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게 많은 것이고, 더러는 공동 평가 때도 그렇다.
시카고대학의 크리스토허 시(Christopher Hsee)는 사람들에게,
30달러에서 60달러 정도 되는 그릇 세트를 동네 가게에서 재고 정리 세일 판매한다고 할 때
얼마가 좋을지 가격을 매겨보라고 했다.
실험은 세 집단으로 나눠 진행했다.
그중 한 집단에게는 아래 구성표를 보여주었다.
크리스토퍼 시는 이를 '공동펑가'라 이름 붙였다. 두 세트를 비교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두 집단에게는 두 세트 중에 하나만 보여주었다. '단일평가'다.
공동평가는 피험자 내 실험이고, 단일평가는 피험자 간 실험이다.
| A세트 : 40개 | B세트 : 24개 |
정찬 접시 수프/샐러드 그릇 디저트 접시 잔 잔받침 | 8개. 모두 상태 좋음 8개, 모두 상태좋은 8개, 모두 상태좋은 8개, 이 중 2개깨짐 8개, 이중 7개 깨짐 | 8개, 모두 상태 좋음 8개, 모두 상태 좋음 8개, 모두 상태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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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트 모두 품질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어떤 세트가 더 가치 있겠는가?
쉬운 문제다. A세트는 B세트 구성품을 모두 포함하고,
그 외에 상태가 좋은 그릇 일곱 개가 더 있으니 가치는 '당연히' 더 높다.
공동평가 참가자 들은 A세트에 32달러, B세트에 30달러를 매겨
A세트에 값을 조금 더 쳐줄 의향이 있음을 나타냈다.
단일 평가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왔다.
B세트와 A세트가 각각 33달러와 23달러로, , B세트에 값을 훨씬 높게 쳐주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분명하다.
세트는 모름지기 표준과 원형으로 대표된다.(그릇도 마찬가지!)
그릇 하나하나의 평균 가치로 치면 A세트가 B세트보다 훨신 낮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깨진 그릇을 돈 주고 사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어떤 가치를 주로 평균으로 평가한다면, B세트의 가치가 당연히 더 높게 보일 수 있다.
크리스토퍼 시는 이런 유형은 '적은 게 많은 것(Liss is More)'이라고 불렀다.
A세트에서 열여섯 개(이 중 일곱 개는 상태가 좋다)를 빼면 오히려 가치가 놓아진다.
경제학자존 리스트(John List)는 크리스토퍼 시의 이 실험을
야구 카드를 거래하는 실제 시장에 그대로 적용했다.
그는 가치가 높은 카드 열 장 세트, 그리고 그것과 똑같은 세트에다
보통의 가치를 지닌 카드 세 장을 추가한 세트를 경매에 올렸다.
그릇 실험과 마찬가지로, 카드가 더 많은 세트가 공동평가에서는 가치가 더 높게 나타났지만,
단일평가에서는 오히려 더 낮게 나타났다.
경제 논리로 보면 참 나감한 결과다.
그릇 세트나 야구 카드 세트의 경제가치는 \합계를 닮은 변수, 즉 커질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변수다.
원래의 세트에 양(+)의 가치를 지닌 것을 더하면 전체 가치는 당연히 올라간다.
린다 문제와 그릇 문제는 구조가 똑같다.
확률도 경제가치처럼 합계를 닮은 변수인데, 이를 보기 쉽게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확률(린다는 은행 창구 직원이다)
=확률(린다는 여성운동을 하는 은행 창구 직원이다.)
+활률(린다는 여성운동을 하지 않는 은행 창구 직원이다.)
크리스토퍼 시의 그릇 연구처럼, 린다 문제도 단일평가에서
'적은 게 많은 것' 유형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때문이다.
시스템 1은 합계보다 평균을 내기 때문에
여성운동을 하지 않는 은행 창구 직원이 세트에서 빠지면 주간적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변수에서 합계 비슷한 성질은
돈과 관련한 경우보다 확률과 관련한 경우일 때 눈에 덜 띈다.
그러다 보니 공동평가에서의 오류는
크리스토퍼 시의 실험에서만 없어질 뿐 린다 실험에서는 없어지지 않는다.
공동평가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결합 오류는 린다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는 수많은 다른 판단에서도 논리를 무시하는 비슷한 경우를 발견했다.
한번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아래 네 가지 경우 중
다음 윔블던 대회에서 가장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일부터 차례로 순위를 매겨보라고 했다.
이 연구를 진행할 당시, 비에른 보리는 가장 잘나가는 테니스 선수었다.
A. 보리는 경기에서 이길 것이다.
B. 보리는 첫 번째 세트에서 질 것이다.
C. 보리는 첫 번째 세트에서 지고, 경기에서 이길 것이다.
D. 보리는 첫 번째 세트에서 이기고, 경기에서 질 것이다
여기서 주요 항목은 B와 C다. B는 C를 포함하는 사건이고,
따라서 B가 일어날 확률은 그 안에 포함되는 C보다 '당연히' 더 높아야 한다.
그러나 논리와는 반대로, 대표성이나 그럴듯함을 따라
72퍼센트가 B가 C보다 일어날 확률이 더 낮다고 평가했다.
직접 비교에서 '적은 게 많은 것' 유형이 나타나는 또 하나의 예다.
여기서도 확률이 더 높다고 평가받은 시나리오가 의심의 여지없이 더 그럴듯해 보이고,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에 관해 알려진 모든 사실에 더 잘 들어맞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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