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의 마지막 날, 비 내리는 금요일 밤에 저는 참 행복했습니다.
학부모 된 지 12년,
한 학년 한 반이 열 명 남짓 되는 시골 작은 초등학교의 학부모된 지 10년만에
학교 행사에 참여하면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가장 오랫동안 학교에 머무른 날이기도 하구요.
오후 세시 반부터 저녁 아홉시까지 ...
여섯 시간 가까이 도대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올 해 저는 참 멋진 분을 만났습니다.
그 분은 이번에 새로 오신 교장 선생님! 여자 교장선생님이십니다.
그리고 그 분은 오늘 저를 포함한 여러 학부모님들에게 참 멋진 선물을 주셨습니다.
올 초에 막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교장공모제로 교장선생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교장공모에 신청서를 작성한 어떤 분의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아! 나와 비슷한 꿈을 가진 한 분을 만났습니다. 감나무 아래서 꿈을 키우는 분, 작은 시골 학교의 어린 꿈나무들을 사랑하시는 분.
학부모와 교직으로 구성된 평가단에서 그 분을 만났는데 멋진 여자 분이었습니다. 감성적이면서도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해 주실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은 당시 자기소개를 하실 때 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서번티 리더쉽을 본받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사람의 성공과 성장을 위해 봉사하면서 그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리더쉽. 세상 낮은 곳에서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존경하고 닮고자 하시는 선생님의 그 마음과 함께라면 우리 아이들도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분께서 우리 학교에 꼭 오시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드디어 학기 초 학교 설명회에서 멋진 여자교장 선생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교직원 소개를 하는 시간에도 참으로 유쾌하고 즐거웠습니다. 교사는 물론 급식실 조리사님과 학교버스 기사님까지 일반 교직원 모두를 친절히 소개 시켜 주셨습니다. 작은 학교지만 그런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그것도 근무시간이 훌쩍 지난 저녁시간에. 교장 선생님을 포함한 각 선생님들은 각자 스스로 멋진 자기소개를 하셔서 그 시간이 재미있었습니다.
교장선생님과 소통이 되리라는 강한 느낌을 받고 저는 그 날 교장 선생님 휴대폰 번호를 받았습니다. 이튿날 저는 교장선생님께 감나무를 좋아하고 꿈나무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제 생각을 긴 문자메시지로 보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선 긴 문자메시지로 답을 주시더니 곧 전화를 주셨습니다. 글로는 다 할 수 없는 마음을 나누고 싶다고 하시면서 첫 통화에서 언니처럼 편안하게 대해 달라고 하셨어요. 참으로 마음을 활짝 열어주신 거지요.
농촌체험휴양마을 운영위원장으로 사무장님과 같이 학교를 찾아갈 때 임동규 선생님의 책 <내 몸이 최고의 의사다>와 손으로 뜬 마수세미를 전해드리며 더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랬지요. 어느 볕 좋은 봄날 학교에서 가까운 저희 체험마을을 방문하셨을 때 소박한 현미채식밥상을 마주하며 먹을거리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렸더니 귀 기울여 들어주셨습니다. 어린이날 막내가 학교에서 어떤 학부모님께서 나눠주신 햄버거와 콜라를 먹고 왔다길래 긴 문자메세지로 교장 선생님께 ‘학교 앞 문구점이나 구멍가게의 값싼 먹을거리 뿐 아니라 햄버거와 콜라도 명백히 불량식품’이고 교육에 있어 좋은 책을 고르는 것처럼 먹을거리도 그러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동의를 해 주셨습니다.
학교교직원과 학부모 대상으로 먹을거리와 건강강좌를 제안드렸더니 가을에 꼭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가을이 왔습니다.
교장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늘 시골 작은 학교를 살리려 애쓰시는 교장선생님께선
<소통으로 함께하는 삼동교육>이란 주제로
*군수님과의 대화
*자녀교육 강연
*행복음악회
*건강 강연
을 같은 날 잡아서 학부모님들을 여섯시간 동안이나 학교에 머무르시게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셨어요.
‘군수님과의 대화’시간에 군수님께선 민원을 듣기 위해 ‘찾아가는 이동군수실’을 운영하는데 학교에 오시기는 처음이라고 하셨어요. 시골 작은 학교 학부모들이 바라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는데 일반 행정과 교육 행정은 달라서 막상 군수님께서 학교를 위해 큰 도움을 주시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면 돕겠다고 하셨습니다.
‘자녀교육 강연’에선 첫째 아이를 다른 세상으로 떠나보낸 강사님께서 실의에 빠졌다가 하늘나라에 있을 아이가 실의에 빠진 엄마를 보고 아파하지 않도록 일어서서 공부하게 된 계기를 말씀하시며 부모자녀 소통법에 대해 편안히 말씀하셨어요. 부모에게 있어 자신의 전부이자 자신의 몸보다 더 소중한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소통하는 법...
‘행복음악회’-‘꿈으로 하나 되는 행복음악회’
삼동초 54명의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한 음악회는 말 그대로 ‘꿈으로 하나되는 행복음악회’였습니다.
작은 학교이기도 하고 남다른 환경의 아이들(보통 ‘소외계층 또는 사회적 취약계층’이라고 표현하지요)에게 관심을 가지며 학부모회 활동을 한 적이 있어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아이들 모두의 삶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어요.
1부 발표로
6학년 아이들이 가야금으로 ‘아리랑’을 연주하고,
일본인 엄마의 넷째 딸로 아래 남동생을 둔 여자아이는 독창으로 고운 목소리로 ‘봄’을 노래하고,
시골마을 원주민인 저희 10살짜리 막내 상익이와 같은 반 아이들이 리코더로 ‘에델바이스’, ‘환희의 송가’, ‘가을 길’을 연주하고,
음악적인 끼가 통하는 남녀 아이가 따로
‘Fly me to the moon'
'The enterainer'를
또 함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네 손 연탄곡을 피아노로 연주하고,
4-6학년 아이들이 바이올린으로 ‘알레그로 외 6곡을 합주하고,
올망 졸망 1-2학년 꼬마들이 ‘자전거’, ‘꼬까신’, ‘작은 별’을 연주하고,
4-6학년 아이들이 중창으로 ‘나무의 노래’, ‘넌 할 수 있어’를 노래하고,
4-6학년 아이들이 리코더로 ‘Always with me'를 연주하고
한부모 가정의 아이로 할머니집에서 생활하는 삼남매의 막내가 독창으로 시원하고 힘찬 ‘연날리기’를 노래하고,
4-6학년 아이들이 리코더로 ‘옹달샘’을 연주하고,
1-6학년 54명의 전교생이 합창으로 ‘Nella Fantagia'를 노래하는 동안
학부모들은 웃음 가득 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학생들 공연이 끝나고 2부 공연은 가족 음악회로
1학년 여자아이는 너무 긴장되고 부끄러워 엄마 옷자락 잡고 우는 바람에 엄마가 혼자 부르다시피한 ‘개똥벌레’,
2학년 엄마들의 알록달록 유치 찬란한 옷차림에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3학년 여자아이는 무대체질인데 아빠와 같이 선 무대에선 부끄러워 아빠 뒤에 숨었다가 점점 무대체질로 돌아가서 아빠와 함께 ‘분위기 좋고’,
4학년 딸들과 두 일본인 엄마의 중창 ‘혼자가 아닌 나’, ‘도라에몽(일본어로),
5학년 학부모들의 ‘상록수’, ‘그대 고운 내 사랑’,
6학년 학부모의 독창 ‘가을은 참 예쁘다’
행복바이러스가 작은 시골 초등학교 강당에 가득 퍼진 가운데
교장 선생님께서는 음악회 참가자 전원에게 학교 텃밭에서 수확한 고추를 빻은 고춧가루를 선물로 주셨어요.
음악회가 진행되는 동안 건강 강연을 해 주시기로 한 베지닥터 정인권선생님께서도 오셔서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되셨지요.
아이들은 일부는 귀가하고 일부는 보육실로 가고
비오는 10월 밤에도 행복바이러스가 퍼져서 훈훈한 강당에서
교직원과 학부모대상으로 베지닥터 정인권선생님의 건강강의가 이어졌습니다.
제목은 학부모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 ‘내 자녀 똑똑하게 키우기’로
잡았습니다.
건강하고 공부 잘하기 위해서는 ‘고기 생선 달걀 우유는 절대 필요치 않고 독이 될 뿐이다’ 는 진실을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와 유머로 설파해 주셨어요.
교육기부로 건강 강연 해주신 정인권샘께 학교측에서는 학교 마당에서 자란 단감 한 상자와 저희마을 두부 한 모를 선물로 드렸답니다.
사람과 음악을 사랑하는 게 자신의 특기라고 말씀하신 멋쟁이 교장선생님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 날이었습니다.
3학년인 막내가 학교를 계속 다닌다면 교장선생님과 같이 졸업하게 됩니다. 교장선생님도 정년퇴임을 하시는 거지요.
언니 같고 친구 같은 교장선생님과 함께라서 행복하구요.
울산 어느 곳에나 부르면 달려와 재능 기부를 기꺼이 해 주시는 정인권선생님과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오늘 함께한 삼동초에는 채식평화연대 가족이 셋이나 있어 또한 행복합니다.
학교 행사를 마치고 집에 와서 문자 한통을 받았습니다.
오늘 행사에서 딸과 함께 일본어로 노래 부르신 어머니께서 보내신 문자였어요.
‘주민등록증 받았습니다 약 11월 걸렸습니다‘
이국 땅에서 정말 아이들을 아름다운 사람으로 키우시는 분인데 이제야 한국국적을 취득하신 거지요.
교장 선생님께선 부임하셔서 학교버스를 탁고 각 마을을 돌았는데 한 여자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대요. 나중에 다문화 가정방문을 가 보니 그 아이가 있었는데 그 어머니께선 저녁마다 큰 상을 펴 놓고 같이 공부하신다고 하셨대요, 바로 그 어머니가 이제 한국 국적을 취득하신 거지요.
그 어머니께서 암 수술을 받으셨다는 소식을 듣고 현미채식을 권해 드렸더니 적극 실천하려 애쓰십니다. 검소한 생활과 예의바른 행동으로 아이들을 키우시는 분이구요.
그 분의 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10살 막내 상익이와 친구들의 리코더 합주. 맨 왼쪽이 채평연 회원 조수정님의 아들 태현이, 그리고 저희 막내 (저희 마을에서 아이들 중 유일한 원주민-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지요 ㅎ)
1-2학년 꼬마들의 리코더 연주
뒷 탁자위에 빨갛고 노란 봉지에 든 선물이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고춧가루였어요 ㅎㅎ
54명 전교생 합창
딸과 아빠의 중창
두 일본인 엄마와 딸들
노래부르는 사람 중 왼쪽에서 세번째가 채평연 가족 구채은 님 그리고 구채은 님의 남편 김현식님께서 반주.김현식님께선 나중에 혼자 독창도 하셨어요
첫댓글 행복 가득한 날, 행복의 함박 웃음을 웃는 바람결에님이 그려집니다.
그렇게 애쓰시더니, 그렇게 마음으로 다가가시더니...
이제 푸른 가을 하늘에 흔들리는 빠알간 홍시처럼 결실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주가 돕는다더니...
아마 교장 선생님도 그런 선생님의 마음이 통해서 더 열리신 것 같습니다.
애쓰는 사람 옆에는 늘 돕는 사람이 있나 봅니다.
행복 가득하신 날...저는 많이 배워 갑니다.
아~이렇게 신명나게 바뀌는 구나 하면서...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다함께 행복해 보입니다.^^
늘 감동을 주시는군요.
샘과 함께 라서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긴글을 읽어면서 제 마음이 따뜻해져 오네요~
삼동면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력해 져요~
훌륭한 선생님, 부모님, 아이들 같아요^^
행복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