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제는 시민회관, 아니 그건 예전 이름이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미자 쑈를 봤습니다.
건방지게 안방에 누워 신문 펴들고
동백 아가씨를 부르다가
엄마한테 걱정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화장실에 들어가 목이 터져라...
무슨 대한독립만세도 아니고. ㅎㅎ
화장실 문앞에 서서 나오기만 기다리던 엄마한테
"어린 게 뭐이가 될라고 그카니??? 너 좀 들어와보라우".
방에 끌려 들어가 무릎 꿇고 앉아 하염없이 엄마의 걱정을 듣다가
인생 하직할 뻔했던 그 이미자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을 미뤘던 숙제 해치우듯.
그게 아홉 살 때 일이니 벌써 사십년도 더 지난 얘기.
그 때 일도 생각나고
인간 안 될까 걱정하시던 엄마도 생각나고.
공연 두 시간 내내,
저는 사십 년을 되새기면서
참아야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아니. 이건 여자의 일생, 가사? ㅎㅎ
제가 이미자쑈를 보러갔었노라 얘기하니
어떤 인간이.
"난, 나비부인같은 거 아니면 안 보는데 너는 어떻게 그런 걸 보냐?"
에라, 임마.
나비부인겉은 소리.
"야, 난 이미자, 나훈아, 조용필 다 본다, 어쩔래."
내가 좋아하는 걸 보는 건,
하나도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게 무슨 포르노도 아니었고 말입니다.
백주에, 아니 백주는 아니고 퇴근 후에
아까운 시간, 쪼개서 보고 싶은 공연 보는 건
정신 건강에 상당한 도움을 주는 행위였노라...
하지만 한 장에 만 원한다는 테잎은 안 샀습니다.
그냥 듣고 보는 것만으로 충분.
자. 이제 그 동백 아가씨를 다시 들으면서
지난 일들, 잊을 것은 잊고
동백 아가씨를 잊지 못하는 것만큼
간직해야할 좋은 일들은
가슴 더 깊숙이 간직해볼까요?
편안한 봄 저녁되십시오.
|
|
첫댓글 쭉~~~난 아버님 생각에... 노래가 한번 끝나고 다시 이어지는군요.
선배님도 보셨으면 좋아하셨을텐데... 죄송. 제가 정보 제공을 좀 더 빨리 해드렸어야했는데... ㅎㅎ
헤일 수 없는 수 많은 순간을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동백꽃잎에 새겨진 사연 말못할 그 사연을,,,가신님은 그 언제 그 언제나 외로운 동백꽃 찾이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