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에게 유난히 일이 많았던 2012년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올해는 저에게 너무나 시련이 많은 한해였습니다. 몸도 지치고 정신마저도 황폐해졌던 한 해였습니다.
집안에 힘든 일이 많아서 여행돌이가 여행한번 가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한 해를 다 보내고 말았네요.
돌이켜보면 2012년 새해에는 무엇을 하겠다고 어떤 다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새로운 결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렇게 아무런 준비없이 맞이했던 2012년이 어느덧 다 갔습니다. 다짐한 것도 없으니 얻은 것도 없는 것인가요?
[1월] 새해 첫날, 집에서 가까운 울산 간절곶 해맞이 공원에 갔습니다.
육지에서 해가 가장 먼저 떠는 곳이죠.
'울산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
용의 해라고 거대한 용 형상을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소원을 빌고 새로운 목표를 다짐하여 기념사진을 찍곤 했죠.
우리 아이들 머리 위로 소원을 실은 연이 줄지어 날고 있습니다.
[2월] 작은놈은 초등학교 5학년이 되고 큰놈은 중학교 1학년이 되었습니다.
미리 받은 교과서를 들어보이고 있네요.
<식이 시작되기 전 졸업생의 학교 생활이 담긴 영상이 흐르고 있습니다.>
<6명 졸업생과 어머니가 나란히 섰군요.>
<졸업생 전원이 졸업 축하 연주를 합니다. 그 동안 특성화 활동으로 배운 실력을 뽐내고 있는데 저 연주가 악기를 만져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되질 않길 기도했습니다.>
<자기가 다니던 교실에 엄마들도 모두 모였습니다. 6명이 넓게 쓰던 저 교실은 또 누가 들어와 뛰어놀까요?>
[2월] 큰놈이 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서 4학년 때 시골로 데려왔는데 벌써 졸업을 했네요.
바른 인성을 키우고 시골 감성에 빠져들게 하고 싶어했던 엄마아빠의 바람이 반쯤은 성공한 것 같습니다.
큰놈이 다닌 철마초등학교는 전국 6,266개 초등학교 중에서 졸업생 인원이 가장 적은 학교입니다. 초등학교 중 최고 적은 6명이 졸업한 159개 학교 중의 하나지요.
2011년도 전국학업성취도평가에서 초등학교 부문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습니다.(전국 1위는 6,266개 초등학교 중에서 235개 학교나 되네요)
[3월] 큰놈이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시골 초등학교에서 '놀자'만 배웠더니 중학교에 와선 적응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헤매고 있지만 '느리게 걷기'의 제 철학대로 공부에만 매달리도록 가르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4월] 경남 양산의 영포마을에서 열리는 매화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전남 광양 청매실농원에 두 번 다녀온 적이 있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4월] 아파트 사잇길에서 큰놈이 멋쟁이 옷을 입고 사진 포즈를 잡았군요.
[4월] 어머니가 편찮다는 소식을 듣고 시골집에 갔습니다.
어머니는 불편한 몸으로 뒷밭을 치우시고 토란도 심으셨지요.
일하는 도중에 담배 한대 피우시는 저 모습 . . . .
[4월] 구급대원이라 여러곳에 응급처치교육을 다닙니다.
비록 어린 초등학생이지만, 힘이 달리겠지만 반복 훈련으로 학습이 된다면 반드시 생명을 소생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로 눈높이교육을 하고 있지요.
[4월] 어머니가 쓰러졌습니다. 쓰러진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넘어져 일어날 수 없어 병원에 입원한 것입니다. 제가 시골에 다녀온지 보름이 지나서 쓰러진 후 거의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병상에 누워 계십니다. 기력이 쇠하여 다리에 근육이 없어서 일어설 수도 걸을 수가 없답니다. 쓰러져 침상에 누워계시는 동안에는 어눌한 말투로 알아듣지도 못할 말만 하고 이상한 행동만 해서 정말 큰 일이 난 줄 알았는데 보름이 지난 후 정신이 거의 회복되었습니다.
[5월] 우리집에서 북-동-남쪽으로 내려다 본 정관신도시 좌광천 봄풍경입니다.
연산홍도 빨갛게 피고 유채꽃도 산책길을 따라 노랗게 줄지어 피었네요.
마지막 파노라마 사진, 아치형 인도교 건너 오른쪽 아파트가 우리집입니다. 천변으로 창이 나있어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참 좋습니다. 감히 테마가 있는 아파트라고 내세울 법하지요. 밤에는 야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집만 나서면 바로 천변으로 조성된 산책길을 걸을 수 있는데 운동을 한다는 것이 참 잘 안됩니다.
[5월] 작은놈이 다니는 시골 초등학교에 운동회가 열렸습니다.
제가 어릴 때 운동회와 대회 종류와 방법이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어서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2009년도에 전학올 때 전교생이 45명이었는데 3년이 지난 지금은 80명 가량 되었군요. 이웃에 신도시가 생기고 도심으로 이어지는 새 길이 개통된 영향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느리게 걷기'를 갈망하는 부모들이 많아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5월] 부산의 어느 대학교에서 주최하는 초등학교 음악경연대회에 작은놈이 참가했습니다. 이 작은 시골 학교에서는 1인 1악기 연주활동으로 음악적 감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특기적성 계발 프로그램의 하나로 전교생으로 구성된 관현악단이 있기에 여러 대회에 출전해서 자기 실력을 뽐내기도 합니다. 가운데 플루트를 연주하는 놈이 둘째입니다.
[5월] 고향 친구들이 경북 청도에 모였습니다.
모두 8명인데 빈 자리가 몇 군데 보이네요. 펜션에서 같이 자고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전유성 철가방극장>에서 코미디 공연도 같이 보고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가서 소싸움도 같이 보았습니다. 특히, 코미디극장에서는 복도 좌석까지 꽉 채운 방청객 중에서 그날의 주인공은 우리 친구들이었습니다.
고향 친구들이 타지에서 같이 보낸 행복한 봄날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같이'라는 동질감이 있어서 더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같이 같이 같이 !!!
[6월] 현충일을 맞이해서 경북 영천에 있는 국립묘지 <영천호국원>에 다녀왔습니다. 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전해서 무공을 세워서 훈장을 받았기에 저곳에 묻혀계신 것이죠. 작은놈이 할아버지 비석 앞에서 나라사랑 마음을 한번이나마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6월] 책장 앞에서 아빠랑 작은놈이 책을 들고 마주 섰습니다. 학교 숙제를 하려고 연출한 사진이지만 이렇게 독서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기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6월] 내 일터이자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곳 기장소방서 !!
정관신도시 좌광천변을 따라 걷는 아침 출근길에 찍어봤습니다. 집에서 걸어서 12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 이런 곳에 일하는 나는 행운아지요.
[6월] 큰놈이 그린 장편만화 <천년의 기억>이라는 작품 중의 몇 컷입니다. 외삼촌이 화가라서 그 피를 물려받았는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만화에 소질을 보이더니 이제는 초보만화가 티가 조금 보이는 듯 합니다. 저놈을 어떡할까요? 소질을 계발하게 할까요? 아니면 만화는 취미로 삼고 다른 길을 가도록 할까요?
[6월] 처조카가 결혼을 했습니다. 직업 군인을 남편으로 맞이하다보니 군대식으로 치르는 모습이 보기 참 좋았습니다.
장모님은 예식장에 가려고 한복을 곱게 입으셨고 처갓집 육남매는 다정한 사진 포즈를 잡았습니다. 처가집 식구들은 큰 일이 없더라도 자주 모여서 저렇게 사진도 찍습니다. 형제애가 아주 돈독한 처가에 장가를 든 저는 행복한 놈이죠.
우리 가족도 오랜만에 가족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저사진이 올해 우리 가족이 찍은 몇 안되는 가족사진 중의 히나인 듯 합니다. 그렇게 여유가 없었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