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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과 한국자동차산업에 울리는 비상벨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2018.02.28
한국GM은 백척간두에 섰다.
GM 경영자와 주주의 눈으로 한국GM을 봐야한다.
한국GM의 위기이자, 한국 자동차산업과 주력산업의 위기다.
한국GM과 한국자동차산업의 운명은 이해관계자들의 선택에 달렸다.
산업판 세월호 참사?
GM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근 2주 동안 벌어진 아무말 대잔치는 이 나라의 경제/산업/기업 구조조정 실력이, 그 숱한 실패와 좌절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발전하고 있는지를 회의하게 한다.
원래 아무말 막말 대잔치판인 SNS야 으레이 그러려니 할텐데 문제는 이 나라 유력 언론과 국회와 정부 주변에서 쏟아져나오는 자칭 전문가들의 언설이다. 이러다가 (의도와 전혀 다르게 사태가 전개된) 2016년 한진해운 법정관리=공중분해 참사나 산업판 세월호 참사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시장과 기업 친화적이라고 자부하는 한국 1등 신문의 산업부장과 자동차 팀장의 칼럼을 보니, 2000년 2016년 한진해운 처리 과정에서 범한 자해적 구조조정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싹튼다. 그렇다면 경제와 민생에 미치는 피해가 천배 만배는 될 산업판 ‘세월호 참사’로 기록될 것이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3/2018022302187.html
http://biz.chosun.com/…/html_…/2018/02/21/2018022102788.html
경제 산업 기업 기술을 너무 모르는 헛소리와 괴담들이 넘쳐난다. 보고 들은 것도,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것도 불법적 강점, 수탈(착취), 억압, 먹튀여서 그런지 몰라도 GM먹튀론은 거의 진리처럼 여겨진다. 5%고리대금업자론, 터무니없는 매출원가론(높은 이전가격), 연구개발비 명목 수탈론 등.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론 같은 황당한 대안들도 튀어나온다. 이와 관련해서는 글 끝에 짧게 논평을 달까 한다.
정치에 오염된 시각이 창조한 소설 같은 진단도 횡행한다. 이는 트럼프도 다를바 없다. 국제정치 관련 책 좀 본듯한 사람들은, 그 시각을 투영하여 (외교안보 정책으로 문재인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트럼프 정부의 문정부 길들이기라고) 소설을 써댄다. 2000년 전후한 시기에 풍미했던 반제민족해방투쟁 담론(부평공장 폐쇄와 해외매각결사반대)도 다시금 부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1995~2001년까지 연구고민, 분투노력한 것을 총화하여 2001년 5월에 책(대우자동차 하나 못살리는 나라)을 내고, 2004년에 대우자동차를 떠나고, 2009년 쌍용차 사태 때문에 자동차산업을 다시금 집중적으로 들여다 본 이후 거의 8년 만에 한국GM과 한국 자동차 산업을 다시금 들여다 본 이유다.
시한부 삶론과 계륵(鷄肋)론
자동차산업과 GM을 아는 사람들은 시한부 삶론과 계륵(닭갈비)론을 핀다. 전자는 몇 년 안에 틀림없이 철수 할 것이라는 얘기고, 후자는 먹자니 먹을 게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존재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한국GM이 백척간두에 섰다는 얘기다.
결론만 먼저 얘기하면 나는 계륵론이 현실을 가장 적확하게 묘사한 것이 아닐까 한다. 한국GM의 운명은 한국정부와 한국GM 이해관계자들이 하기 나름이라는 얘기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도, 한국GM 위기(대규모 적자 누적)도, GM의 글로벌 사업 철수(구조조정)도 기본적으로 생산 판매하는 차(브랜드)가 안팔려서 생긴 문제다. 차가 안팔리는 것은 제품력(기술력, 차종, 디자인 등), 판매마케팅력(가격, 브랜드, 판매망) 등의 총화이다. 동일한 제품력을 가지고도 판매마케팅력에 따라 실적 차이가 많이 난다.
2017년 한국에서 현대가 72만5천대, 기아가 52만대, 쌍용이 10만8천대, 르노삼성이 10만5천대를 팔 때, 한국GM이 15만2천대 판매에 그치는 것은 GM의 제품력에 비해 판매마케팅력 내지 경영능력에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 역시 실력으로, 쉽게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경영 능력에 책임을 묻는다고해서 삭감, 폐쇄, 철수, 매각 등 구조조정을 하지 말아야 할 사유도 아니다.
GM의 글로벌 사업 구조조정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GM의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철수, 폐쇄, 매각 등으로 얼룩진 GM의 경영(구조조정) 전략이 분명히 일리가 있다. 2013년말 GM은 ‘유럽지역 브랜드 강화전략’에 따라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를 결정했다. 독일과 영국에서 각각 운영하는 자회사 오펠과 복스홀에 집중하기 위해 쉐보레 판매를 유럽에서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군산공장에는 직격타로, 군산공장 폐쇄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런 점에서 올 것이 온것이다.
그 며칠 뒤에는 GM호주 홀덴공장 폐쇄(2017년 말까지)를 결정했다. 2015년에는 인도네시아, 태국, 러시아 공장을 폐쇄했다. 2017년 3월에는 유럽GM의 핵인 독일 오펠과 영국 복스홀을 프랑스 PSA그룹에 20억유로(약 2조4000억원)에 매각했다. 이로서 1500만대 시장인 유럽시장에서 완전 철수하기로 한 것이다.
2017년 5월에는 인도 시장 철수 결정을 내렸다. GM은 1995년 인도 시장에 진출했지만 20년간 현지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얼마 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본 이스즈와 합작으로 운영해 오던 상용차 사업의 지분도 전량 이스즈에 매각하기로 했다.
생산공장 폐쇄, 판매법인 철수, 자회사 매각 결정은 GM수뇌부가 하나같이 누적 적자가 심했고, 무엇보다도 중장기적으로 이 사업을 유지하면서 투자를 한다 하더라도 이익을 내기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군산공장 폐쇄 이유도 동일하다. 군산공장 포함 80만대 생산 능력을 유지하면서 이익을 낼 자신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럽,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거대시장이거나, 누가 봐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에서 과감히 철수한 것은 전기차, 자율주행차, 차량 공유서비스로 대표되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기에 (적자 사업을 과감하게 떨어내어 수익구조를 개선 한 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선도하면 재진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경영전략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GM의 나머지 공장(부평 1, 2공장과 창원공장)과 R&D센터 유지는 중장기적으로 50만대 생산능력을 유지할 자신감 내지 전략적 판단에 달려있다. 판단의 기준은 한국GM의 재무제표만은 아니다. 한국GM R&D센터는 단지 한국에서 생산하는 차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기에, GM 네트워크 전체의 손익을 보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GM 경영자와 주주의 눈으로 한국GM을 봐야
한국GM의 위기와 활로를 보려면, GM이 한국GM을 어떻게 바로 보느냐, 즉 활용가치를 먼저 따져야 한다. 향후 10년 내 (전기차, 자율주행차, 차량공유서비스라는 태풍이 초래할) 자동차산업의 대격변에 대해 GM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또 현재 GM의 주력 시장인 북(중남)미 시장과 중국 시장, 그리고 지금은 약세를 면치못하지만 어쨌든 세계자동차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머지 지역 시장 전략에서 한국GM의 활용 가치를 따져야 한다.
이는 북핵/미사일/인권/북미대화/북미평화협정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이 어떻게 보느냐를 따지는 것만큼 필요한 시각이다.
GM 수뇌부의 생각을 정확히 알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과 같이 일(구매, 생산, 판매, R&D 등)을 해보고, 대화를 해 본 사람은 적지 않다. 그 외에도 경영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데이터가 있다.
GM수뇌부의 눈으로 한국시장과 한국GM을 보면 어떻게 될까?
한국은 판매시장으로서 매력은 거의 없다. 유럽처럼 대체 수요(연 180만대)가 주종이다.
생산기지로서 매력도 별로다. 별로 의미없는 통계지만 어쨌든 완성차 공장의 생산성(차 한대당 Man Hour)은 최악이다. 부품은 싸지만 (1인당GDP를 감안하면) 완성차 조립 생산비용은 대단한 고비용이다. 무엇보다도 고용의 유연성이 없다.
하지만 부품회사들의 생산성 내지 가성비는 좋다. 완성차 회사(노사)들의 가혹한 지대추구와 갑질이 부품회사들을 군살 하나없는 근육질 몸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부품사들은 해외수출을 많이 한다. 물론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과 글로벌 소싱을 하는 GM의 견인 효과에 상당부분 힘을 입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기술 패러다임에서의 핵심부품 기술도, 새로운 기술패러다임에서의 핵심부품 기술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 기술 장벽 자체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원래 조립가공품 보다는 부품, 소재, 장비 관련 기술 축적이 어렵다.
게다가 부품회사들은 한국 특유의 완성차 회사 노사의 갑질 (지대추구)와 그에 따른 격차(보상) 구조로 인해 재무(수익) 장벽도 높고, 인재 장벽(확보)도 높다. 독일과 일본이 자랑하는 장인 정신을 가진 사장과 기술자층이 두텁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이 시간이 흘러도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되는 것들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독일의 보쉬 등 독보적 경쟁력을 가진 세계적 부품 회사는 지금도 별로 없지만,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오래된 기술 패러다임 하에서 상대적으로 저부가가치 자동차부품 산업은 생산기술력이 관건이기에 경쟁력(가성비)이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이 (높은 할증율과 결합하면서) 경쟁력을 열심히 줄기차게 갉아먹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중국 부품산업이 일취월장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충분한 정보를 갇지 못하였다.
관건은 R&D 경쟁력
완성차 회사 R&D센터가 주도하는 차량개발 능력은 인력의 질, 임금수준, 부품•소재 등 연관산업의 발전수준, 정부및 대학과의 연계협력, 생산공장과의 거리 등 수많은 요인의 총화이다. 자동차 R&D는 우수한 인력, 오랜 경험과 다양한 시작•시험 설비 외에도 기술력있는 부품•소재•장비 회사와 완성차 공장을 필요로 한다. 당연히 이런 조건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
자동차는 배터리-모터, 자율주행(센서 등), 안전 환경 기술 등 첨단 기술과 서스팬션(현가 기술)과 휠&타이어, R&H(조향 기술), 브레이크와 에어백 등 안전기술, 50년~150년 전에 기술 패러다임이 완성된 내연기관 기술(환경, 연비, 출력, 중량, 크기, 내구성 등), 변속기 기술, 금속 및 플라스틱 가공 기술, 유체역학기술과 스타일링(디자인) 등의 결합체다.
전기차가 가성비를 갖추면, 엔진-미션-흡배기-연료공급 장치 등이 없어지고, 대신에 배터리팩과 강력한 모터가 등장한다. 하지만 가성비를 갖추는 것이 정말로 만만한 일이 아니다. 유수의 완성차 회사들이 기술력과시와 이미지 개선을 위해 성능이 향상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앞다투어 내 놓고 있지만, 원가(희토류 공급 등), 기술(저장용량, 충전시간, 내구성, 안정성 등), 제도적(인프라), 심리적 장벽이 여간 높은게 아니다. 그래서 기존 내연기관 관련 R&D 기술의 퇴장 시점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
설사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이 정착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현가, 조향, 금속 및 플라스틱 가공기술 등 전통적인 기술의 가성비는 중요하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첨단기술 선도업체가 몇 년 간은 기술적 우위를 누리지만, 삼성전자 등 후발업체의 급속한 추격으로 수익이 역전되는 현상은 자동차 관련 첨단기술에서도 반복된다. 오직 영원한 것은 수많은 첨단, 전통 기술을 결합, 적용, 개선하는 능력이다.
(자율주행 관련해서는 한국에서 앞서나가는 업체 자체가 없어서, 불가피하게 북미 중심으로 R&D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기차 관련해서는 빼어난 모터 업체는 없어도, 배터리 셀 하나는 잘 만드는 LG와 삼성도 있고, 또 현대기아차와 협업하는 업체도 있다. 이런 토양이 있었기에 전기차 볼트가 한국GM이 주도적으로 개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거대한 생산판매능력과 국가차원의 지원을 엄청 하는 중국이라는 변수가 있어서 잘은 모르겠다.)
한국GM R&D센터에는 지리적 위치와 1970~90년대 자동차산업의 위상 때문에, 그 기간에 한국이 배출한 이공계(기계 금속)의 최상급 인력들이 많다. 이는 오래 전부터 인기를 잃어 우수한 이공계 인재가 잘 가지 않은 미국 자동차 산업이 가지지 못한 경쟁력이다. 물론 대우자동차도 GM도 이들의 잠재력의 제대로 개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리고 한국은 고졸 중심의 완성차 생산 분야 인력들의 임금은 미국, 유럽에 비해 엄청 높지만, 엔지니어들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첨단 기술 분야는 아니겠지만, 차량개발의 많은 영역에서 상당히 높은 가성비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GM에서 차량개발(R&D) 능력이 있는 곳은 미국, 독일(OPEL), 한국, 중국(SGM), 브라질 R&D센터 정도였다. 그런데 OPEL은 매각 되었고, 브라질은 사실상 닫았고(그로인해 엔지니어 수백명을 미국으로 데려갔다 한다), 중국은 아직은 멀었고(이 판단은 검증이 필요하다), 또 무엇보다도 50대 50의 합작사다. 따라서 미국과 한국의 R&D센터가 GM의 차량개발의 중심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은 기본적으로 수많은 요소 기술의 개발, 결합, 조화, 최적화, 안정화 능력에 달려 있기에 대체로 “많이 시도해보고 에러 수정하고 다시 시도해 보는” loop를 빨리 돌면서 적용, 개선, 최적화 하는 것이기에 한국 엔지니어들의 능력은 GM에 여전히 필요하다. 중국이 쉽게 쫓아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과 독일의 자동차산업 경쟁력이 결코 쇠퇴하지 않는 이유다.
물론 일본과 독일에 비해 기술이든 문화든 많이 뒤떨어지는 한국은 중국이 일취월장 해 버리면 한국GM은 물론 현대기아차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또한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한국GM의 인력관리운영 능력이 저열해서 이들을 무슨 공기업 직원들처럼 만들어 버리면 현대기아차는 끄떡없어도 한국GM은 철수할 수 있다.
또한 완성차 공장 노조와 1980년대식 진보 가치(친노동/노조-친규제, 반자본-반자유)를 숭상하는 정부가 손에 손을 맞잡고 임금과 근로조건이 계속 올리고, 고용임금을 계속 경직적으로 만들어 버려도 한국 자동차산업은 위태로워진다. 주마간산 격으로 모니터링 해 본 결과 자동차 산업 곳곳에서, 즉 생산요소(완성차공장의 생산성, 엔지니어 생산성, 부품 산업 생산성 등)의 가성비가 미국 보다 더 나빠지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GM의 운명은 이해관계자들이 하기 나름
종합하면, 한국이 지난 30년 동안, 짧게는 지난 10여년 동안 해 온대로 하면 GM은 반드시 철수한다. 첨단기술은 밀리고, 생산은 고비용에 엄청나게 경직적이고, 부품과 R&D 마저 그 뒤를 따르면 답은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현대기아차마저 같은 운명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GM은 제조업 외국자본의 간판이다. GM이 철수한다는 것은 외국자본들이 견디다 못해 한국을 떠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더 이상 사업(투자와 고용)을 할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는 현대기아차에게도 적용된다. 물론 현대기아차야 한국을 떠나지는 못하겠지만 투자와 고용 의욕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는 더더욱!!
GM군산공장 사태의 본질은 한국GM 위기의 발현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한국GM위기가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한국자동차산업의 위기이자, 수출의 60%가까이를 차지하는, 한국의 명줄인 한국주력산업의 위기이자, 1987체제(철학, 가치, 정책, 정치리더십)가 통할하는 한국경제와 사회의 총체적 파탄 징후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GM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거대한 자동차 회사지만 그리 능력있는 회사가 아니다. 사실 능력(차종, 기술력, 판매마케팅력 등)이 없는 회사이기에 대우자동차(한국GM)를 인수했다. 역으로 한국GM이 역량을 발휘하면 GM그룹내에서 지금 보다 훨씬 높은 위상을 차지할 수 있다. GM 주주들은 경제•기업 논리에 충실하다. 트럼프의 정치적 열망이나 의지 보다 기업=주주 가치 극대화에 논리에 충실하다.
한국GM은 백척간두에 서 있다. 하지만 한국GM의 운명은 정해진 것 아니다. 시한부 삶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계륵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계륵을 탈피하는 것은 한국GM 당사자들에게 달려있다. 몇 년 후에 군산공장 사태가 창원과 부평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혁신을 하면 살 길이 왜 없겠는가? 근원적으로 한국자동차 산업과 주력산업의 위기를 탈피하는 것은 1987체제가 통할해 온 한국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혁신하는 것이다.-끝-
보론
GM철수시 대안은 없다.
GM이 지금 철수해도, 몇 년 있다 철수해도 한국GM은 살아날 길이 없다. OPEL 같은 독자 브랜드와 판매망이 없기에 당장 팔 차도 없을 것이다. 중국업체도 인도 업체도 인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전기차 업체로 변신? 이건 자동차 산업을 너무나 모르는 소리다. 대우조선처럼 KDB 산하에 집어 넣어 몇 조원의 혈세를 투입한다? 그 규모는 엄청나게 크고, 그 전망은 불투명하고, 무엇보다도 협력업체들이 궤멸적 타격을 받기에 가능한 일 아니다. 차라리 실업자 구제에 재정을 쓰는 것이 낫다.
자동차 산업과 기술을 모르는 사람은 자동차 공장에 뭔가 대단한 것이 있는 줄 안다. 자동차 공장은 공장 설비, 장비에 엄청난 노하우가 숨어있는 반도체 공장과 다르다. 자동차 공장이 가지고 있는 것은 차체 용접 설비와 도장 설비다. 여기에 상당한 생산기술이 들어간다. 조립은 “모심는 아지매”나 “편의점 알바 청년”을 불러서 몇 시간 혹은 몇 일만 훈련하면 상당한 수준에 도달 한다. (엔진, 미션은 반도체처럼 상당한 생산기술력이 필요하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별로 의미없는 기술이다) 요컨대 자동차 회사의 경쟁력은 R&D(제품기술과 생산기술)와 부품사에 있다. 공장은 껍데기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차 보다 자율주행차와 차량 공유서비스가 더 파괴적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전기차 보다는 오히려 이게 더 빨리 올 듯 하다– 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으로 되고, 따라서 자동차 생산판매대수가 지금의 1/3 어쩌면 1/5이 될지 모른다. 그러면 세계 자동차산업에 그야말로 쓰나미가 닥친다. 공룡 시대를 종식시켰다는 운석 충돌 같은 일이 생긴다. 그 경우에도 한국GM이 민첩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면 먼저 죽으라는 법은 없다.
GM약탈론은 소설이다.
GM본사 5% 고리대금업자라고한다. 그런데 비상장회사인 한국GM의 (적자 투성이) 제무제표로 돈 빌려줄 한국의 은행은 없다. 관료들이 만든 우리 은행들의 여신 운용 기준이 그렇게 되어 있다. 돈 빌려주면 은행 경영진은 아마 배임죄에 걸릴 것이다. 또 GM은 한국GM에만 돈 빌려준 것 아니다. 전세계 여러 자회사에게 돈 빌려줬을 것이다. 그것과 비교해야 한다.
매출 원가율이 93%로 전무후무 하단다. 그런데 매출 원가는 판매가격과 원가의 함수다. 경소형차는 원래 매출원가율이 높다. 가공조립 공정은 거의 같고, 부품은 사이즈가 좀 작을 뿐이니….그래서 기아차는 경차 모닝의 원가를 줄이려고 그 악명 높은(?) 동희오토(평균임금이 기아차의 절반도 안될 것이다)에서 위탁 생산을 하는 것이다. 현대는 아예 경차를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GM은 마진 좋은 대형차는 없고, 중형차 좀 있고, 나머지는 경소형이다. 그런데 동희오토 같은 곳에서 위탁 생산하지 않고 직접 생산한다. 그나마 생산량이라도 많으면 매출 원가율이 좀 내려 갈텐데, 생산량이 현대기아만큼은 안된다.
브랜드 파워라도 좋으면 판매 가격이 높아서 매출 원가율이 좀 내려 갈텐데 아다시피 그거 별로다.
브랜드를 제공하고 개발과 판매와 AS 등에 기여한 GM본사와 글로벌의 몫을 어느정도 책정할 것인가는 사실 답이 없다.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과다한 부분이 분명히 있겠지만, 그것이 높은 매출원가율의 큰 변수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우리의 글로벌 기업들도, 도요타, 폭스바겐, 애플, 구글 같은 기업들도 해외 법인과의 상거래 관계에서 (박훈 변호사의 시각으로 보면) 약탈적 거래를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시장의 관행으로 보아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김기천(조선일보 논설주간)이 잘 지적했다.
“GM이 본사 이익을 위해 한국GM을 ‘현금지급기’처럼 이용했다는 주장이 과연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한국GM의 손익은 본사 재무제표에도 거의 그대로 반영된다. 한국GM을 쥐어짜 본사 이익을 부풀려야 할 이유도 없고, 의미도 없다.
여기다 작년까지 미국은 법인세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미국 기업 입장에선 본사가 아닌 해외 자회사에서 이익을 내는 게 유리했다. 해외 수익에 대해서는 미국에 들여올 때만 세금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다국적 기업들은 대부분 해외에 막대한 이익을 쌓아놓고 있다. GM이 유독 상식에 반하는 경영을 했다는 국내 일각의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
한국GM의 운명이 불투명해진 것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산업의 트렌드 변화와 지각변동에 맞춰 GM의 경영전략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먹튀’ 같은 억지 비난과 노조의 생떼로 이런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한국 입장에서 유감스럽고 서운한 부분이 있겠지만 그게 본질은 아니다. 세상은 한국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6/2018022602059.html
GM의 관리 운영 관련해서 방만한 요소가 왜 없겠는가? 단적으로 GM이 오래된 회사라서 그런지 의외로 사무관리직에 대한 정년보장을 잘 해주는 인간적인 회사다. 이는 한국GM 뿐 아니라 본사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내가 아는 과거 대우자동차의 인사 정책으로 보면,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희망퇴직을 빙자한 강퇴를 당했을 사람들이 50대 후반인데도 잘릴 걱정 하지 않고 잘도 다니더라.
그리고 GM은 법 하나는 잘 지킨다. 공장을 아예 폐쇄를 할 지언정, 불법적, 변칙적으로 구조조정을 자행하는 일은 없다. 회계장부 조작을 할 이유도 없고 하지 않는다. 물론 GM 글로벌 네트워크 간의 상거래 과정에서 가격이나 비용 책정(분담) 등에서는 우리가 볼 땐 부당하다고 할 요소가 분명히 있겠지만, 법적으로 문제 될 일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임금, 가족 체제비, 위험수당 등으로 1인당 5억원 가량을 회사가 부담한다는 ISP들 100명도 (내가 볼 땐 돈 값하는지 의문이지만) 함부로 시비할 일 아니다.
한국GM은 GM에 인수합병 되면서, GM의 글로벌 개발생산판매 네트워크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또 그로 인해 제약도 많이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몇 년 간의 일련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판매지역이 미국, 한국 등으로 협소해졌다. 답답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좋은 것만 먹고, 나쁜 것은 먹지 않을 수 있나?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은 한국GM의 제품력이 뛰어났다면 다 반전시킬 수 있었다.
비정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
이 나라는 시장경제의 기본이 하도 뒤틀리다보니 비정상에 대한 문제 의식 조차 희석되어 가는 조짐이 뚜렷하다. 약탈 (지대추구와 사익편취)과 억압이 일상화 되다 보니 매사를 약탈과 억압 프레임으로 본다.약탈과 억압에 둔감하다.
산업연구원 조철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높은 노동비용 문제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현대는 9500만원 한국지엠 8700만원 이지만, 1차 2차로 가면 많이 떨어진다. 따라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하는 외국 선진국보다 평균 비용은 많이 낮다”
현실이긴 하지만 원청(갑) 기업의 노사의 지대추구(사회적 약탈)와 직장계급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아예 없다. 협력업체 노사를 피골이 상접하게 만들어, 평균적으로는 낮은 생산비용을 기록한다는 얘기니 어찌 씁쓸하지 않을 수있으랴!!
김재록(인베스투스)회장은 민평당 토론회에 나와 2대주주인 산은이 미국 GM 본사의 주식을 5% 가량 매입하여, 본사의 글로벌 전략을 한국GM에 유리하게 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런데 이게 바로 (95% 주주들의 이해관계에 반하여) 5% 주주의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등)를 하자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