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춘단상(早春斷想)
대한이 막 지났다. 계절은 아직 겨울의 복판이다. 대한은 이십사절기중 마지막 절기이다. 이제 그리 머지 않아 첫 절기인 입춘이 올것이다. 한계절을 석달씩 나누었으되 나는 1월도 봄이라 생각한다.
겨울이야 짧아진들 무슨 대수랴. 대신 봄이 한두달 더 길어진다면 희망과 생명의 활력이 넘쳐 날 것이지 않은가. 지난 일요일이다. 저녁 밥상에 봄나물 반찬이 올라왔다. 냉이무침, 달래무침이 소복소복 밥상이 풍성하다. 푸르스름한 빛은 그리 선명하지 않았지만 봄 내음을 느끼기엔 부족함이없다. 게다가 냉이국이 봄향기를 가득 느끼게 해주어 입이 호강을했다. 비록 하우스속에서 자란 것 들이지만 봄향기를 가득 풍겼다. 역시 봄맛은 일품이었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져 세상이 언 1월이지만 새봄이 온 것이다. 밤이 깊으면 날이 캄캄해도 새벽이 오는 것처럼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이제는 봄이다. 나는 봄을 좋아한다. 봄은 새롭다. 아침같이 신선하다. 새벽에 창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마셔 보라. 찬공기 한 웅큼 들어마시면 오장육부가 시원하다. 잠든 장기가 깨어나 팔팔하게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얼마전 낯선 음성의 여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도무지 누구인지 감을 잡을수가 없었다. 끊을까 망설이면 자꾸 근황을 물어왔다. 한참을 통화 하고서야 감을 잡을수 있었다. 중학교 동기생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니 서스럼없이 전화를 걸어오는 여자친구. 그 친구가 고맙다. 잠시나마 봄같은 마음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봄맛에 흠취돼 나들이를 했다. 새봄을 생각하면 늘 찾아보는 곳이다. 해마다 2월이면 연분홍 물결이 일렁이는 복숭아과원을 찾았다. 한겨울 하우스안의 환경을 맞춰주어 잠자는 꽃눈을 깨워 꽃을 일찍 피우는 곳이다.
하우스 안에는 나무마다 붉으스레한 꽃망울 천지였다. 첫 아이를 출산한 여인네 젖꼭지 처럼 탐스럽게 부풀어 손대면 터질것만같다. 머지않아 연분홍 꽃이 바다를 이룰것이다. 벌도 날아 꽃들이 시집장가도 갈것이다. 나무밑엔 쑥, 벌금자리, 국수댕이 들이 파릇파릇 자라고 클로바도 엉겨 풀밭을 이루었다. 실로 봄내음이 물씬 풍겨왔다.
인근의 논두렁길로 발길을 옮겼다. 아직 언 땅속에서 생명의 뿌리들이 발장난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나뭇가진 실눈을 뜨고 결 고운 햇살과 연신 눈맞춤을 한다. 긴 겨울 쉬지 않고 자궁문 열리기만을 얼마나 염원했을까.
나는 조춘(早春)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희망의 봄, 생명의 봄이지 않은가. 봄으로 가득찬 마음. 해가 바뀌면서 여기저기서 갖가지 희망들을 쏟아내는 소리가 들린다.먼저 애연가들의 희망소리가 크게 들린다. 4,500원으로 오른 담뱃값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다. 그들의 희망이 새봄에 이뤄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난 새봄엔 사람들 앞에 늘 웃음 가득한 낯으로 다가가야겠다
첫댓글 선생님의 소망의 간절함에서일까요? 마음도 몸도 벌써 봄기운에 흠뻑
잠기신 듯한 훈훈한 느낌이 덩달아 닮게 해 주시는군요.
그러구보니 정말 선생님이 선호하신다는 조춘임이 틀림없습니다.
새봄 마음껏 기지개 펴시고 좋은일 좋은 글 많이 지으소서. 잘읽었습니다.
너무 서두른다는 생각을 하지만
봄을 그리는 마음에 시간을 재촉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어짜피 흐르는 시간이라면
즐기고 좋아하는 계절이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봄은 역시 모든 생명들이
꿈틀대는 최고의 계절이이기 더욱 좋아합니다
세월을 거꾸로 살아가는 맛도 재미있네요, 제가 올해 들어와서 글을 처음부터 읽다보니
대한을 맞이할때에 추위속에서 언제나 빠져 나갈까 생각을 했는데 오늘 이 글을 읽는 싯점에서
지난날을 되돌아 보니 세월이 흐르면 모든것이 추억이 되고, 아무리 힘들어도 세월이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면 아련한 추억이 되어 돌아오니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라는 말씀처럼 들려 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삶에 희망을 놓으면 미래가
없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은 결코 놓아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