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는 자율신경은 없지만 오키신, 벤질아데닌, 사이토카이닌, 아부시진산, 에틸렌 등 식물 호르몬이 있다. 식물은 이들 호르몬으로 생리를 조절한다. 여러 호르몬 가운데 에틸렌은 식물을 만지면 발생하여 생장을 억제시킨다. 여기서 우리들은 식물의 원활한 생장을 위해 가급적이면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식물의 생활과 호르몬
사람은 자율신경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 자율신경계와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여러 기관을 조절하고 환경에 맞는 활동을 하고 있다. 심장이 박동하는 것이나 입 속의 침을 분비하는 것은 자율신경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며, 혈당량이나 배란은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는 것으로, 이같은 메커니즘 없이 우리들은 살아갈 수가 없다. 식물도 심한 환경변화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상황에 따라 조화로운 체제를 잦추고 있어야 하지만 과연 식물도 사람과 같은 조절기구를 가지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런데 식물에는 자율신경이라는 것이 없다. 다만 식물에도 동물처럼 여러 가지 호르몬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호르몬이 교묘하게 작용하여 생리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2. 닿으면 시드는 식물
1962년, 미국의 리빙스톤 씨는 실험을 위해 '도꼬마리'의 잎이 성장하는 모습을 측정하고 있었다. '도꼬마리'는 황폐한 땅에 살고 있는 국화과의 잡초로 몹시 질긴 식물이다. '도꼬마리'의 열매에 가시가 많아 옷이나 바지에 잘 붙기 때문에 어릴 때 이것을 던지면서 놀기도 하며, 한방에서는 창이자라고 하여 해열, 두통에 활용하고 있다. 그는 몇 개의 '도꼬마리' 중에서 길이 약 1cm되는 잎만 10장 고르고 이들의 길이를 매일 한 번씩 자로 측정하여 잎의 생장 속도를 조사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그와 지도교수인 소리스베리 씨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도꼬마리'의 잎은 길이가 11-12cm라는 것이 정상인데 측정하던 잎이 어찌된 일인지 8cm까지 자라면 한결같이 도중에서 누렇게 변하고 곧 시들어 버렸다. 그들은 매일 고작 수초 동안 자를 대었을 뿐인데 잎이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으며 믿기지 않았다. 조사를 하지 못하게 된 그들은 그후 카메라를 사용하여 생장을 측정했다.
3. 불가사의한 호르몬 에틸렌
1971년 미국의 닐과 하리스 두 학자는 '사이언스'라는 잡지에 재미있는 논문을 발표했다. '푸'라고 하는 묘목을 심고 매일 한 번씩 손으로 줄기를 잡고 약 30분간 가볍게 흔들면 3주일 이내에 휴면에 들어가기 위한 눈을 만들며, 줄기의 생장속도도 크게 억제되어 27일 동안 생장한 크기는 흔들지 않은 식물의 약 5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묘목을 흔들리지 않도록 지주에 묶어서 고정시키면 훨씬 성장률이 높다. 이것은 지주를 함으로써 바람에 의해 식물이 흔들리는 양이 적어지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분석했다. 이와 같은 기묘한 현상에 대해 곧 많은 반론이 나왔다. 그러나 그들은 1972년에 다시 25일 동안 옥수수의 묘목을 매일 한 번 30초 동안 가볍게 흔든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흔든 것의 키는 흔들지 않은 옥수수 키의 약 절반이 되었고 잎 장 수도 30% 줄어들었으며 잎 길이도 15% 짧아졌다는 것이다. 물론 흔드는 것을 중지하면 곧 정상적으로 생장을 계속했다고 한다. 이들은 흔들어 줌으로써 성장을 억제시키는 호르몬에 어떤 이상이 생기는 것이라 생각했고 궁극에는 에틸렌이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다른 농업연구소에서도 벼의 발육과정을 측정하고 있을 때 리빙스톤 씨 등과 같은 경험을 하고 식물을 만지는 그 생장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오는가 하는 것을 조사하기 위해 벼, 보리, 옥수수의 묘목을 사용하여 매일 두 번, 오전 9시와 오후 3시에 30초 동안 손으로 잎을 만지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생각한대로 그들의 생장이 두드러지게 억제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 때 발생하는 에틸렌의 양을 실제로 측정해봤다. 그 결과 식물이 발생하는 에틸렌의 양은 얼마되지 않은 미미한 것이지만 손으로 만진 식물은 만지지 않은 식물에 비해 훨씬 많은 에틸렌을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무튼 식물은 손으로 만지거나 바람에 의해 흔들리면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에틸렌을 발생하게 되고 이로써 키가 작아진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귀하게 여기는 식물에 가급적이면 손을 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고급난을 취급하는 애란인은 이 점에 유의하면 배양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분재는 키가 작아야 가치가 있는 것이니 매일 만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를 일이다.
4. 주요 식물 호르몬 (1) 옥신(auxins) : 줄기의 끝 또는 새로 나온 잎에서 만들어지는 생장촉진 호르몬이다. 주로 세포를 증식하거나 신장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세포분열이나 열매가 비대해지는 데도 필요하다. (2) 지베렐린(gibberelline) : 일본에서 발견된 호르몬으로 세포의 신장을 촉진하는 작용을 하지만 옥신과는 성질이 약간 다르다. 데라웨니어 포도의 품종에 투여하면 씨가 없는 포도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농가에 널리 알려진 호르몬이다. 그리고 씨앗의 휴면을 깨우거나 어떤 식물의 줄기나 꽃대를 올리고 꽃눈 형성을 촉진하는 작용도 한다. (3) 사이토카이닌(cytokinin) : 세포분열을 촉진하는 호르몬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주로 뿌리에서 만들어진다. 옥신과 공동으로 여러 가지 작용을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세포분열을 활발하게 하여 젊음을 유지하는 작용을 한다. (4) 아브시진산(abscisin acid) : 식물의 눈이나 종자를 휴면시키는 역할을 하며 수분이 결핍됐을 때 만들어져서 수분을 증발시키는 구멍인 기공을 닫는 작용을 한다. 일반적으로 식물의 생장을 억제한 작용을 한다. (5) 에틸렌(ethylene) : 몹시 적은 양으로 낙엽을 촉진시키거나 과일의 성숙을 촉진하는 등의 작용을 한다. 이외에 화아형성을 촉진시키는 개화 호르몬도 있다고 하지만 그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호르몬은 식물의 발육정도에 따라서 혹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며, 서로 작용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면서 생장활동을 조절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