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 문학논단 - 오욕과 저항의 늪에서
7. 서정주의 경우
松井 伍長 頌歌
아아 레이테만은 어데런가
언덕도 산도 보이지 않는
구름만이 둥둥 떠다니는
몇 천 길의 바다런가
아아 레이테만은
여기서 몇 만 리런가
귀 기울이면 들려오는
아득한 파도소리
우리의 젊은 아우와 아들들이
그 속에서 잠자는 아득한 파도소리
얼굴에 붉은 홍조를 띠우고
"갔다 오겠습니다"
웃으며 가더니
새와 같은 비행기가 날아서 가더니
아우야 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오장,우리의 자랑
그대는 경기도 개성 사람
인씨의 둘째 아들 스물 한 살 먹은 사내
그대는 우리의 가미가제 특공대원
귀국대원
귀국대원의 푸른 영혼은
살아서 벌써 우리게로 왓느니
우리 숨쉬는 이 나라의 하늘 위에
조용히 조용히 돌아왔느니
우리의 동포들이 밤과 낮으로
정성껏 만들어 보낸 비행기 한 채에
그대 몸을 실어 날았다간 내리는 곳
쪼각쪼각 부서지는 산더미 같은 미국 군함
수백 척의 비행기와
대포와 폭발탄과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 같은 병정 싣고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로 온
원수 영. 미의 항공모함을
그대 몸뚱이로 내려쳐서 깨었는가
깨트리며 깨트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장하도다
우리의 육군 항공 오장 마쓰이 히데오여
너로 하여 향기로운 삼천리의 산천이여
한결 더 푸르른 우리의 하늘이여
아아 레이테만은 어데런가
몇천 길의 바다런가
귀 기울이면
여기서도 역력히 들려오는
아득한 파도소리 .....
레이테만의 파도소리.....
위의 시 '松井 伍長 頌歌'는 한국문단의 원로 서정주가 일본 이름 '達城靜雄'으로 일제시대인 1944년 12월 9일자 매일신보에 게재된 친일 작품이다.
마쓰이(松井)는 조선인 비행사의 일본 이름으로 오장(伍長)은 오늘의 하사 계급에 해당하는 일본군 계급 명칭이다.
조선인 비행사인 '마쓰이 히데오' 가 '神風(가미가제) 특공대원' 으로 미국 군함을 향해 돌진하여 자폭한 것을 조선인 전체의 명예로 부상시키면서 그의 죽음을 찬양하고 있다.
이 글을 처음 읽은 나는 졸도 할 뻔 했다. 내가 그와 그의 시를 좋아했던 것 만큼 커다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서정주는 한국문단의 거두로 군림하면서 많은 제자를 거느리고 한창 위세를 떨치던 때였다.
그후 그의 행적을 더듬으면서 더 놀라운 사실에 접하게 되었다.
위의 시 외에도 헤아릴 수 조차 없는 많은 시와 소설,평론,수필에 이르기까지 그의 친일 반역 작품을 찾아냈다.
서정주의 친일 작품을 다 읽고 난 다음 지금의 서정주 작품 모두가 위선에 가득찬 글로 보이는 것이 나의 삐딱한 의식 탓일까. 아니다. 불의에 대한 정의의 분노의 표출이다.
나는 고뇌하면서 이 시대 이겨레의 파란만장한 근대사를 돌이켜 생각했다.
일제에 항거하여 생명과 재산을 송두리째 바친 선구자가 있었음도 되돌아 봤다.
이름없이 숨져간 저 벌판과 계곡에서 또한 이역 대륙의 광야에서 무덤도 없이 흙으로 사라져간 독립운동가를 추모하면서 오늘 행운을 탄 저 변절자의 모습을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이렇게 공평하지 못한 세상일까.
그러나 역사라는 바위와 같은 진리의 벽에 진실을 속여서 새길 수 없다는 사명감을 느끼면서 나는 한때 좋아하던 선배 시인의 참담한 행적을 밝히지 않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서정주의 친일 작품의 주요 목록은 다음과 같다. 시 '航空日에'. '松井伍長 頌歌'. 소설 '崔遞夫의 軍屬志望'. 평론 '詩의 이야기'. 수필 '수무 살 된 벗에게'. 수필 '隣保精神'. 르뽀 '報道行'.
철저한 기회주의자인 서정주는 전두환을 위해 1987년 1월18일. 다음과 같은 찬양시 '처음으로' 를 창작.전두환의 생일에 바쳐 다시 영화의 길로 들어섰다.
전두환 대통령 각하 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시
처음으로
서정주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 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 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잘 사는 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물가부터 바로 잡으시어
1986년을 흑자원년으로 만드셨나니
안으로는 한결 더 국방을 튼튼히 하시고
밖으로는 외교와 교역의 순치를 온 세계에 넓히어
이 나라의 국위를 모든 나라에 드날리셨나니
이 나라 젊은이들의 체력을 길러서는
86아세안 게임을 열어 일본도 이기게 하고
또 88서울올림픽을 향해 늘 꾸준히 달리게 하시고
우리 좋은 문화능력은 옛것이건 새것이건
이 나라와 세계에 떨치게 하시어
이 겨레와 인류의 박수를 받고 있나니
이렇게 두루두루 나타나는 힘이여
이 힘으로 남북대결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가지고
자유 민주 통일의 앞날을 믿게 되었고
1986년 가을 남북을 두루 살리기 위한
평화의 댐 건설을 발의하시어서는
통일을 염원하는 남북 육천만 동포의 지지를 받고 있나니
이 나라가 통일하여 홍기할 발판을 이루시고
쉬임없이 진취하여 세계에 웅비하는
이 민족기상의 모범이 되신 분이여!
이 겨레의 모든 선현들의 찬양과
시간과 공간의 영원한 찬양과
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로 오시나이다.
첫댓글 염병할 서씨 문중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여주에 모신 3세 할아버님 서희 장군묘소에 가서 속죄하고 문중에 사죄하라!!
서현식 전우와 같은 문중의 시인을 욕되게 해 미안합니다.
문단사를 바르게 이해시키기 위해 올린 것이니 양해하세요.
이미 고인이 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