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화를 통해 보여주신 것처럼 청소년들을 사도로 양성하는 방법론 또한 경험적·참여적이어야 하며, 현실 상황에 따라 변용할 수 있도록 유연한 것이어야만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지침은 산토도밍고 회의에서 제시된 ‘관찰-판단-실천-평가-경축’의 귀납적 방법론을 청소년사목에 적용해 상세히 안내한다. 이 다섯 개의 유기적 단계를 통해 청소년들은 자기 삶의 실제 현실을 면밀히 관찰, 인식하면서 그 안에 현존하는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깨닫게 되고, 그 현실을 변화시키고자 실제적으로 행동·투신하며, 이 과정 전체를 스스로 돌아보고 평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 ‘경축’ 단계는 전례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장을 주님께 봉헌하며 기쁨과 찬양을 드릴 수 있도록 이끈다. 이로써 교회 안에서의 교육과 훈련은 단순히 인성적 성장, 즉 사회적 리더가 되기 위한 과정만이 아니라 인성적·영성적·실천적 면모를 아우르는 ‘종합적 사도 양성’ 단계라는 것이 명확해진다.
지침은 이 사도 양성이 실현될 수 있는 구조적 장을 마련하는 것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구조적 장이란 전 대륙에 걸쳐 ‘청소년사목조직’을 구축하는 것으로, 이 조직 안에서 양성된 청소년들은 복음화의 주체로서 지속적인 활동 참여를 통한 훈련을 받을 수 있으며, 새로운 청소년들도 계속해서 양성될 수 있는 것이다.
▲ 길거리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는 브라질 청소년. 【CNS】
실제로 라틴아메리카 교회는 1990년대 이후 전 대륙에 걸친 청소년사목 조직을 체계화하고 그 시스템을 꾸준히 조정, 발전시켜 오고 있다. 교회의 기초 단위인 본당과 본당 내 소그룹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조직은 지구-교구-국가-지역-전 대륙으로 이어지며, 가톨릭대학 등을 통해 사회의 학교 시스템과도 연계된다. 이로써 본당 안에서 기본기를 다진 청소년들은 차례차례 그 다음 단계로 초대돼 봉사함으로써 더 큰 교회를 체험하고, 더 깊이 양성돼 라틴아메리카 교회 및 사회를 복음화하는 사도로 거듭 성장하게 된다.
물론 한국교회에도 본당-지구-교구 단위에 청소년·청년들의 조직이 존재한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와 비교해볼 때, 지속적 사도양성을 담보하는 봉사·훈련의 장이자 청소년·청년들이 매력적으로 느끼고 도전할 성장의 장으로 마련되고 있는가는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라틴아메리카 청소년사목조직은 본당의 청소년들이 양성 단계를 거쳐 교구, 국가, 대륙 전체의 리더가 되도록 면밀히 구축된 것이며, 학교 교육 시스템과도 밀접하게 연계, 사회에서도 ‘사랑의 문명’을 건설하는 리더가 되게 하는 통합적인 조직이다. 교육환경과 방법론이 다른 조직의 통합은 하나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데, 바로 이 부분을 라틴아메리카 주교단이 담당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주교단은 양성된 인재들이 바로 ‘사랑의 문명’을 건설하는 핵심 일꾼임을 잘 알고 있으며, 그만큼 이 양성 조직을 잘 살리고 발전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청소년·청년들의 참여 감소로 젊음의 힘과 에너지가 줄어들고 있는 오늘날 한국교회 현실 앞에서, 젊은 리더들을 계속 양성함으로써 교회와 사회에 변화의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청소년사목 현장의 지혜를 되새겨봐야 할 때다.
조재연 신부는 서울대교구 무악재본당 주임으로 사목하고 있으며,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