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코스(수산교~죽변항입구) 13.1km
수산교~울진엑스포공원~연호공원~봉평해변~죽변항입구으로 이어지는 해파랑길 26코스는 왕피천이 바닷물과 합쳐지는 수산교에서 시작하여 울진엑스포공원을 지나고 연호공원을 지나서 봉평신라비를 만난 뒤 대나무가 많은 바닷가 ‘죽변항’ 시외버스터미널에 이르는 13.1km의 길이다.
영양군 수비면 금장산에서 발원해 울진 서면과 근남면을 거처 울진을 남북으로 이등분하며 망양정해변에서 바닷물과 만나는 왕피천은 장장 60여km를 흐르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하천이다, 울진의 명소 불영계곡과 더불어 왕피천의 계곡은 수려한 풍경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계곡물에는 맑은 물에서만 사는 은어가 있어 조선시대에는 이를 진상품으로 올렸다고 한다.
1968년 ‘울진삼척무장공비’ 사건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울진은 원래 강원도 땅이였다 한다, 1963년 경북으로 편입되기 전 강원도에 속해 있었으니 국내 최대 자연보존지역이며 청정지역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오지 중의 오지이다. 무인지경의 원시림과 천변의 양안은 거의 절벽으로 세워져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 넘고 물 건너 두메산골이다.
온갖 희귀 동식물이 왕피천 생태경관 보존지역은 단일지구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북한산국립공원보다 20%가 더 넓다고 한다, 수십미터가 넘는 금강송 군락의 자태를 맛보며 느끼는 탐방로는 사전예약제 이다. 왕피천이 동해를 만나기전에 서면 하원리에서 근남면 행곡리까지 15km의 계곡 불영계곡은 기암괴석과 숲으로 이어진 절경을 만들어 낸다.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는 코로나 감염병으로 참여자가 줄어들어 이젠 26명 선으로 마니아가 적어지고 그래도 걷고 싶은 워킹족은 2021년 10월17일 오늘도 해파랑길 이어걷기에 도전한다.
왕피천대교 보다 소박한 옛다리 수산교를 건너 오른쪽 울진엑스포공원으로 들어선다, 하늘을 찌를 듯 한 해송의 웅장한 자태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200년 이상의 낙락장송이 1000여 그루나 우거진 공원을 둘러보며 왕피천 강둑으로 나와 흙길을 밟으며 북으로 오르니 하늘엔 문명의 이기라도 뽐내는지 왕피천 케이블카가 연이어 망양정으로 오르고 있다.
왕피천과 만나는 해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싸느한 느낌으로 볼을 스쳐가지만 오히려 산뜻한 느낌이다, 이제 해파랑길은 절반을 넘어 서서히 줄어드는 잔여코스를 걸으면서 즐기는 길의 연속이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오늘을 만들어주었다,
‘워킹여행클럽’은 2010년 10월10일 창립하였다, 금년으로 11년째이고 일주일전 10월10일이 창립 11주년이 되는 날이지만 일정을 잡을 수 없어 일주일 미뤄 오늘 회원님들께 조촐한 점심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모든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건강은 날로 나빠지기 시작하던 12년 전 클럽의 창립을 시도한 것은 커다란 도전이었다, 뼈저리게 아픈 시련도 있었고 까맣게 밤을 새우며 고민하던 때 한줄기 광명처럼 나에게 다가온 걷기! 건강도 챙기고 최소한의 소득으로 운영비를 충당해 가며 사회에 봉사하는 클럽을 만들고 싶었으나 초기자본과 집행부 구성이 어려웠다,
생각해 낸 것이 일반 여행사와 같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몇 개월을 준비작업 끝에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홍보를 하기 시작하고 새로운 방법의 걷기와 여행을 접목한 계획은 순항을 타는 듯하였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여행업 허가와 사업자등록을 필하는 데는 오로지 내가 총대를 맡아야 했다. 환갑을 넘기는 나이지만 다시 산다는 마음으로 강행군 끝에 어느 정도 정상화 되어가는 것 같더니 메르스, 폭염, 강추위 등 자연은 종종 클럽을 위태롭게 하더니 급기야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완전히 스톱을 시키고 있으면서 오로지 해파랑길 종주만이 건강을 유지케 하는 수단이 되었다.
울진대교 아래를 지나고 연어가 노닌다는 은어다리를 건너 연호공원으로 들어설 즈음 장애우에게 연락이 온다, 걷기 중 넘어져서 피가 흐른다고 약품을 찾고 있다, 얼마쯤 되돌아서서 장애우를 만나 소도약과 대일밴드, 후시딘을 발라주고 보니 그만하게 천만다행이었다, 출발 초입에서 앞선 일행을 따라가다 길이 아닌 곳에서 무리하게 걷다 발을 헛디딘 것이다. 상태를 확인하니 끝까지 걷겠단다. 그 고집은 막을 수 없다, 앞에서 케어를 해가며 연호공원과 지하차도를 지나 온양리를 들어서서 어는 해안길과 다름없는 편이한 해안길을 따라 주변항 방향으로 걷는다,
봉평해변에서 대기하기로 한 버스를 만나서 선두를 잡기위해 잠시 차를 타고 이동한다, 점심식사를 대접하기로 한 식당을 추월해 갈까싶어 앞서서 오늘의 예약식당 “죽변맛집”에서 당도한다, 점심메뉴는 오삼불고기로 예약했고 음식 맛은 좋았으며 정갈한 음식이 인상에 깊이 남았다. 점식식사를 끝내고 종점을 거쳐 다음 코스의 일부를 걸어 죽변등대공원에서 만나기로 하고 각자 길을 걷는다.
길을 걷는다~~ 유행가 가사가 생각나 흥얼거리면서 천년세월을 살아온 후평리 천연기념물 향나무에게 오래오래 건재하기를 바라고 죽변항에 들어서서 ‘죽변해변스카이모노레일’을 지나 “폭풍속으로”의 촬영지이자 ‘죽변’ 이라는 이름이 있게 한 죽변 대숲을 지나 시원한 음료가 기다리고 있는 죽변등대공원주차장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