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복수전
신성한 매실 758
마침 미오가 사무실에 있었다.
최림은 아까 팀장과 나눈 대화를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서 나와 B조 요원들을 동원하려고?”
“네, 저 혼자는 솔직히 무리입니다.”
“전두태의 휴대전화기가 꼭 필요한 거야? 그냥, 쳐들어가서 족치면 안 돼?”
미오로선 당연한 말이었다.
“절차라는 게 있어요. 휴대폰을 포렌식하여 증거를 확보해야 하거든요.”
“알았어. B조 요원들과 의논할게.”
“고마워요.”
“그런데 언제 출동할 건데?”
“오늘 놈이 퇴근하기 전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아.”
과연 오후 5시 30분에 전두태가 있는 건물에 모두 모였다.
B조에선 마오를 비롯하여 3명이 나왔다.
모두 일반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최림은 엘리베이트 수리공으로 위장하였다.
먼저 미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트로 들어가는 전선을 끊었다.
그러자 미리 수리업체 전화기를 당겨 둔 최림의 전화기로 전화가 왔다.
“네, 마침 우리 수리요원이 근처에 있어요. 바로 보내드릴게요.”
최림은 도구 가방을 메고 유유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입구에는 인상 더러운 놈들이 떼거리로 서 있었다.
“분전실이 어딥니까?”
“지하에 있다.”
“왜 고장이 났죠?”
“얀마!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 네가 밝혀내어 고쳐야지.”
그들 중 가장 인상 더러운 놈이 고함을 질렀다.
“네, 네. 알겠습니다.”
최림과 B조 요원들은 바로 지하로 갔다.
분전실의 전기를 다시 잇자, 엘리베이트는 즉시 가동되었다.
“자, 바로 24층으로 올라갑시다.”
드디어 전두태가 있는 24층이었다.
작전이 시작되었다.
최림이 도구 가방에서 연막탄을 꺼냈다.
사무실 문을 열고 그걸 안에 던졌다.
퍽!
순식간에 뿌연 연기가 사무실에 퍼지자 놀란 직원들이 밖으로 나왔다.
그때 대기하던 B조 요원들이 직원들을 패대기쳤다.
그새 비상벨이 울리면서 입구에 있던 경비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최림과 미오는 몰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집무실의 전두태가 나오길 기다렸다.
과연 전두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콜록!”
그런데 사무실 입구에서 직원들이 두들겨 맞고 있자 바로 그쪽으로 튀었다.
최림은 요원들에게 말했다.
“적당히 하고 빨리 빠져나오세요.”
그 틈을 이용해서 집무실에 들어간 최림은 놈의 휴대전화기를 챙겼다.
“빨리 업혀!”
미오가 창문을 열었다.
최림은 그날 놈이 한 것처럼, 미오에게 업혀 24층에서 지상으로 날았다.
휘리릭~.
“이게 가능하네요.”
“그럼, 나니까 가능하지.”
이어 전투 중이던 B조 요원들도 복도 창문을 이용하여 지상에 도착했다.
“성공입니다.”
미오와 요원들은 ‘악령퇴치반’으로, 최림은 바로 경찰서로 돌아왔다.
예상한 대로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니 그 안에 결정적인 증거가 있었다.
하수인들이 수애 부모님 살해 장면을 전두태에게 전송한 영상이었다.
“됐어. 이 정도면. 바로 체포할 수 있겠다.”
형사팀장은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그때부터 전두태 체포 작전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D-day는 그로부터 사흘 뒤였다.
장담한 대로 3주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작전은 아침에 기자회견하고 바로 출동하는 거였다.
경찰은 형사팀을 위시하여 기동타격대 요원이 무장하기로 하였다.
악령퇴치반에선 이례적으로 마이클이 A, B조 모두 출동하기로 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오전 기자회견 때 형사팀장은 전두태의 악행을 모두 보고하였다.
먼저 수애 부모님 살인사건의 배후로 전두태를 지목하였다.
나머지는 그의 사업상 위법행위를 까발렸다.
긴급 기자회견을 본 시민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특히 그를 신으로 추앙하고 따르는 신도들은 멘붕에 빠졌다.
전두태 측 역시 이를 감지하고 건물 안팎으로 경비를 촘촘히 하였다.
기자회견이 끝났고 이제 전쟁이었다.
경찰은 두 대의 차량을 이용하여 현장으로 달려갔다.
모두 완전 무장이었다.
“저항하는 놈은 발포해도 좋다. 단 허리 밑쪽이야.”
형사팀장은 예상외로 강경했다.
“전두태 체포조는 여기 최림에게 일임한다.”
그러자 일부 형사팀원이 반발했다.
“그럼, 우리는요?”
“너희들은 전두태 외에 모든 혐의자를 모조리 체포하면 되잖아.”
“알겠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마이클과 A조 조장인 민갑주와 A,B 요원들 모두가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하늘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그 조끼엔 하늘의 숫자인 ‘777’이 적혀있었다.
눈에 보이는 A조 요원들 손엔 하늘색 봉이 들여있었다.
하나같이 베테링 무예 요원들이었다.
B조 요원들은 마이클의 지도하에 총력전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예상한 대로 건물 입구에는 놈의 경비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다.
쥐새끼 한 마리라도 들여보내지 않으려는 심산이었다.
마이클과 형사팀장이 처음으로 인사를 나눴다.
이후 형사팀장의 우렁찬 명령이 떨어졌다.
“공격!”
먼저 형사들과 기동타격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저항하는 적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봉을 휘둘렀다.
퍽!
악!
그런데 놈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경찰봉을 내려칠수록 건물 안에서 더 많은 놈들이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각각의 놈들 뒤에 있는 악령들이었다.
그것들이 놈들을 격렬하게 저항하도록 조정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들을 형사들이 볼 리가 만무했다.
그러니 형사팀장이 특단의 조처를 내렸다.
“발포 준비!”
그때 A조 조장 민갑주가 나섰다.
“팀장님, 발포하면 문제가 커질 겁니다. 우리가 해결하겠소.”
최림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렇게 하시죠. 우리 A조 요원들의 활약상을 보고 나중에 결정하시죠.”
“좋아.”
민갑주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용감한 요원들이 날 듯이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퍽!
아악!
순식간에 전열에 선 놈들이 쓰러졌다.
그런데도 놈들은 악령의 조정으로 다시 살아났다.
이를 본 형사팀장이 다시 나서려 하자, 이번에 마이클이 제지하였다.
“B조 출동하라!”
놀라운 일이었다.
B조 요원들은 실제로 공중을 날아서 정확하게 놈들의 뒤에 있는 악령을 공격했다.
그러자 전열에 선 놈들의 힘이 급격하게 약화하였다.
이틈을 노려 A조 요원들과 경찰, 기동타격대가 전원을 압박했다.
비로소 그들의 공조 끝에 현장에 있던 전두태의 하수인들을 모두 체포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최림과 B조 요원들은 전두태의 체포를 위해 24층으로 올라갔다.
당연히 경찰과 A조 요원들은 빠졌다.
순수하게 최림과‘악령퇴치반’B의 활약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겼다.
24층 놈의 사무실 앞엔 불꽃이 마구 번지고 있었다.
그 불꽃 사이로 숫자 ‘666’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곤 알 수 없는 웃음이 공간을 지배하였다.
우하하하하하, 어하하하하하하하하!!!
최림과 미오는 이게 놈의 술책인 줄 알았다.
불꽃은 번지면서 폭발까지 이어져 놈의 사무실 앞은 위험천만했다.
안쪽엔 전두태와 그의 심복이 있는 게 확실했다.
기이한 웃음소리가 들렸고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도 있었다.
그들 나름대로 방어 준비 태세에 들어간 것 같았다.
미오가 B조 요원들과 긴급하게 상의했다.
그사이 최림은 복도에 있는 소화전을 열었다.
“그래, 물부터 뿌려 줘.”
미오가 말하자 최림은 소화전 호스를 놈의 사무실로 향했다.
쏴아아아 ~.
세찬 물줄기가 안으로 들어가자 불길이 약간 잡혔다.
그 틈을 이용하여 미오와 B조 요원들이 용감하게 들어갔다.
놈의 심복과 전쟁이 벌어졌다.
심복들도 거의 B조 요원들과 마찬가지로 형체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 섞여 발길질하고 방망이와 칼로 맞짱 뜨고 있었다.
와당탕.
퍽, 억!
불길과 연기가 난무한 사무실 내에서 치열한 싸움이었다.
가구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고, 비명이 난무했다.
최림은 사무실 밖에서 계속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미오의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최림! 놈이다. 놈이 밖으로 나간다!”
휘리릭 ~.
순간적이었다.
시커먼 물체가 밖으로 나오더니 최림을 강타했다.
억!
‘뭐야?’
물체는 바로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향했다.
24층 위는 옥상인 것이다.
최림은 행여 놈이 헬기를 타고 도망가나 싶었다.
넘어진 몸을 일으켜 곧바로 뒤쫓아 갔다.
그런데 다행이었다.
옥상엔 아무것도 없었다.
놈은 여유를 찾은 듯 담배 하나를 물고 있었다.
“어이, 최 형사라고 했나?”
놈의 표정은 너무나도 여유로웠다.
“그래, 전두태. 내가 최림이다.”
“이렇게까지 날 쫓는 이유가 뭐지? 내가 너에게 해코지라도 했나?”
놈은 최림에게 비아냥거렸다.
“해코지? 그럼, 많이 했지.”
“그게 뭔데?”
최림은 입술을 깨물었다.
별안간 어릴 때 겪은 부모님의 죽음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이 아꼈던 복실이의 죽음까지.
“넌, 내 부모님의 원수야.”
“뭐? 네 부모님? 그게 누군데?”
놀랍게도 놈은 기억을 못 하는 듯 보였다.
그게 최림으로서 더욱 화가 났다.
‘이런 씨벌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