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회 가을 나들이날! 날씨는 어제처럼 따뜻한 가을 날씨였다.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까워서라도 그간 뭔가에
젖어 버린 우리 자신들을 말리러 나가는 중.
마음은 오랜만에 해외 여행가는 기분처럼 들뜬다.
삼목항 가기 위해 모인 당산역 사 번 출구에는 곽총무를 비롯하여 거의 다들 일찍 나와 맛있는 김밥으로 요기를
한 뒤 이윽고 도착한 황회장과 함께 삼목항으로 떠났다.
승선 예정 시간은 열 시 십 분. 공항 가는 길은 의외로
한산한 편이라 가을 행락철 토요일 분위기가 아니다.
하지만 도착한 삼목항에는 승선을 기다리는 차량 행열이
긴 편이다. 이 교수 말로는 오늘은 양호한 편이란다.한창
붐빌 땐 차량 행열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란다.
장봉도,신,시.모도! 이 인천 옹진군의 네 섬이 널리 알려진지도
꽤 되었고 서울과 가깝고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쉬어졌고 배를 두 번만 타면
네 섬을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있고 정경이 아름다운 드라마 촬영지, 조촐하지만 깨끗한 해수욕장, 에로틱 예술 공원 ,곳곳에 있는 해안 전망대 등 볼거리도 많고, 구봉산을 비롯한 산길들이 쭉 이어져서
트레킹을 목적하여 와도 좋겠다.자전거나 전기 오토바이로
세 섬을 돌아보기에 충분하므로 자전거 동호회원, 트래커, 가족,연인,친구들끼리 하루 즐기다 가기에 좋은 곳이다 보니
나날이 찾는 이가 느는 것 같다
순조롭게 예정 시간에 차량을 싣고, 십여 분 가면 목적지 신도에 닿지만, 갈매기쇼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려 객실에 들어가자마자 술 마려운 사람들처럼 연태주 한 병과 북어 안주 삼아
입가심부터 한다. 객실 기둥을 빙 두룬 사각형 의자에 앉아
오전부터 고량주 냄새를 피우며 한 잔씩 마시는데 음주자들은
우리들이 유일했지만 눈쌀 찌푸리는 승객들의 눈총은 다행이 없었다.
모처럼 휴일 관포지교를 나누는 모습을 너그럽게 이해하는 표정들이다. 객실 밖에 갈매기들 쇼타임이 벌써부터 준비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 새우깡 한 움쿰 들고 이 층으로 가니
벌써 난리가 났다. 이미 주식회사 농심 정규직 직원이 된듯한 의기양양한
갈매기들이 공중에 살포하는 새우깡을 기가 막히게 잘도 낚아채듯 먹는 묘기를 보인다. 우리집 똘이 보는 듯.한 단계 더 심화된 묘기인
손끝 새우깡 채가기로 옮겨가기 전에 가져간 새우깡 동났고
끼륵대는 갈매기 울음 소리는 더 커지고 세찬 바람의 힘에
밀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회전하는 갈매기들의 군무가 현란하다. 아! 누가 갈매기를 무심하다 했는가? 무심한 갈매기와 물아일체의 경지를 꿈꿨던 옛사람들이 이 광경을
본다면 뭐라 할까?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여세추이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젠 먹이보다 날기에
힘쓰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갈매기는 이야기책 속에서나
찾아야 할 것이다.이런 상념에 젖자마자 벌써 믿을 신,신도에
도착이다. 베스트 드라이버 양주가 운전하는 대로 도로를
조금 지나 화살섬이란 이름의 시도의 드라마 풀하우스 촬영지인 수기 해변에 도착했다.
별로 크지 안은 해수욕장은 귀엽고 아담하지만 용모 단정한
숙녀같은 분위기다.사람들이 제법 찾는지 큰 팬션,Cu편의점,카페까지 있고 고운 모래 해수욕장에는 어제부터 와서 비박을 하고 있는 듯한 텐트도 여러 동 보인다.
인증 사진을 찍고 무릎을 다친 박사장, 오름을 무척 싫어하는 이 교수를 제외하고 산길을 따라 북쪽 전망대로 가니 바로 눈앞에 강화도가 마주 보고 있다.마니산,동막해변에 석모도까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해안 갯바윗길로 돌아와서 승차한 후 조금 더 가니, 초가 지붕 이는 데 쓰이는 띠풀 이름의 막내섬.모도
가는 다리가 보인다. 아크릴 재질로 알파벳 글자를 크게 세워
놓은 모도 간판을 배경으로 전선줄 참새처럼 나란히 앉아 다시
기념 촬영 후, 모도의 산줄기를 따라 가니 무료입장이 가능한
에로틱 공원이 나오는데 한국의 르네 마그리뜨라 불리는 조각가
이♡♡ 씨 작품들이다 백주 대낮에 벌거벗은 남녀가 뱀처럼
뒤엉켜 있는 작품 등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보기에는 좀 남사스러운 작품들도 있지만 주로 에로틱한 상상력을 다소
추상화해서 표현한 작품들이다. 점잖은 이 교수 말씀대로
다들 거시기는 우리 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중증 치매에 걸린 상태라 반응이 없다나.그래도 반응이 있었음직한 유모씨는
난 아직 살아있구나 라고 순간 느꼈다는데 금세 없어졌다니
우리들 중 기중 젤 나은 편이라 부러움을 샀다.
역시 우리에게 왕성히 남은 욕망인 식욕을 채우기 위해
예정된 바다 식당 대신,기까운 모도의 횟집에 갔다. 광어회를
시키면 소라,낙지,멍게,전까지 서비스로 준다 해서 먹어 보니
정말 괜찮았다. 도톰하게 썬 자연산 광어회가 압권이었다.다만 음주량은 다들 예전같지 않다.연태주
두 병을 간신히 비웠다.무의도 때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양주는 운전 관계로 술만 따르고, 주당인 경주도 못 오고, 아픈 황룡이도 바쁜 현서도 없으니 저 앞에 넓은 갯벌을 채우던 물이 썰물처럼 빠지듯, 음주의 분위기도 맥이 좀 빠진 듯했다.
들어올 때 못 들른 신도를 구경하다 특전사 출신 바리스타가
영업하는 작은 로마라는 해변 카페에 들러 민상이가 쏜 라떼를
맛있게 먹고, 아까 음식점 믹스 커피에 이어 두 잔째다.그래서 지금 그것이 알고 싶지 않지만 잠이 안 와서 그것이 알고 싶다도 시청하고
글을 쓰면 피곤해서 잠이 올라나 몇 자 끄적거리는데 아?미치겠구나.점점 말똥말똥 하다.지금 이 시간에 수도권 20산120km를 걸어내고 있을 수도권 산악회 회원들 모습이 떠오른다.담주 금-일요일 영남알프스실크로드105km원정 복수전 을 앞두고 있어
걱정도 일고,
그리고는 장봉도에서 나오는 배를 타고 신도로
다시 나와 당산역에 도착해서 준영이가 쏜 맥주,소주 한 잔하고 헤어졌다.집에 오니 일곱 시. 불 꺼진 집에는 똘이 혼자
뛰어 나와 흥분한듯 날 맞아주었다.오늘 하루도 이렇게 흘러갔다.
정식으로 퇴직한 지 한 달남짓, 자전거도 타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고, 되도 않는 독서토론도 해 보고, 사학연금 주관 퇴직자를 위한 강연도 듣고, 50+센타도 가 보고, 야등도 하고
주말 산행도 네 번 해보고 시험준비는 말로만 하고 저녁마다 메뚜기 다리 밑 건강체조도 가서 체존지 춤인지도 춰 봤지만
딱히 뭘 하며 앞으로 살아야 할지가 고민이 되는지 여전히 불면의 밤을 보낼 때가 많다.
퇴직 후에는 모든 나날이 오늘같은 토요일같을 줄 알았는데 점점 토요일,일요일마저 상실되어 평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젠 가슴뛰게 하던 토요일이 그립다. 오늘 이 젖은 마음을 난 놀고 있는
아까운 햇볕으로 잘 말려왔나? 벌써 연말 모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