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행위를 습관(習慣)이라고 한다.
후천적인 행동 양식이며
반복되어 수행되는 고정된 행위인 이 습관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번 산행에서 확인하였다.
2주마다 가던 대간 산행이
기상악화로 인해 2주 더 뒤로 연기되니
일상의 톱니가 아귀 맞지 않는 듯 하였다.
회장님의 취소 문자에 얼마나 김이 빠졌는지......
대간 산행을 4개월여 진행하였음에도
하나의 습(習)으로 자리잡는 것 같은데
19기 시작팀은 더욱 그러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산행을 하지 못하였더니
13km여 진행된 월성재~삿갓재대피소 구간에서
피로감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지치기 전에 에너지젤 섭취하는 것도 잊었다.
휴대폰의 배터리도 밥달라 아우성치더니
삿갓봉 300m 남기고 뚝!!!!!!
삿갓재대피소서 9% 동냥 충전하여 오다가
또 뚝!!!!!했기에
렘블러 기록에는 아직도 황골계곡 못미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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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령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덕유산 줄기가 시작된다.
준족들은 예서 무룡산과 동엽령까지도 걷는다고 한다.
들머리에서 서봉 부근서 2개월 전 실종되신
60대 초반의 어머니를 찾는 플래카드를 본다.
애타는 가족들의 마음이 전해져서 아프다.
날씨 요정 밍키님의 도움으로 비옷은 입지 않아도 된다.
한달 여 만에 만난 산우님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묵묵히 걸어 할미봉에 도착한다.
붉은 색의 글자가 강렬한 정상석에서 인증 후
서봉으로 가는 긴 길목에서 좌틀하여
0.5km 거리의 음바위, 대포바위를 보러 간다.
선두님들께서 몰래 다녀오시려고
부러 배낭을 길목에 두지 않고
조금 아래의 위치에다 벗어두셨네...ㅋㅋ
경사 심한 내리막이라 되돌아올 때 빡세겠다.
음바위를 만나고 연이어 늠름한 대포바위를 만난다.
오늘 곰탕 산행에서 가장 큰 볼거리가 될 바위들이다.
대포바위 위에 조금 더 올라가보고 싶었지만 참는다.
<음바위>
<대포바위>
빽하여 올라와 서봉으로 가능 등로는 편안하다.
곳곳에 숨은 버섯이 많다.
바로 가신 분들을 뒤따라 힘차게 걷는다.
일월비비추, 하늘말나리꽃이 촉촉한 얼굴을 내민다.
일월비비추
<하늘말나리>
삼자봉에서 세 분의 회원을 만나고 다시 걷는다.
가지만큼 뿌리가 드러나 양말이라도 신겨주고 싶다.
승승장구님을 만나고 또 걷는다.
<며느리밥풀꽃>
<꿀풀>
<엉겅퀴>
<졸각버섯>
걷는 일 말고는 없다.
며느리밥풀꽃, 까치수영, 떨어진 함박꽃, 꼬리풀, 노루오줌 등을 보다가
<까치수영>
<함박꽃_나무에서는 다 떨어지고 땅에만>
<꼬리풀>
노루오줌
싸리꽃
빗방울이 일월비비추의 꽃잎 끄트머리서에
매달려 달랑하는 기 너무 예쁘다.
먼 데는 운무로 아련하다
<일월비비추>
내리막 데크에서 점심을 드시는
오늘 산행의 후미를 맡으신 권대장님 일행을 뵌다.
함께 점심을 먹으려 차곡차곡 채워지는 계단이 정겹다.
지금 먹는 음식은 입이 아닌 배가 먹는 음식이다.
배가 먹는 음식은 생존이니 참으라 말할 수 없다.
먹고 나니 눈이 뜨인다.
덕유의 꽃잔치가 시작된다.
꽃의 일생은 ‘피다’, ‘지다’ 두 가지 동작.
잘 피고 잘 지면 아름답다.
아름다운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자는
아름다워도 아름답지 않다.
일월비비추는
함께여도
혼자라도
잘 피고 잘 지니 아름답고 아름답다.
<일월비비추> 연꽃 미니어처같이 보인다.
<하늘말나리>
<원추리>
<원추리>
<민달팽이>
<미역줄나무>
<싸리꽃>, <미역줄나무>
<원추리>
<비비추 군락> 눈으로 본 만큼 담지못해 아쉬웁다.
<물레나물>
<개미취>
<돌양지꽃>
<동자꽃>
<짚신나물>
<일월비비추> 오늘 덕유의 하이라이트💕
<마타리>
<마타리>
<동자꽃>
덕유는 깊이 있는 산이 맞다.
서봉(장수덕유산)까지의 꽤 긴 거리의 등로는
시원한 골바람을 제법 만나는 데도
한차례 땀을 흘리게 한다.
여름산을 다니면 제일 반가운 존재는 바람이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공기의 존재를
알리는 움직임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나도 빨랫줄에 널린 양말 한 짝이라도 흔들고
퇴장할 수 있는 바람이고 싶다.
서봉에서 잠시 머물다 발걸음을 옮긴다.
회장님이 일러주신 대로
미끄러운 철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간다.
남덕유산으로 향하는 곳에는 유난히
산꿩의다리꽃이 많다.
<산꿩의다리>
물레나물도 기린초도 비에 젖은 노랑빛이 동동 떠오른다.
<물레나물>
<기린초>
남덕유산의 정상석은
친구들과 몇 년 전에 왔을 때보다 키작아진 것 같다.
얘도 세월을 먹나 생각하다가
내 기억을 나무란다.
월성재서 몇 분은 황점마을로 바로 내려가시고
회장님 명을 받들어 19기 몇은 삿갓재대피소로 향한다.
<천남성>
일월비비추
<긴산꼬리풀>
산수국이 많이 보인다.
아직 갈 길이 먼 데 배고프고 지친다.
오르막길을 오르며
반대편서 오면 내리막길이란 걸 생각한다.
헉헉대는 길을 휘휘 내려가는 법을 알고 있지만
때로는 헉헉 올라가야만 하는 길도 있다.
배터리 도시락을 차에 두고 왔기에
삿갓봉 부근에서 die한 폰을 살리지 못한다.
삿갓봉을 오를까 생각하다가
일행들이 기다릴 것 같아서 패스하는데
자꾸 뒤돌아봐진다.
삿갓재대피소에서 미모되시는 순애님 덕에
전라도서 오신 분들께
이런저런 간식거리도 얻고 남은 점심을 턴다.
이젠 4.2km를 줄기차게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발가락도 아프고 무릎도 아파온다.
그래도 내려가야만 한다.
도착하니 먼저 오신 분들이 많다..
미안하다..
꺅~소리 나올 만큼 차가운 물에 몸을 담구고 나와서
육십령식당으로 이동,
소고기전골에 맥주 한 모금으로 오늘을 달랜다.
*주말마다 곰탕의 산행이다.
곰탕은 고요히 스며든 것들을 추스리기에 좋다.
설렘, 용서, 추억, 응원 등
각자 눈에 띄지 않게 숨겨놓은 것들을
오히려 편안하게 열어볼 수 있지 않을까.
*오전에 작성하던 글을 이제야 마무리한다.
사건 사고가 많은 날이다.
늦은 시각이지만 조금은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
첫댓글 차분히 또박 또박 육십령~황점 구간을 깨알같이 적으셔서 너무 잘 읽었습니다
대원들의 모습과 세세한글들이 그날의 꽃과사람들이 방금 본듯 하네요
함께여서 감사하고 한구간의 통과로 뿌듯합니다
사뿐 사뿐 가볍게 음바위와 대포바위를 다녀오셨군요 역쉬 👍 즐감합니다~~^^
적다가 끊어지고
또 적다가 끊어지고를 여러 번 반복하다
퇴근 전에 마무리하려고 하다 보니
분량만 많아졌습니다.
늘 힘껏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날 야무진 모습에 감탄하였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키운 방울토마토도 나눠주셔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삿갓봉을 가실 줄 알았으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걸~~아쉽습니다ㅠ
대간길 동행할 수 있어서 정말 힘이 됩니다🥰
일을 보시면서 일요일다녀온 남덕유 대간기를 작성하셨군요~ㅎ
할미봉에서 잠깐 옆길로 음바위와 대포바위도 다녀 오시고 대단하십니다!!
요즈음 주말이면 거의 비가내리는 우중산행이 일상인것같아요~~ㅋ
계단에서 층층이 앉아 점심드시는 모습이 짠하기는 합니다!! ㅠㅠ
남덕유의 여름철 야생화 꽃잔치
감상 잘하고 갑니다!!
곰탕 날씨에 우중산행까지 또 이렇게 추억의 한페이지 기록을 남겨놓으셨네요~ㅎ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
짬이 나길래 후딱 후기 작성하려고 했는데
날이 궂어 그런지 예상치 못한 일들이
후두둑~ 쏟아졌어요ㅠ
시간지나면 게을이 도질까봐 이어적기 했더니 분량의 압박이ㅋㅋㅋㅋ
길어서 읽기 힘드셨죠?^^
6월부터는 주말마다 ☂️ 가 왔네요.
어제는 가는 비가 오락가락하여 오히려 시원하였고
덕유산에 서식하는 모든 꽃들의 축제에
초대받은 듯 기분좋은 산행이 되었습니다.
특히 음바위, 대포바위는 최근에 본 바위 중
최고였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답니다.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18기 기수들은 8월 땡볕에 남덕유산을 힘들게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산행은 곰탕으로
조망은 없었지만
덕유산 품속에서 자유롭게 피어있는 야생화를 보며
김소월님의 산유화 시 한편이
내내 머리 속에서 맴돌았습니다
란선님!!
대간길도 사뿐 사뿐 잘 걸어시고
섬세한 산행기와 사진까지
대단하십니다
못 하시는 것이 있을까요? ㅎㅎ
함께 걸음해서 행복했습니다
건강관리 잘 하시고
다음 산행때 만나요
수고하셨습니다
이미 완주하시고도
19기에 도움주시는 총무님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차분하고 단아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대간완주자’의 아우라도 멋지구요.
개인적으로도
집으로 가는 길의 동행이라 참 좋습니다.^^
저도 <산유화>를 좋아하는데~~
‘저만치 혼자 피어 있네’와
‘갈 봄 여름없이 꽃이 지네’란
구절을 특히~~^^
간만에 읽어보고 공유도 해 봅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읽어보며 기분좋습니다🥰
<산유화>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한편의 수필같은 후기 잘 감상했습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관리 잘 하시고 담 산행에 뵙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산이랑님이 계시기에
발걸음이 어중간한 저에게는
큰 힘이 된답니다.
한결같은 진중한 모습이 든든하여
아마도 많은 분들이
저와 생각이 같을 거예요.
담 구간에서도 반갑게 뵙겠습니다.🥰
기다려집니다.
란선님의 후기가 기다려 집니다.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행운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어떤이는 기다림을
'인생의 절반'이라 하더군요ㅋ
절반에 또 하나를 더 보태는군요^^
행운이라고까지 칭해주시니
오늘의 꿀꿀한 맘이 반분됩니다.😅
응원에 감사드리며
비바람을 견디어낼 메뉴로 맛점하시길요~~🥰
[여름산을 다니면 제일 반가운 존재는 바람이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공기의 존재를
알리는 움직임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나도 빨랫줄에 널린 양말 한 짝이라도 흔들고
퇴장할 수 있는 바람이고 싶다.]
란선님의 산행 기록 중, 바람의 입술 같은 시적인 행간이 보여 댓글에 환기시켜 올립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바람의 입술'
정말 압도적 표현이군요.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며 음미합니다.
아침부터 세찬 바람이 일으키는 소리를 들으며
좋아하는 음악도 곁들인 출근시간의 행복감이 번집니다.
댓글로 응원주심에 쑥스럽기도 하지만
귀기울이는 시간이기도 하여
고맙습니다 ☺️ 🥰
할미봉, 서봉, 남덕유산 높은 봉우리를 오르려면 기울기 급한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해야 하기에 평소에도 힘이 드는구간.
장마철 비와 미끄러운 길. 서봉에서 내려서는 수직에 가까운 쇠계단,
비에 젖은 나무와 풀이 머금은 물기까지 몸으로 받는 등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짐작합니다.
배고프고 손전화 충전까지 완전히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많은 들꽃에 버섯, 달팽이까지 찍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한결같은 '들꽃 사랑'이 배어 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도 남다른 관찰력과 감성으로 파악한 사연 하나하나를 물 흐르듯 써 내려간,
훌륭한 시를 읽으면서 대리 만족합니다.
책 말고도 기사 하나를 읽어도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요즘 추세 속에서
공짜로 수준 높은 시를 읽을 수 있어 고맙기 그지 없습니다.
계좌번호가 없어 '구독료'를 지불할 수도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늘 활기찬 모습에 손뼉을 칩니다
장마철 건강 잘 돌보면서 산행하시기 바랍니다.
점심 든든하고 따뜻하게 드셨나요?
저는 배부르게 먹고 살짝 후회하고 있습니다ㅠ
걱정이 무색하게 날은 의외로
걷기에 적당하였답니다.
물론 조망은 포기해야 했지만요ㅋ
모든 여건이 완벽하기란 쉽지 않은 걸
이미 잘 알고 있기에
이젠 서운해하지만은 않는답니다ㅋ
산사람이 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 나죠?^^
대간길에서는 사진을 많이 포기하였는데
덕유엔 꽃들이 너무 많아서 억제할 수가 없었네요.
그러다보니 배터리가 그만~~ㅠ
제 배고픔은 가방만 열면 해결되었으나
폰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기에
삿갓재대피소가는 길의 수국찍는 게 끝이었네요.
별 것 아닌 잡문을 추어올려주시는 것은
구독료보다 더 큰 힘으로 저축되어
보따리가 묵직해지고 있답니다ㅋ
날이 궂지만 많이 웃는 날 되소서.
사람과 동물을 구별하는 가장 확실한 DNA는
웃음이라고 합니다.
오늘 한번도 웃지 않았다면 동물원에
빈 방 있는지 알아보아야 한대요~~🤣🤣
다음 좋은 산행지에서 뵐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함께 걸어 가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
더위 조심 하시고~ 건강하게 지내다~~~
일욜일에 뵈어요~~~😆😁😉😊😍
덕분에 살방하게 산행할 수 있었어요.
비바람 걷어내시느라 힘겨웠을 텐데
저녁도 못 드시공ㅠ
매번 19기 대간팀은 날씨 걱정은 없을 듯 합니다.
이번 산행에서도 폭염을 피할 수 있도록
힘써 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