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한국계 플뢰르 펠르랭, 中企장관때 업무능력 등 호평
기업인들 이례적 '유임 운동'… 통상장관으로 다시 입각
- 프랑스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부 장관에서 물러났다가 9일 통상관광 장관으로 복귀한 한국계 입양아 출신의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 /플뢰르 펠르랭 제공
펠르랭 재입각에는 그의 퇴임 직후 인터넷에서 전개된 '플뢰르 지키기(keep fleur)' 캠페인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펠르랭이 IT·중소기업 주무 장관직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프랑스 기업인들은 그의 유임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이 캠페인에는 마르크 시모치니와 질 바비네, 마리 에클랑 등 프랑스 유명 기업인들이 동참했다.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는 "장관 유임 운동이 벌어진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개각 때도 외무장관과 경제장관이 펠르랭을 자신의 부서에 영입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펠르랭에 대한 호평은 그의 뛰어난 업무 추진력과 대중적 인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경쟁국과 비교해 정보통신(IT) 분야가 취약하고 반(反)기업 정서도 강하다. 펠르랭은 2012년 장관에 발탁된 후 파리에 대규모 IT 단지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긴축 재정 속에서도 IT 창업을 위해 2억1500만유로(약 3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또 2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방미(訪美) 때는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올랑드의 실리콘밸리 방문도 성사시켰다.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은 것은 30년 만의 일이었다. 펠르랭은 "프랑스에서 인기인은 대부분 배우나 전문기술자이고, 기업인은 없다"며 "이런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직속상관'인 아르노 몽트부르 산업장관이 외국계 제철소 국유화 방침을 밝히자 펠르랭은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맞서는 강단을 보였다. 프랑스 자동차기업인협회 그레고리 르크레크 회장은 "기업인의 정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장관"이라고 평했다.
펠르랭에 대한 평가가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그는 프랑스 최고 명문 학교인 에섹(ESSEC) 고등경영대학과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하고 감사원에서 근무하는 등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입각 초기에는 "입양아 출신의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 장관 발탁 이유"라는 짜디짠 평가를 받았다. 사회당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케이스라는 것이다.