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 87 도적이 훔친 제물을 나누는 비유 <새 보금자리>
정옥임 개작
큰 나무그늘 아래서 모래목욕을 하는 아기 새. 왕벚나무 실가지 그네를 굴러 폴짝 내려앉았습니다. 과자부스러기를 쪼아 먹다 반짝이는 돌멩이로 다가갔습니다.
“귀한 물건인가!”
그늘진 자동차 밑에서 뒤뚱뒤뚱 앞만 보고 걸어가다 삐죽 새와 머리를 부딪쳤습니다. 아기 새는 미안하다는 말 대신 안녕~ 인사했습니다. 삐죽이는 인사도 받지 않고 끈적이는 침을 발라 잽싸게 날개 밑에 돌을 감추었습니다.
“내가 사는 석굴에 갈래?” 뜬금없이 묻고는 삐죽이가 휘리릭 날아갔습니다.
“따라가도 돼?” 더위를 많이 타는 아기 새가 솔깃하여 뒤따라 나섰습니다.
그 곳엔 길 잃은 새들이 주운 물건을 상자에 넣었다가 똑 같이 나누었습니다. 삐죽이가 날개에 감춘 물건도 저 속에 있을까!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삐죽이는 아기 새를 몸종 부리듯 하였습니다. 꿀 대장이 아기 새를 쓰다듬기만 해도 싫은 표시를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새들이 보는 앞에서는 친절하게 대하는 척 하였습니다.
꿀 대장은 이런 사실을 뒤 늦게야 눈치 챘던 겁니다. 그 날은 몇 달간 모은 갖가지 물건을 나눠가지는 날이었습니다.
“아기 새는 이걸 가지고 떠나라.”지갑은 다섯 개였습니다.
“대장님 지갑이 모두 비어 있어요.”
아기 새는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해서 꿀 대장을 원망하며 석굴을 떠나왔습니다. 아기 새는 생각 끝에 지난여름 살던 골목길로 되돌아왔습니다.
파란 대문 집 담장에 앉아 지갑을 열었습니다. 첫째지갑에선 좁쌀이 주르르 쏟아졌습니다. 차례차례 물건이 튀어 나왔고 가장 작은 지갑엔 반짝이는 돌멩이가 들어있었습니다. 바로 이 집 대문 앞에서 주웠던 것이었습니다.
아기 새는 집 주위를 한 바퀴 돌아 정원 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뜰 안은 잘 가꾼 반송 소나무와 갖가지 꽃나무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마침 자동차가 멈추고 흰머리 신사 한 분이 대문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앞에 보석을 떨어뜨렸습니다. 신사는 잃어버린 보물을 손에 굴리며 기뻐하였습니다. 그 후 아기 새를 가족으로 맞이했고 왕벚나무가지에 집을 마련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아기 새는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겨 외롭지 않았습니다. 가장 즐거운 놀이는 친구들과 보자기를 펼쳐 들고 맛있는 간식을 나르는 것입니다.
할머니와 외롭게 사는 석이를 찾아가 하루 종일 놀아주기도 합니다. 란이가 모래장난 하다 잃어버린 팔찌를 아기집 대문 안에 살짝 놓아둡니다.
아기 새는 흰머리 신사의 사랑을 받으며 점점 지혜로운 아기 새가 되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