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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opsychosocial model ]
주요용어 | 생물학적 요인, 심리적 요인, 사회적 요인, 정신 건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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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임상 심리학 |
정신질환에 대한 임상적 접근은 어떻게 특정 현상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일련의 개념과 관련 설명을 포함해야 하는데, 이것을 과학적인 담론에서는 모델이라 칭한다(William D. Spaulding, 2003). 생물심리사회 모델은 정신질환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일련의 개념과 관련 설명을 제공하는 여러 모델 중 하나이며, 그중에서도 통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조지 엔젤(George Engel)이 1977년에 처음으로 주장한 생물심리사회 모델은 이상 행동과 정신 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변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모델이다. 이는 정신 장애에 영향을 주는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변인들을 독립적인 각각의 변인으로 여기지 않고, 세 변인들이 각각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가정을 기초로 한다(Engel, 1977).
생물심리사회 모델은 정신 역동, 행동주의, 인지, 생물학과 같은 이상 행동의 원인을 특정한 수준 및 측면에서 규명하려는 기존 모델들과 달리 특정 이론에 구애 받지 않으며, 정신 질환의 이해 및 치료를 위해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변인들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생물심리사회 모델에서 고려하는 세 요인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권석만, 2003).
1.1 생물학적 요인
생물학적 요인 중 하나로는 먼저 유전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유전적 요인은 정신 질환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서, 대표적으로 다운 증후군과 같은 정신 질환은 염색체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또한 뇌의 구조적 이상과 결함과 같은 신경해부학적 요인과, 간질 등으로 대표되는 신경 전달 물질 및 내분비 계통의 이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신경 생리학적 요인 등이 있으며, 이 밖에도 질병이나 감염, 약물, 영양 섭취 등 모든 생물학적 요인을 포함한다.
1.2 심리적 요인
심리적 요인으로는 먼저 인지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인지적 요인에서는 부적응적 인지 도식, 역기능적 신념, 부정적 사고, 인지적 편향, 인지 기능의 결손 등이 정신 질환의 유발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 밖에 정서 및 동기적 요인, 행동적 요인 및 발달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을 포함하고 있다.
1.3 사회적 요인
사회적 요인은 결혼, 가족 구조, 직업, 거주 지역 등과 같은 개인적 환경 요인을 포함한 성 차별, 인종 차별, 낙인, 문화와 같은 사회 문화적 요인, 가난과 빈곤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 경제적 요인 및 개인주의적, 성취 지향적, 경쟁적인 사회 문화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요인을 포함한다.
생물심리사회 모델은 동일한 정신 질환이 여러 다른 원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즉, 같은 정신 질환이라 하더라도 그 유발 요인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신 질환 중 하나인 특정 공포증의 경우 어떤 개인은 외상적 경험을 통해 이러한 공포증이 생길 수 있으나, 또 다른 개인은 발달 과정에서 경험한 개인적 환경 요인의 영향을 받아 발병할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한 증상을 나타내는 정신 질환이라도 강렬한 한두 가지 요인에 의해 유발될 수도 있고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유발될 수도 있다.
또한 생물심리사회 모델은 동일한 요인이 다양한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데, 예를 들어 어린 시절의 아동 학대 경험이 어떤 개인에게는 성인이 되어 반사회적 성격 장애를 형성하는 강력한 원인이 될 수 있고, 다른 개인에게는 우울증이나 성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또 다른 개인에게는 아무런 정신 질환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같은 요인이라도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적인 요인들과 복잡하게 상호작용하여 서로 다른 다양한 결과를 나타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2.1 정신분석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에 의해 시작된 정신분석 이론은 정신 질환을 비롯한 인간의 모든 행동 및 사회적 문화 현상까지 설명하는 광범위한 이론이다. 정신분석 이론은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 몇 가지 기초적인 가정을 세워 두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심리적 결정론이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으며 필연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으로, 아무리 사소한 행동, 심지어 실수라도 그 행동의 기저에는 심리적 원인이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의식이다. 무의식은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는 정신적 영역으로, 인간의 행동은 의식보다 무의식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설명한다. 무의식의 증거로는 꿈, 실수 등을 제시하고 있다. 무의식은 성적인 욕구와 공격적인 욕구를 기본적인 욕구로 가지고 있는데, 이것들이 인간의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또한 정신분석 이론은 어린 시절의 초기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어린 시절의 경험이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나타나는 성격을 형성하고, 어른이 되어 나타나는 정신 질환 등에도 핵심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가정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성격은 세 가지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원초아, 자아, 초자아이다. 원초아는 인간이 본래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던 욕망의 덩어리로, 성적 및 공격적 욕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간의 모든 행동의 원동력이 된다. 자아는 이러한 원초아가 현실에서 발현될 때 좀 더 잘 발현될 수 있도록 돕거나, 현실에서 적절하지 못한 원초아의 욕구를 통제하는 등 인간이 현실에서 잘 기능할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한다. 초자아는 흔히 말하는 양심과 같은 것으로, 도덕 원리 등에 맞춰 원초아나 자아를 벌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세 가지 성격 구조, 특히 자아의 기능 및 역할에 문제가 생길 때 그 결과로 정신 질환이 나타나는데, 주로 자아가 원초아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발현한다. 예를 들어, 프로이트의 대표적 사례인 안나 O(Anna O)의 경우, 자신의 아버지를 향한 부적절한 성적 욕망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무의식적으로 스스로의 팔을 마비시키는 전환 장애 증상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한다.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자아의 기능을 강화하고 자신의 욕망을 적절히 실현하고 통제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지름길이라고 여긴다.
2.2 행동주의
행동주의 학파는 관찰될 수 있는 인간의 행동을 주로 연구하는 학파인데, 행동주의에서는 인간 및 유기체가 새로운 행동을 학습하는 과정과 원리에 큰 관심을 가지며 많은 연구를 통해 다양한 학습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이반 파블로프(Ivan P. Pavlolv)로부터 시작된 고전적 조건 형성부터, 조작적 조건 형성 및 사회적 학습까지 그 학습 원리는 다양하며, 공통적으로 인간과 주의 환경의 상호작용과 이로 인한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행동주의에서는 인간의 정신 질환이나 이상 행동이 잘못된 학습을 통해 나타난다고 보고, 잘못된 행동을 없애고 적절한 행동을 학습시키는 것을 치료의 주 목표로 여긴다. 어떤 행동의 빈도를 감소시키거나 제거하는 것을 ‘처벌’이라고 하며, 반대로 특정 행동의 빈도를 증가시키는 것을 ‘강화’라고 한다. 이것은 행동주의의 기초가 되는 개념이며, 이를 활용한 정신 질환의 다양한 치료법은 많은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2.3 생물학
정신 질환을 설명하는 오래된 관점 중 하나인 생물학적 관점은 신체적 또는 생물학적 측면에서 정신 질환을 규명하고자 한다. 모든 정신 질환은 신체적 질병과 마찬가지로 신체적 원인에 의해 생기는 일종의 질병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치료하기 위해 약물이나 수술 등 생물학적 방법을 사용한다.
생물학적 관점은 특히 발달한 현대의 과학 기술을 통해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데, 특히 인간의 뇌를 직접 해부하지 않고도 살필 수 있는 CT, MRI 등의 기계나, 인간이 행동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공간, 시간적으로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ERP, fMRI 등의 방법론적 발달로 인해 많은 연구들이 정신 질환의 원인을 생물학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2.4 취약성-스트레스 모델
취약성-스트레스 모델은 위의 세 모델과는 달리 특정 이론에 기반하지 않은 통합적 모델이다. 이 모델은 생물심리사회 모델의 기초가 된 모델이라 할 수 있는데, 크게 취약성과 스트레스라는 두 가지 관점을 통해 정신 질환을 설명한다. 예를 들면, 유전적으로 특정 정신 질환에 큰 위험성을 가진 개인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개인은 특정 정신 질환에 걸릴 취약성이 크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정신 질환이 나타나지 않는데, 높은 취약성을 가진 개인에게 심리 사회적 스트레스, 즉 환경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충분히 주어지면 그때 정신질환이 나타난다는 관점이다. 생물심리사회 모델과 마찬가지로 정신 질환이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다양한 변인에 의해 초래되며, 특정 정신 질환을 유발하는 인과적 경로가 다양함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생물심리사회 모델과 공통점이 있다.
3.1 성격 장애
성격 장애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 모델 중 하나는 생물심리사회 모델이다. 이론적인 측면과 경험적인 증거들은 성격 장애의 발달에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인 측면들이 유의미한 변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성격 장애는 역기능적으로 과장된 성격 특질로서 가장 잘 개념화되는데, 생물학적 변인들은 유전적인 성격 특징을 반영하고, 심리학적 변인들은 이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며, 이것들은 또한 사회적인 다양한 변인들과 상호작용하여 정신 질환으로 나타난다(Paris, 1994/1996)
3.2 섭식 장애
섭식 장애 또한 생물심리사회 모델을 통해 잘 설명할 수 있는 정신 질환이다. 먼저 대표적인 섭식 장애인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에 유전적 기반이 있음이 보고되고 있고, 심리적인 요인으로는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들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왜곡된 지각을 공통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섭식 장애는 날씬함을 매력적으로 여기는 사회 문화적 분위기를 가진 사회에서 훨씬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처럼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들의 복합적 상호작용으로 섭식 장애를 설명할 수 있다.
집필 : 박용천, 최기홍(고려대학교 심리학과)
[네이버 지식백과] 생물심리사회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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