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렇게 생중계처럼 하는 것은 농사 초보자를 위해서
이맘때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를 자세하게 알려주려고 하는 것입니다.
살림은 재배보다 더 중요합니다.
어제 상강.나락 걷이가 끝나자 곧 닥칠 된추위에 몸놀림이 빨라집니다.
수확이란 벼락같이 하지않으면 손실이 많습니다. 특히 깨는 더욱 그렇습니다.
어제 방앗간 옆에 아주 잘 해놓은 간작방식이 있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김장농사에 배추 사이 파를 간작했습니다.
제가 평소에 강의할 때 말하던 것인데...전통 농사법에 나오는 것은 아니고
파의 향이 있어 충균방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제 유추에 의해 강조했던 것인데
누군지 모르지만 예쁘게 농사지었습니다.
오늘 아침 일어나기 싫었지만 그래도 오늘 들깨를 베어주지 않으면 때를 놓칠 것 같아서
박차고 나왔습니다. 공삼채가 하얀 꽃을 예쁘게 피었습니다.
장장 3시간 반을 아주 강도있게 그리고 빠르게 쉬지 않고 흰들깨를 베었습니다.
족히 백평은 넘는 곳인데...허리가 아팠지만 참고...일부는 내일 벨까 하는 생각도
해가면서 그러나 오늘 쫙 베놓자라고 몸을 몰아갔습죠.
흰들깨가 무척 키가 큽니다. 다음번에는 순지르기를 하거나 좀 더 늦게 심을
생각입니다.
12시에 아침밥을 먹고 나오니 고양이들이 마당에 늘어져 있었습니다.
이런걸 팔자 늘어졌다고 하지요. 고양이도 저랑 똑같이 밥을 먹는데
이번에는 밥을 무진장 많이 줬습니다.그랬더니 달려들지도 않지만
먹고 늘어져 있네요.
밥 먹자마자 고구마 순부터 처리할 생각으로 정자로 왔습니다.
지난 번 고구마를 수확하고 줄기를 따로 모아서 다듬고 있을 때 콤바인 아저씨가
벼수확한다고 해서 다듬던 중 내려갔는데 5일동안 정자에서 있었더니
겉에는 모두 시들었습니다. 속에는 좀 말짱한 것이 있어서 버리지 않고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본 마을 아주머니는 버리고 난리였습니다.
밭에 더 굵고 좋은 고구마 줄기가 있다고.
하지만 제가 고구마줄기를 일부러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농사짓고 나온 부산물
을 음식으로 처리하려고 한 것 뿐이지요.
다듬으니 요렇게. 이걸 저녁에 삶았습니다.
국도 끓여먹고 볶아도 먹고. 지져도 먹고. 아무튼 된서리 내린 이후 마땅한 채소 없을 때 먹기 좋습니다.
곡성 굵은팥 8알을 심었더니 이렇게 많이 나왔습니다. 지금도 계속 꼬투리를
말리고 있는 중이빈다. 팥이랑 곡성 꿩동부 말려서 손으로 짓이겨 갈무리 했습니다.
터진 넘이나 곯은 넘은 모두 빼고 성한 넘만 남겨놓고 종자통에 담았습니다.
틈나는대로 종자 갈무리 하지 않으면 공간이 협소하고 지저분하거든요.
화단이나 텃밭에서 간작으로 들어가거나 그냥 난 흰들깨를
털려고 놓았습니다.
얼마되지 않는 것 같으나 제법 들깨 양이 많습니다.
흰들깨는 기름을 짜면 검정들깨보다 양이 적어서 사람들은 먹들깨를
선호합니다. 맛은 흰들깨가 더 맛있지요.
도리깨로 치고 나서 큰 구멍있는 것으로 덤풀들을 거른 뒤에 굵은 채로
한번 더 거른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키로 칩니다. 키로 치고
나면 위의 흰들깨가 나옵니다. 물론 저 위에 것은 물에 씻어서 검불은 없애고
말리면 그것으로 갈무리 끝입니다.
키질을 할 때 큰 다라를 놓고 합니다. 그러면 약간의 깨가 키질하면서 빠져나갑니다.
사실 버려도 될만하지만 그래도 몇 알이라도 건질 요량으로 저렇게 받아서
저걸 다시 키질을 합니다. 키질을 해서 몇 알 건지고 저 나머지는 밭에다 버립니다
밭에다 버리면 다음해에 한알의 종자가 떨어지면 거기서 나게 되지요.
대마종자를 갈무리합니다.
그동안 말렸다가 종자만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는데 좀 쉽지 않습니다.
잘 털리지 않습니다. 잘 말렸는데도 말이지요. 손으로 비비고 몇 차례 구멍이
다른 채반으로 거르는 작업을 수단계 거칩니다.
그래도 종자가 깨끗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요것을 일단 쌀자루에 넣고 보관한 뒤에 일이 한가해지면 다시 갈무리를 합니다.
종자도 보관하지만 덤불도 버리지 않고 부대에 담아놓습니다.
나중에 덤불은 밭에 뿌려지면 좋은 방충균제 역할을 합니다.
깨 덤불도 버리지 않고 부대에 담아서 나중에 덮는 비료로 사용합니다.
깨 부산물은 유박퇴비로 질소 함유량이 많습니다.
종자용 콩 고르고, 팥, 꿩동부를 모두 종자통에 담고, 흰들깨와 대마씨를 갈무리
하고, 수세미 말린 것을 봉지에 담고 널려 있던 정자를 청소했습니다.
깔끔하게 정돈이 되었습니다. 한차례 정돈 뒤에는 그 다음 말릴 것들이
들어갑니다.
갈무리를 한 뒤에 윗밭에 올라가서 결명자가 있길래 씨앗 할 결명자를 걷어왔습니다.
첫해에 뿌렸는데 나오지 않았고. 올해에 두 그루가 발아가 되었습니다.
내년 결명자 씨앗으로 충분합니다.
베어와서 말리려고 다라에 넣었습니다. 잘 마르면 결명자는 녹두처럼 터집니다.
그래서 통에다 말려야 합니다.
지난 번 쌀수수를 수확하고 2차 수확했습니다. 콩밭 사이에 심어놓은 것을 베어왔습니다.
지난번 종자한다고 매달아놓았고 이번것은 털어서 밥에 넣을 먹을 겁니다.
콩 열매가 너무 부실해서 콩이 좀 달린 것들만 골라서 베어 놓다가 오늘 쉬지 않고 일한 탓에
힘에 부쳐서 내일 할 요량으로 콩 수확은 그만두고 이것저것 갈무리했습니다.
피마자 잎이 성성해서 보름 나물을 해먹을 것을 따왔습니다. 익은 열매도 베어오고.
저녁에 데쳐서 놓았습니다. 내일 햇볕에 말릴 겁니다.
호박잎도 땄습니다. 곧 된서리가 내릴 것 같아서요. 된서리가 내리면 호박잎이 모두 죽습니다.
호박잎을 따면서 오빠에게 보내주고 싶었지만 택배비가 더 들 것이라서...일단 데쳐서
저장해놓습니다. 국거리로 먹을 것이기도 하고. 혹시 부쳐 줄 생각도 있어서.
또 다른 통에는 작두. 꿩동부. 팥. 울타리 강낭콩. 담벼락에 달린 검정애호박 등을 걷었습니다.
어건 갈무리해서 내일 말립니다. 다 다듬고 나니 6시가 쌀쌀해졌습니다.
마당에 널린 것들 정리하고 방에 들어왔습니다.
방에 들어오기 전에. 마지막 상처. 상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고.
톱낫으로 낫질 하다가 제 엄지 손을 낫질했습니다. 톱날이 쫘악...
엄청 아팠습니다. 통증이 심해서 잽싸게 머위순을 꺾어서 짓이겨서 상처에 부쳤습니다.
5분 뒤부터 욱신거리던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머위가 통증을 완화시켜주거든요. 항균 역할도 있구요.
밭에서 일하다가 다치면 저는 이렇게 풀로 일단 해결을 합니다.
이런 응급처치를 알아야 합니다. 집에 들어와서 약품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풀로 하는 응급처치법 대해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집에 들어와서 물을 끓여서 제일 먼저 고구마순 삶아내고 다음엔 호박잎 삶아내고
다음엔 피마자잎 삶아냈습니다. 삶아내고 남은 물로 목욕을 했습니다.
비누를 사용하지 않고 각종 채소 잎 데친물을 사용하니 피부도 좋아합니다.
물을 알뜰하게 사용하는 것도 살림에 중요한 것입니다.
지금 다친 손가락은 벌써 낫고 있는 것 같습니다.ㅎㅎ.
첫댓글 저렇게 멋지게 간작을 실천하고 계신분이 계시군요.. 요즘 귀농 프로그램 참여하다 보면 상당히 많은 분들이나 지자체가 소득증대에 촛점을 맞추고 있더군요. 주로 시설재배로 . 그런데 이렇게 변대표님의 알뜰한 시골 살림살이를 보니 참으로 우리가 왜 농촌에서의 삶을 영위하려 하는가 하는 초심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예...농부 곧 색부거든요..노자 53장인가 나오는 말이지요.ㅎㅎ 인색하다는 말인데..이게 요즘 같은 세상에는 짠돌이..이렇게 퇴색됐지만 '알뜰하다'는 말이예요. 적게 소비하면 적게 벌어도 되지요. 적게 벌면 적게 노동해도 되지요. 적게 노동하면 심신이 즐겁겠지요. 시골살림은 사실 적게 소비하고 적게 버는데...적게 노동하는 것은 좀 달라요. 그냥 무관심하면 일이 거의 없는 거 같지만...관심을 가지면 일이 끊임없이 많지요. 하지만 그만큼 자급의 풍요로움이 있는 거겠죠. 그게 즐거움이구요. 시골에서는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즐거움이 없답니다.몸은 바깥에서 움직이게 되니까요. 바깥에서만 온갖 자연과 접할 수 있으니까요.
움직이고 자연과 접하는 삶때문에 시골에서 사는거지요. 일을 너무 알뜰살뜰하게 잘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