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고향
윤동주
고향(故鄕)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房)은 우주(宇宙)로 통(通)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風化作用)하는
백골(白骨)을 들여다 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白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魂)이 우는 것이냐
지조(志操)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白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故鄕)에 가자.
#군더더기
윤동주의 시에는 일제 강점의 부조리 속에서 거기 적극 맞서지 못하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는 화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위의 시는 삶의 성찰을 통해 잃어버린 고향을 되찾으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동경에 유학을 가 있는 동안 늘 고향을 그리워했던 시인은,
그러나 돌아와 보니 어둠과도 같은 곳으로 변해버린 고향 앞에서
자신을 이미 죽어 백골과 같은 존재라고 느낍니다.
시대의 부조리와 모순을 인식하고 거기 맞서 저항했던 시인 윤동주,
그의 이 시는 자본주의의 모순된 상황 속에 놓여 있으면서도
그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사는 지금의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린/고향무정
https://www.youtube.com/watch?v=lCwYuDqIXy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