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한글 맞춤법 제16항과 제17항을 살펴보겠습니다.

모음 조화란 양성 모음은 양성 모음끼리, 음성 모음은 음성 모음끼리 어울리는 현상을 말하는데,
옛말에서는 모음 조화가 상당히 넓은 범위에서 규칙적으로 실현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체언이 어떤 모음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뒤에 붙는 조사가 ‘을, 으로’예:
들←
+을가 되기도 하고 ‘
,
로’예: 소
←손+
가 되기도 하는 식이었습니다. 심지어 ‘나모>나무, 하
>하늘, 구무>구멍’처럼 어휘 내부적으로도 모음 조화 현상이 적용된 사례도 많습니다. 그런데 현대로 올수록 모음 조화가 점차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ㆍ’아래아가 소실되면서 양성 모음과 음성 모음의 대립 체계가 무너지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모음 조화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흉내말입니다. ‘깡충깡충, 오순도순’처럼 예외적인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알록달록-얼룩덜룩’, ‘잘까닥-절꺼덕’, ‘졸졸-줄줄’ 등등 수많은 흉내말들이 모음 조화를 따라서 소리나 모양의 정도를 구분하고 있는 것이지요. 흉내말 말고도 색깔을 나타내는 말노랗다-누렇다, 검정-감장에서도 모음 조화가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어미 ‘-어’와 ‘-아’의 표기도 모음 조화와 관련이 깊습니다. 우선, 어간 끝음절의 모음이 음성일 때에는 ‘-어’가 선택됩니다. ‘겪어, 베어, 쉬어, 저어, 쥐어’ 등이 그 예입니다. 어간 끝음절의 모음이 중성일 때에도 ‘-어’가 선택됩니다. ‘피어, 그어, 희어’ 등이 그 예입니다.
어간 끝음절의 모음이 양성인 경우에는 조금 복잡합니다. 어간 끝음절의 모음이 ‘ㅏ, ㅗ’ 및 ‘ㅑ’일 때에는 같은 양성인 ‘-아’가 선택됩니다. ‘잡아, 보아, 얇아’ 등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어간 끝음절의 모음이 양성일지라도 그것이 ‘ㅐ, ㅚ’일 때에는 ‘-어’가 선택됩니다. ‘ㅐ’와 ‘ㅚ’가 옛날에는 중성 모음 계열에 속하는 소리였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개어, 되어’ 등이 그 예입니다. 이와 같은 사항을 적용해 보면 ‘빼앗다’와 ‘뺏다’의 활용형 표기가 달라야 한다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빼앗다’의 경우에는 ‘
빼앗어라’가 아니라 ‘빼앗아라’가 맞고, ‘뺏다’의 경우에는 ‘
뺏아라’가 아니라 ‘뺏어라’가 맞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
같애’가 아니라 ‘같아’로 적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고, ‘배낭을 메다’건 ‘끈을 매다’건 모두 ‘메어, 매어’와 같이 적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 수가 있지요.
1) 양성 모음: 어감이 밝고 산뜻한 모음. ‘ㅏ, ㅗ, ㅑ, ㅛ, ㅘ, ㅚ, ㅐ’ 따위가 있다.
음성 모음: 어감이 어둡고 큰 모음. ‘ㅓ, ㅜ, ㅕ, ㅠ, ㅔ, ㅝ, ㅟ, ㅖ’ 따위가 있다.
중성 모음: 모음 조화가 있는 언어에서 어떤 모음과도 잘 어울리는 모음. 우리말의 모음 ‘ㅣ’ 따위
이다.

지난 호에서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에서처럼 ‘이다, 아니다’에 붙어서 문장이 계속 이어지게 하는 연결 어미 ‘-요’의 표기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17항에서 다루는 ‘요’는 문장의 끝에 붙어서 반말을 존댓말로 바꾸어 주는 조사입니다. 겉보기에는 같아도 그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지요. 문장 끝에 붙는다는 말은, 그것이 없어도 문장은 성립한다는 뜻입니다. “철수는 지금 책을 읽어.”와 “철수는 지금 책을 읽어요.”를 비교해 보면, 반말이냐 존대말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둘 다 온전한 문장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지난 호에서는 용언의 어간에 붙어서 문장을 끝맺는 종결 어미 ‘-오’에 대해서도 살펴보았습니다. 문장을 끝맺는다는 말은, 그것이 없으면 문장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오.”에서 ‘-오’를 빼면 문장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
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요.”와 같이 쓰면 틀리는 것입니다. 조사 ‘요’는 온전한 문장 끝에 붙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눈치채셨나요? 어미 앞에는 붙임표-를 쓰지만, 조사에는 붙임표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문법에서 ‘붙임표’는 의존적인 요소임을 나타내는 부호로 쓰입니다. 그런데 학교 문법에서 조사는 독립적인 단어이지만, 어미는 단어를 구성하는 하위 요소로서 의존적인 성분이기 때문에 붙임표를 쓰는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