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시인·여행작가가 모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블라디보스토크 여행 풍경을 이렇게 전했다.
"얼마 전 문학행사가 있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갔는데 똑같은 짙은 화장과 헤어스타일을 한 여성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도심의 반은 우리나라에서 온 여성들이었다. 같은 곳에 들르고 같은 것을 사온다. 너무 몰린다. 몰리되 너무 똑같은 형태로 몰린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하는 여행이 늘고 있다. 너무들 가니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여행을 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 여행은 남이 하는 방식을 따라 하는 정도쯤으로도 충분한 여행이 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아직도 이 시인의 표현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혁명광장을 중심으로 아르바트 거리, 블라디보스토크역, 독수리전망대, 루스키섬, 해양공원 등등, 주요 관광지에는 한국에서 온 여행객으로 넘쳐난다. 그리고 똑같다.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포즈로 똑같이 찍는다. 누군가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는 "사진 잘 나오는 곳, 반드시 사진 찍어야 하는 곳, 촬영의 명소"라는 가이드에 설명에 따른 것이라고도 한다.
그 연유가 어떻든 똑같은 포즈로 똑같이 찍는 게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의 대세다.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것이다. 3박4일의 여행코스에서 가고 먹고 자는 곳이 거의 정해져 있으니 달라질 게 없다. 나홀로여행이니, 자유여행이니, 듣기에도 멋진 표현이 많이 나왔고, 또 실제로 행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은데, 왜 똑같을까? 해양공원 길목에 있는 그루지야 식당이 맛집으로 알려지면, 너도 나도 12시전에 그 앞에 긴 줄을 서야 할까? 블라디보스토크에는 그 집말고도, 그루지야 식당이 두어곳 더 있는데..
이 시인은 한 여성 예술가의 '진짜 여행'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했다. 진짜 여행은 "적어도 약간의 위험 요소가 포함된 여행"이라고 했다. 여기서 위험 요소라는 건 소위 '어드벤처'를 뜻하는 것일 게다. '도전'이랄까? '모험'이랄까? 그래서 단체여행이 아니라면, 자유여행이라면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날 때, 남들과 똑같은 '3박4일'이 아니라 하루쯤 더 시간을 내 남들이 안하는 '모험'을 떠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여행지는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현지의 한인 여행사가 안할 뿐이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의 안내데스크에는 다양한 여행 안내서가 있고, 아르바트 거리 한가운데에 블라디보스토크 여행 팜플렛을 꽂아둔 것도 있다. 한인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현지 미니 호텔에만 여행지 소개가 다양하게 나와 있다.
물론 경비가 든다. 말도 안되는 돈을 주고 '보통과 다름없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보다는 그 돈으로 한국여행객이 잘 가지 않는 여행지로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인은 그래서 '여행학교'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썼다.
"여행학교라고 해서 무엇을 어떻게 느끼라고 알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에티켓을 가르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집을 떠났으므로 모든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되고 스며야 한다는 기본 챕터로 여행 수업의 첫 장을 넘겼으면 한다. 번잡하고 빡빡한 마음들을 잠시 부려 놓고 사람을 보고 느끼고 오는 과목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시장에 가면 뭘 꼭 사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 속에서 나만 늦게 돌아가는 필름처럼 한쪽에 앉아 있어 보는 시간 역시 중요할 거라고 말해주는 선생님도 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