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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고요가 있는 만학골 계곡 암반계류 일품
남원 고리봉(708.9m)과 문덕봉(598.1m)은 곡성 동악산(735m)과 쌍벽을 이루는 골산骨山이다. 두 산은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으며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산세도 크고 웅장하며 수량이 풍부한 계곡들을 품고 있다. 호남정맥과 지리산 주능선을 바라보는 조망도 빼어나다. ![]() ![]() 편안한 소나무 능선길과 바위지대를 20분 더 오르면 바위들이 불꽃처럼 솟구친 암봉들이 보이고 이 중 문덕봉이 있다. 순식간에 시야가 열리며 호남정맥 산군들이 시야에 가득 찬다. 무량산, 회문산, 강천산, 산성산, 추월산까지 보인다. 동쪽으로는 남원 주생면과 금지면의 넓은 평야지대와 지리산 만복대 능선까지도 보인다. 목초지에서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이제 이정표는 ‘그럭재 3.5km, 고리봉 10.5km’를 가리킨다. 고리봉 방향의 능선들은 옹골찬 암봉들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처럼 힘차다. 첫 번째 철 계단을 만나고 기암괴석과 암봉을 우회하기를 반복한다. 바위에는 ㄷ자 모양의 철구조물이 박혀 있어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다. 화강석이 풍화된 마사토 바닥은 무척 미끄럽다. 바위와 분재 같은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광은 마치 동양화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공깃돌 바위를 지나면서 편안한 오솔길이 잠시 나타날 뿐 고정봉(605m)까지 바위지대가 계속 된다. 고정봉은 소나무에 가려 특별한 조망은 없고 표지석만 덩그러니 있다. 고정봉을 지나면서부터 30여 분 동안은 우측으로 절벽지대를 끼고 지나간다. 선계를 연상하는 풍광은 한 폭의 그림이다. 손과 발을 모두 이용해 바위를 오르내려야 하는데 칼날등 바위지대와 로프를 잡아야 하는 유격훈련장 수준이다. 공룡 등뼈 같은 짜릿한 암릉 지대를 30분 정도 넘으면 U자 형태의 석벽을 만난다. 낡은 로프와 ㄷ자 철 구조물을 계단처럼 타고 내려간 다음 건너편 석벽에 오르면 조망바위다. 평평한 너럭바위는 수십 명이 앉아도 좋을 정도로 넓다. 15분 정도 바위지대와 소나무 숲을 지나 봉긋한 작은 봉우리 바위에 돌탑을 쌓아둔 곳이 송내봉(540m)이다. 20분 정도 내리막길이고 높다란 철탑이 보이는 곳 아래가 그럭재다. 이곳은 송내리, 서매리로 탈출할 수 있는 사거리가 있다. 송신탑을 따라 30만 km가 넘는 고압선로가 서매리까지 이어진다. 이정표는 ‘문덕봉 3.5km, 고리봉 7.0km, 서매리 1.5km’ 가리킨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편안한 소나무 오솔길을 30분 정도 오르면 505m봉이다. 묘 1기가 자리하고 멀리 바라보는 지리산 조망이 좋다. 다시 20여 분 소나무 능선을 지나면 두바리봉(555m)에 닿는데 별다른 특징은 없다. ‘고리봉 3.4km’ 이정표에서 왼쪽 길로 꺾어야 한다. 편안한 길도 잠시, 또다시 암릉 구간이 시작되며 낭떠러지에 박힌 철구조물에 의지해 위험구간을 통과하게 된다. ![]() ![]() 전주이씨묘 위쪽에 삿갓봉(629m) 표지석이 있다. 삿갓봉에서는 섬진강 S라인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삿갓봉에서 고리봉까지는 1.5km(이정표는 3.5km 오자 표기) 거리다. 이 길 또한 녹록하지 않다. 철구조물이 박힌 암벽을 세 번은 넘어야 고리봉 정상에 닿는다. 고리봉 정상에는 경주김씨, 원주원씨 합장묘가 있다. 향로석, 상석, 혼유석 등 제대로 갖춘 묘다. 사방으로 막힘없는 최고의 조망이다. 섬진강을 비롯해 동쪽으로 평야지대와 견두지맥 너머 지리산 주능선까지 아스라이 보인다. 북서 방향으로 남원 시내와 요천, 주생면, 금지면 일대가 내려다보이고, 서쪽으로는 순창 광덕산과 담양 추월산까지도 시원스럽게 보인다. 하산로는 세 갈래로 나뉜다. 만학골로 가는 길은 나무데크 계단으로 내려서야 한다. 같은 방향으로 가다가 능선을 따라 천만리千萬里 장군묘에서 방촌리로 내려갈 수도 있다. 명나라 장군인 천만리는 이여송 장군과 함께 임진왜란에 참전해 큰 공을 세웠다. 그는 두 아들과 함께 조선에 남아서 우리나라 천씨千氏의 시원을 이루었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내려가면 약수정사가 나온다. 만학골 하산로도 쉽지는 않다. 경사가 급한 암봉을 지나야 한다. 0.9km 지점 ‘만학골 정상’이정표에서 만학골은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야 한다. 수직 암석 경사면에 낡은 로프가 매달려 있는데 상태가 좋지 않으니 너무 의지하지 않는 게 좋겠다. 계곡으로 내려서면 낙엽이 뒤덮여 자칫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선답자의 표시기를 잘 살펴야한다. 남원 차 장인의 찻집에서 마무리 계곡에서 첫 번째 만나는 ‘만학골2.0km’ 이정표에서부터 작은 계곡이 시작되며 ‘고리봉1.0km’ 지점부터는 계곡이 넓어지며 작은 와폭이 계속 이어진다. 비단자락을 펼친 것 같은 암반계류다. 투명한 작은 소도 여러 곳 만난다. 만학폭포는 높이 5m 정도의 아담한 폭포다. 사람의 흔적이 거의 없는 태고의 계곡을 1시간 가까이 내려가면 ‘고리봉 2.0km' 이정표를 만난다. ‘천지차’라고 쓰인 야생차밭을 만나면서 길은 한결 부드러워진다. 산행안내도 근처에 억새로 엮은 초가집이 반갑게 맞이한다. 매월당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에 등장하는 보련암 터 아래에 고려단차 생산 장인인 오동섭 장인이 운영하는 매월당 찻집이다. 대문도 없고 방문의 자물쇠도 없어서 누구나 와서 주인 없는 방의 탁자 위에 찻값을 올려놓고 차를 마실 수 있다. ![]() 산행 가이드 ■ 금풍제~용동~목초지~문덕봉~고정봉~암릉지대~조망바위~송내봉~그럭재~ 두바리봉~삿갓봉~암릉지대~고리봉~만학골~만학폭포~천지차밭~매월당찻집 <약 11.3km, 약 6시간 30분 소요> ■ 금풍제~용동-목초밭~문덕봉~고정봉~암릉지대~조망바위~송내봉~그럭재~ 큰골~서재교 <약 6.7km, 약 4시간 소요> 교통(지역번호 063)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남원고속버스터미널까지 하루 15회(첫차 06:00, 막차 22:20) 운행한다. 요금 우등 2만3,300원. 일반 1만5,800원. 남원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동리행 212번 시내버스를 타고 내동정류장에서 내리면 금풍제 앞이다. 승용차를 이용해 차량 회수를 해야 한다면 매월당에서 금풍제까지 택시를 타고 돌아와야 한다. 요금 약 1만3,000원. 문의 남원택시 635-7777. 숙식(지역번호 063) 남원의 대표적인 음식은 추어탕이다. 맛의 고장 광주에서도 남원추어탕은 알아 준다. 섬진강의 미꾸라지와 시래기를 듬뿍 넣은 추어탕은 1인 8,000~9,000원 선, 광한루 주변에 추어탕 거리가 형성되어 있고 20여 곳이 성업 중이다. 그중 50년 전통의 새집추어탕(625-2443)이 유명하다. 추어탕 9,000원. 미꾸라지 튀김 1만~2만 원. 육모정(633-6677)은 물냉면·비빔냉면(8,000원)이 맛있다. 남원 이조갈비(635-7073)는 돼지갈비(9,000원)가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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