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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모래톱이 하나 된 섬, 굴업도 배는 다시 북쪽으로 향한다. 얼마를 달려가니 저 앞에 모래해변을 낀 섬이 보인다. 굴업도라고 한다. 시간은 12시 15분을 넘기고 있었다. 배는 섬의 남쪽 해안으로 향한다. 객선 선착장이 있는 곳이 아닌 다른 선착장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낮은 야산을 뒤로 하고 양 옆으로 튀어나온 형국의 해변을 끼고 있다. 섬은 호젓한 해변, 사구, 해식 지형, 능선을 잇는 산책로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외딴 섬이다. 평일이면 문갑도, 울도 등을 순회하는 여객선 한 척이 오갈 뿐이다. 섬에 다가갈수록 섬에는 무성한 숲이 없는 해발이 낮은 산들로 이어진 섬이다. 민둥산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최고점은 덕물산(德物山:122m)이다. 오른쪽으로 연결된 섬이 있다. ‘토끼섬’인데 붙을랑말랑 한다. 지도상으로는 이 섬을 ‘소굴업도’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토끼섬이다. 섬은 크게 두 개의 독립된 섬(대굴업도, 소굴업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간은 모래톱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전에는 물이 들어오면 섬이 두 개가 되고 물이 빠지면 다시 연결되곤 했다는데 현재는 모래톱이 높게 쌓여있어 항상 연결되어 있다. 시원하게 모래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다지 넓지 않은 모래해변. ‘큰말해수욕장’이다. 남쪽을 향해 반원형으로 팔을 벌린 널찍한 모래사장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멀리 바다 한가운데 한문으로 ‘山’자를 써 놓은 듯한 모습의 선단여도 인상적이며, 그 뒤로 백아도와 지도, 울도 등 덕적군도의 여러 섬들이 겹쳐지며 둘러섰다. ‘큰말해변’은 간조 때 길이 500m에 폭 200m가량의 넓은 모래밭을 자랑한다. 이곳의 백사장은 분말처럼 고운 하얀 모래로 여름철 해수욕과 모래찜질을 즐기는 데 그만인 곳이다. 해변에는 소나무 숲 사이에 조성된 야영장과 화장실, 개수대, 샤워장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이곳에는 선착시설이 없다. 즉 선착장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하선해야 했다. 왼쪽 해안가로 가는데 하선하기에는 그다지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배가 바위에 바짝 다가붙자 바로 뛰어내린다. 두 시간의 여유를 준단다. 12시 반쯤 되었으니 시간은 충분할 것 같다. 그런데 나중에 합류한 서울에서 왔다는 두 사람은 배에서 내리지 않고 나를 비롯하여 두 사람만 내린다. 바위 위에서 해수욕장을 바라보니 물이 너무 깨끗하다. 바닥의 모래가 황금색을 띠고 있다. 그다지 넓지 않은 면적의 모래해변이다. 이미 만조시간을 지나 서서히 물이 빠지는 무렵이라 그럴 것이다. 간조 때는 상당히 넓어지겠지. 해안선을 따라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해수욕장으로, 약 800m의 백사장이 이어져 있다. 이곳의 모래는 손으로 모래를 잡으면 모두 빠져나갈 만큼 아주 고운 사질과 썰물 시에도 뻘이 아닌 백사장이 이어진다. 해수욕장에는 그런대로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금요일, 휴일이 아닌 탓에 사람들이 그리 많을 리 없다. 해수욕장으로 내려간다. 해수욕장에는 뒤편 언덕에 서있는 민박숙소용으로 사용 중인 컨테이너 6개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인공시설물이 없다. 모래밭 위에 누군가가 써놓은 글귀. ‘신비의 섬 굴업도’. 그제야 아! 이 섬이 그 문제의 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시민들에게는 ‘굴업도’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핵폐기장!!!’ 지난 1994년 정부는 방사선핵폐기물 투기장을 굴업도에 유치하려다가 지역주민의 반대와 지질조사에 따른 부적합성으로 인해 철회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세간에 알려진 섬이 바로 이 섬 굴업도다. 핵폐기물 처리장 선정을 둘러싸고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섬, 거기에다 국제적인 ‘누드촌 건설’을 추진해 주목을 끌었던 섬이다. 인천 연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나 해안선이 아름답고 풍광이 수려하여 예전에 일각에서 누드비치로 개발하겠다고 조사를 한 적도 있었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지형은 해발고도 100m 이내의 구릉으로 이루어졌으며, 해안선의 굴곡이 심하다. 화강암의 단단한 지층구조와 해상수송이 편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1994년 핵폐기물 처리장 시설지로 지정되었다가 지진대로 알려져 이듬해 취소되었다. 그리고 ‘신비의 섬’이라고 하는 것은 뛰어난 비경과 고운 백사장, 20~3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해수욕장과 주위 풍경, 주민들의 소박한 인심 때문이다. 왼쪽 야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서 일군의 젊은이들이 내려오고 있다. 그런데 이 주변의 낮은 야산도 흙이 아닌 모래로 된 산인 듯싶다. 실제로 토질은 세사토(細沙土)로서 고구마나 땅콩 이외에 별다른 농작물은 재배되지 않으며, 연안에서는 김과 굴이 채취되고, 지역 특산물로 야생더덕과 흑염소가 유명하다. 모래밭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니 백아도와 그 뒤 울도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 역시 일품이다. 그러나 이들 세 섬은 상황이 다르다. 인천 앞바다 덕적군도의 서쪽 끝머리에 서 있는 굴업도 백아도 울도는 덕적도의 ‘파도막이 섬’이다. 세 섬은 모두 몇 가구 안 되는 작은 마을이 하나씩만 있어서 여객선도 ‘맘 내키는 대로’ 대는 등 뭍으로부터 버림받은 섬들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굴업도로 가려면 여러 섬을 거치는 순환선을 타야 하기 때문에 연안부두에서 4시간가량 걸린다. 주로 아이들이 해수욕장을 즐기고 있다. 특히 석양에 굴업도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바라보면 멀리 바다 위에 떠있는 선단여(3개의 바위 섬)를 바라보는 것이 장관이다. 굴업도 북쪽 해안과 인근 무인도서인 선단여․자라섬 등에는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해상공원으로 적합할 뿐 아니라 굴업도 인근에는 우럭ㆍ놀래미ㆍ광어 등 낚시를 할 수 있어 관광, 피서, 낚시를 겸하는 종합관광지로서 유명하다. 이어 축축해진 모래밭을 벗어나 안쪽으로 들어서니 숲 속으로 텐트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민박이 가능한 큰 마을 쪽의 해수욕장은 규모가 600-700m이고 주변에 넓게 펼쳐진 잔디밭은 텐트를 치기에도 적당하다. 소나무에 끈을 연결해 텐트를 친 텐트족들. 이 시간 해수욕객들보다 텐트촌의 사람들이 더 많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주를 이룬다. 텐트촌을 지나면 마을 입구. 세면대와 화장실 등이 갖추어져 있다. 나름대로 관광시설을 해둔 것이다. 이곳을 지나면 마을이 있다. 이 섬의 유일한 마을이다. 도로명주소 표지판에 의하면 번호는 상당하다. 인천에서 서남방으로 90km, 덕적도에서 서남방 13km의 거리에 있는 ‘굴업도(掘業島)’는 덕적도의 ‘파도막이 섬’이다. 면적 51만여 평에, 총 10가구가 사는 마을로 우리나라의 리(里) 가운데 가장 작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민어의 명산지로 이름난 곳이어서 ‘덕적민어’는 전국에서도 제일로 쳐주었다. 굴업도는 주변의 섬과 단순히 비교해도 상당히 작다. 덕적도나 선갑도의 덩치와 높이에 비하면 가냘프다 싶을 정도다. 배를 타고 가다 보면 섬 전체가 한 눈에 들 정도로 아담하다. 포장도로가 1.5km도 안 되는 작은 섬이라 걸어 다녀도 충분하다. 배낭을 메고 천천히 걸어서 가도 선착장에서 큰말까지 20분이면 충분하다. 선착장 부근의 오솔길을 타고 넘으면 5분 정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선착장에서 산길을 따라 고개를 넘으면 굴업도 유일의 마을 큰말에 닿는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속의 마을은 바람을 피하기 좋은 위치에 자리 잡았다. 옛부터 농사를 생계수단으로 삼아 온 굴업도에서는 척박한 땅을 일구는 일이 하도 힘이 들어서 섬 이름조차 ‘허리를 구부리고 일을 해야 하는 곳’이란 뜻으로 ‘굴업(掘業)’이라 부른다. <대동여지도>와 <청구도> 등에 굴업도라는 이름이 보이며, 1894년 갑오개혁으로 덕적진이 폐지되고 면장제(面長制) 행정으로 바뀌면서 당시 서면에 소속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 후 1910년 행정구역 개편 때 덕적면으로 통합되면서 굴업리(서포3리)가 신설되었다. 화산섬인 굴업도는 사람이 엎드려 일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실제로 섬은 곳곳이 굴곡진 언덕과 능선들로 이어져 있으며 고스란히 산책로로 연결된다. 마을을 구경하는데 효웅씨가 옆에서 계속 가자고 한다. 감시하는 것도 아니고.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봐야 하는데. 그런 재촉에도 불구하고 발전소를 비롯하여 주변 집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을을 빠져나간다. 한때는 민어 어장으로 손꼽히기도 하였으며 한때는 수백 척의 어선이 집결하여 파시를 이루던 곳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쌀을 제외하고 자급자족한다. 실제로 이들이 식탁에 올리는 김치, 닭고기, 숭어, 돌김, 조개, 고사리 등은 모두 자신들의 손으로 농사짓거나 채취한 것들이다. 민가 주변과 북쪽의 염소 방목지, 남서쪽의 개간지를 제외하고는 소나무가 주요 수종을 이루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자귀나무․붉나무가 우세한 식생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굴업도 주민들은 다른 해수욕장 주변 주민들과는 달리 소박한 시골 사람들의 정서와 풋풋한 이심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 교회는 없다. 그렇지만 성당 물론 공소겠지만 있다. 이것은 드문 현상이다. 그런데 효웅 씨가 재촉하는 바람에 십자가만을 보고는 그냥 지나쳐야 했다. 처음에는 교회라고 생각했는데 그곳이 성당이라고 한다. 그 옆으로 섬의 유일한 매점이 있다. 여기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하드를 비롯하여 폭죽 등도 판다. 대부분이 민박을 하는데 도로를 경계로 우측 편에 있는 집들이 대체로 시설이 좋다. 농사를 지을 땅이 부족해 예닐곱 가구 대부분 민박이 주업이다. 골목길에 미역이나 해산물 말리는 모습이 정겨운 고즈넉한 풍경이다. 마을 밖으로 밭이 있는데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씨엔아이레저산업 명의로 된 안내문이다. 작년에 세운 안내판으로 일부 사유지로서 출입을 금한다는 이야기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CJ그룹이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굴업도 52만 평을 오션파크 관광단지로 개발하려는 사업을 제안했다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는 회사다. 계획에 의하면 굴업도 해양관광단지에는 18홀 골프장, 150실 규모의 호텔, 주거용 콘도 30동, 요트클럽, 오션 비치가 조성될 계획이다. 녹지 27만2000평(52.2%), 운동시설 19만9000평(38%), 숙박시설 2만5000평(4.7%), 휴양시설 1만8000평(3.5%) 등이라는 것. 2009년에 공사에 들어가 2012년에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이후 예정으로는 2014년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굴업도에는 흑염소 방목, 사슴 사육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흑염소는 섬 전체에 풀어놓고 기르기 때문에 약효가 아주 뛰어나다고 한다. 서해의 섬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손꼽히며, 자동차가 단 한 대도 없고, 목장에서 뛰쳐나간 사슴과 흑염소들이 산 속에서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인 모습을 볼 수가 있으며, 호젓한 산길에서 만난 산토끼들은 사람을 봐도 좀처럼 달아나지 않는다. 굴업도는 대부분 산에 나무가 거의 없고 야생초와 억새들이 산 정상까지 이어져 있다. 이는 논이 없는 굴업도의 특성상 주민들이 주요 소득원으로 땅콩재배를 했는데, 땅콩밭을 만들기 위해 산림을 개간했기 때문이다. 땅콩의 가치가 높았을 때는 굴업도에 20여 가구 이상 거주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당시 굴업도의 땅콩을 사주었던 서울의 한 사람 덕을 기리기 위해 비석이 섬 중간에 세워져 있다. 마을 뒤로 도로가 있다. 구불구불한 포장길로 굴업도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마을을 바라보니 한쪽이 오롯이 모여 있는 마을이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왼쪽으로 꺾여 들어가는 지점 오른쪽 공터에 도로용 안전판인 거울을 세워두었다. 그리고 여기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해수욕장과 마을이 보인다. 일종의 전망대 구실을 하는 곳이다. 주변의 섬들이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보니 선단여가 확 들어온다. 가던 길을 계속 가니 젊은 사람들이 몇이 다가오고 있다. 이어 조금 더 가면 KT기지국이 나타나고 조금 더 가면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이른다. 마침 두 대의 경우기가 지나간다. 많은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운반수단이 된 경운기다. 민박집에서 민박객들을 선착장에서 민박집까지 태워주는 것이다. 굴업도 안에는 차가 없고, 경운기가 실질적인 운송수단이며, 이렇게 여름휴가 때가 되면, 섬을 나가고 들어오는 손님들의 짐을 주인아저씨 집으로 나르기 위해 선착장에 대기하는 거란다. 마을이 선착장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경운기에 가져온 짐을 실고, 사람은 한 20분정도 걸어서 민박집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곳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굴업도와 관련된 안내판이다. 2009년에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한 내용을 담은 안내문이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평지가 나오는데 주변에 각종 어구가 널려있고 특히 흙이 아닌 모래들이다. 우이도와 같은 그런 지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조금 더 가면 섬의 선착장이 있는 해수욕장에 닿는다. 이 해수욕장은 ‘옥기미해수욕장’이라고 한다. 이곳은 남쪽의 해수욕장보다 규모는 크지만 사람들은 거의 없다. 여기서 북쪽으로는 모래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물론 물이 빠지면 연결되는 것이 아닌 상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물이 빠지면 연결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높이를 보니 그게 아니다. 두 개의 섬처럼 보이는데 그리하여 모래로 연결된 듯 하고 또 모래해변의 면적이 상당히 넓다. 움푹 들어간 지점은 모래로 연결되어 있는데 왼쪽 즉 서쪽으로는 바위가 많은 곳으로 오른쪽은 모래해변이다. 모래해변 위로 전봇대가 지나간다. 섬이지만 고기 잡는 집은 하나도 없고 모두가 모래땅에 땅콩농사를 짓는 굴업도에선 농사철이면 마을사람과 지서 근무자, 소, 경운기 등 모두가 한 덩어리 한 가족이 된다. 굴업도는 두 섬이 연결된 듯한 형태를 하고 있다. 마을이 있는 서섬과 부속섬인 동섬이 떨어져 있는데 이를 목기미라는 해변이 연결하고 있다. ‘연육사빈(聯陸沙濱)’이라고도 부르는 이 백사장은 지형도에 ‘굴업도해수욕장’이라 표기된 곳이다. 배가 닿는 선착장에서 정면에 보이는 넓은 백사장이 바로 목기미해변이다. 저 건너편 낮은 바위산이 보인다. ‘연평산’이라고 한다. 그 반대쪽에 있는 산은 ‘덕물산’이다. 굴업도 최고봉인 덕물산(125m)이 있는 동쪽 섬은 현재 사람이 살지 않는다. 굴업도의 남쪽 해안을 조망하려면 덕물산에 오르는 것이 좋다. 전체가 바윗덩어리인 덕물산 꼭대기에 올라서면 시원스레 펼쳐진 굴업도 남쪽 해안과 작은 섬들이 발아래 펼쳐진다. 목기미해변에서 두 산 정상까지 다녀오는 데 각각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덕적도를 향해 팔을 벌리 듯 바다를 향해 돌출한 지형의 동섬은 화산지대 특유의 해안절벽이 잘 발달해있다. 특히 목기미해변 북쪽의 해안을 따라 기묘한 형상의 해식애가 길게 이어진다. 연평산 아래로 작은 방파제가 있고 배 한 척이 정박해있다. 그래서 시간도 많고 하여 저곳으로 나중에 가봐야지 하면서 주변의 해변을 둘러본다. 물이 빠진 모래밭을 거닐며 갯바위들이 있는 곳으로 젊은 남녀 두 명이 뭔가를 열심히 잡고 있다. 마치 물이 빠지면 생기는 노두같은 그런 길이 보인다. 그러나 중간에 끊어져 있다. 모래밭과는 분위기가 다른 해변이다. 물도 역시 깨끗해 신발을 벗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효웅씨가 가자고 한다. 시간을 보니 1시 10분쯤. 아직도 한 시간 이상이나 남았는데. 그래서 짜증이 나면서 알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계속 내 맘대로 하다가 그래도 하는 마음에 돌아선다. 이미 효웅 씨는 앞서 선착장으로 가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섬의 주인인 씨제이에서 우리의 행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전화가 와서 그랬단다. 사유지인데 함부로 섬에 출입을 했으며 거기에다 사진도 찍는다는 항의성 전화였던 것이다. 모래밭에서 나와 포장도로를 탄다. 제법 길게 이어진 해안도로로 옆에 유류탱크가 있을 뿐 특별한 시설은 없다. 중간 지점쯤에 닿으니 오른쪽으로 계단길이 있다. 아마도 산책로 길인 듯싶다. 이 길로 해서 건너편 해수욕장으로 가나 보다. 아까 중간에 안내판이 있던 그 갈림길에서 만나는 그 길이다. 선착장과 마을을 잇는 옛 오솔길 등 숲길은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숲에서 사슴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기도 한다. 이쪽 주변은 모래흙이 아닌 일반 흙으로 된 야산이다. 선착장 입구에 아주 잘 만들어진 화장실이 있다. 그 옆으로 대합실이 있다. 배가 닿는 짧은 선착장에는 고깃배 두어 척만 정박해있고 그 옆에 등대호가 있다. 방파제 배가 닿는 지점으로 철제 전신주가 물에 잠겨있다. 덕적도에서 굴업도로 드나드는 배는 짝, 홀수일에 따라 경유지가 바뀌며 소요 시간이 늘어나기도 하니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섬에 닿는 배편이 여유롭지 않지만 일단 굴업도 안에 발을 들여놓으면 조용한 해변과, 기이한 바위들, 호젓한 산책로는 보석 같은 선물들이다. 섬은 걸어서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규모다. 두 가지 코스로 나뉘는 섬 탐방에 나선다. 첫 번째 여정은 목기미해변을 지나 코끼리 바위, 연평산으로 향하는 코스다. 목기미해변은 긴 모래해변이 섬 양쪽의 바다를 가른 형국이다. 해변 끝자락은 모래의 오랜 퇴적으로 인한 해안사구가 형성돼있으며 사구 일대는 검은머리물떼새의 산란지도 있다. 사구를 우회하면 굴업도 내의 가장 특이한 지형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코끼리 바위다. 파도와 소금바람의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바위는 예전에는 ‘홍예문’으로 불렸는데 가운데 구멍이 점점 커지며 코끼리의 형상을 꼭 빼닮아 코끼리 바위로 정착됐다. 코끼리 바위 옆으로는 채 50m가 안 되는 아담한 해변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연평산, 붉은 모래 해변까지 30여 분간 산책길이 이어진다. 굴업도 탐방의 또 다른 코스는 굴업도해변, 토끼섬, 개머리 능선을 아우르는 일정이다. 굴업도해변 끝자락에 위치한 토끼섬은 바닷물이 빠지면 육지와 연결되는 섬으로 섬 절벽이 파도에 깎여나간 해식지형이 경이롭다. 토끼섬까지 향하는 해변 절벽의 구멍 뚫린 바위들도 기괴하게 다가선다. 토끼섬은 물때가 맞아야 드나들 수 있어 사전에 출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굴업도해변 반대편으로는 개머리능선으로 향하는 길이 이어진다. 개머리 능선에 오르면 넓은 구릉지대와 구릉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장관을 이룬다. 꼭 제주의 오름을 걷는 기분이다. 능선 아래로는 물새들의 서식지와 깎아지른 해안절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개머리 능선 일대는 최근 사유화로 인해 입장이 일부 제한되고 있다. 굴업도 선착장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먹었다. 다른 두 사람은 이미 여기서 객선을 타고 떠났다고 한다. 맛없는 라면을 먹고 2시 5분쯤에 자리를 정리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굴업도 동쪽 해변을 끼고 간다. 아까 갔던 그 모래해변을 지난다. 선상에서 보니 양쪽 섬이 모래둔덕으로 연결된 것처럼 보인다. 이어 굴업도 북쪽 해변을 낀다. 굴업도는 크게 두 개의 모래해변이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는 남쪽의 해변과 동쪽의 해변이 그것이다. 그리고 북쪽 해변에도 모래해변이 있는데 이곳 지형은 마치 니빠처럼 생겼다. 양쪽으로 뻗어나온 지형. 그런데 이쪽 모래해변에는 수많은 닻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마치 사열하듯이. 양쪽으로 튀어나온 바위 위로는 나무들이 바위 위에서 자라고 있다. 등대호는 이 해변을 끼고 북쪽으로 계속 항진한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섬이 덕적군도의 주섬인 덕적도다. 굴업도를 떠난 지 50분이 훨씬 지난 시각. 굴업도에서 제법 먼 섬인 덕적도 옆을 지난다. 잠시 눈을 붙이다 뜨니 덕적도를 끼고 공해상을 지난다. 왼쪽 즉 서쪽으로는 섬이 없다. 덕적도 옆 선미도에 등대가 보인다. 안에서 자다가 깨고를 반복하다가 어느 새 눈을 뜨고 나오니 앞에 섬이 하나 보이는데 유인등대처럼 보인다. 분명 섬은 무인도 같아 보이는데도 산 중턱 위로 있는 건물은 등대로 관사를 낀 유인등대 그 자체. 지도를 보니 이곳이 ‘선미도’라고 한다. 덕적도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섬으로 좌우로 낮으마한 산인데 왼쪽 즉 섬의 서북쪽 끝자락에 하얀 등대가 우람하게 서 있다. 위치도 산 정상에서 그리 멀지 않다. 그만큼 높은 지대에 위치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등대라고 한다. 물이 빠지는 때라 그런가 아니 외해라 그런가 물살이 제법 센 편이다. 예약을 미리 받습니다. 그렇게 안하면 텐트치고 자야됍니다. 총무한테 빠른 예약,입금 부탁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