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7월 3일 금요일, 맑음
아그리젠토 버스터미널, 작은 사무실에서 신전의 계곡을 간다는 마을 버스표를 구입했다. 두 명은 2.5유로((4300원)다. 2번 버스를 타고 동쪽 정류장에 도착했다. 한국 의대생 2명을 만났다.
나중에 합승할 일이 생길 것 같아서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이제 막(갓) 의대에 진학한 총각 둘은 아주 열심히 다른 세상을 여행하고 있었다. 입장료는 두당 14유로(25,000원)다. 오픈시간 오전 8시 30분에서 오후 10시, 오후 11시 전에 퇴장해야한다.
계곡 관람일은 일반은 14유로, EU시민은 반값, 18세 미만 청소년은 무료다. 계곡과 박물관 통합권은 19.20유로인데 총각들은 이표를 끊었다. 계곡과 콜림베트라 가든 통합권은 20유로다. 신전의 계곡에 들어선다.
먼저 오래 전부터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의 500년이 넘어 보이는 올리브 나무가 반갑다. 기원전 5세기, BC 450년경에 모두 도리스 양식으로 된 7개의 신전의 유적지들이 있다. 신전의 계곡은 고대 그리스 식민도시 아크라가스 도시 유적이다.
이탈리아 본토에서 찾기 어려운 오래된 도리아 양식의 유적으로 팔레르모 노르만 시대보다 1600년이나 앞선 것이란다. 동쪽에서부터 성스러운 길(Via Sacra)을 따라 서쪽으로 주노신전, 콩코르디아 신전, 헤라클레스 신전, 제우스 신전, 쌍둥이 신전 까지 응회암의 황갈색 신전들이 길게 이어진다.
언덕에서 내려가면서 구경할 수 있어서 걷기에 편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배를 타고 오가며 도시의 위엄을 볼 수 있도록 계곡 능선에 신전을 배치했다고 한다. 처음 만난 신전은 결혼과 출산을 관장하는 주노(Tempio di Giunone) 신전이다.
기원전450년경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과 동시대에 세운 것으로 30개의 기둥 중 현재 25개의 기둥이 복원되었다. 406년, 포에니 전쟁 당시 카르타고 군대의 공격을 받았지만 로마 시대에 보수를 했단다.
그러면서 그리스의 헤라 신전이 로마의 주노신전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곳은 고대 시대에 중요한 종교 의식과 제사가 열리던 장소로, 주노 여신의 가호를 기원하며 지역 주민들이 모였던 곳으로 전해진다.
당시 신전 주변에서 타오르던 제단의 불빛은 신비로움과 경건함을 더해주었다고 한다. 신전이 자리 잡고 있는 언덕에서 바라보는 평야와 농지, 마을을 품고 있는 지중해의 풍경은 경외감을 자아낸다. 멀리 콩코르디아 신전이 보인다.
남쪽 성벽에는 바위를 깎아 만든 공동묘지(아르코솔리움, Arcosoli)가 보인다. 4~6세기 로마 비잔틴과 초기 기독교 시대의 암벽 무덤이다. 응회암으로 형성된 아치형 매장지 구조가 특색 있어 보인다.
아르코솔리움에는 일반적으로 두세 개의 시신이 나란히 또는 위아래로 매장되었으며,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경우도 있다. 이어서 의인의 정원에 들어선다.
안내판에는 대량학살, 고문, 끔찍한 독재주의로 얼룩진 이 세상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세상이 비인간적으로 변하지 않도록 묵묵히, 그리고 종종 이름 없이 헌신했던 세상의 의인들에게 바친다는 헌사가 기록되어있다.
불의에 맞서고 인권을 지키기 위해 싸운 전 세계의 의인들을 기리는 장소다. 단테 서거 700주년 추모시도 있다. 모로코 국왕 모하메드 5세의 유대인 보호 업적이 읽혀진다.
당시 히틀러 나치당은 모로코에 살고 있는 유대인 25만 명을 요구했단다. 국왕은 이에 모로코에는 유대인이 없다. 오직 모로코 국민만 있을 뿐이라며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열방의 의인으로 추모비가 세워져있다.
신전의 계곡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 의인의 정원이다. 뜨거운 태양 열기 속에 아몬드 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 선인장도 보인다. 우리는 콩코르디아 신전(Temple of Concordia)으로 간다.
한때 기독교 성당으로 사용되면서 꾸준히 유지, 보수된 덕분에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게 되었단다. 이 신전은 시칠리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잘 보존된 도리아 양식 신전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콩코르디아 신전은 화합과 조화를 상징한다. 파르테논 신전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도리아 양식 신전이라고 한다.
도리스 인들이 창시한 고대 그리스의 건축 양식으로 기둥이 굵고 주춧돌이 없으며 기둥머리 장식이 역 원추 모양으로 간소하나 장중미가 있다. 코린트의 ‘아폴론 신전’,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올림피아의 ‘헤라의 신전’이 대표적인 건물이다.
도리아 양식은 이오니아 양식과 코린토스 양식과 함께 고대 그리스의 주된 양식 중 하나이다. 내 생각으로 500년이 넘은 올리브 나무가 보인다.
신전 앞에는 조각가 이고르 미토라이가 기증한 거대한 청동상, 날개 부러진 이카로스가 보인다. 그의 작품인 그리스 신화 속, 장인 데달로스(Daedalus)의 조각상이 폼페이 유적 후문에 있다.
아버지의 말을 무시하고 높이 날아가 태양의 열기에 날개가 녹으면서 그대로 바다에 추락했다는 이야기다. 이카루스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려다 추락하는 과도한 야먕과 오만의 상징이다.
조화롭고 완벽한 질서 앞에서 인간은 균형과 겸손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고대 그리스 철학의 메시지를 전하는 상징적인 조각이란다. 이카루스의 날개 안쪽에는 메두사가 새겨져 있다.
시칠리아 공식 깃발인 트리나크리아(Trinacria)속에도 메두사가 등장한다. 트리나크리아의 3개의 다리는 시칠리아의 삼각형 모양을 뜻한다. 메두사 얼굴 다리 사이에는 밀알이 배치되어있다.
이것은 시칠리아의 풍족함을 의미한다. 고난의 역사 속에서도 땅을, 강인함과 생명력으로 지켜온 시칠리아 사람들은 메두사를 악운을 쫓는 강력한 부적으로 여겼던 것이다.
시칠리아에서는 이렇게 메두사의 신화 속 이미지가 우리 생각과 다른 것 같다. 신전 앞에는 수령이 오래된 올리브 나무가 버티고 있다. 그 뒤로 아그리젠토 도시가 올려다 보인다.
부유한 고고학자 알렉산더 하드 캐슬(A.Hard Castle)경의 개인저택인 빌라 아우레아(Villa Aurea)가 있다. 그의 흉상이 저택을 지키고 있다.
그는 전 재산을 들여 신전의 계곡 유적을 발굴하고 기둥을 다시 세우는 복원작업을 지원했다. 그의 사후 저택은 신전의 계곡 관리사무소로 이용되면서 한쪽에는 전시실이 운영되고 있다.
빌라 부지는 올리브 나무, 선인장, 다양한 허브가 심어진 지중해풍 정원으로, 고요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채석장을 이용한 지중해 스타일의 콜림베트라(Kolimbetra)정원이 시작된다.
그리스인의 수로를 활용한 9세기 아랍식 정원이란다. 정원에는 고대 저수조를 개조한 납골당과 노천무덤 등, 초기 기독교 공동묘지의 유적이 남아 있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정원에서는 들판과 바다의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헤라클레스 신전(Temple of Hercacles) 터로 온다.
지진으로 무너졌던 잔해 중 남쪽 면의 8개의 도리아 식 기둥을 복원, 그것만으로도 웅장하다. 제우스 신전(Temple of Olympian Zeus) 복원 상상도가 보인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신전을 만들 계획이어다고 한다. 기둥 높이 20m, 기둥과 기둥사이 벽면에는 높이 8m인 인체 모양의 석상 텔라몬 아틀라스(Telamone)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구조다.
축구장 크기의 건물이란다. 기원전 480년, 카르타고와의 히메라 전투 승리를 기념해서 건설하던 것인데 지진으로 잔해만 남았다. 아몬드 나무에는 열매가 가득하다.
인체 모양의 석상의 잔해가 누워있고, 세워진 모형도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디오스 쿠리 신전(Temple of the Dioscuri)을 찾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스파르타의 왕비와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아들 카스트로와 폴루스랍(디오스쿠리) 신전이다. 항해사와 말을 타는 사람들의 수호신이다.
34개의 도리아 식 기둥 중 4개와 상부 구조를 다시 세웠다. 주변 유적 바닥에는 물고기 형상의 모자이크 작품도 보인다. 헤라클레스 신전을 올려다보니 멋지다.
작살나무의 보라색 열매도 신기하다. 신전의 계곡 서쪽 출구, 포르타 퀸티아(Porta Quinta)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