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신궁에서 '선 멧세 니치난'이란 테마공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빗방울이 들기 시작하더니
공원에 도착하니 우산을 펴야 했다. 여행객을 위해선 일기예보가 좀 빗나가도 좋으련만...
이 곳은 칠레 이스터(Easter)섬에 있는 모아이(Moai)석상의 모형을 전시해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의 한 중공업회사가 이스터섬의 흩어진 모아이상들 정리작업을 도와준 대가로 칠레정부로
부터 모아이석상을 원형대로 제작하여 일본으로 가져가는 허가를 받아 현지에서 제작, 운반해온
것이라고 하며, 2000년 3월에 왔을 때에도 설치돼 있었다.
비교해보려고 아래에 이스터 섬의 모아이석상 원형의 이미지를 옮겨왔다.
칠레 이스터섬의 모아이상은 1722년 한 네델란드인이 부활절 날에 발견했다고 해서
섬 이름도 Eater로 명명했다고 하며, 석상들이 모두 내부로 향해 서 있다고 한다.
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거대한 작업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만 구구할 뿐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포함되기도 한다고 한다.
다음에 우리 일행 26명 중 아래 분들 사진을 찍은 데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어서다.
모두 12명인 이 분들은 서울대 약대 11회 동기생들이다.
이 분들은 1953년에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에 입학한 동창생들로서 몇 해전 졸업 50주년 기념
홈커밍 데이 때 만난 자리에서 가끔 여행을 함께 하기로 약속하여 이번에도 팀을 만들어 온 것이라고
대표자인 앞줄 맨 왼쪽의 유영상 동국대 명예교수께서 일행들에게 자진하여 소개하셨기에 알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분들 중에 부부는 한 팀도 없고 남녀가 모두 따로 오셔서 방도 남자 3실, 여자 3실로
나누어 한 방에 두사람씩 투숙했다.
이 분들의 나이는 대부분 1934년생이라 77세, 남자들은 한 두살 더 많은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입학 당시에는 모두 130명으로 그 중 여학생이 24명이었다고 한 분이 확인해주었다.
아직 여학생들은 모두 살아계시지만 남학생들은 살아있는 비율이 5명중 3명 정도라고 했다.
노년을 즐겁게 보내는 모습들이 아주 인상적이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미야자키를 벗어나 다음 행선지 에비노고원(えびの高原)으로 향하니 빗줄기가 더욱 굵어진다.
도중의 한 휴게소에서 비 맞고 서있는 벗꽃나무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빗속을 달려 미야자키현과 가고시마현 사이에 위치한 기리시마(霧島) 국립공원의
에비노코우겐(えびの高原)에 도착하니 자욱한 안개로 시야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 곳 에비노고원(えびの高原)은 가라쿠니다케(韓國岳), 시라토리잔(白鳥山) 등으로 둘러싸인
해발 1,200m의 고원지대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관광객이 찾는 곳이나 날씨가 도와주지 읺았다.
날씨가 맑았더라면 아래와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었을 것이지만 도리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 가라쿠니다케(韓國岳)에 관해서는 한마디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가라쿠니다케는 에비노 고원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해발 1700m 정상에 있다.
10년전에 왔을 때도 같은 생각을 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가라쿠니는 駕洛國이라고 생각한다.
가락국은 가야(伽倻)의 다른 이름이며 고대에는 가야와 왜(倭)는 교류가 활발했던 사이였으므로
이 곳에 건너온 가야를 비롯한 한국인들이 고향이 그리워질 때면 고향이 보이는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가 고향 땅을 보려 했을 것이고 그래서 이곳에서 가장 높은 산을 일컬어
가라쿠니다케(韓國岳)라고 불렀다는 주장이 타당해 보인다는 점이다.
韓國岳이라고 한자를 붙인 것은 나중에 일본인들이 편의상 붙인 명칭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이상은 본인의 사견이지만 이러한 주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는 것은
예를 들어 미야자키현에는 백제촌(百濟村)이란 곳이 실존하고 있는 것 등이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상으로 예정된 관광 스케쥴은 모두 끝났다. 기리시마(霧島)시내에 있는 교세라 호텔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이마트와 비슷한 편의점 SATI에 잠시 들렸다.
호텔 교세라는 세라믹 칼로 유명해진 일본의 첨단기업 교세라(京都 세라믹) 계열의 호텔이다.
교세라의 창업자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77세)로 우장춘 박사의 사위.
지금은 명예회장으로 되어 있으나 사실상 실권자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현역 은퇴후 한 동안 절에 들어가 승려생활을 하기도 했다.
호텔 로비의 프론트 데스크 뒤에 '敬天愛人'이란 휘호가 붙어 있다.
호텔이 가고시마에 있으니까 西鄕隆盛의 전매특허품을 걸어놓은 줄 알았더니
그 것만이 아니었다. 京세라의 社是가 또한 敬天愛人이란다.
그렇다 치고라도 누구 솜씨인지 모르지만 글씨 한 번 못썼다는 느낌은 끝내 지워지지 않았다.
이튿날(3월 24일) 아침 호텔 방에서 내다본 기리시마 시가지 풍경이다.
마을의 가족 납골묘가 한가운데 자리잡아 시선을 끈다.
이상으로 3박 4일간의 남구주 관광 일정을 모두 마치고 가고시마공항으로 이동하여
12시 25분발 인천행 KE786편에 올라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오는 날에도 가고시마에선 종일 비가 내렸다.
삽입곡은 일본의 인기 演歌가수 伍代夏子가 부르는 忍ぶ雨 다.
忍ぶ雨 / 伍代夏子
첫댓글 현지사정에 익숙한 설명으로 마치 실제 여행을 다녀온 기분입니다. 두분이 무엇보다 건강하게 보여서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