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갱스터무비의 서곡
유체 이탈자 세계는 요한이네 부흥전자가 만들어낸 최고기술을 가진
슈퍼 급에 가까운 컴퓨터에 마법의 키를 장착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해커 게헨나 라이언을 만나 연구실에서 알아낸 마법의 키를 능가하고
무장해제 시키는, 그야말로 해커로써 추호도 모자람 없는 게헨나 라이언을
넘어서서 1인자로 자리매김을 할 위치까지 올랐다.
하지만 해커가 되겠다는 생각은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배부른 자의 포만감으로 없어져 버린 것이 아니라 그 보다 더 좋은 성능으로
진화하는 영혼의 넓어지는 활동영역이 세계를 그렇게 만들었다.
금덩어리를 주우면 좋은 수석은 그냥 돌이 되는 무가치였다.
여전히 게헨나 라이언으로부터 총애를 받는 후계자였다.
그리고 게헨나 라이언도 모르게 취득한 해커였지만 남에게 손해나 이익을 끼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 놀이를 즐기는 ‘화이트 해커’일 뿐이었다.
게헨나 라이언에게 세뇌되어 미래를 컴 박의 꿈을 대신 이루기 위한
부흥전자 입사준비였는지도 모른다.
해커들은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자들도 많았다.
또 십대들은 정신세계가 비이성적 이어서 국방부나 정부 기관들 컴퓨터에
잠입하여 미사일을 발사 시킨 경우도 있고,은행 전산실을 마비시키는 사고를 치는
철없는 저능아와 같은 부류도 있다.
세계가 그런 일을 하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교회를 다니다가 여러 사정으로 뜸해진
중도이탈자의 일말의‘신앙양심’이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건 역시 넓어진 ‘영혼의
활동 영역‘이었다.
유체 이탈자는 깨어 있었지만 영혼도 쉼이 필요 했는지 눈을 감았다.
눈을 떠보니 어스름한 저녁.
“아버지가 오실 시간이 거의 되어 가는 구나 마중 나갈까?”
잠시 살아있는 사람으로 착각을 했다.
영혼의 쉼을 가졌다가 그동안 들었던 요한이네 아버지 회사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일종의 해커 놀이였다.
부흥전자와 10여개 자회사들을 들여다보았다.
부메랑 회장은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중견 사업가에서 대기업 서열10위로 오르려면
온갖 비리가 있었겠지만 비밀장부를 소각했는지 돌아가신 어머니 산소 아래 매장을 했는지
분식회계를 했든 어디에 있든 그걸 찾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자신에게는 득도 될게 없는 해킹놀이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지극히 인간적인 요한이의
가족사가 궁금해졌다.
요한이에게 지금까지 들었던 과거보다도 미래가 궁금해졌다.
‘그들의 미래는, 나의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이 여기까지오자 달과 가장 친한 산88번지 달동네 공상가의 생각이 풀가동을 시작했다.
‘요한이 아버지 회사로 가볼까?’
세계는 부흥전자 사장실로 드래그 되었다. 부메랑 회장은 깊은 고민으로 머리를 감싸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의 뇌 속까지 궁금해진 세계는 부메랑 회장의 고민보다 더
깊은 상상에 빠져 들어갔다.
“감각 기관의 자극을 통하지 않고 얻는 지각 esp가 있으면 좋겠다. 좋겠다. 좋겠다......”
세계는 이후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잊는 ‘몰아의 경지’로 자신을 이끌었다.
어느 한 정점에 다다르자 최면을 거는 자신의 뇌 속에서 독백이 나왔다.
“나는 감각 기관이 없는 영혼이다. 나는 ‘투시’가 가능하다. 보인다. 보았다. 보았다....”
이때. 안과 시야 검사를 할 때 보이는 ‘자동 시야기’ 안에서 여기저기 나타나는 점들의
작은 불빛들이 반짝거렸다.
눈동자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중앙만 응시하자 흩어져 있던 불빛들이 하나둘 모아지기
시작했다. 총총한 점들의 이동, 그것은 달동네에서 본 여름밤 은하수의 물결 같았다.
몰려드는 은하수와 또 다른 별자리들이 서로 맞는 짝끼리 이어지더니 큰곰, 작은곰,
오리온, 카시오페아......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별들이 밑줄을 그으며 웅장하게 나타나며
천정에서 이리저리 이동을 시작했다.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들은 것을 상상으로
기억해 둔 것 같기도 했다.
“어디서 보았지?”
“헐~그래 맞아~ 중학교 때 수련회를 가야 하는데 아버지와 떨어져 잠든 적이 없고
불안하고 걱정이 되어서 가보지 못했지? 그때 웹툰이가 ‘천문 과학관 별 관측 돔’
천정에 나타난 별 모습이 저랬다고 그림을 그려서 보여 주었지? 그림 밑에 별 해설사
이름도 적혀 있었는데 성함이 박 순효(?) 해설사 이었던가?
“아 맞아~ 또 생각났다. 대형 스크린에 달착륙선이 내려오고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첫발을 디딜 때 달 먼지가 풀썩하자 흔들리는 좌석에 바짓가랑이도 풀썩 거렸다는 4디
보성천문 과학관이다.”
http://www.bscamp.kr/

조용.....
돔의 뚜껑이 열리고 별 대신 검색으로 보았던 부메랑회장의 얼굴이 밑줄 그은 별자리처럼
나타났다. 수련원 망원관측기로 잡은 듯이 점점 크게 클로즈업 되면서 부메랑 회장은
입술을 여닫지도 않는 복화술을 했다.
한 번도 들어 본적이 없는 ‘박 순효 별 해설사’의 말이 부메랑 회장의 말로 상상 입력되어
동굴 속 울림처럼 돔 안을 가득 채웠다.
“웅웅우웅....해외 진출을 하려면...먼저 자금줄인 정부를 움직일만한....획기적인 사업...
아이템이 있어야 하는데....영 마땅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네. 우우우 웅.”
돔이 닫혔다. 불이 들어오고.....세계는 깜짝 놀라며 새로운 esp 투시 칩 하나를 득템
했다고 생각했다.
“헐~ 투시?”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지난번에 사무장과 게헨나 라이언의 전화내용을 자신과 대화를
하는 걸로 곡해를 했던 때가 생각나서 돔 사방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실내는 칠흑이었다.
“헐~이게 공상이야? 진화야? 내가 이제 투시까지 하는 거야? 하긴 영혼이니까? 하하하.”
요한이 아버지는 사업 구상 중이었다.
“역시 야심찬 승부사 사업가야. 그래서 아내도 사별하자 1년도 못되어 요한이 어머니 리를
즉각 얻었잖아 근데 우리 아버지는 뭐지 홀아비로. 크흐흐흐.”
오랜만에 세계는 아버지와 폐지를 줍던 어린 시절 트레이드마크 웃음도 절로 나왔다.
“이 히히히...”
이번엔 요한이가 궁금해졌다.
공상가는 생각을, 생각은 이동을, 이동은 esp 투시로 미래를 보는 눈을 탑재하자
졸업식장에서 가운을 입은 요한이가 보였다.
일진으로부터 협박을 당하자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도와주었던 장면이 급히 스치고
타임머신을 탄 듯 시간이 바뀌고 급변하는 상상은 요한이가 성장하여 명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은 정치외교학과를 마치고 졸업하는 날이었다.
다방면에 뛰어난 능력과 지성과 카리스마가 넘치고 아버지를 이을 차세대 사업가로
나란히 경제인들과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가 사라졌다.
어려서부터 사업의 승부사들을 아버지로부터 들으며 자랐고 해외 견학으로 탄탄한 기초를
갖춘 요한은 제계의 2인자로 착실히 발판을 마련하고 외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각은
든든한 파트너였다.
“헐~그런데 나는 뭐지? 이 영혼의 몸으로 내 앞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세계의 눈앞에 앞날이 웹툰이 그림처럼 보여 졌다. 보성 수련관의 4디 스테레오의 웅장한
굉음과 함께 무섭게 달려들어 머리위로 지나갔다는 그림, 비록 그림은 머리 위를 지나갔지만
세계의 머릿속은 지나가지 않고 무언가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다. 가득 차는 생각들에
머리가 아팠다.
“그래, 나는 무한한 상상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그 작은 상상 하나로 머리가 아프다는
것은 내 사전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엔 자신의 미래를 투시하자 투영으로 나타났다.
대학엘 가지 못했다.
폐지를 줍는 아버지는 날이 갈수록 활동량이 적어지고 남자가
반찬과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 어려워 영양실조에 걸리기라도 한 듯 쇠약했다.
아버지는 아내가 없어 심신도 지친 상태라 그런 아버지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을 포기했다.
현실적으로는 학비를 감당할 형편이 못되어서 방송대 국문과에 입학하여
어려서부터 달동네에 부모와 떨어져 혼자 살아 상상이 많아 공상 환타지 소설을 쓰는
4학년으로 여전히 보조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이 컴박의 보조였지 컴퓨터의 달인 ‘삼손’은 게헨나 라이언의
손 역할을 하다가 해커가 되었으니 4손이었다.
다시 요한이 아버지를 투시하자 투영으로 나타났다.
요한이의 아버지는 경제계나 정치권에서도 부부가 뛰어난 능력자로 평가받아
감히 손댈 수도 없는 터라 ‘국가를 위한 사업’이라며 건의를 하면 얼마 있지 않아
오케이 싸인이 떨어지는 일이 상위권 기업들보다 많아 타고난 사업가였다.
사업가 기질은 뛰어 났지만 약점은 누구도 모르는 돈에 약한 사람이었다.
돈벌이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아 문어발식 사업의 원조 사업가지만
이번만은 쉽지 않았다.
이 시대는‘에프 학점을 두개나 받았다’는 절망의 뜻의 약자인 ‘IMWF’ 시대였다.
경제 파탄으로 국가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며 탄탄하던 중산층의 몰락과 서민층의
파탄에 자살자들이 속출하고 가정이 파괴되어 하루하루를 산다는 것은
질긴 목숨의 연명이었다.
스포츠로 국민을 현혹시켜 비상시국을 타개했던 전 대통령도 있었지만
스포츠도 이미 몰락했고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온 국민 절망의 시대라
정부를 움직일만한 여력이 없었다.
탄핵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퇴근하는 요한이 아버지 차 뒷좌석을 올라탔다.
“요한이네 집으로 가볼까?”
부자는 원탁의 테이블에 앉았다. 그 원탁은 가족의 토론방 테이블 이었다.
날마다 고민을 하던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 아버지의 고민을 알지?”
“예, 저도 아버지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고맙다, 하지만 서로 고맙다는 말로는 위로가 되지 않고 타개책이 위로인데
무슨 굿 아이디어 없니?”
요한이는 벌써 수도 없이 물었던 터라 약간 짜증이 났다.
절제의 미학이 점철되어 포커페이스를 할 수도 있었지만 이번만은 어려워
고개를 돌리고 최대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말했다.
“아버지 벌써 몇 번째 물으시는 거죠? 지금부터는 횟수를 기록 합니다.”
“하아~나도 얼마나 답답하면 그러겠냐?
사업의 귀재 네 엄마도 묵묵부답이라서....하아~”
요한이는 그때 갑자기 고등학교 때 폭행의 현장에서 구해준 친구가 생각났다.
“아버지 생각이 났어요, 이름이 뭐더라....신 신신.....그래 ‘신세계’였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헤어져 지금까지 소식도 모르고 지냈는데
참 뛰어난 상상의 세계를 펼치는 또라이 였는데?”
“그래, 뭐가 생각났니?”
“예, 제가 폭행당할 때 구해준 친구에게 아버지 어머니께서 컴퓨터 선물을
해 주셨잖아요?”
“그런 일이 있었나? 너무 신경 쓸 일이 많아서 잊었나 보다. 그런데?”
“그 친구는 대단한 공상가에요,
상상력이 너무 뛰어나서 엉뚱하게 일을 벌여 별명을
또라이 라고 불렀어요.”
“그 친구가 뭘 어떻게? 사업을 구상하는데 도움이 될까?”
“예, 어머니께서 해커 컴 박을 발탁해서 회사에 큰 도움이 된 것처럼
저도 이 친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오 그래? 아들이 말이라면 내가 100% 믿지.”
유체 이탈자는 생각했다.
“헐~ 날 찾아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