가 있다칠판의 분필도 못 되는 망초꽃은출퇴근 시간표에 걸린 음계를 펼치며일개미와 베짱이의 마음을 읽고
가로수 잎사귀마다
바람의 사연을 빼곡히 적은 공중의 푸념을화물차 바퀴는 귀를 열고 듣는다
한 세상을 휘어잡던 태양에게 내준뒤틀린 앙금의 문턱마다푸른 기억의 넝쿨을 덮으며칡꽃은 질기도록 환하게 시를 읊는다
▼ 골프타임즈 가는 길
골프타임즈 모바일 사이트,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7회] 나는 날마다 홀컵을 지나친다 (thegolftimes.co.kr)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7회] 나는 날마다 홀컵을 지나친다
[골프타임즈=김영미 시인] 봄날의 마늘밭에 골프공이 들어앉아 있습니다.겨울을 견딘 마늘의 뾰족한 잎들이 새의 부리처럼 단단하게 골프공을 물고서...제 촉수를 숨기고 마늘밭을 차지했던 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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